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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336화 (336/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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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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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의 귀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몽마신의 축복’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는 문구였다. 이제 그 놀라운 축복을 원할 때마다 상시로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서주환은 얼른 축복 상점을 확인했다.

<축복 상점>

1. 집중의 축복(1분-10LP)

▶ 효과1: 집중력이 올라간다.

▶ 효과2: 사고력이 상승한다.

2. 헬창의 축복(1일-3000LP)

▶ 효과1: 남성 호르몬이 대폭 상승한다.

▶ 효과2: 모든 운동의 숙련도가 200% 상승한다.

▶ 효과3: 근육의 회복 속도가 300% 상승한다.

3. 몽마신의 축복(1일-100,000LP)

▶ 효과1: 성(性)과 관련된 행운이 대폭 상승한다.

▶ 효과2: 어떤 일을 숙련할 때 200% 추가 효과를 받는다.

▶ 효과3: 정력이 샘솟는다.

설렘은 아주 잠시였다.

“미친.”

축복에 소모되는 LP를 확인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1일에 10만LP라니.

‘루시, 이거 너무 바가지 아니야? 절반으로 깎아줘. 아니, 5만LP도 많아. 10분의 1로 하자.’

[으음. 저한테 그러셔도 별 수 없답니다.]

당연하게도 에누리는 통하지 않았다.

서주환은 혀를 차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험상 ‘몽마신의 축복’의 효과가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10만 LP는 너무 과했다. 하루 10만 LP면 한 달에 300만 LP다. 다른 축복들처럼 매일같이 사용하다간 기껏 모아둔 LP가 금세 바닥을 칠 터였다.

‘축복이 개방되면 뭐하나. 완전 그림에 떡이네.’

완결을 친 전작들을 통해 야금야금 들어오는 포인트와 한수아를 통해 위튜브에 간혹 올라간 포인트로 인한 수입이 대충 30만 LP정도.

일상에서 자잘한 업적들을 완수하여 벌어들이는 게 대략 10~20만 LP.

달마다 찾아오는 욕망 퀘스트와 예상치 못한 추가 수입이 10만 LP.

토탈 월 수급 포인트는 50~60만 LP 언저리.

그나마도 반복되는 일상 때문에 업적 포인트의 수급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고, 퀘스트의 내용과 작품 성적, 위튜브 조회수 등에 따라 변동이 상당한 걸 감안하면 수익은 더 낮아진다.

‘많이 벌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맘대로 축복 사용하기엔 어림도 없구만.’

막 시스템을 얻었을 무렵 1만 LP에도 아까워하던 걸 생각하면 이제 포인트 부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새로 업데이트된 축복 한 방에 다시 가난뱅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지금까지 저축 개념으로 모아둔 포인트도 있다. 대략 200만 LP가 넘는 수준. 그러나 한 달 정도 마음껏 쓰고 나면 무일푼으로 돌아갈 터였다.

실망하는 그를 보고 루시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주인님, 항상 축복을 사용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리고 아이템 뽑기에서도 ‘몽마신의 축복’이 나오니까 생각만큼 포인트가 소모되진 않을 거예요.]

‘그렇긴 한데, 가능하면 상시 사용하고 싶어서 그래.’

행운이란 예고하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간혹 아이템 상점에서 1일부터 30일까지 ‘몽마신의 축복’이 나올 때가 있었다. 그때 경험한 바로 축복이 있다고 해서 항상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었다. 전반적인 행운이 올라가긴 하지만 크게 터지는 날은 무척 드물었다.

그렇기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행운을 잡기 위해서라도 ‘몽마신의 축복’은 상시로 적용하고 싶었다.

‘안 될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갑자기 욕심이 드네.’

이래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분명 일전에는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이었는데 수단이 생기니까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을 강구하게 됐다.

그렇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루시가 묘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사실 알고 있잖아요?]

‘뭐를?’

[포인트를 더 잘 수급할 수 있는 방법이요.]

‘…….’

[주인님께서는 방법을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단지 지금의 일상에 변화가 생길까봐,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생길까봐 그러는 거죠. 걱정이 너무 앞섰다고 해야 할까요?]

‘으음.’

서주환은 부정하지 않았다. 루시의 말이 사실이었으므로. 그는 포인트를 더 잘 수급할 수 있는 방법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루시가 재밌겠다는 듯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욕망 에너지는 사람들의 관심과 감정에서 비롯되죠. 포인트도 마찬가지에요.]

‘그렇지. 알고 있어.’

[주인님, 포인트를 원한다면 유명해지세요. 얼굴을 알리시고, 이름을 드높이시면 돼요. 주인님께서 마음만 먹는다면 그건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응, 그것도 알고 있어.’

지금까지 얻은 재능이 몇 개이던가. 그 중 몇 가지만 제대로 활용해도 유명해지는 건 어렵지 않다. 그는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에라도 어지간한 연예인보다 유명세를 끌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지 않는 이유가 있다. 루시가 말한 대로 번거로워질 게 뻔한 앞날이 귀찮아서였다. 유명해질수록 그에 따른 관심이 생길 터. 일정 수준 이상의 관심이 쏠리면 사람들의 입방아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지. 대중들이 요구하는 잣대도 갈수록 높아지리라.

‘수아가 하고 있는 위튜브만 봐도 유명해진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란 말이지.’

한수아의 방송은 타 방송에 비해 비교적 클린한 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더러운 댓글은 있었다. 별스타 DM으로는 별의별 메시지가 오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익명성에 기대어 악의를 쏟아내는 걸까. 웹소설 판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얼굴을 드러내고 하는 방송은 특히나 더했다.

‘으음. 내가 배가 부르긴 했구나.’

당장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면 이런 생각 따윈 하지도 않았겠지. 일단 연예계에 데뷔라도 해서 인기몰이를 하고 돈을 땡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당장 부족한 게 없었다. 웹소설만으로도 이미 평생 먹고 살만한 돈을 다 벌었다. 더해서 미래에 있을 주식, 혹은 비트코인의 정보를 조금만 이용하면 움직이는 기업이나 다름없는 부를 축적할 수도 있다.

부족한 게 없으니 급할 것도 없었다. 분명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꿈틀거리는 욕망은 있었지만, 현재의 일상을 포기할 만큼 절실하지는 않았다. 그에겐 친구들과 치킨에 맥주를 까고 생산성 없이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일상이 더 소중했다.

‘적어도 대학 졸업하기 전까지는 크게 튀고 싶지 않아.’

이미 연을 맺은 친구들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까, 그것도 걱정이었다. 몇 년 되지도 않는 대학생활만큼은 평화롭고 무탈하게 보내고 싶었다.

루시는 그런 서주환을 답답해하기 보단 여상한 투로 지지해주었다.

[주인님께서 그게 행복하다면 그것도 좋겠지요. 사실 한량처럼 보내는 건 모든 사람의 꿈이기도 하니까요. 그걸 돈 많은 백수라고 하지요?]

‘응. 모든 직장인의 워너비지.’

누군가는 그를 보고 능력을 낭비한다면서 한심해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한없는 부러움을 느낄 것이다. 사실 지금도 본업인 소설은 열심히 쓰고 있으니 노는 것만도 아니었고.

루시는 그런 서주환의 자기합리화를 보며 제 주인이 참 우유부단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녀는 주인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다시 말했다.

[주인님, 전 주인님께서 행복하시다면 어떤 생활을 하시든 좋아요. 애초에 도우미에 불과한 제가 주인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요.]

‘루시,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난 네 조언이라면 전부 새겨들을 거야.’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이고 루시의 말을 경청했다.

[지금의 일상이 소중하기에 나서고 싶지 않다. 좋습니다. 그건 주인님의 마음이 시키는 거니까요. 아까도 말했듯 주인님만 행복하다면 전 아무래도 괜찮아요. 하지만.]

‘…….’

[정말 마음이 시키는 게 무엇인지는 항상 귀 기울여주세요. 평화롭고 느긋한 일상을 더 보내고 싶은 마음과 변화가 두려워서 현재에 안주하는 것은 전혀 다르니까요.]

서주환은 잠시 말없이 루시의 말을 곱씹었다. 변화가 두려워서 안주하는 건 아닌가.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말이었다.

4년의 대학 생활. 앞으로 남은 시간은 3년.

자신은 정말로 단지 현재의 일상이 소중하기 때문에 유예기간을 둔 것일 뿐일까.

‘미안, 루시. 아직은 잘 모르겠어.’

이제까지 당연하다는 듯 그리 생각해왔기에 당장에 답을 내릴 수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다짐할 수 있었다.

‘그래도, 계속 현재에 머무르지만은 않을 거야.’

[그거면 됐어요, 주인님.]

루시는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자신에게 형체가 있었다면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주인님을 꼭 안아줬을지도 모르겠다.

우유부단하지만 정이 많은 주인님. 느리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님.

그가 성장하는 걸 지켜보는 건 꽤나 즐거운 기분이었다.

*

서주환은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었다. 하물며 조언을 주는 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반자인 루시였으니 경청하고 심사숙고함이 마땅했다.

‘루시가 돌아와서 든든하네.’

모든 걸 의지해서는 안 되겠지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도우미가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안정감을 주었다. 그는 루시가 해준 말을 곱씹고 또 곱씹어서 답을 찾기로 했다. 당장은 무리일지 몰라도 언젠가 스스로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터였다.

그리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변화가 빨리 필요할지도…….’

눈앞에 뜬 창을 보고 있으니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5Lv이 되어 다시 활성화된 스킬 뽑기. 그에 앞서 큰마음 먹고 10만 LP로 구매한 축복.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익숙한 알림음 후에 나온 스킬.

[스킬, ‘각성(覺醒)’을 습득했습니다.]

새로 나온 스킬의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각성(Rank: - )】

▶ 효과1: 사용자가 지정한 재능을 100%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 효과2: 스킬을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지정한 재능의 숙련도가 10% 상승합니다.

※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10만LP가 소모됩니다.

※ 스킬로 올릴 수 있는 숙련도는 최대 90%까지입니다.

“여엄병.”

거, 아직 잘 모르겠다는데 왜 자꾸 재촉하는 건지.

축복 이상으로 포인트 잡아먹는 스킬이 나와버렸다.

“후우. 포인트 벌어야겠다. 방법은 천천히 생각하는 걸로 하고.”

그리고 그날 밤.

가브리엘라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다.

[가브리엘라: 말하는 걸 깜빡했는데, 제가 혼자 주환의 타로점을 봤거든요. 헤어졌던 이가 돌아올 거라는 점괘가 떴어요. 그리고 일상에 서서히 변화가 생길 거라네요.]

[가브리엘라: 주환은 그 변화를 받아들일 수도, 유보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원하는 걸 찾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게 빠를 거예요.]

생각할 시간은 좀 줘라.

너까지 왜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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