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생각보다 빠른 루시의 귀환?!
*
TramsDrive 님, 마을청년1 님, 마을청년1 님, 루퍼시엘 님, 고구마맛사탕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멋쟁이미르 님, dragonmasterload 님, 황교주 님, 카오스래드 님, 카오스래드 님, 카오스래드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루시의 귀환
서주환은 반가운 마음을 가득 담아 소리쳤다.
“루시! 완전히 돌아온 거야? 이제 안 사라지는 거지?”
그는 고개를 약간 들어 하늘 언저리를 바라봤다. 마치 루시가 거기에 있는 듯.
“루시, 어서 말 좀 해봐.”
답답한 마음에 채근하듯 물었다.
다녀왔습니다, 라고 했으니 이전처럼 일시적인 귀환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혹시나 다시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재차 물음을 던지니 진정하라는 듯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네, 주인님. 루시는 이제 완전히 돌아왔답니다. 더 이상 주인님 곁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정말이지?”
[물론이죠. 루시는 주인님께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사실 지금까지도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 걸요?]
“하하, 그래. 루시, 너는 항상 옆에 있다고 했었지.”
시스템의 수면 위로 나오지 못했을 뿐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고 하였다.
루시가 작게 웃으며 그를 부른다.
[그보다 주인님.]
“응?”
[일단은 자리를 옮기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
[주변을 둘러보세요.]
서주환은 살짝 위로 들고 있던 고개를 내려 주변을 둘러봤다.
“아.”
그가 있는 곳은 공항 입구.
공항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허공에 말을 거는 그의 모습이 일견 미친놈처럼 보였으리라.
*
서주환은 공항 내에 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예정대로라면 벌써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을 테지만 불현 듯 돌아온 루시와 한 시라도 빨리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
“네, A-5번으로 불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서주환은 금방 나온 커피를 들고 창가로 걸어갔다. 카페 안 몇몇 여성들의 눈이 그의 모습을 쫓았다.
“와아, 연예인인가?”
“몰라. 어쨌든 오늘 눈 세척 제대로 했다.”
가브리엘라를 배웅한다고 챙겨 입은 서주환의 모습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잘생긴 외모와 비율 좋은 몸, 거기에 더해 페로몬과 가브리엘라로부터 얻은 매혹 재능은 가만히 있어도 이성의 시선을 모았다.
정작 서주환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루시의 귀환에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연신 속으로 물음을 던졌다.
‘어떻게 된 거야, 루시? 사실 난 네가 돌아올 때까지 훨씬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어.’
일전의 여름방학. 한수아와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의 일이다.
잠시 수면 위로 올라왔던 루시는 그가 하기에 따라 자신이 돌아오기까지 10년이 걸릴 수도 있고 5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였다. 그래서 아무리 빨라도 연 단위의 시간이 걸릴 줄로만 알았는데, 그때로부터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돌아온 것이다.
루시는 그의 질문에 성실히 답해주었다. 조금은 사무적이지만 시스템의 무미건조한 음성과 달리 애정이 어린 목소리였다.
[저도 놀랐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주인님이 졸업할 때쯤에야 가능하겠구나 싶었거든요.]
‘빨리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가 있는 거야?’
[전부 주인님 덕분이에요.]
‘내 덕분?’
[주인님께서 많이 변했으니까요. 불손하게도 루시는 주인님을 너무 과소평가 했던 모양이에요.]
루시가 보기에 서주환은 러스트 시스템(Lust system)의 주인에 걸맞은 욕망을 가진 사람이었으나 필요 이상으로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또 과거의 상처 때문인지 마음이 여리고 우유부단하여 미래를 개척하기보단 현재에 안주하는 유형이기도 했다.
그래서 놀라운 시스템의 능력을 가진 것에 비해 인간관계가 좁고 활동의 범주가 협소했다. 자연히 그녀가 복귀하는 데 필요한 욕망 에너지를 수급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서주환은 조금씩 변화했다.
[정하연과의 관계를 확실히 정립하셨죠. 주인님께서 그녀와 헤어지고 혼자 훌쩍이던 게 엊그제 같은데 참 많이 변하셨어요.]
‘윽. 루시, 그건…….’
정하연과 헤어지고 집에서 깡소주를 까며 울었던 게 떠오른다. 서주환은 몰려오는 쪽팔림에 아메리카노를 벌컥 들이켰다.
[후후.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에요. 애매한 관계에서 갈팡질팡하던 태도를 버리고 인연을 더욱 견고히 맺었어요. 연인들에게 직접 반지를 끼워주는 건 꽤 부러웠답니다.]
‘왠지 부끄럽네. 그걸 다 보고 있었구나.’
[그럼요. 항상 지켜보겠다고 했잖아요?]
서주환은 작게 웃었다. 루시에게 비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사생활이 없다는 것에 불편할 만도 했지만 그 대상이 루시라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따듯해졌다. 루시는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동반자이며 무엇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였으므로.
루시가 말을 이었다.
[대학이란 한정된 공간에서만 생활을 하시기에 몇 년은 족히 거릴 줄 알았죠. 그런데 인연이란 단편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어요. 이석찬에게서 백강호로, 백강호에게서 이혜리로. 최미화에게서 강필춘, 그의 손녀인 강나루. 어느덧 손가락으로 셀 수 있었던 주인님의 인간관계가 점차 넓어지더군요. 인연이란 복잡하게 얽혀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였어요.]
루시가 떠나갔을 적만 해도 그의 인간관계는 지극히 협소한 수준이었다. 물론 회귀 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으나 가족을 제외하면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불과 열 명도 채 되지 않았으니.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육체적으로 관계를 맺은 여성만 해도 열 명이 훨씬 넘어갔다. 학과 친구들을 제하더라도 언제든 마음 편히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수십이었고.
[동창회를 다녀오신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요. 거기서 에너지를 많이 얻을 수 있었거든요.]
‘동창회에서?’
서주환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중학교 시절 담임이었던 유민서에게 S급 재능 조각을 얻은 걸 말함인가?
루시는 그게 아니라며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과거의 상처를 털어냈잖아요?]
‘아…….’
동창회 중간, 술에 취한 김호진을 시작으로 친구들이 사과를 건네 왔었다. 이후 동창회가 끝난 후에는 담임이었던 유민서와도 따로 자리를 가졌다. 비록 그녀에게 접근한 것이 S급 재능 조각을 얻기 위해서였다지만 그 과정에서 위로를 받은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왕따 같은 건 워낙 오래된 일이라 별 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은 그리 하셨을지 몰라도 마음은 그렇지 않았던 거겠죠.]
‘응. 그랬나보다.’
루시는 이후로도 그간의 행적을 언급했다. 항상 지켜봐왔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이야기는 꽤 긴 시간 이어졌다.
[동창회 후에 조폭을 직접 손봐주신 것도 좋았어요. 욕망은 감정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분노는 아주 격렬한 감정 중 하나죠.]
백강호와 함께 흑곰파를 쓸어버렸던 일을 말함이다.
[도유이의 진로 결정에 도움을 주기도 했죠.]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있던 도유이. 그녀는 지금 댄스 스튜디오인 텐 밀리언에서 강사로 일을 하고 있었다.
[백강호와 이혜리 부부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도 아주 컸어요. 특히 백강호의 갈팡질팡하는 감정이 큰 에너지로 전환됐죠. 지금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까지 했고요. 두 사람은 주인님을 거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던데요.]
‘은인이라… 방법을 알면 강호 형이 나를 죽이려 들 걸.’
[후후. 꿈에서 한 일인데 뭐 어떤가요?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 외에도 피팅모델로 활동했던 일, 격투계로 복귀하려는 장덕자의 고뇌를 해결해준 일, 막장인생으로 살던 양혜지가 달라진 일, 불과 몇 시간 전 떠나간 가브리엘라에 대한 일까지.
이야기를 마친 루시는 웃음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의 감정과 인연이란 참 신기해요. 얕고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깊고 복잡하니까요. 우유부단한 주인님의 감정이 특히 그렇죠.]
‘윽. 너무 팩트는 아파, 루시.’
[칭찬인 걸요? 주인님께서 정이 많고 우유부단한 게 정답이었던 걸지도 몰라요. 맺고 끊는 게 칼 같은 사람이었다면 감정의 농도가 옅었을 테고, 그만큼 에너지 수급이 느렸을 수도 있죠.]
‘하하. 그럼 계속 우유부단하게 살까?’
[아뇨. 그건 좀…….]
루시가 조금 질색하는 기색으로 말했다.
와, 이제 완전히 사람 다 됐네. 언제나 주인님 최고라고 편들어주던 루시가 살짝 그리웠다.
그녀는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루시가 돌아왔으니 그 단계는 벗어나야죠. 저는 정 많은 주인님이 좋지만, 성장하지 않는 주인님은… 음, 좋지만요.]
그래도 제 주인이라고 차마 싫다고는 말하지는 않는다.
서주환은 큭큭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가 혹시 쓸 데 없는 걸로 흔들리면 루시가 좀 잡아줘,’
[물론이에요. 루시는 주인님의 도우미인 걸요. 다만, 아직 사람의 감정은 조금 서툴러요.]
‘서투르긴. 지금도 완전 사람 같은 걸. 떠나기 전보다 훨씬 더.’
[후후. 주인님의 경험에서 감정을 나눠 받았으니까요. 그래도 아직 흉내 내는 정도에 불과해요.]
어쩐지 루시의 목소리가 씁쓸하게 들렸다.
서주환은 잠시간 침묵 후 속으로 물음을 건넸다.
‘루시, 사람이 되고 싶어?’
[…….]
이번엔 루시가 침묵했다. 하지만 답을 알기엔 충분했다.
서주환은 재차 물었다.
‘사람이 되는 거, 가능한 거야?’
루시의 마음은 알았다. 가능하면 이루어주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인 가능성의 여부를 묻는 게 먼저였다.
[가능성은… 열려 있어요.]
‘그게 가능하구나.’
시스템의 관제인격이 사람이 될 수 있다니. 이건 신의 영역이 아닌가. 이제껏 시스템의 능력을 사용해왔지만 생각해보지도 못한 문제였다.
서주환은 이내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그의 회귀와 시스템의 존재부터가 신이 개입한 결과물 아닌가. 중요한 건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럼 내가 루시를 사람으로 만들어줄게.’
[가능성이 있을 뿐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주인님의 앞날에 폐가 될 거예요.]
‘어쨌든 가능하다는 거잖아?’
[무척 힘드실 거예요. 저를 위해서 주인님이 고생을 자처할 필요는 없어요.]
‘…방법이 뭐기에 그래? 일단 들어나 보자.’
[죄송해요. 그건 지금 말해드릴 수 없어요. 락이 걸려 있거든요.]
‘시스템은 루시가 장악한 거 아니었어?’
[이르게 돌아온 만큼 완벽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제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창조주께서 때가 되면 나타나도록 특별히 설정해둔 것이거든요.]
창조주라면 그에게 회귀의 기회와 시스템을 준 몽마신 러스트를 말함이다. 한데 그 몽마신이 특별히 설정해놓았다? 그럼 애초부터 루시는 사람이 될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걸까. 일전에 루시는 분명 자신이 버그 같은 존재라고 말했는데.
루시가 답했다.
[정확한 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다만, 그건 하나의 방법일 뿐 제가 사람이 될 걸 상정하고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모호한 말이다.
서주환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현재로선 제대로 알 수 있는 게 없구나.’
[기껏 돌아왔는데, 제대로 답변도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아니야. 그냥 돌아와 준 것만으로도 충분해.’
루시가 곤란해 하는 것 같아 더 이상 캐묻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방법이 있다는 사실이고, 언젠가 때가 되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인님,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루시는 그저 주인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요.]
‘그래, 그래.’
[하아. 전혀 안 들으시는군요…….]
루시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충격이다. 루시가 한숨이라니.
[한 가지만 알아두세요, 주인님. 이건 제가 아니라 주인님을 위해 말씀드리는 거예요.]
‘뭘?’
[주인님이 지금 모은 S급 재능 조각이 몇 개시죠?]
‘이번에 가브리엘라에게 얻은 것까지 여섯 개일 걸?’
[정보를 확인해보시겠어요?]
루시의 말을 따라 정보를 불러냈다.
【S급 재능 조각(x6)】
▶ 효과1: 상점에 팔아 100,000LP를 획득할 수 있다.
▶ 효과2: 조각 10개를 모아 ‘S급 재능석’을 만들 수 있다.
열 개를 모아 ‘S급 재능석’을 만들 수 있는 아이템.
그가 S급 재능을 얻기 위해서는 타인의 호감도를 S급으로 만들거나 이 재능석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전자의 방법은 상대가 S급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마저도 확률에 맡겨야 하므로 사실상 그가 원하는 재능을 S급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조각을 모으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게 왜?’
[조각을 모으세요.]
‘그야 모으긴 할 건데… 뭔가 다른 이유가 있구나?’
[…….]
‘알았어. 좀 더 열심히 모아볼게.’
서주환은 눈치껏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가 말했다.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정산을 해볼까요?]
‘정산?’
[네. 시스템 레벨이 올랐거든요. 그래서 돌아올 수 있었던 거고요.]
직후, 눈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욕망 에너지를 충족하여 시스템 레벨이 5Lv로 올랐습니다.]
[재능과 스킬의 등급 한계선이 A+까지 확장됩니다.]
[스킬 뽑기가 개방되었습니다.]
[축복 상점에서 ‘몽마신의 축복’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