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331화 (33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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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이전엔 애원이라고 하면 뭔가 떼 쓴다는 느낌만 받았는데

[애원(哀願): 소원이나 요구 따위를 들어 달라고 애처롭게 사정하여 간절히 바람.]

이렇게 사전적 뜻을 보니까 느낌이 달리 다가오더군요.

*

여기까지 다시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글쟁이 개인의 욕심으로 독자님들께 열 편이나 되는 분량을 다시 읽게 하는 수고를 끼치게 하여 죄송합니다.

욕심은 여기까지만 부리고 다시 완결까지 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운달 드림.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재능과 꿈, 그리고 행복

방 안에 긴장된 적막이 흘렀다.

서주환은 옆에 앉은 가브리엘라를 바라봤다. 막 씻고 나온 그녀의 백금발에는 약간의 물기가 보였고 좋은 향기가 맡아졌다.

그는 무거워진 적막을 깨기 위해 불쑥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가브리엘라.”

“네, 네?”

가브리엘라가 화들짝 놀라서 대답했다.

서주환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평소 가면처럼 쓰고 있던 내숭이 아니라 정말로 긴장을 한 듯 홍조가 피어올라 있었다.

“뭘 그렇게 긴장해? 여기 처음 왔을 때 한 번 했었잖아.”

“흐흠.”

그 말에 가브리엘라가 헛기침을 했다. 긴장한 걸 들킨 게 부끄러운 듯했다.

“그때는 끝까지 하진 않았으니까요. 막상 하려니까 좀…….”

“또 울면 안 된다?”

장난스런 투로 말하니 얼굴에 당황이 떠올랐다.

“그, 그건 실수였어요. 그땐 분위기가 좀, 그랬잖아요. 주환이 화났었으니까.”

당시 분위기가 좀 살벌하긴 했다. 그가 살기를 피워 올리고 파비오가 칼을 꺼내들기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 지난 일이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그녀의 백금발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동그랗게 눈을 뜨는 그녀에게 조금은 미안함을 담아 말한다.

“많이 무서웠어?”

“…무섭긴 했지만, 제가 잘못한 거니까요.”

그리 말한 가브리엘라는 얼른 덧붙였다.

“이, 이번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저도 이제 이해했다고요. 그때는 머리로만 알았지만 지금은 제대로…….”

“알아.”

“네?”

“안다고. 너 그때랑 지금은 표정이 전혀 다르거든. 지금이 훨씬 보기 좋아.”

“그런가요…?”

“응. 이제야 좀 예쁘네.”

그 말을 들은 가브리엘라의 하얀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녀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돌리고 투덜대듯 말했다.

“전 원래 예뻤거든요? 그런 말 지겹게 들었어요. 저한테 고백한 남자들 이름을 대면 깜짝 놀랄걸요?”

그녀에게 사랑을 속삭이며 고백한 사람 중에는 지금의 서주환보다 잘생기고 대단한 남자도 많았다.

그녀가 지닌 찬란한 백금발과 신비로운 자안은 정계와 재계를 가리지 않고 주목받도록 만들었다. 비단 메디치라는 이름값이 아니어도 그녀의 외모에 홀려서 접근해오는 남자를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당연히 예쁘다는 수식어도 질리도록 들었다.

한데, 그 익숙한 말이 지금은 왜 이리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가브리엘라는 얄미운 얼굴로 낄낄거리는 서주환을 힐끗 돌아보곤 풋 웃음을 흘렸다.

“주환은 나쁜 남자네요.”

“응? 갑자기?”

“사랑한다고 말한 여자들이 있으면서 저랑 이러고 있잖아요.”

“야, 이건 네가 도와달라고…….”

서주환은 차마 끝까지 탓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지금 가브리엘라와 관계를 가지려는 건 비단 그녀의 능력 회복을 위해서만이 아니었으니까.

‘으음. 오히려 나쁜 놈 정도면 싸게 먹힌 건가.’

그가 가브리엘라와 관계를 가지려는 이유는 ‘S급 재능 조각’을 얻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재능과 행복이 꼭 일치하지만은 않는다고 말해왔지만, 민망스럽게도 그는 누구보다 재능을 쫓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좀 괘씸한 마음이 든다. 속내야 어찌됐건 겉으로는 저를 도와주려는 게 목적이거만, 기운 빠지게 지금 그런 소리를 하긴가.

서주환은 얼굴 가득 심술을 드러내며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가벼운 손짓이 가녀린 어깨를 민다.

툭.

“앗…?”

걸터앉아 있던 가브리엘라의 몸이 풀썩 침대 위로 누인다. 풍성한 백금발이 부채처럼 펼쳐지며 흐트러졌다.

서주환은 놀란 눈을 한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일전에 기계적으로 했던 애무와 달리 부드럽게 입술을 맞춘다.

“아……!”

놀란 숨이 토해지며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그는 곧바로 혀를 집어넣는 대신 입술을 더욱 밀착시켰다. 수많은 남자에게 고백을 받아봤다던 그녀는 키스가 무척 서툴렀다.

쪽.

일부러 소릴 내어 지분대자 어설피 벌어진 입술 사이로 숨결이 흘러나왔다. 쉽게 열기가 오른 숨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코와 입에서 흐르고 섞인 숨결이 뜨겁게 달아오르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붉은 살덩이가 유려하게 휘감기며 온기를 교환했다.

째깍, 째깍.

불이 꺼진 방안에는 남녀의 숨결과 시계초침 돌아가는 소리만이 흘렀다.

째깍거리는 소리가 몇 번이나 울렸을까.

서주환은 옅게 숨을 토하며 혀를 뒤로 물렸다.

“하아…….”

서툴게 숨을 뱉고 마시던 그녀는 숨이 찬 듯 길게 토해냈다. 뜨거운 숨결이 공기를 달구었다.

“흐.”

서주환은 몽롱하게 풀어진 그녀의 눈을 보고 심술 맞게 웃었다. 제 인기를 그리 자랑하더니만 막상 키스할 때의 그녀는 순진한 처녀의 모습이었다.

그때 가브리엘라가 손을 뻗었다. 작고 여린 손이 서주환의 목 뒤를 잡고 끌어당긴다. 그녀가 흔들리는 시선으로 말했다.

“더 알려줘요.”

“키스를?”

“그냥, 전부 다.”

전부 다라니. 단순히 키스를 비롯한 성지식을 알려달라는 건 아닐 터다.

가브리엘라의 손에 이끌린 서주환의 얼굴이 다시 숙여진다. 이번에 먼저 입술을 마친 건 그녀였다. 붉은 입술은 직전에 배운 키스를 그대로 되풀이했다. 입술을 맞추고, 혀를 섞으며, 서로의 숨을 교환했다.

이내 가브리엘라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웃었다.

“키스는 기분 좋은 거군요.”

“너…….”

서주환은 조금 복잡해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문득 머릿속을 울린 시스템의 알림음 때문이었다. 곧 돌아갈 여자의 감정이 한 층 더 깊어졌다. 일시적인 것이면 좋으련만, 천천히 시간을 들여 느릿하게 올라간 수치는 떨어질 줄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녀가 다시 말했다.

“좀 더 알려줘요.”

“…난 분명히 말했었다? 책임 못 져.”

“치사하네요.”

보라색 눈동자가 그를 흘겼다.

“이번엔 프러포즈도 안 했는데 차버리기인가요? 수단으로만 생각한다고 나무란 건 당신이었으면서.”

“…….”

“푸훗. 농담이에요. 그건 옛적에 포기했다고 말했잖아요? 지금 건 그냥 회복을 위해서니까.”

그러니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녀가 다시 입술을 맞췄다. 그리고 어설프게 손을 움직였다. 말과는 달리 매달리듯 목을 끌어안는 손길이었다.

가브리엘라는 배운 게 그것밖에 없다는 듯 한참이나 키스한 후에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돼요? 전 그냥 누워 있나요?”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그게 나을 듯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 백금발 미녀와 온갖 방법으로 질펀하게 놀아보려던 생각은 어느덧 사라진 채였다.

“그래, 내가 알아서 할게.”

“저도 하고 싶은데.”

“얌전히 누워있어.”

“흐응. 치사해라.”

아쉽다는 듯 손을 꼼지락거리는 가브리엘라.

서주환은 고개를 내저었다. 첫 날 식사 자리에서 잠시나마 그녀에게 말려들었던 때가 떠올라서였다. 도대체 언제 상승한 건지, 그녀의 매혹 재능이 A+를 가리키고 있었다.

“…요사스러운 년.”

“네?”

“아냐. 너 예쁘다고.”

“? 칭찬할 거면 진심을 좀 담아주세요.”

“시끄러.”

툭 내뱉은 서주환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머리를 손으로 받치며 등을 끌어안고 목에 입술을 맞췄다.

“아…!”

가벼운 접촉이었음에도 놀란 음성이 새어나왔다. 입을 맞추고 혀를 조금 섞었을 뿐인데 그녀의 감각은 민감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으응, 간지러워요. 아, 흣…!”

스륵, 선을 그리며 내려간 혀가 피부를 간질였다. 동시에 커다란 손이 부드럽게 몸을 매만지는데, 그의 손길이 더해질수록 신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흐윽!?”

놀란 신음성이 적막한 방안을 울렸다. 생각 이상으로 달아오른 몸은 단순한 접촉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제야 가브리엘라는 첫날의 자신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올렸다.

‘그러고 보니…….’

두려움에 질려 긴장하고 있던 그날에도 자지러졌더랬다. 손길 몇 번이 스쳐가자 첫날에 느꼈던 그 감각이 순식간에 깨어났다.

그가 놀리듯 귓가에 속삭였다.

“그때보다 더 민감하네.”

“그, 그런 거…….”

“아니라고?”

“…아뇨. 주환 말이 맞아요. 좋으니까 더 해줘요.”

순순히 인정하는 그 말에 서주환의 얼굴이 요상하게 변했다.

이상하다. 의도했던 바는 이게 아닌데.

장난스럽게 풀려고 했건만, 좋다며 더욱 몸을 맡겨오는 모습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서주환은 이내 떨떠름한 기색으로 다시 애무를 이어갔다.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이건 이제 와 멈출 수는 없었다. 차라리 정신 못 차리도록 성적인 쾌감을 보여주기로 했다.

스릅, 하얀 가슴을 입에 머금는다. 아까보다 딱딱해진 유두와 함께였다. 입술로 꼭지를 삼키고 혀를 사용해 굴렸다.

‘아래도.’

반대 손을 아래로 내려 다리 사이로 넣었다. 안쪽 허벅지를 손끝으로 간질이듯 애무하며 비부 중심으로 원을 그렸다. 한참을 그렇게 애무하다가 손가락을 음부에 가져다 대보았다. 촉촉한 물기가 느껴졌다.

‘이번엔 안 말랐네.’

생각 외로 물기가 많았다. 메말랐던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몸은 사람의 심리 상태를 따라온다더니, 지금의 그녀는 손가락 하나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정도로 풀어져있었다.

찌걱.

“아흑. 햑……!”

계곡 안으로 손가락을 넣자 다리가 오므려진다. 낯선 침입자에 대한 본능적인 방어였다.

서주환은 다시 그녀에게 입술을 맞췄다. 앞서 몇 번 해봤다고 곧장 입술을 벌리는 가브리엘라. 자연스럽게 의식이 입술과 혀에 집중되며 아래쪽의 경계가 옅어졌다.

서주한은 가브리엘라의 다리 사이에 제 다리를 걸어서 길을 텄다.

찌걱, 찌걱.

손가락 한 개도 간신히 받아들였던 질구가 두 개 째를 삼켰다. 그녀가 처녀임을 감안해 안쪽까지 깊숙이 넣는 대신 입구 근처를 위주로 애무했다. 클리토리스를 건들자 움찔거리며 신음하는 그녀를 입술로 틀어막았다.

아이템까지 사용해가며 그렇게 애무하기를 몇 십 분.

가브리엘라가 몸을 축 늘어뜨리며 완전히 풀어져버린 얼굴로 울먹였다.

“주, 주환. 이제 그만, 제발…….”

“괜찮을 것 같아?”

“네에. 너무 간지러워서, 이거, 흑.”

처음임을 생각해 전희를 길게 가져갔는데 그게 좀 과했던 모양이다. 그녀는 이미 두어 번 절정에 이르러 오르가즘을 느꼈음에도 애타는 얼굴로 오므린 허벅지를 비볐다.

‘예쁘긴 진짜 예쁘네.’

그리 생각하며 그녀의 눈가에 맺힌 물기를 훑어주었다. 물기 어린 자안은 신비로운 느낌이 좀 덜했으나 여느 때보다 더 탐스러웠다.

서주환은 딱딱하게 일어선 자지를 그녀의 중심에다 맞추었다. 한참을 자극받은 음부가 구멍을 작게 뻐끔이며 자지를 물어왔다.

“자, 잠깐만요, 주환.”

가브리엘라가 흠칫하며 손을 잡아왔다. 그녀가 조금 두려운 목소리로 묻는다.

“그, 많이 아플까요? 아무리 봐도 주환은 평균보다 큰 것 같은데…….”

“괜찮아. 안 아플 거야.”

“아니, 전혀 안 아플 리가 없잖아요. 주환의 그거 제 손목만하다고요? 그런 게 찢고 들어오는 건데 안 아프면 그게 이상한 거죠. 그러니까 잠깐 마음의 준비를…….”

횡설수설하는 가브리엘라.

아무렇지 않은 척 가면을 썼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문득 겁 많고 여린 아가씨라는 파비오의 말이 떠올랐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그녀를 달랬다.

“진짜 안 아플 테니까 걱정 마. 지금까지도 내가 한 말이 다 맞았잖아?”

“그야, 그건 그렇지만.”

“나 못 믿겠어?”

“윽. 그렇게 말하는 건 반칙이에요…….”

가브리엘라는 작게 숨을 들이켰다. 반평생에 걸쳐 이룩한 가치관마저 바꾼 남자다. 어느덧 가장 원망하던 아버지를 닮아가는 그녀를 막아준 남자였다.

“…믿어요. 안 아프게 해줘요.”

“응.”

서주환은 부드럽게 웃으며 다시 귀두를 맞췄다. 가브리엘라에게 한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아이템인 ‘미끌미끌 러브젤’을 쓰면 처녀라도 파과의 고통을 느낄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서주환은 돌연 짓궂게 웃으며 사과했다.

“미안.”

“?”

“역시 아플 것 같네.”

“네에?! 이제 와서 그런… 꺄으으윽?!”

단번에 들어간 자지가 처녀막을 찢었고, 침대로 위로 혈흔이 생겼다. 살짝 꺾인 허리를 들고 그녀가 비명처럼 신음을 질렀다.

“이, 거짓말쟁이…!”

찔끔 눈물지으며 그를 비난하는 가브리엘라의 눈동자가 무척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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