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가브리엘라 데 메디치
가브리엘라는 다소간의 망설임 끝에 이야기를 시작했고, 서주환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저는… 처음부터 메디치 가문에서 자란 게 아니에요.”
원래는 어머니와 둘이서 살았다. 아버지의 얼굴을 몰랐지만 크게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아름다운 어머니께선 그녀를 아꼈고, 집안사정도 나름대로 유복하여 그리 부족함을 느끼진 않았으니까.
“그때는 인종차별을 당하는 일도 거의 없었죠.”
어머니는 새까만 머리카락과 검갈색 눈동자를 가진 전형적인 동양인이었으나 그녀는 어머니를 별로 닮지 않았다. 대신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은 듯 찬란한 백금발과 신비로운 자안을 타고났다. 이목구비 또한 영락없는 서양인이어서 친구들은 그가 혼혈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니, 당연하게도 차별을 받을 일이 없었다.
별 고민 없이 행복한 어린아이의 삶. 그게 변하기 시작한 건 10살 무렵이었다.
나름대로 유복했던 집안이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 기울었다. 이유는 몰랐다. 다만, 당시의 그녀는 어린아이였음에도 가난이 찾아왔음을 느꼈다.
그리고 12살 때,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낯선 남자가 찾아왔어요.”
분명 처음 보는 낯선 얼굴임에도 어쩐지 익숙했다. 그녀와 같이 보라색 눈동자는 아니었지만, 찬란한 백금발이 꼭 닮아있었다.
얼굴도, 이름도 몰랐던 아버지였다.
며칠 후, 가브리엘라는 아버지를 따라갔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어머니는 떠나는 그녀를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빠 말 잘 듣고, 꼭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린 그녀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집이 가난해져서 팔려간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갑자기 찾아온 남자가 아버지라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했고.”
남자를 따라간 후에도 아버지임을 인정하기까지는 며칠이 더 걸렸다. 그도 그럴 게, 그는 어린 가브리엘라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제가 가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외모 때문이었어요.”
“예뻐서?”
의도하지 않았는데 비꼬는 투로 말이 나갔다.
하지만 가브리엘라는 비꼰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쁜 게 사실이었으니까.
“네. 평범한 사람들은 모르지만, 정략혼이라는 게 아직 있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눈에 띈 미색이 좋은 거래 수단으로 보였던 거죠.”
훗날 유력 가문과 협상할 때 쓸만한 패.
그게 가브리엘라가 지닌 가치였다.
“제가 인종차별이란 걸 경험한 건 가문에 들어가고 나서부터였어요.”
평범하게 살 때도 경험한 적 없던 인종차별을 가문에 들어가고 나서 받았다. 밖과 달리 가문 내의 사람들은 그녀가 동양인과의 혼혈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차별의 강도는 그녀가 자랄수록 더 강해졌다. 비단 인종이 아닌 능력에 따른 차별도 이어졌다. 그녀의 배움이 느렸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자란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특별한 교육을 받아온 사람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녀의 학습능력은 또래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가문 안에서 평범이란 곧 무능력이었다.
메디치는 특별해야 했으므로.
“배우는 것도 느리고, 뭘 해도 능숙하지 못하고, 특별한 재능이 없으니 무시 받았죠.”
혼혈 사생아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단지 그들에 비해 교육이 늦었기에 배움 또한 느린 것이었는데, 모든 게 혼혈 사생아라는 이유로 대체되었다.
그렇게 가브리엘라는 열다섯 살이 되었다. 타로카드를 접하게 된 나이였다.
“어떤 점술 방송을 보고 흥미를 갖게 됐죠. 좋은 쪽의 흥미는 아니었지만요.”
당시의 가브리엘라는 자신이 어른이 되면 어딘가로 팔려 가리라 짐작하고 있었기에, 제 운명을 자조하면서 타로점을 쳤다.
그리고 변화가 일어났다.
열다섯 살 아이의 타로점은 신기하게도 척척 들어맞았다. 그녀의 카드는 자잘한 위기부터 큰 사건까지 모두 예지했다.
점술과 함께 세상이 바뀌었다.
그때부터 가브리엘라는 점술에 매진했다. 더 다양하고, 더 정확한 점괘를 내기 위해서 노력했다.
“능력은 곧 가치다. 그리고 가치 없는 자는 쓸모없다. 그제야 가문에서 배운 걸 실감했어요. 능력을 보이자 저를 둘러싼 상황이 순식간에 바뀌더군요.”
가브리엘라는 점점 가문의 대소사에 참여하게 됐고, 그녀를 무시하던 형제들은 물론 아비조차 태도가 달라졌다. 그녀를 몇 년 동안 따라다니던 ‘혼혈 사생아’라는 꼬리표도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유력 가문과의 정략결혼은 아예 없었던 일처럼 되었다.
비로소 자유를 찾고 ‘삶’을 얻은 것이다.
“가장 먼저 엄마를 찾아갔어요.”
가문 안에 갇혀서 시간을 보내느라 엄마를 한 번도 보지 못했었다. 편지 한 통, 전화 한 번 온 적이 없었기에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리 생각하며 생가를 찾아갔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이미 불치병으로 생을 마감한 상태였다. 어머니는 몇 년도 전, 그녀가 집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갔다.
“어렸던 저에게 죽음을 알리기 싫었던 걸까요. 차라리 말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던 가브리엘라가 입을 다물었다. 서주환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이미 더 듣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녀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잠시 후 가브리엘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엄마와 그 남자의 하룻밤 관계로 생긴 아이였어요. 아빠라는 인간은 뱃속에 있던 저를 지우라고 했지만, 엄마는 거부했고… 그렇게 홀로 저를 키우고, 그러다 불치병이 생기고, 어떻게든 치료하려 해도 돈은 부족하고.”
“…….”
“살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어디 연고도 없으니 그 인간한테 연락한 거죠. 그래도 자식인데 설마 죽게 내버려둘까 싶어서. 다행인지, 쓸만한 얼굴 덕에 거둬졌고.”
서주환은 이야기를 듣다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정하연. 이석찬의 이복남매. 아버지의 얼굴을 모른 채 단둘이 함께 살았던 모녀.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아버지에게 맡겨진 아이.
가브리엘라가 문득 그를 돌아봤다. 시선을 마주친 그녀는 어느덧 두려운 기색을 떨쳐버린 듯 웃으며 말했다.
“주환이 아는 사람과 비슷하죠?”
“…….”
“화 내지 말아줘요. 그냥 다르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니까.”
“다르다는 게 무슨 뜻인데?”
가브리엘라가 쓰게 웃으며 다시 고개를 천장으로 돌렸다.
“정하연… 그 여자는 형제를 잘 만났잖아요. 아무도 그녀를 괴롭히거나 하지 않았으니까요. 아버지란 사람도 자식을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고.”
“…자세히도 알아봤네.”
“사실 이만큼 자세히 알아본 건 정하연 한 명이에요. 다른 여자들은… 직업과 학력, 약지에 반지를 끼우고 있다는 것 정도죠. 모양은 모두 달랐지만.”
“그 얘긴 그만하지. 뒷조사를 조금 했든 많이 했든, 불쾌하긴 마찬가지니까.”
“…죄송해요.”
어설픈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분위기가 좀 누그러진 것 같다면 착각일까. 죽일 듯 노려볼 때는 심장이 멎어버리는 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남자는 마음이 여린 것 같았다.
그래서인 듯했다. 질투가 난 것은.
‘부럽네.’
정하연이 부러웠다. 자신과 비슷한 환경이었음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서주환을 자신보다 먼저 만났다는 행운이.
가브리엘라는 씁쓸한 입맛을 외면하고 말했다.
“그럼 계속할게요. 더 말할 것도 별로 없지만.”
잠시 끊어졌던 이야기가 재개됐다.
19살이 되던 해, 그녀는 큰 열병을 앓았다. 43도까지 올라간 고열에 피까지 토하며 죽을 위기를 넘겼다.
간신히 살아난 그녀에게 가주인 아버지가 직접 방문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점을 치기 위해서였다.
서주환이 황당하다는 듯 입을 벌렸다.
“…사경을 헤맨 자식한테 바로?”
“별로 원망이 들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저 피곤해 죽겠는데 왜 지금인가 짜증이 좀 났을 뿐. 오히려 내 점술의 가치가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죠.”
진짜 문제는 그 다음 해에 일어났다.
아니, 정확히는 해가 지나고 나서야 문제를 인지했다.
“처음에는 너무 미미해서 몰랐는데, 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거예요.”
그녀의 점술은 거의 초능력에 가까운 힘이었다. 한데, 그 능력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빛을 바랬다. 여전히 일반적인 점술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확률과 정확성을 보였으나, 해석이 미묘하게 틀어지거나 꼬여버리는 일이 많아졌다.
그때부터 능력의 회복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기 위해 점술을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보기도 했다.
생년월일과 같이 불변하는 정보를 기준으로 운명과 숙명을 엿보는 명술(命術).
모든 사상은 필연이라는 전제로 우연의 산물이 가진 의미를 풀어내는 두술(斗術).
사물의 형태를 보고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길흉을 판단하는 상술(相術).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점술을 탐구했다.
그리고 끝내, 방법을 찾아냈다.
“각기 다른 분야의 점술에서 하나씩 조각이 나오더군요. 퍼즐이라도 맞추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제 반려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왔죠.”
“그 반려가 나고?”
“네. 주환은, 제가 주환을 보고 얼마나 흥분했었는지 모를 거예요. 그 날 카페에서 처음 본 순간 느낌이 왔었거든요.”
자신의 삶을 바꿔준 카드가 점지해 준 반려.
단지 회복의 수단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함께 할 동반자로써 그를 바랐다. 그는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자신은 다른 어떤 여자보다 그에게 어울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생각했으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주환은 특별한 사람이에요. 문화와 예술의 귀재로 세계에 이름을 남길 사람이죠.”
“그래서?”
무심한 되물음.
가브리엘라는 간절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저는 안 되나요? 제 실수로 관계가 꼬였지만, 지금부터라도 풀어나갈 수는 없을까요?”
“안 될 걸.”
들어갈 틈이 없는 즉답.
가브리엘라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어째서요? 전 누구보다 주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안 된다는 거야.”
서주환은 몸을 일으켜 의문어린 눈을 한 가브리엘라를 또렷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난 도저히 이해가 안 갔거든? 네가 왜 그딴 되도 않는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지.”
행동과 말에서 은연중에 배어나오는 우월감이 마음에 안 들었다. 특히나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그의 친구들을, 여자들을 자연스레 제 밑으로 여기는 태도에서 화가 났다.
그럼에도 굳이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며 잠자코 있었던 것은 파비오 때문이었다. 가브리엘라를 불쌍한 사람이라 말하며 부탁하는 그의 모습이 진실 되어 보였으니까. 그래서 멈춘 것이다. 이 여자가 정말 망종이라면 그런 남자가 옆에 붙어 있을까 싶어서.
“얘기를 듣고 나니까 이제야 납득이 된다.”
“…….”
자신이 스스로 남들보다 우월하다 생각하는 것도, 서주환에게 누구보다 도움을 잘 줄 수 있다던 얘기도, 그녀에게는 단지 있는 그대로의 당연한 사실이었다.
달리 말해, 가브리엘라의 말에는 악의가 없었다.
다만 그 하나만이 아니라 그의 친구들까지 조사하고, 언급하며, 비교한 게 결정적인 실수였다.
서주환은 조금 안타까움을 느끼며 말했다.
“아까부터 나한테 미안하다, 죄송하다 한 것도 사실은 뭐가 미안하고 죄송한 건지 모르겠지?”
가브리엘라가 급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 아뇨. 반성하고 있어요. 정말이에요.”
“그야 머리로는 알고 있겠지. 아무리 둔해 빠졌어도 내가 그만큼 말을 했는데.”
대놓고 다 말해줬는데 그걸 모르면 병신이지 사람인가. 중요한 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납득했냐는 것이다.
서주환은 반성을 말하는 그녀가 안타깝고 우스웠다.
“너, 특별한 재능이 없으면 사람이 아랫급으로 보이잖아. 그러니까 얼굴 한 번 본 적 없으면서 네가 제일 도움이 될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
“그런데 있잖냐. 난 네 도움이나 메디치는 물론, 운성그룹의 도움 없이도 알아서 할 수 있어. 무슨 뜻인 줄 알겠어?”
“…….”
“굳이 나한테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 따져가며 고를 필요가 없단 소리야. 네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메디치도.”
서주환은 스스로 내뱉은 말에 한 치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 장담컨대 한 톨의 허세도 섞이지 않은 사실만을 말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에 확신이 있었다.
‘시스템이 내 건데, 내 능력이지.’
그리고 그런 사기적인 능력을 가진 그였기에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점이 있었다.
“능력이 곧 가치고, 가치 없는 자는 쓸모가 없다?”
그만큼 개소리가 없었다.
“그 말 대로면, 세상에 가치 없는 사람은 없어.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으니까.”
“…….”
가브리엘라는 그저 침묵했다.
서주환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웃음을 흘렸다.
“반박하고 싶은 모양인데 한 번 말해봐. 뭐라고 안 할 테니까.”
“…재능을 가진 천재는 소수예요. 세상은 천재가 이끌어가고. 역사가 그걸 증명하죠.”
“틀렸어.”
서주환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누구 앞에서 재능을 논하는가. 그가 지금까지 확인한 상태창만 수백이었다.
“운 좋게 자기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킨 사람이 소수인 거야. 재능으로 천재임을 판단한다면, 모든 사람이 천재겠지.”
“…….”
가브리엘라는 더 따지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납득한 얼굴은 아니었다. 그처럼 상태창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님에, 반평생에 걸친 교육으로 확립된 가치관이 갑자기 뒤집힐 리 없었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가브리엘라를 바라봤다. 애초에 단번에 납득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그저 좁디좁은 세상에 갇힌 그녀가 안타깝고 우스워서, 문득 떠오른 바를 툭 내뱉었다.
“너, 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아버지를 닮았네.”
역린을 건드린 걸까.
그녀의 안색이 대번에 변했다.
“무슨 소리를…….”
“아니라고 하고 싶어?”
처음으로 가브리엘라의 눈매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달싹거린 입술은 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서주환은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보기엔 좀 전에 들은 이야기 속의 아버지랑 네가 꼭 닮았어. 사람의 가치를 재능으로 판단하는 것하며, 사람을 제 성공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까지.”
“…….”
“반려는 개뿔. 난 너한테 있어 사랑이 아니라 수단이잖아?”
그 말을 뱉은 직후, 서주환은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가브리엘라의 표정이 무어라 반박은 하고 싶은데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요상하게 변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참을 웃다가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이제 관심 없다는 듯 등을 돌린 채 눈을 감고선 말했다.
“이제 자라. 이야기 잘 들었다.”
“…….”
가브리엘라는 순간 울컥, 하고 무언가 올라오는 걸 느꼈다. 하지만 무어라 따질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에 입술만 짓씹었다.
제 할 말만 다하고 누워버리다니. 애초에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자고 한 것이었으니 본인 이야기도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아, 말하는 걸 깜빡했는데.”
드디어 떠올린 걸까. 저가 이야기해줄 차례라는 것을.
“난 재능과 행복은 별개라고 봐.”
뜻 모를 말을 남긴 그는 이야기는 여기까지라는 듯 드르렁드르렁 코를 곯아댔다. 어째, 돌아누운 뒷모습임에도 낄낄거리는 얄미운 웃음기가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