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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323화 (32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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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라 데 메디치

323화 …

섹스를 통해 능력을 회복시켜줄 수 있다는 황당한 말. 서주환의 입장에선 거짓 하나 없는 진실이었으나, 일반적으로 듣기에는 개소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가브리엘라는 ‘정말인가요?’라는 물음 한 마디만을 던지고 그의 말을 따랐다. 일을 그르친 그녀에게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었으므로.

“뻑뻑하네.”

비부를 확인한 서주환이 말했다.

그는 무심한 태도로 음부의 상태를 확인하곤 혀를 찼다.

진짜로 경험이 없나보군.

일자로 굳게 닫힌 음부는 바싹 말라있었다.

‘귀찮게.’

상대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면 흥분할만한 요소였으나, 그게 아니었기에 귀찮고 번거롭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표정을 읽은 걸까. 아니면 손짓에서 묻어나오는 귀찮음을 느낀 걸까.

“죄송합니다.”

그의 눈치를 보며 말하는 가브리엘라.

서주환은 힐끗 그녀의 얼굴을 한 번 보곤 다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나체가 된 그녀는 솔직히 아름다웠다. ‘예쁘다’라는 생각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 비단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침대시트로 넓게 퍼진 백금발, 불안한 듯 떨리는 보라색 눈동자, 봉긋이 솟은 풍만한 가슴과 잘록하게 빠진 허리라인. 거기서 다시 아래로 이어진 굴곡은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넘치는 매력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라고. 내 마음엔 안 드는데.

앵무새처럼 부와 권력, 명예만을 읊조리는 여자는 그의 눈에 별로 매력적이지 못했다.

‘아이템.’

서주환은 ‘미끌미끌 러브젤’을 불러냈다. 그녀의 고통을 경감시켜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뻑뻑한 질 안으로 물건을 넣기 싫어서였다.

스륵. 사아악. 처덕.

“흣?”

젤의 차가움을 느낀 그녀가 놀란 목소리를 내며 몸을 떨었다.

서주환은 신경 쓰지 않고 손을 움직였다. 적당히 골반 안쪽을 자극하고 비부 근처를 문지른다. 이어서 그녀의 머리색처럼 백금색을 띤 음모를 지나 갈라진 틈에 도달했다.

비비적.

분홍빛 속살을 손가락 지문으로 문질렀다. 애액 대신 러브젤이 메마른 질을 적신다.

‘쉽게 안 들어가겠는데.’

암만 처녀라지만 평소에 자위도 안 하는 건가. 검지 하나만 넣어도 안이 꽉 차는 느낌이다. 애무하고 싶지 않은데, 이거 ‘여의봉’ 스킬로 좆을 손가락 크기로 줄여야 하나.

순간 떠오른 생각에 서주환은 인상을 팍 찌푸리며 작게 고개를 털었다.

시발, 그건 자존심 때문에라도 안 되지.

대신 그는 ‘섹슈얼 포인트’와 ‘성스러운 손길’을 활성화시켰다. 별로 기분 좋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일단 안쪽을 풀어놔야 움직이기 편할 것 같았다.

문질문질, 비비적. 쯔륵, 쯔르륵.

뻣뻣하게 굳어 있는 가브리엘라의 감도를 올리기 위해 성감대를 애무했다. 그의 손은 처녀가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능숙한 동작으로 움직였다. 여자 본인도 모르는 성감대가 그의 손가락 아래에서 서서히 달아올랐다.

“…….”

가브리엘라는 처음의 놀란 신음 이후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몸의 반응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쯔륵, 움찔. 찌걱, 움찔.

이내 달아오른 그녀의 몸은 의사와 상관없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손이 부드럽게 아랫배를 쓸고, 비부 사이로 들어온 굵은 손가락이 안쪽을 자극한다. 구부러진 손가락이 질 벽을 누르면 찌릿, 하고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 깨어났다.

서주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손가락을 하나 더 추가했다. 중지와 약지를 모아서 질구 안으로 밀어 넣는다. 동시에 왼손으로는 작게 부푼 음핵을 자극하여 굳어 있는 몸의 긴장을 풀었다.

애무가 시작된 지 몇 분이나 지났을까.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가브리엘라의 입술 사이로 달아오른 숨결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아… 흣. 읍…….”

내고 싶지 않은 듯 억눌린 목소리. 그러나 주인의 의사와 달리 몸뚱이는 점점 솔직해진다. 서주환이 지닌 스킬은 감정과 몸의 생리를 떨어트려놓았다.

“하아…! 흑, 흐윽!”

찌걱찌걱찌걱.

“……!”

둔부가 작게 들썩인다. 절정에 이른 것은 아니고 간지러운 느낌을 견디기 힘든 것처럼 보였다.

‘슬슬 됐네.’

움츠러든 하얀 다리 사이로 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러브젤이 아닌 그녀의 안에서 나온 애액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깊게 집어넣은 후 구부려서 G스팟을 자극했다.

“…흐윽!”

물기 섞인 신음소리와 함께 다리가 잘게 떨렸다.

서주환은 슬슬 넣기 생각으로 반쯤 일어난 자지를 문질렀다. 평소라면 벌써 쇠기둥마냥 딱딱해졌을 텐데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반응이 시원찮았다.

불끈.

그래도 괴물 같은 정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소 시들했던 물건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차게 일어났다.

서주환은 자지 기둥을 붙잡고 귀두를 질구에 맞췄다. 그렇게 삽입을 하려는 때였다.

“…썅.”

낮게 흘러나온 욕설에 가브리엘라가 흠칫 몸을 떨었다. 이내 보라색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며 그를 응시했다.

서주환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래서 얼굴을 안 보려고 한 건데.’

일부러 시선을 몸에만 집중해왔는데, 결국은 넣기 직전에 보고야 말았다.

눈물로 얼룩져 충혈 된 눈. 묘하게 신음소리에서 물기가 느껴진다 싶더니 울먹임이 섞인 것이었다.

한편 불안함에 잠긴 눈동자는 지금도 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쓸 데 없는 소리를 해가지고.’

가브리엘라의 집으로 들어오기 전 마주친 남자.

파비오가 허리를 깊게 숙이며 말했었다.

‘뒷조사, 사과한다. 잘못했다. 기분 풀릴 때까지 나를 때리면 좋다.’

‘아가씨, 어리고 나약한 사람. 바란다,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길.’

‘남자 경험 없다. 부디, 살살 부탁한다. 아니, 부탁합니다.’

떡치러 가는 남자가 듣기엔 적절치 못한 말이었다.

너무하지 않은가. 안 그래도 마음이 안 동하는 판국에 맥 빠지는 말이나 늘어놓다니.

서주환은 그냥 무시하지 말고 한 대 때려줄 걸 그랬다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헤집었다.

“흡…….”

그 갑작스러운 동작에 놀란 숨을 들이키는 가브리엘라. 딱딱하게 굳은 그녀가 여전히 불안 가득한 눈동자로 눈치를 살핀다.

서주환은 괜히 기분이 한층 더 더러워지는 걸 느끼며 내뱉었다.

“야, 됐어. 그만하자.”

“…제가 뭔가 실수라도? 죄송해요. 이런 건 익숙하지 않아서.”

가브리엘라의 얼굴 위로 다급함이 떠올랐다. 마지막 기회를 놓치기라도 한 듯 절망감마저 어린 표정이었다.

“잘 해볼 테니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아, 됐다고.”

서주환은 저가 일방적으로 나쁜 놈이라도 된 기분에 짜증스럽게 말했다. 눈가를 톡톡 두드리면서였다.

“눈물이나 닦아. 꼴 보기 싫으니까.”

억울할 게 뭐가 있다고 질질 짜는지.

“아, 죄송…….”

“화낸다?”

가브리엘라는 그제야 급히 눈물을 닦았다. 스스로 눈물을 흘렸는지도 몰랐다는 듯이.

*

불이 꺼진 방.

가브리엘라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다소곳한 자세를 취한 채다.

“…….”

그녀는 옆에 누워있는 남자를 힐끗 곁눈질했다.

서주환. 카드가 가리킨 반려. 자신의 능력을 회복시켜줄 남자.

갑자기 짜증을 낸 그는 돌연 행위를 중단했다. 그녀가 저도 모르는 새 눈물을 흘려서 짜증이 난 모양이었다.

정말로 의아한 건 그 뒤였다.

눈물을 닦으라고 말한 그는 더 이상 성관계를 이어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호구새끼’라느니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침대에 몸을 뉘였다.

그러고 몇 분이나 지났을까.

가브리엘라는 한참 그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달싹였다.

“저…….”

“…….”

“다시, 안 하는 건가요?”

“…….”

“이, 이번에는 잘 할 수 있어요. 울지도 않을게요.”

그녀는 애원하듯 말했다. 서주환이 한 말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의 말대로라면 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그와 관계를 가져야만 했다.

“부탁이에요. 제발…….”

“…야.”

“네, 네!”

가브리엘라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드디어 할 생각이 든 걸까. 남자는 한 번 흥분하면 진정하기 어렵다 했으니, 아직 기회가 남아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서주환은 손을 뻗어서 그녀를 다시 베개 위로 눕혔다. 그리곤 옆으로 돌아누워 시선을 마주하고 말했다.

“너 어머니가 혼혈이라고 했지?”

“아, 네. 맞아요. 그런데 그건 왜…?”

“차별 같은 거 많이 당했냐?”

“?”

“네가 그랬잖아. 외국에는 혼혈이라고 차별하는 사람이 많다고.”

“그렇긴 한데…….”

가브리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차별을 많이 받고 자랐다. 그녀의 외모에는 동양인의 흔적이 없어서 외부에서 차별을 받진 않았지만, 대신 그녀의 어머니를 알고 있는 가문 내의 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받았다.

서주환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얘기나 좀 해봐.”

“네? 무슨 얘기를…?”

“그야 네 얘기지. 아까 네가 말했었지? 알아갈 시간이 필요하다고. 너도, 나도.”

가브리엘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 시간, 그녀가 서주환에게 한 말이다.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 후 약혼에 이어 결혼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러니까 말해봐. 좀 알아보게.”

서주환은 미친년처럼 횡설수설하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는 선을 넘기에 정색을 했는데, 생각해보면 일단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은 건 없었다. 다만 화가 날 뿐이지.

일단은 듣고 판단할 생각이었다.

“아, 알겠어요.”

가브리엘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왜 이렇게 됐나 싶지만 지금 그녀에겐 거절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은 그가 시키는 대로 하고,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길 바랄 수밖에.

“저는…….”

기억을 더듬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직 자신에게 점술이라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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