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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멀까봐 님, 별치기 님, 별치기 님, 아래스 님, 깜뚝이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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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가브리엘라 데 메디치
서주환은 문장의 마지막 줄까지 모두 읽은 후 말했다.
“재밌는데?”
“저, 정말입니까?”
장덕훈이 활짝 펴진 얼굴로 되물었다. 그에 서주환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했던 대화문이 상당히 자연스러워졌어. 독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설명도 이 정도면 충분하고, 무엇보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돼서 흥미로워. 클리셰를 엄청 비틀어놨네.”
“다행이다…….”
한시름 놨다는 듯 안도의 숨을 내쉬는 장덕훈.
서주환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뭘 그렇게 긴장해? 처음부터 재능 있다고 말했었잖아.”
“으하하. 감사합니다, 형님. 서환 작가의 제자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서주환은 어색한 얼굴로 눈꼬리를 긁적였다. 하여간 이 오타쿠 자식. 낯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제자라니. 굳이 따지자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얼떨결에 반강제로 거둔 제자였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가르치긴 했다. 그에겐 타고난 ‘교육(A/A+)’ 재능이 있었고, 교육 대상인 장덕훈에게도 높은 잠재등급의 ‘상상력’과 ‘문장력’ 재능이 있어서 생각 외로 가르치는 재미가 있었다.
덕분에 그동안의 교육은 장덕훈의 두 재능을 한 단계씩 상승시켰다.
상상력(B/A)과 문장력(C/B+).
문장력은 아직 어설픈 부분이 꽤 있지만 원체 독특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주가 있으니 전업 작가가 되는 것도 꿈만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목전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장르소설의 특성상 문장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스토리가 재미있다면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을 테니까.
그때 침대 위를 굴러다니던 이석찬이 말했다.
“확실히 전작보다 볼만해졌네. 덕후야, 이거 나랑 계약하는 거다?”
“그야 당연합니다. 애초에 전작 계약할 때 다 얘기된 거지 않습니까?”
“짜식, 의리 있네.”
“두 말 하면 잔소립니다. 평생 석찬 햄이랑 계약하겠슴다.”
“인마, 그런 말은 쉽게 하는 게 아님. 뭐, 어차피 우리 회사 조건이 제일 좋을 테지만.”
장덕훈은 얼마 전 이석찬이 만들고 있는 ‘노벨다이스’와 계약을 맺었다. 덕분에 무료로 연재하던 장덕훈의 소설은 유료로 전환되었고, 이석찬은 그에게 지인 특혜라는 명목으로 두 학기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 입금해주었다. 사실상 계약이라는 핑계로 장덕훈을 지원해준 것이었다.
‘은근히 제 사람을 챙기는 놈이란 말이야.’
서주환은 다시금 뒹굴기 시작한 이석찬을 보며 픽 웃었다. 매사 장난스럽고 대충대충인 것처럼 보여도 심성이 바르고 능력도 좋은 놈이다.
그때 시선을 느낀 이석찬이 불쾌하단 얼굴로 말한다.
“왜 그런 눈으로 봄? 토 쏠리게.”
“…하여간 얄미운 새끼.”
“남 말 하네.”
서주환은 고개를 저었다. 이 녀석과는 말싸움을 해봐야 얻는 게 없다. 그보단 한창 만들어지고 있는 사이트가 궁금했다.
“야, 석찬아. 이미 회사에 직원들이 있다고 했지? 건물도 있고.”
“엉.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음. 그런데 그건 왜?”
“나중에 다른 애들도 고용할 건가 싶어서.”
정하연과 유지경을 말함이다. 글을 쓰는 장덕훈과 달리 당장 일을 시작하기는 힘들겠지만 훗날을 기약할 수는 있을 터다.
이석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엉. 애들이 좋다고 하면. 그런데 정하연은 그렇다 치고 지경이 걔는 수아 위튜브 편집자 아님?”
“그렇긴 한데, 아마 소설 쪽 편집자를 더 하고 싶어 할 거야. 아니면 둘 다 할 수도 있고.”
유지경은 현재 한수아의 위튜브 편집자로써 일하고 있었지만 회귀 전에는 웹소설 매니지에 들어가는 걸 바랐다. 그리고 실제로 그 쪽에 취직하기도 했었고.
이석찬은 흐음 하고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두 개를 동시에 할 수 있으려나.”
“학교 졸업하고 나면 충분할 걸. 지경이가 손이 좀 빠르거든.”
“하긴, 위튜브 편집자 같은 경우는 투 잡 뛰는 경우도 꽤 있으니까.”
“오픈은 3월이지?”
“아, 생각보다 좀 빨라져서 2월 중으로 오픈 할 수 있을 것 같음. 그때 이벤트도 좀 크게 열려고.”
“이벤트?”
“정확히는 공모전임. 너도 참여하쉴?”
“글쎄다. 아직 차기작 뭐 쓸지 못정해서.”
“농담임. 대표가 자기 회사 공모전에 참여하는 게 말이 되냐? 빨리 사료나 내놔라, 게이야.”
“…너 커뮤니티 좀 그만해라. 말투가 점점 이상해지네.”
“어허. 이게 다 시장 조사임.”
이석찬은 최근 커뮤니티에 빠져있었다. 또 무슨 게시글을 본 건지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1월 중순.
서주환 일행은 축하파티를 위해 모였다.
“수아랑 주희의 합격을 축하하며!”
“짠!”
드디어 한수아와 서주희의 합격이 발표됐다. 두 사람은 수시가 아니라 정시로 지원을 했기에 결과가 꽤 늦게 나왔다.
축하를 받은 두 사람은 새삼 다행이라며 말했다.
“휴우. 혹시나 불합격 하면 어쩌나 했는데 진짜 다행이다.”
“응응. 기껏 과외까지 받았는데 불합격했으면 언니 오빠들 볼 면목이 없을 뻔했어. 이게 다 환이 오빠랑 하연 언니 덕분이야!”
두 사람은 방학동안 과외를 해준 서주환과 정하연에게 감사를 표했다. 대안대학교가 여느 명문대처럼 대단한 곳은 아니지만 본래 두 사람의 내신으로 들어오기 요원한 곳이었다.
일행들은 술잔을 나누며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합격을 축하했다. 이제 정식으로 같은 대학의 후배가 된 것이다.
“에헴. 수아랑 주희는 앞으로 나한테 선배님이라고 깍듯이 부르도록!”
짐짓 헛기침을 하며 벌써부터 선배 행세를 하려는 너구리다.
한수아가 장난스런 말투로 답했다.
“지경이 월급 삭감시켜버린다! 내가 사장인 걸 잊은 건 아니겠지!”
“그렇게 따지면 나도 편집자 선배야!”
“흐약?! 꺄하하하핳! 아, 알았어! 그냥 아무렇게 불러도 되니까하하핳하핳!”
물론 두 사람의 합동 공격에 금방 무산되었지만 말이다. 유지경은 간지럼 공격에 숨쉬기 힘들 정도로 웃다가 바닥에 뻗어버렸다.
서주환은 부들부들 떨어대는 너구리를 콕콕 찌르며 생사를 확인했다.
“너구르르…….”
으르렁 대는 걸 보니 멀쩡하다. 잘못하면 손가락을 물릴 것 같아서 입에 안주를 물려줬다.
그는 얌전해진 유지경을 두고 서주희와 한수아에게 물었다.
“그래서 학교는 어떻게 다닐 거야? 자취? 아니면 통학?”
합격 발표가 났으니 두 사람의 거취를 정해야 할 때다. 특히 자취를 할 경우 괜찮은 방을 구하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 이미 1월 중순이라서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한수아와 서주희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우리 둘 다 자취할 거야. 그치 수아야?”
“응! 방송하면서 돈 모아 놓은 거 있으니까 걱정 없어!”
“나도 위튜브 편집자하면서 돈 모아놨어. 등록금도.”
그 말에 서주환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등록금에 자취비용까지 모아놨어? 맨날 돈 없다고 징징대더니.”
그는 서주희의 용돈을 몇 번 챙겨준 적이 있었다. 물론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항상 돈이 없다고 하기에 편집 일을 하며 번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했었다.
한데 등록금은 물론 자취비용까지 모아놨다니?
서주희는 짐짓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등록금이랑 자취비용 모으느라 쪼들렸던 거야. 이제 성인이니까 내 앞가림은 내가 하고 싶어서.”
“…너 서주희 맞냐? 기특한 소릴 하네.”
“뭐래! 나도 다 생각하면서 살거든?”
“그래, 아무튼 막 사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다.”
“내가 오빠냐?”
“이게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잠깐, 그런데 너 그 말은 나한테 용돈 받아갔을 때도 여윳돈이 있었단 얘기잖아?”
등록금에 자취비를 합치면 적어도 천 단위다. 고작 고등학생 시절 생활비가 모자랄 일은 없다는 소리.
서주희는 딴청을 피우다가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용돈 감사했습니다, 오라버니.”
“이 년이 진짜…….”
서주환은 확 이마에 혹을 하나 만들어줄까 하다가 픽 웃어버렸다. 아무려면 어떠랴. 아낀 돈을 허튼 데 낭비한 게 아니라 차곡차곡 모아두었다니 다행이다.
‘등록금 정도는 내가 지원해줘야겠네.’
아무리 이 년이니 저 년이니 막말을 해대도 결국은 피가 이어진 친동생이다. 달리 말하면 회귀 전의 그를 신경 써준 얼마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오히려 이번 건을 계기로 손에 돈을 쥐여 줘도 안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서주환은 두 동생들을 불러 모았다.
“따로 산다고?”
한수아와 서주희가 당연히 함께 살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두 사람은 각자 따로 살기로 했다.
서주희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도 처음엔 같이 살려고 했는데 막상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니까 따로 사는 게 좋을 것 같더라고.”
“어떤 점에서?”
“우리가 쓰리 룸 이상에 살기는 돈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투 룸에서 지낼 수도 없잖아. 방 하나는 수아 방송 방으로 써야하니까.”
“아, 그렇겠네. 수아는 방음부스도 설치해야 되겠구나.”
“응. 뭐, 따로 살아도 결국 학교 근처니까 상관없어.”
사실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였고, 내심으로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서주희는 언젠가 자신의 친오빠와 한수아가 짐승처럼 얽히던 밤을 떠올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으. 친오빠가 그 짓거리하는 걸 또 보는 건 사양이야.’
심지어 그 상대가 어렸을 적부터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던 절친이라니. 한수아와 같이 살게 되면 또 그런 모습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서주환은 동생의 그런 속도 모르고 말했다.
“그럼 내가 방 보는 거 도와줄게.”
“오빠가?”
“그래. 괜찮은 곳 알고 있거든.”
서주환이 생각한 방은 그가 회귀 전에 살던 자취방이었다.
‘자리가 나서 다행이야.’
이번 생은 그가 투 룸에 살게 됨에 따라 본래 그가 입주했을 방에 다른 사람이 들어갔다. 하지만 다행히도 불과 1년 만에 다시 자리가 났다. 가격도 적당하고 그의 집과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서주희가 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때 한수아가 그의 소매를 잡고 흔들었다.
“환이 오빠, 내가 들어갈 만한 곳도 있을까?”
“수아 너는 더 쉽지.”
“정말?”
“응. 잘하면 지금 바로 해결할 수도 있어.”
“바로?”
눈을 꿈뻑이며 고개를 기울이는 한수아.
투 룸에 방음부스를 달아야 해서 조건이 더 까다로울 텐데 바로 해결이 가능하다니?
서주환은 씩 웃으며 말했다.
“수아는 내 옆집으로 와.”
“응? 하지만 이 건물은 매물이 없던데?”
한수아가 자취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알아본 곳이 바로 서주환이 사는 건물이었다. 어플로 찾아봤을 때 분명 이 건물에는 매물이 없었다.
서주환은 다 생각이 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아직 매물에 올라가지 않았다니 오히려 잘됐다.
“옆집에 우리 학교 다니는 사람이 있는데, 4월 말에 군대 간다고 했거든. 잘 말하면 방 빼줄 거야.”
옆집 사람과는 오다가다 인사를 하며 나름대로 친분을 다졌다. 어차피 군대를 가기 전에 방을 빼야 할 테니 사정을 말하면 쉽게 해결할 가능성이 높았다.
서주환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내심 잘 해결되리라고 확신했다.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어쩐지 아침부터 ‘몽마신의 축복(30)’이 나오며 재수가 좋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 옆집 초인종을 눌렀다. 이내 띵~동 하는 소리가 울린 후 옆집에서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나왔다.
남자가 서주환을 보고 인사했다.
“어, 주환이 형. 아침부터 무슨 일이에요? 옆에 분들은… 형 친구들? 가끔 보던 얼굴들이네.”
서주환은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사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은 남는가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해요, 형. 그건 안 될 것 같아요.”
“어? 왜?”
서주환은 조금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되물었다. 내심 축복까지 발동해서 잘 되리라고 확신했는데 일이 어그러졌다.
“그게… 저 이미 방 빼기로 했거든요.”
“뭐?”
“사실 지금 짐 정리도 마친 상태에요. 당장 오늘 빼기로 해서요.”
“이렇게 갑자기? 원래 당분간은 여기서 지낸다고 했었잖아.”
“그러려고 했었죠. 그런데 웬 이상한 여자가 와서 당장 방을 빼달라고 하더라고요.”
“이상한 여자?”
“네. 엄청 예쁜 백인 여자였는데 덩치가 산만한 남자랑 같이 왔었어요. 좀 꺼림칙하긴 했는데 돈 준다니까 그냥 알겠다고 했죠.”
예쁜 백인 여자와 덩치가 큰 남자.
서주환은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그때 또 다시 메시지가 울리고, 그와 얘기하던 남자가 손가락을 들어 뒤쪽을 가리켰다.
“아, 저 분이에요.”
서주환을 비롯한 두 여동생의 고개가 손가락을 따라 돌아갔다. 시선을 돌린 그곳에는 화사한 백금발에 신비로운 보랏빛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있었다.
“Ciao, è una nuòvo coincidenza(안녕, 신기한 우연이네).”
작게 미소 지은 가브리엘라가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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