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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3년 전에 친구들이랑 타로?는 아니고 재미난 조각가라는 카페 가서 사주를 본 게 떠오르네요(물론 얘네도 남자임)
ㄹㅇ재미로 갔다가 이거 저거 다 맞추는 거 보고 좀 소름이 돋았었습니다ㄷㄷ
글 쓰다가 문득 생각 나서 책상 안쪽을 뒤져보니 그때 가서 적어온 사주풀이가 아직도 있네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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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회류 님, 序 님, NetFighTer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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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이태원 데이트
백금발에 하얀 피부를 가진 여성, 가브리엘라는 카드를 하나씩 짚어가며 말했다.
“애정운이 꼬였어. 여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네.”
“예? 뭐, 뭐라고요?”
“다, 당신! 그게 무슨 헛소리에요!”
한 쌍의 남녀가 당황한 목소리를 낸다. 남자는 설마 하는 눈으로 여자를 돌아보고, 여자는 대경실색해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가브리엘라는 두 사람의 반응에도 아랑곳 않고 말할 뿐이다.
“둘? 아니, 셋? 남자가 몇이지?”
“무슨 근거로 그딴 말을…!”
여자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실제로 그녀는 여러 명의 남자를 동시에 사귀고 있었다. 그리고 조만간 지금 함께 있는 남자에게 정착할 생각이었다.
가브리엘라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뱃속에 이미 생명이 들어섰어. 누구 아인지는 모르겠네. 그쪽 남자는 애가 태어나면 꼭 유전자 검사를 해보도록…”
“다, 닥쳐어어! 자기, 뭐해?! 이런 헛소리를 계속 들을 거야? 당장 나가자!”
“어? 어어…….”
성난 기색으로 소리치는 여자와 떨떠름한 기색으로 일어서는 남자.
가브리엘라는 그런 둘에게 무심한 어조로 말한다.
“계산은 입구에서 하시면 됩니다.”
그 말에 가방을 챙겨들던 여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웃기지마! 이런 엉터리 타로 점을 봐놓고 돈을 내라고? 당신, 내가 가만 안 둬!”
“엉터리…?”
무표정을 유지하던 가브리엘라의 눈이 가늘어진다. 반개한 눈매 사이로 신비로운 보랏빛 눈동자가 일렁였다.
그 시선에 소리 지르던 여자가 흠칫 몸을 떤다. 마치 모든 걸 샅샅이 꿰뚫어보는 듯한 느낌에 등 뒤로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여자는 이내 다시 소리를 지른다. 여기서 인정하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어, 엉터리지! 근거도 없이 어떻게 그딴 말을 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야!”
그러나 여자의 외침은 겁먹은 개가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크게 짖는 모양새와 같았다. 아무 말이나 내뱉고 만 그녀는 이내 자신을 보고 같잖다는 듯 픽 웃는 가브리엘라의 미소에 이성을 잃고 만다.
여자의 손이 가브리엘라를 때릴 듯 올라갔다.
“너…!”
“Drag in your rope, whore(닥쳐. 조용히 좀 해, 창녀).”
“뭐, 뭐?”
“시끄러우니까 입 다물라고 했어, 여자. 험한 꼴 보기 싫으면 그 손도 내려놔.”
“이 미친년이! 어디서 허세야!”
여자가 기어코 손을 휘두르려 한다.
하지만 올라간 손은 생각과 달리 내려오지 못했다. 어느새 눈앞에 드리운 거구의 남성 때문이었다. 정장에 선글라스를 쓴 백인 남성이 문밖을 가리키며 말한다.
“Get out.”
“이, 이…….”
“돈은 내고 나가, 여자. 법대로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 그리고 남자는 여자 보는 눈을 좀 기르도록.”
거구의 남성과 기묘한 위압감을 주는 가브리엘라.
여자는 결국 욕설을 내뱉으며 카페 밖으로 달아났다. 다만 홀로 남은 남자만이 작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Be careful. If you choose a woman just by looking at her face like now, your life can be ruined. and… Being nice is not always right.(조심해. 지금처럼 얼굴만 보고 여자를 고르면 인생이 망가질 수 있어. 그리고… 착하게 구는 게 항상 옳은 건 아니야.)”
“…Thank you.”
남자는 먼저 나간 여자 대신 계산을 마치고 카페를 나섰다. 어쩐지 그의 얼굴은 후련해보였다.
가브리엘라는 턱을 괸 채 검지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다음엔 사주를 봐볼까. 한국의 점술도 꽤 재밌단 말이지.”
한편 카운터에 있던 카페 여사장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감싸며 가브리엘라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애원하듯 말한다.
“가브리엘라, 제발 좋게 말해줄 수는 없나요?”
“What? 나한테 거짓말을 하라는 건가? 너도 점술가라면 점을 친 내용에 대해 거짓으로 말할 경우 어떻게 될지 알고 있을 텐데?”
“아니, 그게 아니라, 같은 말이라도 좀 더 듣기 편하게 돌려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 남자분만 알아들을 수 있게 따로 연락을 드린다던가!”
“내가 그런 귀찮은 짓을 왜? 그리고 저 남자는 눈앞에서 제대로 말해주지 않으면 안 돼. 이 기회에 헤어지지 않으면 나중에 자살할 거라고.”
“그럼 저는요!? 이대로 가면 제 가게 망한다고요! 내가 어떻게 마련한 보금자리인데…!”
“아, 그런 뜻이었군.”
가브리엘라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좀 전의 백인 남자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Hey, Fabio(이봐, 파비오),”
“Sì, ragazza(예, 아가씨).”
“사장 계좌로 10만 달러 더 입금해. 돈이 부족한가 보네.”
잠시 후 사장은 곧장 제 통장에 입금된 금액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앉은 자리에서 1억을…!’
저 이상한 여자가 다짜고짜 1만 달러를 줄 테니 가게에서 일 하게 해달라며 눌러앉은 지도 벌써 한 달 째다.
백금발에 신비로운 자안을 지닌 점술가. 손님에게 거리낌 없이 막말을 내뱉으며 타로 점을 봐주는 미친 여자.
거침없는 언행 때문에 종종 트러블이 있었지만 사장은 통장에 입금 된 돈을 보고 침묵을 택했다. 아니, 오히려 이 상황이 생에 다시없을 기회로 여겨졌다.
‘한 번 잔소리에 1억 원이라니. 기회를 봐서 몇 번 더 하면…….’
그리 생각하던 사장은 흠칫 몸을 떨었다. 언제부터 보고 있던 건지 가브리엘라의 보라색 눈동자가 자신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브리엘라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난 자비로운 편이지만… 건방진 것들은 싫어해, 사장.”
“…….”
“선을 지켜.”
“…….”
“대답.”
“아, 알겠어요.”
잠시 헛생각을 품던 사장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저 여자가 지난 한달 간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분명 타로점이라 함은 조언일 뿐 예언이 아닐진대, 그녀는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의 엉터리 타로점으로 예언을 하고 있었다.
‘무서워.’
고작 타로 카드로 과거와 미래를 점치고 운명을 들여다보는 여자. 그 신비로움은 매력적임과 동시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사장은 무사히 저 여자가 나갈 때까지 숨죽이고 있기로 했다.
그리 다짐할 때였다.
딸랑~.
“어, 어서 오세요, 손님.”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와 바다를 닮은 푸른 머리의 여자. 한 쌍의 커플이 들어왔다.
아, 신이시여. 제발 이 손님들과는 트러블이 없기를.
사장은 내심으로 믿지도 않는 신을 찾으며 기도했다.
*
전방의 타로 카페로 걸어가던 서주환과 민가희.
두 사람은 신경질적으로 벌컥 문을 열며 나오는 여자를 바라봤다.
“뭐 이딴 데가 다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 한 명도 나왔다. 남자는 앞서 나온 여자와 달리 후련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본 것일까.
먼저 나와서 씩씩대던 여자가 소리친다.
“왜 이제야 나와? 저딴 데 뭐가 더 볼 게 있다고!”
“…….”
“자기도 문제야! 왜 이런 데 오자고 했어? 그런 헛소리에 반박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지자.”
“뭐?”
“우리 헤어지자고.”
“무, 무슨 소리야, 갑자기? 아, 설마 아까 그 여자가 한 말을 믿는 거야? 자기, 나보다 그런 엉터리 점을 믿는다고? 지금 고작 점 때문에 헤어지자고 말하는 거야?”
남자와 여자는 대화를 이어갔다. 남자는 시종일관 무덤덤했고, 남자에게 따지고 들던 여자는 점점 그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남자는 이미 마음을 정한 듯 무심히 말을 내뱉고 돌아섰다.
“점 때문이 아니야. 이미 너한테 다른 남자가 있는 건 짐작하고 있었어. 믿기 싫었을 뿐이지. 앞으로 연락하지 마.”
“자기, 자기야! 야, 우창빈! 창빈 오빠!”
남자는 뒤돌아보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나갔다. 그가 완전히 사라지자, 여자는 이내 허망한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서주환과 민가희를 발견하고 팩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씨발, 뭘 봐! 구경났어!?”
독이 잔뜩 오른 눈빛과 잡아먹을 듯한 기세에 흠칫 뒤로 물러서는 민가희.
서주환은 그녀를 뒤로 숨기고 인상을 찌푸렸다.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놓고 왜 난데없이 이쪽에 화풀이란 말인가. 자고로 미친 것들은 상대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지만…….
[특수능력, ‘살기(殺氣)’를 활성화합니다.]
서주환에게는 물리적인 힘 외에도 상대를 압박할 수단이 있었다.
“헉!”
그와 눈빛을 마주하고 놀란 숨을 들이켜는 민폐녀.
그녀는 겁먹은 기색으로 떨다가 꺼지라고 하는 그의 입모양을 보고 부리나케 도망갔다.
그에 뒤에서 옷깃을 잡고 잇던 민가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오빠, 뭐 했어요?”
“응? 아니,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런데 왜 저리지…?”
“몰라. 술 취한 여자였나 봐. 가희 너는 저렇게 낮부터 술 마시고 그러면 안 된다?”
“전 안 그러거등요? 오빠야말로 술 엄청 좋아하면서?”
“하하. 아무튼 들어가자.”
“넹.”
민가희는 다시 앞장서 걸어갔다. 조금 전에 타로 카페에서 나온 여자의 반응을 보면 고민을 할만도 하건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하여간 눈치가 빠른 듯하다가도 둔한 여자였다.
딸랑~.
“어, 어서 오세요, 손님.”
안으로 들어가자 종업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친절한 목소리로 인사를 해왔다. 하지만 목소리와 달리 눈동자는 갈피를 잃고 흔들리는 게 어딘가 아파보이는 것처럼 보였다.
‘좀 전의 사람들도 그렇고 이상하네.’
축복의 행운 메시지가 들려서 들어오긴 했는데 어째 영 불안한 느낌이다.
서주환은 눈꼬리를 긁적이다가 음료를 시켰다. 조금 전까지 카페에 있다가 와서 타로점만 보려고 했는데 음료를 필수로 시켜야만 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손님. 음료는 금방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리 인사한 종업원은 음료를 준비하러 가는 대신 구석에 있는 백금발의 외국인에게로 다가갔다.
“가, 가브리엘라? 이번 손님은 어떻게 할까요?”
“흐응.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그럼 점은 제가 볼까요?”
“아니. 내가 볼게. 남녀 한 쌍끼리 오면 내가 봐야하거든.”
“? 알겠어요.”
사장은 그리 대답하면서도 알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기울였다. 일부러 커플들을 찢어놓기라도 하는 거란 말인가? 왜 남녀 한 쌍으로 오는 손님에 집착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남녀도 안 받는 손님이 있지 않았던가?’
생각해보면 유독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가 있을 때만 점을 봤던 것 같다. 그에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인지…….
사장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괜한 것에 신경 써봐야 이쪽만 피곤해진다. 그녀는 얼른 음료를 준비했다.
한편 가브리엘라는 새로 온 손님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서주환과 민가희가 고개를 기울이자 그녀가 말한다.
“악수. 나는 점을 보기 전에 악수를 하거든.”
“네? 아, 예.”
“오옹. 되게 특이하네요.”
서주환과 민가희는 가브리엘라와 악수를 나눴다.
가브리엘라는 민가희와는 대충 악수를 하면서 맞잡은 서주환의 손은 탐색을 하듯 살펴봤다. 그러곤 씩 웃으며 말한다.
“손이 크네? 키도 백 팔십은 넘어 보이고.”
“네?”
“아니야?”
“맞긴 합니다만.”
“오케이. 그럼 이제 손 씻고 와. 카드를 만지기 전에 손을 씻어야하거든.”
그리 말한 가브리엘라는 자신도 손을 씻어야겠다며 카페 내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서주환과 민가희도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었다.
쏴아아아-
‘특이한 여자네. 외국인이라 그런지 반말이 기본이고.’
그래도 예쁘긴 더럽게 예쁘게 생겼다. 눈부신 백금발과 신비로운 보라색 눈동자는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었다.
서주환은 내심 상태창을 불러 그녀의 정보를 띄웠다. 그리고 곧 상태창을 확인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성별: 여성
나이: 23살
키: 171cm
호감도: D+
현재 성욕: D+
몸무게: 54kg
페티시: Geniusphilia(上), Asphyxiophilia(中)
보유 재능: 점술(A+/S), 매혹(B+/A+), 충동(B+/A), 안목(B+/A)
[Geniusphilia(지니어스필리아)는 천재기호증이라 하여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거나 천재성을 보이는 사람에게 흥분하는 증후군입니다.]
[Asphyxiophilia(아스피시오필리아)는 질식기호증이라 하여 타인을 질식을 시키거나 스스로가 질식 당함으로써 쾌락을 느끼는 증후군입니다.]
시스템이 말해주는 페티시 설명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다만 오랜만에 보는 S급 재능이 또렷이 보였다.
‘S급 점술 재능!’
축복이 발동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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