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311화 (31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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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이태원에 있는 카이막 맛있어요.

참고로 남자 셋이 갔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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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ㅣ아 님, 살과의전쟁 님, 당헤응 님, kiryou 님, 라미르 님, 소설_狂팬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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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이태원 데이트

서주환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주변을 둘러봤다.

‘딱히 눈에 띄는 게 없네’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을 때도 느꼈지만 낮 시간의 이태원은 의외로 놀 거리가 별로 없는 느낌이었다. 어째 ‘이태원 데이트 코스’라고 쳐도 뜨는 게 맛집밖에 없더니만 다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민가희는 마냥 생글생글 웃는 표정이었다. 그저 함께 손을 잡고 걷는 것만으로도 좋은 걸까. 경쾌한 걸음걸이를 따라 바다를 닮은 코발트블루 색 머리칼이 찰랑인다.

“푸흐.”

“응? 왜 웃어요?”

“그냥. 오랜만에 가희 너랑 있으니까 좋아서?”

“…오빠는 그런 말을 되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요. 역시 바람둥이.”

어라, 되돌아올 거라고 예상한 반응과 다르다. 분명 헤헤 웃으면서 ‘저두요!’ 하고 꼭 달라붙어올 줄 알았는데 말이다.

서주환은 재빨리 눈을 굴려서 주변을 둘러봤다. 이럴 때는 무언가 맛있는 걸 먹이면 십중팔구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그간의 경험으로 얻은 해답이었다.

“가희야, 저기 터키 아이스크림 판다. 저거 먹을래?”

“아, 돈두르마. 저 저거 좋아해요.”

“저기요! 여기 아이스크림 주세요!”

서주환은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재빨리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역시 화제 돌리기로는 먹거리만큼 좋은 게 없다.

한편 민가희는 앞장서 걸어가는 서주환을 보며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

“치이.”

저 바람둥이, 대체 여자가 몇 명이나 있는 거람? 자신 외에도 여자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종종 능숙한 모습을 보면 갑자기 질투심이 올라오곤 했다. 마음 같아서는 왜 이런 힘든 사랑을 하나 싶어서 잊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민가희는 서주환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노래방에서 울 적 자신을 다정하게 달래주던 그 손길을 지금도 선명히 기억하기에.

‘이렇게 좋아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분명 클럽에서 가볍게 만난 인연이었을진대, 생각지도 못하게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나름대로 잊으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결국은 그에게 여자가 여럿 있다는 걸 알면서도 먼저 다가가고 말았다.

‘이따가 반지 끼워달라고 해야지.’

민가희는 주머니 안에 넣어둔 케이스를 만지작거렸다. 선물을 받자마자 바로 끼우고 싶은 걸 그가 직접 끼워줬으면 해서 일부러 참아왔다. 좋은 분위기에서 반지를 손가락에 끼우며 좀 더 확신을 갖고 싶었다.

“가희야! 안 오고 뭐해?”

사람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민가희는 삐죽 내밀었던 입술을 되물리곤 얼른 뛰어갔다.

“지금 가요! 아저씨, 저 바닐라랑 딸기, 메론으로 삼단 쌓아주세요!”

*

돈두르마는 터키식 아이스크림으로 시감이 쫀득하기로 유명하다. 여타 아이스크림과 달리 잘 녹지 않고 점성이 강한데, 터키 사람들은 돈두르마의 쫀득한 식감과 강한 점성을 자랑하기 위해 기다란 철 막대기로 현란한 퍼포먼스를 부리기도 한다.

서주환은 민가희가 쉽게 아이스크림을 받지 못하는 걸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가희야, 잘 좀 잡아봐.”

“내, 내 아이스크림 줘요!”

“푸흐하핳!”

“오, 잘 받아 봐요. 왜 못 가져가쥐?”

톡톡 튀는 민가희의 반응이 재밌는지 터키 아이스크림 직원도 신난 기색으로 그녀를 농락했다. 기다란 철 막대기가 아이스크림을 매단 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씨이! 안 주면 이거 먹어버릴 거야!”

결국 민가희는 손에 들린 아이크스림 밑동이 과자를 베어 물었다. 그에 그녀를 농락하던 직원이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오, 오. 안 돼요! 줄게. 돈두르마 줄게요!”

“진즉 줄 것이지!”

간신히 아이스크림을 받아낸 민가희는 웃다 지쳐서 꺽꺽대는 서주환을 노려봤다.

“오빠도 해봐요! 얼마나 잘하나 보자!”

“에이, 나는 금방 받지.”

“흥. 쉽지 않을 걸요?”

“잘 보고 있어. 아저씨, 제 것도 주세요.”

여자친구 앞에서 허세를 부리는 남자로 보였을까.

주변 사람들이 피식 웃으며 그를 구경한다. 돈두르마 직원 또한 쉽게 줄 생각이 없다는 듯 장난스러운 웃음을 입가에 매달았다.

“한 번 받아보세…”

“감사합니다.”

“…요우?”

서주환은 ‘마안’과 ‘슬로우 비디오’를 비롯한 온갖 특수능력을 발동하고 ‘손재주’ 재능을 이용해서 손쉽게 돈두르마를 받아냈다. 오히려 너무 일찍 받아내서 아이스크림을 덜 담았을 정도였다.

“이거 너무 적은데요?”

“다, 다시 줄게요. 좀 더 담아드립니다. 돌려주세요우.”

“여기요.”

“자, 다시 받아보세… 요우?”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아이스크림을 손쉽게 받아낸 그는 어떠냐는 듯 민가희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으쓱거림을 본 민가희가 눈을 꿈뻑이다가 표정을 구긴다.

“오빠 엄청 얄밉다, 진짜.”

“고마워. 그런 소리 많이 들어.”

“칭찬 아니거든요?!”

서주환은 분한 듯 조잘거리는 그녀의 손을 잡고 길을 거닐었다. 근처에 놀만한 것도 없으니 산책하기 좋다는 경리단길로 가볼 생각이었다.

경리단길에 들어선 민가희는 주변을 둘러보며 눈을 반짝였다.

“와, 여기 분위기 특이해요.”

“여기 와본 적 없어? 버스킹하러 이태원에 몇 번 와봤다면서.”

“저녁에 딱 버스킹만 하러 왔었어요. 그나마도 대부분은 홍대에서 했고요.”

“그래? 그럼 오늘 다 둘러보자.”

“좋아요!”

민가희는 신을 내며 서주환의 손을 꼭 잡아왔다. 그녀의 페티시는 군중 기호증인 Ochlophilia(오클로필리아)와 남이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에 흥분하는 Aphephilia(아페필리아). 덕분에 주말을 맞아 거리를 꽉 채운 연인들과 서주환과의 신체접촉으로 기분이 달아오른 듯했다.

서주환은 아예 팔을 슬쩍 접고 내밀었다. 그러자 민가희는 자연스럽게 팔짱을 껴왔다. 육감적인 F컵의 가슴이 꾸욱하고 팔꿈치를 누른다.

‘얘도 은근 여우란 말이야.’

민가희는 일부러 가슴을 더욱 밀착해왔다. 아닌 척 하지만 은근히 티가 났다. 평소에는 무겁고 귀찮다면서 툴툴대던 그녀였지만 써먹을 때는 아주 알차게 써먹었다. 이런 걸 보면 아무리 순진하고 눈치가 없어도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여우 기질을 탑재하고 있는 듯했다.

“오, 오빠. 우리 저기 가봐요! 빈티지샵!”

민가희는 어색하게 말을 더듬으며 그를 이끌었다. 어수룩한 여우 짓이 귀여워 보인다.

이러면 알면서도 당해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서주환은 큭큭 웃음을 흘리며 민가희를 따라 가게에 들어갔다.

*

이태원은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 그런지 한국의 다른 장소와는 조금 이질적인 느낌이 있다.

동서양의 문물이 조금 섞여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거리 구조 자체도 오르내리는 계단이 많고 미로처럼 복잡하게 꼬아져 있어서 거리를 거니는 것만 해도 꽤 신선했다.

그 중에서도 경리단길은 엔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언 듯 7, 80년대 느낌도 나고 특이하게 생긴 건물과 전망 좋은 카페도 많아서 커플끼리 데이트를 하기에 제격이었다.

빈티지샵 구경을 마친 두 사람도 전망 좋은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환기를 하는 중이었다.

“오빠, 여기 분위기 좋죠?”

“그러네. 카페 분위기 되게 특이하다. 와본 적 있어?”

“헤헤. 사실 오빠랑 같이 오려고 슬기랑 탐방 왔었어요.”

“탐방씩이나?”

서주환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방학 중에도 학업 때문에 바쁘다더니 그와의 데이트를 얼마나 기대했으면 탐방까지 왔단 말인가.

민가희는 조금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 못 만나니까 진짜 재밌게 즐기고 싶었거든요. 사진도 많이 찍고.”

“그랬구나. 그럼 여기서도 한 장 찍을까?”

“좋아요!”

민가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으로 찰싹 몸을 붙였다. 그리고 찰칵, 사진을 여러 장 찍고는 해맑게 웃는 얼굴로 사진을 바라봤다.

고작 사진 몇 장이 그렇게나 좋을까.

서주환은 귀엽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 시선을 느낀 민가희가 고개를 들다가 눈이 마주치곤 부끄러운 듯 미소 지으며 화제를 돌린다.

“오빠, 제가 피아노 쳐줄까요?”

“응? 피아노?”

“네. 여기 카페에 피아노 있는데 사장님한테 허락 받으면 쳐도 되거든요.”

“오, 나야 좋지. 그럼 난 옆에서 같이 기타 칠까? 가희 네 기타 좀 빌려도 되지?”

“아, 맞다. 나 기타 있었지!”

“그걸 잊고 있었어…?”

“헤헤…….”

민망한 듯 웃는 민가희.

하여간 참 엉뚱하다. 오늘 하루 종일 메고 다녔으면서 어떻게 그걸 잊는 건지.

“그런데 오빠 기타도 칠 줄 알아요? 즉석에서 합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대충은? 네가 먼저 멜로디 잡아주면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을 거야.”

“우와. 오빠는 게임에 글, 그림에 춤이랑 기타까지… 못하는 게 뭐예요?”

서주환은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시스템으로 재능을 얻으면 뭔들 못하리. 그에게 직접적인 기타 재능은 없었지만 높은 등급의 ‘손재주’ 재능과 언젠가 윤슬기에게서 원치 않게 얻은 ‘절대음감’ 재능이 있었다.

‘석찬이한테 기타 배워놓길 잘했다.’

여름에 여행을 갔을 적 이석찬이 기타 치는 걸 보고 멋있어서 간단히 배운 적이 있었다. 물론 고작 그 정도로 전문적인 배움을 받은 사람처럼 엄청난 테크닉을 보일 수는 없었지만, 간접적인 관련 재능이 워낙 많아서 어렵지 않게 숙련자 수준에 이를 수 있었다.

“오빠, 그럼 제가 먼저 들어갈 테니까 따라오세요?”

“응. 그런데 뭐 치려고?”

“히~ 들으면 아실 거예요.”

장난스런 미소를 띤 민가희가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 시작한다. 서주환은 아주 약간의 멜로디만으로도 그녀가 무슨 곡을 치는 지 알 수 있었다.

‘이건… 그거네? 내가 의뢰했던 곡.’

그는 소설을 쓰며 종종 민가희에게 돈을 주고 곡을 의뢰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그녀는 바쁜 와중에도 만사 제쳐두고 그가 원하는 곡부터 만들곤 했다. 그가 쓰는 소설이 자신에게도 영감을 준다나 뭐라나.

지금 민가희가 치는 곡도 그것들 중 하나. 약 열흘 전 그가 ‘악마 포식자’를 완결 낼 때 삽입한 BGM이었다.

“노래 좋다.”

“자기, 이 노래 뭔지 알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한다. 민가희가 피아노 앞에 앉을 때부터 신기한 듯 바라보던 사람들이 점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서주환은 다리를 꼰 채로 민가희에게 빌린 기타를 가볍게 튕기기 시작했다. 속으로는 코드를 따기 위해 특수능력을 발동하면서였다.

【사운드 카피】

▶ 효과1: 한 번 들은 곡을 완벽하게 카피할 수 있습니다.

▶ 효과2: 악기의 종류에 상관없이 카피한 곡을 연주할 수 있습니다.

※ 원곡과 다른 악기일 경우 해당 악기의 숙련도에 따라 카피의 완성도가 달라집니다.

이 곡의 제목은 ‘하얗게 물든 날개’.

인간을 사랑하게 된 악마는 비로소 천사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호시탐탐 남자의 육신을 빼앗겠다던 악마가 결국에는 장난스럽게 고백하며 이별을 고하던…….

‘된다. 같이 연주하니까 더 재밌네.’

서주환의 기타 소리가 민가희가 친 피아노 멜로디에 섞여든다. 조금 어설프긴 하지만 조금 전에 카피를 한 것치고는 무척이나 합이 잘 맞았다.

“와…….”

어느덧 카페 안은 피아노와 기타 소리밖에 없었다. 작게 오가던 이야기마저 잦아들고 언젠가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아련한 멜로디가 스며들었다.

띠링~.

연주가 끝났다. 카페 안이었기에 요란한 박수 소리는 없었지만 여기저기서 작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와… 이거 음악 좋다. 엄청 취향이야.”

“저기, 조금 전에 그거 제목이 뭐예요? 처음 들어보는데.”

*

서주환과 민가희는 작은 소란을 뒤로하고 카페를 나왔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었지?”

“네. 오빠가 생각보다 기타를 잘 쳐서 놀랐어요. 혹시 피아노도 칠 줄 아세요?”

“기타밖에 못 쳐. 나중에 시간 나면 가희 네가 알려줘.”

민가희는 금세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고민했다.

“으음. 악기는 슬기가 훨씬 잘 다루는데…….”

“스, 슬기는 안 돼. 가희 너한테 배우고 싶어.”

“그래요? 저는 좋아요! 그럼 제가 나중에 피아노 가르쳐드릴게요!”

“어어.”

윤슬기는 안 된다. 단둘이 있는 건 사양이었다.

서주환이 등 뒤로 식은땀을 흘리는 사이, 민가희가 팔을 잡아오며 말했다.

“저희 이제 저기 가요.”

“응?”

민가희의 손을 따라 옮기자 웬 카페 같이 생긴 곳이 보였다.

“카페는 좀 전에 나왔잖아?”

“저긴 그냥 카페가 아니에요.”

“그럼?”

“타로 카페요! 해 바뀌었으니까 저희 신년 운세 봐요!”

“타로라… 그럴까?”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염라대왕까지 만나고 온 마당에 점 같은 걸 믿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이런 건 재미로 보는 거였다.

그때였다.

띠링!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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