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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한글 파일 기준 9,000자 넘었.......
하지만 두 편으로 쪼갤까 하다가 방송 채팅도 많고 흐름상 한 편으로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냥 올렸습니다..ㅠ
솔직히 이 정도면 연참으로 인정해줘도 된다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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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설야 님, 빅~뱅 님, Tmeho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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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주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이태원 데이트
2016년의 마지막이 끝나고 새해가 밝았다.
서주환과 일행들은 신년이라는 구실로 다시 모여서 술을 들이켰다. 종강 이후 그들은 반쯤 정신 줄을 놓고 노는 데 열중하는 중이었다.
“우리 요즘 너무 놀기만 하는 거 아닌가?”
정하연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그 말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놀기만 한다니! 오늘도 위튜브 편집 엄청 열심히 했는데! 새해부터 김새는 소리하지 마, 언니!”
“저도 오늘 글 썼슴다. 자유 연재하던 거 조금 있으면 완결입니다.”
“맞아! 나두 오늘 낮방 열심히 했엉!”
“정하연, 초 치지 마셈.”
남들이 보기엔 매일 같이 술 마시고 노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상 일행들은 누구보다 제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중이었다. 하다못해 이석찬조차도 최근에는 사업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니.
“아, 알았어! 내가 미안해! 자, 짠!”
“짜안!”
맞부딪친 술잔 위로 이슬이 찰랑인다.
그렇게 2017년이 시작되었다.
*
전날 술을 마셨음에도 새벽 일찍 일어난 서주환은 어질러진 방을 정리하고 운동을 다녀왔다. 이후에는 곧장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썼다.
“으아아. 후일담은 이 정도면 되겠지?”
축복을 이용한 글쓰기를 끝내고 기지개를 켠다. 이제 연재 중이던 ‘악마 포식자’가 에필로그를 비롯한 후일담까지 완전한 끝을 맞이했다.
“다음에는 또 뭘 쓸까…….”
미리 준비해둔 소재가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지. 구체적인 설정까진 아니더라도 대략적으로 메모해둔 소재가 여럿 있었다.
‘판타지를 끝냈으니 다시 현대물을 써볼까?’
마침 연예계 쪽 사람과도 연을 트게 되었으니 가수나 배우 등 연예계 관련 소재로 글을 쓰는 것도 좋을 듯했다. 지난 피팅 촬영을 계기로 만난 리액트 엔터의 배성근과는 가끔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서주환의 영입을 포기하지 않은 듯 은근슬쩍 배우 데뷔에 대한 운을 띄우곤 했다.
‘채희 누님한테 취재를 부탁할 수도 있고.’
대한민국의 탑급 배우인 이채희.
그녀는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보더라도 엄청난 연기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인지도 높은 배우다. 그런 그녀에게 생생한 촬영담을 듣는다면 글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아니면 아예 배우로 잠깐 활동해봐? 계약까지 할 생각은 없지만 단역 정도라면…….’
서주환은 언젠가 배우 제의를 단호하게 거절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간 낭비를 하기 싫어서였다. 정확히는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고 싶다고 해야 할까. 있지도 않은 배우 재능보단 다른 재능을 먼저 개발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상태창을 열어 부산에서 얻은 재능과 특수능력을 다시 확인했다.
이름: 서주환
나이: 24
성별: 남성
키: 183cm
몸무게: 80kg
재능: 【글쓰기(A/A+)】, 【게임(A/S)】, 【교육(A/A+)】, 【박투(A/A)】, 【춤(A/A+)】, 【속독(A/A+)】, 【노래(B/B)】, 【섹스(A/A)】, 【정리(A/A)】, 【손재주(A/A+)】, 【발재간(A/A)】, 【절대음감(A/A+)】, 【성우(A/A+)】, 【소화(A/A+)】, 【수면(A/A+)】, 【일러스트레이터(A/A+)】, 【살인(A/A+)】, 【연기(A/A+)】
스킬: 【페로몬(Rank: A)】, 【성스러운 손길(Rank: A)】, 【성스러운 씨주머니(Rank: A)】, 【마안(Rank: A)】, 【여의봉(Rank: - )】
특수능력: 【독자의 눈】, 【만변의 문체】, 【멀티태스킹: 다중작업】, 【집중: 슬로우 비디오】, 【정독&속독 】, 【멀티-댄싱라인】, 【씽 필링】, 【섹슈얼 포인트】, 【성교사】, 【클린】, 【럭키핸드】, 【원숭이 발】, 【사운드 카피】, 【성대모사】, 【고효율 흡수】, 【자각몽】, 【만변의 화풍】, 【살기】
지난 부산에서 그는 성효진과 에바 테일러, 두 명의 여성과 관계를 가졌다. 성효진은 ‘교육’ 재능이 겹치는 바람에 아무 재능도 얻지 못했지만, 대신 에바 테일러에게 잠재등급 A+의 ‘연기’ 재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연기 재능에서 나온 특수능력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메소드 연기’였다.
【메소드 연기】
▶ 효과: 연기하고자 하는 인물의 생각과 감정에 동화됩니다.
※ 해당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몰입도가 올라갑니다.
메소드 연기란 실제로 존재하는 연기 기법 중 하나로 배우가 등장인물에 일체화되어 극도의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워낙 유명한 기법이라 전공자들 외의 일반인들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을 정도. 하지만 뚜렷한 단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상당히 비판을 받는 연기 기법이기도 했다.
‘리얼리즘을 위한 관찰과 노력 때문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지? 작품이 끝난 후 몰입에서 빠져나오는 데에도 오래 걸리고.’
그런 단점은 특수능력을 가진 서주환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그는 스킬의 활성/비활성화를 통해 언제든 배역에 몰입하고 빠져나오는 게 가능했다.
‘배우들은 배역에 따라서 몸을 만든다고 하던데, 그것도 고효율 흡수를 사용하면 문제없어.’
장덕자에게 얻은 ‘소화’ 재능의 특수능력 ‘고효율 흡수’는 몸을 만드는 데 최적화된 재능이었다.
【고효율 흡수】
▶ 효과1: 적은 칼로리로도 높은 에너지 효율을 이끌어냅니다.
▶ 효과2: 사용자 설정에 따라 흡수 영양분의 종류와 칼로리 한계선을 정할 수 있습니다.
※ 설정에 따라 불필요한 영양성분은 배변활동을 통해 몸 밖으로 내보내게 됩니다.
※ 너무 과한 배변활동은 신체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합니다.
이 특수능력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적게 먹고서 몸을 만들 수도 있고 많이 먹고서 몸을 만들 수도 있다. 그가 따로 식단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식스팩을 유지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능력덕분이었다.
대신 능력을 남용할 경우 변비 혹은 설사 및 치질에 시달릴 수 있었지만 말이다.
“아, 어차피 단역은 몸 만들고 할 필요가 없으려나?”
거기까지 생각한 서주환은 이내 고개를 털었다. 꼭 연예계 소재로 글을 쓰고 싶은 건 아니었다. 일단은 막 완결을 냈으니 좀 쉬면서 천천히 고민해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석찬과 함께하기로 한 ‘노벨 다이스’의 오픈은 3월이었으니.
그는 일단 오늘의 아이템 뽑기를 돌렸다.
띠링!
[아이템, ‘달콤한 사탕’이 지급됩니다.]
[축복, ‘몽마신의 축복(x7)'이 지급됩니다.]
“오, 축복. 오랜만이네.”
첫 번째 아이템은 꽝으로 취급하는 것이었지만 두 번째는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몽마신의 축복’이 나왔다.
“새해 시작부터 운이 좋네.”
마침 오늘은 1월 2일, 민가희를 만나는 날이다.
서주환은 기분 좋게 미소를 지으며 나갈 채비를 시작했다.
*
오늘 민가희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이태원이다.
이태원역 4번 출구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등에 기타를 맨 여자 한 명이 나타났다. 꽤 펑퍼짐한 느낌의 니트로도 감출 수 없는 거유의 여성.
민가희가 그를 발견하고 양손을 붕붕 흔들면서 뛰어왔다.
“주환 오빠~!”
“가희야, 오랜만…”
“끄히악!?”
“야, 야! 조심!”
서주환은 얼른 한 걸음 내디뎌 휘청 쓰러지려는 민가희를 붙들었다.
“괜찮아?”
“헤헤. 덕분에 안 넘어졌어요. 큰일 날 뻔했다.”
“으이그. 넌 제발 조심 좀 하자. 그렇게 덤벙대다가 다치면 어쩌려고?”
“으. 구두가 안 익숙해서 그런 것뿐이에요. 덤벙대서 넘어진 거 아니거든요?”
“푸흐. 그러세요? 하긴, 오늘 예쁘긴 하다.”
“이히히. 정말요? 슬기가 꾸며줬어요!”
민가희는 양팔을 앞으로 펼치며 옷을 자랑했다.
블루 계통의 오버핏 니트와 무릎 위로 올라오는 다크 브라운 계열의 테니스 치마가 포근하고 발랄한 느낌을 준다. 보온도 함께 신경 썼는지 연베이지 색 아우터와 군청색 스타킹도 색감이 잘 어울렸다. 머리색도 코발트블루여서 그런지 얼핏 외국인처럼도 보이는 힙한 느낌이 있었다.
서주환은 헤헤거리며 웃는 민가희를 보곤 픽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보니까 좋네. 그런데 기타는 왜 메고 온… 아, 저녁에 버스킹 도와줘야한다고 했었지?”
윤슬기를 비롯한 몇몇 친구들이 저녁에 이태원에서 버스킹을 한다고 했었다. 민가희가 그 사실을 깜빡 잊고 이중으로 약속을 잡고 말았던 것이다.
민가희는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네에. 미안해요, 오빠.”
“괜찮아. 나도 노래 듣는 거 좋아해. 옆에서 구경하지 뭐.”
“대, 대신 제가 오늘 맛있는 거 살게요!”
“오, 그럼 기대한다?”
“네? 어, 너무 기대하면 곤란한데…….”
“푸흐흐. 농담이야. 뭐 먹으러 갈 건데?”
“근처에 있어요! 따라오세요!”
민가희는 앞장 서 식당으로 안내했다.
“케밥 집이네?”
“네. 여기 사장님이 터키 사람이라서 유명하거든요.”
그녀의 말처럼 케밥집 사장은 한국인이 아니었다. 심지어 종업원도 터키 사람으로 보이는 여성들이었는데, 현지인처럼 정확한 한국말 덕분에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었다.
“그냥 케밥집인 줄 알았는데 종류가 다양하네?”
“케밥 말고 플래터 먹어요. 그게 양도 많고 더 맛있어요. 아, 여기 디저트인 카이막도 맛있어요!”
“오, 카이막. 안 먹어봤지만 이름은 들어봤어. 정확히 무슨 디저트야?”
“어… 빵에 꿀 발라 먹는 디저트?”
민가희는 무어라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는 듯 어설프게 말했다.
서주환은 식사를 다 한 후에 나온 디저트를 보고 민가희가 한 말을 알 수 있었다.
“이게 카이막이구나.”
“네. 맛있겠죠?”
“그러네. 홍차 냄새도 좋다.”
카이막은 터키 쪽에서 아침 식사로 많이 먹는 음식인데, 우유의 지방을 농축시켜 만들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다만 그냥 먹기에는 다소 느끼한 감이 있어 꿀과 섞어서 빵에 발라먹기도 한다.
서주환은 카이막을 적당한 양으로 자르고 꿀과 함께 바게트 빵에 발라먹었다.
‘오, 맛있네.’
갓 구운 빵 특유의 향과 식감 뒤로 고소한 카이막과 달콤한 꿀의 맛이 느껴졌다. 함께 시킨 홍차로 입가심을 하니 느끼한 맛도 싹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서주환은 먼저 일어나서 카드를 내밀었다.
“8만 원입니다.”
“네, 계산해주세요.”
“엑? 오빠, 제가 살 거라니까요?!”
“됐어. 가희 너 아직 학생이잖아.”
“오빠도 학생이면서!”
서주환은 픽 웃었다. 그녀의 말대로 학생이긴 학생이다. 본업이 따로 있고 취미로 대학을 다니는 학생.
민가희는 자신이 사주지 못한 게 불만스럽다는 듯 보더니 그를 이끌고 다른 가게로 향했다.
“짜잔! 여기 엄청 유명한 디저트 가게예요. 티비에도 나온 적 있어요.”
“디저트? 조금 전에 먹었잖아.”
“그건 카이막이고요. 터키 디저트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거등요? 선물용으로도 좋으니까 오빠도 몇 개 골라요. 여긴 제가 계산할게요!”
가게 안에는 처음 보는 디저트가 잔뜩 있었다.
서주환은 눈고리를 긁적이면 디저트를 둘러보다가 생각했다.
‘내가 이걸 처음 보는 게 외국 디저트여서는 아닐 것 같은데.’
장담컨대 대부분의 남자들은 굳이 터키 디저트가 아니라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저트여도 종류를 잘 모를 것이다.
‘뭐, 예쁘긴 하네.’
그는 적당히 쿠키 몇 개와 바클라바, 터키쉬 딜라이트 등을 집어 들었다. 아마 혼자 먹을 일은 없고 친구들이 집에 오면 나눠먹지 싶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카드를 꺼내 계산을 하려는데 민가희가 그를 알아채고 카드를 먼저 내밀었다.
“여기요!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그리 말하곤 가만히 있으라는 듯 째릿 심통 난 눈길로 노려보는 민가희.
서주환은 어색하게 눈꼬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 참. 보통 여자들은 뭐 사준다고 하면 좋아한다던데 그의 주변 여자들을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게 계산을 마치고 나가려는 때였다.
“Hey, guy.”
“네?”
터키인으로 보이는 여성 직원이 그를 불렀다. 옅은 애쉬그레이 색이 돋보이는 그녀가 웃으며 조그마한 쿠키가 든 봉지를 건넸다.
“서비스.”
“아, 감사합니다.”
“나중에 또 봐요, 잘생긴 손님.”
“?”
서주환은 과자를 받아들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민가희가 눈꼬리를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
“오빠, 그거… 먹을 거예요?”
“응? 줬는데 먹어야지?”
“…너무해. 오빠, 바보.”
잔뜩 삐져버린 표정으로 말하는 민가희.
서주환은 어깨를 으쓱이며 봉지를 열고는 그 안에 든 쪽지를 북북 찢어버렸다. 그러자 시무룩하게 변해가던 민가희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는 씩 웃으며 과자 하나를 집어들고 말했다.
“과자는 버리면 아깝잖아. 자, 아~ 해.”
“아~ 냠.”
“어때?”
“히히. 맛있어요.”
민가희는 다시 기분이 좋아진 듯 밝게 웃었다. 그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찢어버린 게 좋게 보였던 모양이었다.
서주환은 작게 웃으며 민가희의 손을 잡고 이태원 거리를 걸었다.
‘내가 암만 쓰레기라도 눈앞에서 대놓고 그럴 리가.’
쓰레기도 사리분별은 할 줄 안다. 무시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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