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307화 (30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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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서주환 이 새끼 뭔데 이렇게 여자가 많아

개빡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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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크리스마스

목소리의 주인은 민가희였다.

- 오빠! 이거 뭐예요?!

“아, 너도 받았구나.”

반응을 보아하니 선물이 도착한 듯했다.

- 오빠, 나 진짜, 너무 감동이에요오. 흐엉…….

인사치례가 아니라 정말로 감동을 받은 목소리로 말하는 민가희다. 그도 그럴 게, 그녀는 서주환이 자신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확신이 없어서 항상 불안한 상태였다. 거기에 학업까지 겹쳐 잘 만나지도 못하고 있는 와중이었으니 반지 선물이 너무나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서주환은 생각보다 훨씬 격한 그녀의 반응에 조금 민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직접 주고 싶었는데 미안해. 네가 너무 바쁘다고 해서 택배로 보냈어.”

- 네에? 그, 그런 거면 저희 지금 만나요! 반지 저한테 직접 끼워줘요!

민가희는 억울한 목소리로 말을 쏟아냈다. 그동안 그녀가 서주환을 만나지 못한 건 과제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래 보컬을 하던 그녀는 서주환을 만난 뒤로 전공을 바꾸고 무척이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빠랑 크리스마스에 보고 싶어서 얼마나 노력했는데!’

잠재등급 S의 ‘작곡’ 재능을 가진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명망 높은 교수의 눈에 들어 제자가 되었다. 덕분에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생활의 여유는 그와 반비례해서 사라져만 갔다.

서주환은 곤란한 목소리로 거절했다.

“미안. 오늘은 내가 일적으로 밖에 나와 있거든.”

- 아, 아니면 내일은요? 저 이제 잠깐 시간 나거든요! 오빠 얼굴 보고 싶어요오…….

“어… 내일도 조금. 우리 집에서 친구들이랑 모이기로 해서.”

- 그, 그럼 1월 1일! 12월 마지막 날 같이 해돋이 보러 가요!

“그것도 좀…….”

마지막 날에도 친구들과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당연히 정하연과 유지경도 모인다. 한수아도 어지간하면 온다고 했고. 여기서 다른 여자랑 해돋이 보러 간다고 하면 죽을지도 모른다.

민가희가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말한다.

- 오빠, 이제 저 싫어하죠…….

“뭐? 에이, 그런 거 아니야. 진짜 선약이 있어서 그래.”

- 내가 질린 게 분명해. 허어엉. 역시 가슴만 큰 여자는 빨리 질린다더니이…….

“엉? 그건 또 뭔 소리야? 누가 그런 소릴 해?”

- 전공 바꾸고 새로 사귄 친구가 말해줬어요. 가슴 큰 건 처음에만 좋아하지 둔해 보여서 금방 질린다고.

“…그거 제대로 된 친구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질투해서 비꼰 거 아니야?”

- 그, 그런 거예요?

“거의 99프로 확률로 그럴 걸?”

- 그, 그렇구나. 오빠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아, 너 왜 이렇게 웃기냐. 푸흐흐핳.”

서주환은 얼빵한 목소리에 끅끅 웃음을 흘렸다. 하여간 엉뚱하고 둔한 건 여전하다. 이런 모습을 놓고 둔하다고 한 거라면 이름 모를 그 친구의 말이 아주 틀린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1월 중에 한 번 보긴 하자. 시간 되면 언제든 연락해.”

- 정말이죠? 그럼 1월 2일!

“하하. 그럼 그때 볼까?”

- 좋아요! 그때 저도 선물 가져갈게요!

“선물? 무리하지 말고. 학생이잖아.”

- 히히. 괜찮아요. 오빠 덕분에 돈 벌었잖아요.

민가희는 ‘빙의사부 무림공적’의 BGM을 만들어준 이후로도 종종 서주환의 의뢰를 받아 소설 삽입곡을 만들어주었다. 그때마다 독자들의 반응은 무척 좋았음은 물론이었다.

그렇게 서주환은 전화를 하며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는 먼저 도착해 있는 상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어? 뭐야, 벌써 와있었어?”

“우리 작가님 항상 30분 먼저 오시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좀 빨리 나왔죠?”

손을 흔들며 인사한 여자는 최미화였다.

서주환이 온 걸 확인한 그녀는 남은 커피를 단숨에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어르신한테.”

“응.”

두 사람은 강필춘의 집으로 향했다.

*

강필춘은 7, 80년대 무협 만화계의 거장이다. 당시 그의 필명이었던 ‘무도(武道)’라는 두 글자는 만화가들에게 있어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그가 탄생시킨 인협, 살협, 마협 등 협객(俠客)시리즈는 한국의 무협 만화계를 평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강필춘은 모종의 이유로 창작활동을 그만두고 말았다. 이후, 다시 만화를 그리고자 ‘무명(武名)’으로 필명을 바꾸고 도전했지만 이미 굳어버린 뇌는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세월의 풍파가 육신보다도 영감을 먼저 앗아가고 만 것이다.

그래서 현실과 타협한 선택을 내렸다.

이미 녹슬어버린 영감과 트렌드에 뒤쳐진 스스로를 인정한 그는 자신 대신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줄 ‘글작가’를 구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한 작품이 바로 서주환이 회귀 후 처음 집필한 ‘빙의사부 무림공적’이었다.

“선배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서주환은 예의를 갖춘 몸가짐으로 인사했다. 소설만큼이나 만화도 좋아한 그는 오래전부터 ‘무도(武道)’의 열렬한 팬이었다.

강필춘은 그런 서주환을 보고 역시 건실한 청년이라고 생각했다. 첫 만남 때부터 인상 깊게 남은 청년은 잊을만하면 종종 찾아와 인사를 하곤 했다.

그는 주름진 입가에 장난스런 웃음을 띠고 말했다.

“솔직히 강녕했다기엔 몸이 힘들구먼. 늙어버린 몸으로 너무 열정을 쏟았더니 손목부터 팔꿈치와 목까지 멀쩡한 곳이 없어.”

“그렇습니까? 마침 제가 효과 좋은 영양제를 좀 가져왔습니다. 힘들 때 꼭 챙겨 드시지요.”

서주환은 고급스럽게 포장된 박스를 내밀었다. 욕망 포인트로 구매한 각종 영양제와 피로회복제였다.

강필춘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런 걸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하하. 어르신이 건강하셔야 만화가 잘 되지요. 화객(畵客)의 첫 번째 팬으로써 드리는 선물입니다.”

“그거 참으로 부담되는 말이구먼.”

강필춘은 그리 말하면서도 기분이 좋은 듯 낮게 웃음을 흘리며 상자를 받아들었다.

“그리 말하니 고맙게 받겠네. 그리고 걱정할 필요는 없네. 몸은 좀 힘들지만 마음은 근 삼십 년 내 어느 때보다 편안하거든.”

“하하. 역시 저희 같은 사람들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야 되나 봅니다. 저도 얼마 전에 연재 중인 작품을 완결 냈는데 힘들어도 그렇게 뿌듯하더군요.”

“맞는 말일세. 그림을 그리니까 얼마나 즐거운지. 마치 청년 때로 돌아간 기분이지 뭔가. 허허.”

그 말처럼 강필춘의 안색에는 활기가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이전에 봤을 때보다 더욱 젊어 보이는 듯했다.

그렇게 두 남자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선 채로 말을 이어갔다. 중간에 최미화가 끼어들지 않았으면 몇 분은 더 그러고 있었을 터였다.

“두 분, 계속 서서 이야기하실 건가요? 어르신, 저도 보이긴 하시죠?!”

“아이고, 내 정신 좀 보게. 처자를 깜빡했구먼 그래.”

“어르시인! 저 서운해요!”

“허허. 미안하네. 얼른 들어오게. 내 우리 손녀한테 맛있는 차를 부탁함세.”

강필춘은 방문을 두드렸다.

“나루야, 서 작가랑 최 편집자님 오셨구나.”

잠시 후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 한 명이 나왔다. 강필춘의 손녀인 강나루였다.

“아, 안녕하세요, 오빠. 그리고 편집자 언니도…….”

“나루 안녕. 오랜만이네?”

서주환이 웃으며 인사하자 강나루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매번 팬아트를 그릴 정도로 작가 서환의 열렬한 팬이었다.

“나루야, 차 세 잔만 끓여주련?”

“네, 할아부지. 아, 그 전에 잠시만요!”

강나루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서주환에게 은하수 패드를 건네며 말했다.

“오빠, 언니, 혹시 이것 좀 봐줄 수 있을까요?”

“응? 아, 물론이지.”

“어머, 만화네? 나루가 직접 그린 거야? 저번이랑은 다른 거?”

강나루가 건넨 패드에는 채색까지 완성된 만화가 그려져 있었다.

“네! 아직 완성하진 못했는데… 오빠랑 언니가 보고 어떤지 얘기 좀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엄청 열심히 그렸거든요!”

“오, 나루가 그렸다니 기대되네. 선배님, 차 마시면서 잠시 봐도 되죠?”

“허허. 손녀 그림 봐준다는데 당연하지. 편히 봐주시게.”

“역시 어르신을 닮아서 그런지 역시 나루가 그림을 굉장히 잘 그리네요. 피는 못 속이는 걸까요?”

서주환과 최미화는 차를 마시며 강나루의 만화를 감상했다. 강나루는 최미화의 말처럼 강필춘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았는지 18살의 어린나이답지 않게 엄청난 그림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서주환은 강나루의 만화를 보며 새삼 생각했다.

‘이전부터 참 잘 그린다고 생각했는데 보노보농이 나루였다니.’

보노보농은 강나루의 닉네임이다. 그가 연재를 이어가는 동안 모든 작품의 팬아트를 그려준 사람이기도 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팬이 바로 강필춘의 손녀인 강나루였다.

‘역시 재능은 못 속여. 만화만 그리기 아까울 정도야.’

<강나루>

성별: 여성

나이: 18

키: 167cm

몸무게: 74kg

호감도: B

현재 성욕: C

페티시: -

보유 재능: 그림(B/A+), 소화(C+/A), 손재주(C/A)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그림 재능의 숙련도가 B급에 이르렀다. 심지어 그림을 보아하니 이전에 봤을 때보다 더 발전된 게 느껴졌다. 이 정도면 조만간 등급이 하나 더 올라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림에 감탄하던 처음과 달리 만화를 감상하는 서주환의 표정은 점점 애매하게 변해갔다. 옆에서 함께 보는 최미화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으음. 미화야 네가 보기엔 어때?”

“어, 그게… 역시 그렇지?”

서주환과 최미화는 어색한 얼굴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차를 마시며 지켜보던 강나루의 얼굴이 울상으로 변해갔다.

“왜, 왜요? 이번에도 별로에요?”

“으응. 안타깝지만…….”

“그게, 미안. 솔직히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우우으으…….”

강나루는 울상이 되어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별로인 걸 좋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서주환과 최미화는 미안해하면서도 피드백을 전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그림은 정말 잘 그리거든? 그림체도 너무 좋고 인체비율 같은 기본기도 완벽해.”

“그래. 이거 전부 나루가 직접 그린 거지? 인물도 좋고 배경 표현도 완전 좋아. 저번에 말했던 부분도 많이 개선됐고.”

“어, 미화 너도 그거 느꼈구나. 확실히 보기 훨씬 편해졌지? 이제야 만화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응. 저번에는 만화라기엔 너무 고 퀄리티였으니까.”

퀄리티가 높은 게 왜 문제가 되나 싶겠지만 의외로 너무 높은 수준의 그림은 편히 감상하는 데 문제가 된다. 보는 이로 하여금 피로를 쉽게 느끼도록 한다고나 할까. 좀 과장해서 컷 하나하나가 모두 유명 화가의 작품급이라면 이를 그리는 이의 피로는 물론 보는 독자의 피로도 올라간다. 강약조절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그, 그럼 괜찮은 거 아니에요?”

기대 어린 눈으로 되묻는 강나루.

하지만 서주환과 최미화는 고개를 저었다.

“제일 큰 문제는 그림 자체가 아니야. 오히려 그림은 너무 좋지.”

“응. 그, 혹시 어르신께서 뭐가 문제인지 안 알려주셨어?”

“그게, 할아부지는 언니 오빠들한테 듣는 게 더 와 닿을 거라면서 안 알려주셨어요.”

“선배님…….”

“어르신…….”

두 사람의 눈이 가늘어지며 강필춘에게 돌아갔다. 그에 강필춘은 시선을 피하며 헛기침을 했다.

“크, 크흠. 아무래도 가족보단 다른 사람이 객관적인 피드백을 해줄 수 있지 않겠나?”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실상은 속셈이 뻔히 보였다. 사랑하는 손녀에게 모진 소리를 하고 싶지 않은 할아버지의 마음이리라.

서주환은 곤란한 듯 눈꼬리를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말문을 뗀 것은 최미화였다.

“나루야, 부드럽게 말해줄까? 아니면 필터링 없이 세게 말할까? 원하는 대로 해줄게.”

최미화는 짐짓 눈을 날카롭게 뜨며 물었다. 사실 강나루가 그녀가 직접 담당하고 있는 작가였다면 묻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서주환은 침을 꿀꺽 삼켰다. 최근 부드러워진 최미화의 모습만 봐서 깜빡 잊고 있었는데, 그녀는 회귀 전 업계에서 엄청난 독설가로 유명했다. 오죽하면 상태창에 ‘독설’ 재능이 있겠는가.

강나루는 분위기가 바뀐 최미화를 보고 오들오들 떨었다. 친구들의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자퇴하고 방구석 히키코모리가 된 그녀에게는 너무나 무서운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만화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이, 있는 그대로 말해주세요…….”

“좋아. 후회하지 마?”

“네, 네에.”

“우선 아까도 말했지만 그림은 너무 좋아. 솔직히 요즘 웹툰 시장에 있는 어지간한 작품들보다 잘 그렸어. 이건 정말이야. 기억하지? 저번에 처음 네 그림 보고 언니 깜짝 놀랐던 거? 만화가 아니라 예술작품 보는 줄 알았다니까. 물론 그게 문제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것도 다 고쳤고. 이만큼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재능이야.”

최미화는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의외로 칭찬일색의 말들.

강나루의 표정에서 점점 긴장이 풀렸다.

하지만 아직 이야기는 시작도 안 했다.

“그런데 문제는…….”

“네, 네!”

“만화가 재미없어.”

“…네?”

“재미가 없다고.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암만 그림체가 좋고 잘 그려도 결국 만화의 본질은 재미야.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하겠는데 어떻게 재밌겠어? 또 컷 분배가 이상한 건 둘째 치고 다음 이야기로 이어질 때 개연성이 없잖니.”

최미화의 독설, 아니, 피드백이 계속 이어진다. 그녀의 말 하나하나는 비수가 되어 연약한 소녀의 마음을 후벼 팠다.

“아니, 개연성이 없는 것도 그렇다고 쳐. 사실 재미만 있으면 만화적 허용으로 자잘한 개연성은 뭉개는 게 가능하거든. 그런데 네 이야기는 아예 알아듣지를 못하겠어. 이거 일단 장르가 뭐야?”

“러브 코미디요…….”

“난 네 말 듣기 전까지는 장르도 파악 못하겠더라. 그리고 캐릭터 말투는 왜 이럴까? 무슨 말투가 컷마다 달라지네. 그렇다고 개성 있냐하면 그것도 아닌 게 말투가 무슨 국어책 읽는 것 같아. 그리고 또…….”

“흐윽. 네에. 네, 알았어요. 네. 노력할게요.”

최미화는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조곤조곤 사무적인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오히려 그래서 더 차갑고 무섭게 느껴진다는 걸 본인은 알고 있을까.

강나루는 당장 눈물을 흘릴 것처럼 울먹이면서도 고개를 연신 주억였다. 그리고 수첩에 피드백을 적는 노력도 보였다. 하지만 슬슬 한계에 다다랐음인가. 눈에 물기가 그렁그렁 매달려서 당장에라도 떨어질 듯했다.

그를 발견한 최미화가 정신을 차리고 흠칫 말을 정리한다.

“어… 일단 이 정도로 할까…?”

“고맙습니다…….”

“그, 나루야, 음, 파이팅.”

“네에…….”

강나루는 소매를 들어 눈가를 훔쳤다. 그리곤 서주환을 바라봤다. 혹시 따로 할 말이 없는가 싶어서였다.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책을 많이 읽어. 도움이 될 거야.”

강나루의 문제는 그림이 아니라 스토리에 있다.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를 납득시키는 능력이 압도적으로 부족하다. 만화적인 컷 분배도 묘하게 이상해서 몰입감을 깨트리는 게, 그림에는 재능이 차고 넘칠지 몰라도 까놓고 말해 만화에는 소질이 없었다. 그나마 어색한 대화문과 스토리를 보완하려면 책이라도 많이 읽는 수밖에 없으리라. 서주환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이었다.

하지만 그가 깜빡 잊은 사실이 있었으니.

“흑. 저 소설 엄청 많이 읽는데…….”

“…….”

강나루는 웹소설은 물론 고전 문학서적까지 찾아서 읽는 문학소녀였다. 노력이 문제가 아니라 단지 타고난 재능이 더럽게 없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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