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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306화 (306/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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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정하연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술 취한 너구리는 개빡쳐서 빨리 미안하다 말하라고 으르렁 대는 상황...

사실 사람마다 각자가 지닌 연애관이나 사고방식이 너무 달라서 정답은 없다죠ㅎㅎ

아, 갑자기 연애 마렵네.....

얼마 전에 동생이 3살 연하 소개시켜주냐고 물어봤는데

순간 혹했다가 제가 쓰는 글의 장르를 떠올린 후 됐다고 했습니다.

완결부터 내야지..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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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크리스마스

유지경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진짜 화났어…?’

평소의 서주환은 절대 이런 눈과 목소리를 하지 않는다. 어지간한 장난 정도는 유들유들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유지경은 정말 서주환이 싫은 게 아니라 그저 정하연과 유독 특별해 보이는 분위기에 질투가 나서 평소보다 좀 더 땡깡을 부렸을 뿐이었다. 솔직히 여러 여자들과 만나고 다니는 그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리고 있는 입장에서 이 정도 투정은 해도 되지 않은가.

한데 이런 차가운 눈과 목소리라니.

유지경은 울컥 서러움이 올라왔다.

“…끅.”

“…잉?”

“끅, 히끅. 흑, 흐윽, 으아앙… 우브븝?!”

“쉬, 쉬잇! 왜, 왜 울라 그래? 나 화낸 거 아니야, 지경아.”

서주환은 급히 유지경의 입을 틀어막았다.

갑자기 왜 울려고 한단 말인가. 이 정도는 SM플레이 할 때 자주 하던 말투일진대. 장난에 장난으로 응수했는데 갑자기 울어버리는 건 반칙이다!

‘이런 걸로 울 애가 아닌데. 취해서 그런가?’

유지경이 평소에도 정하연보다 감정적이긴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눈물을 흘릴 사람은 아니었다. 그녀는 차라리 서운한 게 있으면 서운하다고 확실하게 말하는 타입이었으니까.

서주환은 그녀를 품에 안고 달래주었다.

“왜 울고 그래. 누가 우리 너구리한테 뭐라고 했어?”

“허엉. 어떤 나쁜 놈이 나한테 짐승새끼래.”

“…어휴, 그거 못된 놈이네. 오빠가 혼내줄까?”

끄덕끄덕.

사납게 노려보면서 위아래로 고개를 세차게 주억이는 유지경. 그녀는 서러움이 터졌는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놈이 있는데.”

“응.”

“그 새끼가 엄청 바람둥이란 말이야? 만나는 여자가 몇 명인지 가늠이 안 돼. 일단 세 명 이상인 건 확실하거든?”

“…어어.”

“그래도 좋아하니까 계속 옆에 붙어있는데.”

“…….”

“그 새끼가 나랑 다른 여자랑 차별하잖아. 흐엉…….”

유지경은 올라탄 채로 그의 가슴팍을 내리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컥. 꽤 아픈데.’

퍽, 퍼억! 퍽!

감정이 제대로 실렸는지 꽤 둔탁한 타격음이 울렸다. 그는 가슴의 고통을 뒤로하고 유지경의 등을 토닥였다.

“내가 언제 차별했다고 그래. 차별했어도 우리 너구리한테 다른 사람들보다 못 해줬을까봐?”

“…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 너구리가 최고다 이거지.”

서주환은 식은땀을 흘렸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이면서 새삼스레 왜 이런단 말인가. 술에 취한 너구리는 말꼬투리를 잡으려 들었다.

그는 얼른 유지경이 화난 이유를 떠올렸다.

‘왜 언니랑 알콩달콩하냐고 했었지? 아까 그걸 봤나?’

난데없이 처맞느라 떠올리는 게 늦었는데, 이미 유지경의 말 속에 힌트가 다 나와 있었다.

서주환은 이내 픽 웃으며 품안의 유지경을 떼어냈다.

꽈악!

하지만 심통 난 너구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 기분 다 안 풀렸는데 벌써 귀찮아진 거냐면서 씩씩대는 중이다. 취중 너구리는 질투뿐만 아니라 집착도 심해졌다.

콰악!

“윽. 그래, 물어라, 물어. 아주 물어뜯어.”

서주환은 어깨를 살살 물면서 시위하는 너구리를 대롱대롱 매단 채 일어섰다. 그리고 책상 아래 서랍에서 조그만 상자 하나를 꺼내 유지경의 눈앞에 흔들었다.

“이거 안 받을 거야?”

“……!”

상자를 발견한 유지경의 눈이 부릅떠졌다. 상자의 크기가 정하연에게 준 것과 비슷했던 것이다.

서주환은 씩 웃으며 상자를 열었다.

“반지 끼워줄 테니까 빨리 어깨 놔. 자국 생기겠다.”

“…너굴.”

드디어 유지경이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문 서주환의 어깨에는 얕은 잇자국과 침이 흥건했다.

서주환은 너굴 소리를 내며 떨어진 그녀를 보곤 큭큭댔다.

“어쭈. 너구리 아니라면서?”

“…너, 너구울~?”

모르겠다는 듯 능청을 떨면서 고개를 갸웃하는 유지경. 하지만 떨리는 동공은 기어코 시선을 맞추지 못한다.

서주환은 이걸 어떻게 괴롭혀줄까 하다가 이내 그녀의 손을 잡고 반지를 끼워주었다. 당연히 혼날 거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푸흐. 많이 서운했어?”

“…그야… 오빠는 언니를 제일 좋아하니까.”

유지경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 입 밖으로 낸 적은 없었지만, 은연중에 유지경은 서주환이 정하연을 제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데, 그리 생각하는 와중 정하연에게만 몰래 선물을 주는 듯한 장면을 봤으니 서러움이 폭발한 것도 당연했다.

“대체 누가 그래?”

서주환은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여자들을 대할 때 차별을 하지 않았다. 다 좋아하는데 누가 더 좋고 말고를 순위 매길 게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건 그의 생각일 뿐이고, 유지경에게는 그녀 나름대로의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오빠는 언니랑 한 번 사귀었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난 불리하단 말이야!”

“…엉?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영문 모를 소리였다.

유지경은 말하기 부끄러운 듯 입을 오물거리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나는… 오빠랑 가볍게 시작했으니까… 언니나 수아랑은 다르잖아. 너구리라고 하는 것도 그냥 애완동물 대하는 것 같고…….”

가볍게 시작했다. 유지경은 그것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녀와 서주환의 첫 경험이 어떠했던가. 술에 취한 날 집에 와서 자고 있는 그를 덮치면서 시작됐다. 진지하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가벼운 첫 경험. 유지경은 항상 그것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서주환의 입장에서는 황당할 따름이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원나잇을 목적으로 클럽에 갔다가 만난 민가희는 뭐가 된단 말인가. 물론 유지경은 그녀를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단언하는데, 난 지경이 널 가볍게 생각한 적이 없어. 너구리라고 하는 건 귀여워서 그런 거고.”

“…거짓말, 수아를 더 귀여워하면서… 그렇다고 하연 언니를 당해낼 수도 없고…….”

술에 취한 너구리는 자존감이 바닥을 친 모양이다. 그간 내비치지 않았던 서러움을 아주 다 발산하고 있었다.

서주환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큭큭거리는 웃음을 낮게 흘렸다.

‘애기네, 애기.’

평소에는 아주 요망한 너구리처럼 그의 기분을 맞춰주려 들더니만, 속에는 이런 모습을 갖고 있었다. 하기야 이제 스무 살 밖에 되지 않은 애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그는 유지경을 번쩍 들어서 무릎 위에 올렸다. 그렇게 그녀를 품에 안은 채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어이구,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질투가 많을까, 우리 너구리?”

“씨이. 놀리지 마.”

“큭큭. 귀엽게 굴기는.”

서주환은 더 놀릴까 했지만 이내 유지경의 기분을 풀어주기로 했다.

“너굴아, 그거 알아?”

“…뭘?”

“이건 비밀인데, 옛날에 하연이가 너 엄청 부러워했었다?”

“…언니가?”

“하연이 걔가 좀 혼자 삽질 많이 하는 스타일이잖아. 1학기 기말 때 기억나지? 너랑 나랑 매일 붙어있었던 거.”

“으응. 언니 오빠랑 덕훈이 다 돌아가면 나 혼자 맨날 집으로 왔던 거?”

“그걸 하연이가 우연히 알았나봐. 그리고선 혼자 집에서 운적도 있대. 네가 부러워서.”

정하연은 감정을 표현하기보단 속으로 끌어안고 혼자 끙끙대는 타입이다. 그나마 여러 일을 겪은 지금은 아까처럼 곧잘 표현을 하지만 말이다.

유지경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수아도 네가 부럽다고 했어.”

“뭐, 뭐가 부럽다는데?”

“자기보다 가슴 큰 거?”

“…언니한테 비하면 작은데?”

유지경은 손을 들어 제 가슴을 만지며 말했다. 꽉 찬 B컵이면 절대 작은 편이 아니지만 정하연에 비하면 크다고 할 수도 없었다.

서주환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 정도면 크지. 수아가 들으면 운다?”

“치. 아무튼 수아는 그게 끝이야?”

“너 키 큰 것도 부럽다더라. 수아는 150이 목표거든.”

“…푸흫. 나도 되게 작은 편인데.”

“그것도 수아 들으면 울어.”

“흐, 흥. 대신 수아는 귀엽잖아.”

그리 말하면서도 기대하는 듯 손을 꼼지락 거리는 유지경.

서주환은 장난기가 돋아서 말했다.

“그치. 수아가 너구리보다 귀엽긴 하… 으악! 물지 마! 이게 지가 진짜 짐승인 줄 아네?!”

“씨! 더 칭찬하란 말이야!”

장난치다가 물려버렸다.

그는 낄낄거리며 유지경을 달래주었다.

“아무튼, 내가 널 가볍게 생각한다느니 덜 좋아한다느니 그런 생각하지 마. 첫 만남이 어떻든 무슨 상관이야? 지금 이렇게 좋아하는데. 그럼 반대로, 지경인 넌 날 가볍게 생각해?”

“아, 아니야!”

“그치?”

서주환은 씩 웃으며 유지경의 뺨을 매만졌다. 말해줄 수는 없지만 애초에 그녀와의 만남은 더욱 과거에 있다. 아니, 미래라고 해야 옳을까. 아무튼 전생에서부터 이어져온 인연을 그가 가볍게 생각할 리 없었다.

쪽.

그는 입술을 맞추고 웃었다. 알코올 너구리의 투정을 받아줬으니 답례를 받아야하지 않겠는가.

“한 번 할까?”

“…언니랑 석찬 오빠 있는데? 밖에 덕훈이도 있어.”

“그럼 입으로만?”

“그, 그 정도면…….”

“푸흐. 됐어, 농담이야.”

자꾸 한 명씩 깨어나는 걸 보니 오늘은 날이 아니다.

서주환은 너구리를 달래주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렇게 잠들기 전, 유지경이 말한다.

“오빠.”

“응?”

“내가 많이 좋아해. 알지?”

“그럼.”

“…오빠는?”

“너구리가 나 좋아하는 것보다 더 좋아하지.”

“치이. 거짓말이야.”

“응, 거짓말이야.”

“야!”

콰악. 또 깨물리고 말았다. 그리 아프지 않은 야물거림이었다.

*

회귀를 한 후, 기념일이 다가올 때면 인간관계가 참 넓어졌음을 체감하게 되었다. 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게 되자 슬슬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던 서주환은 휴대폰에 뜬 이름을 보고 픽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어잇. 통신보안. 강철, 민간인 서주환입니다.

- 오냐, 대위 정소라다.

“아이고, 안녕하셨습니까, 누님. 어쩐 일로 먼저 전화를 다 하셨대?”

- 윽. 그래도 네가 먼저 전화하는 건 잘 받잖아.

서주환의 빈정거림에 찔린 정소라가 억울한 듯 변명했다. 그녀는 본래 전화란 걸 잘 안 하고 사는 타입이었다. 그나마 먼저 전화를 걸면 받는 게 다행일 정도다.

- 야, 그나마 제일 많이 전화하는 사람이 너거든? 그 정도면 진짜 많이 하는 거야.

“이야. 반 년 넘도록 고작 세 번 연락한 게?”

5월에 만난 이후로 정소라가 먼저 전화를 한 건 세 번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그가 먼저 건 것이었다.

- 아하하하.

“저기, 웃음으로 때우지 마시고요.”

- 미안.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은 전화해볼게.

“아이고, 황송합니다.”

- 으휴. 우리 주환이, 누나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어떻게, 나 지금 휴가 쓰고 나가?

“거 말만 그러지 말고 좀 나와라. 부대에 꿀 발라놨어? 왜 휴가를 안 쓰는 거야.”

- 나 휴가 나가면 너 큰일 날 걸…….

“엉?”

- 아니야, 아무것도. 그보다 주환아, 너 선물 보냈더라?

“아, 어쩐 일로 먼저 연락하나 했더니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나보네.”

얼마 전 그는 정하연을 비롯한 여성들의 반지를 준비하며 정소라의 선물도 함께 준비했다. 그녀는 연인이라기보단 친한 누나였으므로 종류가 살짝 달랐지만 말이다.

- 목걸이 예쁘더라. 고마워.

“마음에 드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휴가 나오면 차고 나와.”

- 휴가… 그래, 나가야지. 어휴우.

정소라의 짙은 한숨소리.

서주환은 일전에 들은 얘기가 떠올랐다.

“왜, 요즘도 누나네 부모님이 맞선 보라고 재촉하셔? 그러고 보니 누나 이제 스물아홉이구나.”

- 야, 나이는 굳이 안 말해도 되거든? 그리고 나 아직 스물여덟이야! 밖에 나가면 이십 대 초반으로… 윽.

“갑자기 왜 그래? 양심에 찔려서?”

- 이게 진짜… 그냥 누가 좀 떠올라서 그런 거야.

정소라는 아미를 찌푸렸다. 순간 밖에 나가면 삼십 대 초반으로 본다고 우기는 엄마가 떠올라서였다.

- 쯧. 아무튼 나중에 휴가 나가면 연락할게.

“그 전에도 연락하라고, 이 누나야.”

- 아, 맞다.

“진짜 맞는다…….”

- …이게 점점 기어올라? 어딜 누님한테 말하는 싸가지가! 확 씨!

“죄송. 우리 누님 얼굴 좀 보고 싶어서 투정 좀 부려봤습니다.”

- 오케이, 한 번 봐줬다. 그럼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 주환아. 아, 혹시 받고 싶은 선물 있으면 말해주고! 나 이런 거 못 골라!

“됐으니까 휴가 나오면 연락이나 하십쇼. 그럼 고생해, 누나.”

- 응. 아, 완결 축하해!

축하의 말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서주환은 폰을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거, 연락도 잘 안 하면서 소설은 잘 챙겨봤나 보네.”

영화, 드라마 좋아하는 집순이 취미에 소설이 새롭게 추가된 듯했다.

그리고 잠시 후 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 주환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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