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304화 (304/501)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영어 문법 상 오류가 있다면 지적해주셔도... 아니, 오히려 지적해주시면 감사합니다ㅎㅎ;;

*

토막 지식1: 보통 흑인은 성기가 엄청 크고 정력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흑인 안에서도 워낙 인종이 다양해서 개인 차가 심하다고 합니다.

남자 뿐 아니라 여자도 가슴과 골반이 크다는 편견이 있는데 오히려 일부 인종은 골반이 작은 편이라고도 하네요.

흑인이니까 당연히 크겠지라는 생각이 인종차별적인 부담으로 다가온답니다. 실제로 서양제품 평균 콘돔의 길이와 둘레는 국내와 비교해 1cm 커봐야 2cm정도 차이가 난다고 하더군요. 사실 그것도 큰 차이긴 한데ㅎㅎ;;

토막 지식2: 에바의 경우는 아니지만 스페이드Q 문신은 흑인과의 SEX에 반한 여성들이 새기는 문신이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꽤 유명한 사실이죠?

이런 말이 있는 걸 보면 토막 지식1과 달리 흑형들의 물건 크기에 대한 말들이 마냥 낭설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토막 지식3: 아니고 좀 더 TMI를 하자면 길이 25cm에 둘레 17.5cm면... 성적인 쾌감보단 그냥 아플 겁니다.

의외로 콘돔에 사이즈가 따로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대충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 번쯤 본인의 크기를 정확히 재봐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혹시 콘돔 끼우다가 빡빡한 느낌 때문에 발기가 풀린 경험이 있다 싶으면 사이즈를 제대로 측정해보세요.

그거 발기부전 아니고 걍 콘돔이 작아서 압박 뒤지게 받으니까 그런 겁니다.

참고로 길이는 위에서부터 치골을 누른 상태에서 최단 거리로, 둘레는 귀두와 뿌리를 각각 재야 한다네요(가장 굵은 부위를 재야 한다는 말도 있음).

19금 작품을 쓰다 보니 이래저래 잡지식이 늘어가는 느낌이군요......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D

크리스마스

12월 22일, 서주환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집필에 몰두했다. 종강 이후 미친 듯 글줄을 적어낸 그는 연재 중인 ‘악마 포식자’의 마무리를 코앞에 둔 터라 여느 때보다 더욱 몰입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하루가 지나고 23일.

이른 아침 눈을 뜬 그는 매일같이 나가던 새벽운동마저도 뒤로 미루고 날이 저물도록 키보드를 두드렸다.

타다닥, 타닥, 타다라라라락.

적축 특유의 서걱거리는 가벼운 타건음이 울린다. 예민한 적축이 연신 내려앉고 솟아오르기를 반복하며 하얀 백지를 까만 글줄로 메웠다.

‘얼마 안 남았어. 더 집중하자.’

시스템을 통해 얻은 재능이 있지만 결국 재능을 활용하는 것은 사용자의 역량이다. 남들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을지언정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라도 온전히 능력을 이끌어낼 수 없는 법. 그가 지닌 모든 재능 중 가장 찬란히 개발된 재능은 회귀 전에서부터 이어온 ‘글쓰기’ 재능이었다.

‘집중의 축복 두 시간 더.’

띠링.

[1,200LP가 사용됩니다.]

[집중의 축복(2시간)이 적용됩니다.]

맥이 풀리려던 집중력의 끈이 다시 팽팽해진다. 여느 때 같으면 체력 소모를 생각해서라도 이쯤에서 끝냈겠지만 흐름이 좋아서 쉽게 끊어낼 수가 없었다.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느껴본 ‘삘’이란 게 제대로 꽂힌 날이었다.

‘악마의 힘을 얻은 인간들로 구성된 포식자 연합. 천사와 악마들을 몰아내고 온전히 인간들의 세상으로… 이미 악마의 힘에 잠식당하기 직전인 포식자들은 인간의 미래를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불태운다.’

미리 정해놓았던 플롯을 독자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풀어낸다. 이미 전투씬은 끝난 상황. 긴박한 상황묘사보다는 감정묘사에 집중했다.

[특수능력, ‘만변의 문체’가 활성화됩니다.]

[해당 장르에 대한 지식이 충분합니다.]

[떠올린 장면과 인물들의 감정이 구체적입니다.]

[설정의 디테일이 충분합니다.]

[간결체(簡潔體)와 만연체(蔓衍體)의 비율을 조절합니다.]

간결체란 짧고 간결한 문장을 통해 내용을 명쾌하게 표현해내는 문체다. 얼핏 쉬워 보이지만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독자에게 모든 상황과 감정을 전하기란 난이도 높은 일이다.

반면 만연체란 앞선 간결체와 대비되는 문체다. 보다 많은 어구를 반복하여 부연하고 설명함으로써 문장을 장황하게 표현하고 정보를 자세히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가독성이 떨어지고 문장의 긴밀함이 낮아질 수 있다는 단점 또한 있었다.

[화려체(華麗體)와 건조체(乾燥體)의 비율을 조절합니다.]

화려체란 문장이 매우 화려하고 시와 같이 음악적 가락을 띠고 있어 보다 구체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문체다. 그러나 이 또한 만연체와 비슷한 단점이 있다. 속된 말로 문장이 천박하고 난잡하게 보일 수 있었다.

반면 건조체는 간결체와 만연체의 경우처럼 화려체와 대비되는 문체라고 볼 수 있다. 비유와 수사가 적고 필요한 내용만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어서 설명문에 적합하다.

‘동료들의 행복을 위해 악마의 힘을 끌어안고 희생하는 주인공… 하지만 마무리는…….’

서주환은 재능과 축복, 특수능력까지 이용해서 글줄을 적었다. 자칫 난잡해질 수 있는 다양한 문체가 적재적소에 적용되어 문장을 만들어나간다.

*

서주환은 저가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몰입해서 글을 썼다.

- 이제 정말 마지막이군.

- 드디어 죽을 수 있는 건가.

- 하하! 바라던 죽음이잖아요. 모두 멋지게 마무리 해보자고요!

천사와 악마의 계략을 모두 깨트렸지만 결국은 임시방편일 뿐. 지구를 온전한 인간들의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천계와 마계로 이어지는 경계를 닫아야 한다.

포식자 연합은 자신들의 명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음을 알고 경계를 닫기 위해 목숨을 불태우려 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러한 결말을 원하지 않았다. 함께 싸운 동료들이 모두 죽어버린다면 이제껏 싸워온 의미가 퇴색된다. 그렇기에 주인공 용현은 희생하는 것은 자신만으로 충분하다며 동료들이 지닌 악마의 힘을 제 몸으로 거두어들인다.

- 대장! 이게 뭐 하는 짓이야!

- 현! 야, 용현! 너 설마…!

힘을 잃은 동료들의 외침.

악마의 힘을 제 몸에 가둔 용현.

그가 검붉게 침식된 얼굴로 웃으며 말한다.

- 너희는 인간으로 살고, 인간으로 죽어.

그렇게 홀로 도달한 경계의 근원.

용현은 자신을 집어삼키려 드는 악마의 힘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여기서 반전 한 스푼.’

서주환이 생각한 악마 포식자는 처절한 이야기일지언정 끝마저 비극적이지는 않았다.

- 건방진 인간, 이쯤에서 너도 빠져라.

회귀 후 언제나 함께해왔던 목소리의 등장. 주인공이 잡아먹은 이후로 그에게 예속된 악마. 언제나 호시탐탐 그의 몸을 차지하려 기회를 엿보던 악마, 타천사 루시페르.

용현의 몸에서 나온 루시페르가 악마의 힘을 그에게서 강제로 끄집어낸다. 동시에 힘을 잃은 용현의 몸이 쩍, 하고 갈라지며 무너져 내린다.

- 너 지금 뭐 하는…!

루시페르의 속셈을 깨달은 용현의 눈이 찢어질 듯 커진다. 루시페르는 이제 와서 그를 배신하려는 게 아니었다.

용현이 황망한 표정으로 다급하게 외친다.

- 너! 내 몸을 차지하겠다면서! 그런데 이게 무슨 짓…….

용현은 말을 잊지 못했다. 순간 박쥐의 피막을 갖고 있던 루시페르의 날개가 하얗게 물들었기 때문이다.

불길한 흑적색의 기운을 털어버린 그녀는 악마일 적과 다름없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 남자 몸은 땀내 나서 싫다, 멍청한 인간.

루시페르는 용현에게 짧은 입맞춤을 했다. 그렇게 맞닿은 입술에서 따스한 기운이 몸 안으로 퍼져나간다. 이내 악마의 형상을 띄고 무너져 내리던 용현의 몸이 사람의 형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그만 평화로운 삶으로 돌아가라.

- 루시페르!

- 고생 많았다, 현. 다음 생에는 천사나 악마로 태어나도록.

루시페르는 멀어져가는 용현을 보며 웃었다.

-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

[00:00:01]

[00:00:00]

띠링!

[집중의 축복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타악!

문장에 마침표가 찍혔다.

“으아아아아! 다 썼다아아아악!”

서주환은 두 팔을 위로 쭉 뻗으며 뻐근한 몸을 풀었다. 밥도 안 먹고 의자에 앉아있었더니 몸이 굳어서 삐걱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때 똑똑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있었다.

“엉? 아, 석찬이냐?”

“얌마! 다 썼냐? 다 쓴 거 맞지?!”

이석찬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한참 전에 심심하다고 찾아왔다가 서주환이 글을 쓰는 걸 보고 얌전히 찌그러져있었다.

작가, 서환의 열렬한 팬인 그가 외쳤다.

“내놔!”

“아니, 미친놈아. 퇴고도 아직 안 했…….”

“아, 됐으니까 내놓으라고! 내가 제일 먼저 본다!”

“응, 꺼져. 제일 먼저 볼 사람 따로 있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이석찬만이 아니었다. 그의 편집자인 최미화가 전화기를 붙들고 다음편을 기다리고 있을 모습이 훤했다.

이석찬은 얼굴을 구겼다.

“야, 씨, 내가 대표임!”

“응~ 나도 대표야.”

명목상 서주환도 노벨다이스의 공동대표였다.

“아니, 미화 씨가 내 부하직원이잖아! 내가 먼저 좀 본다고 닳음?”

“그럼 미화가 먼저 좀 본다고 닳냐? 그리고 미화 아직 퇴사 안 했… 알았어, 인마. 동시에 전송해줄게.”

서주환은 말을 바꿔서 두 사람에게 동시에 파일을 전송했다. 더 놀려먹다간 한 대 맞을 것 같아서였다. 솔직히 지난 부산행 때문에 이석찬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말이다.

‘저 녀석 페티시가 두 개 다 사라졌었지.’

뜬금없이 떠오른 ‘페티시 삭제’ 업적과 함께 지급된 20,000LP. 처음엔 갑자기 이게 왜 삭제됐나 했는데 잠깐만 생각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음. 나였어도 기분 뭣 같았겠구만.’

똑같이 박고 쑤시고 했는데 두 여자가 모두 그에게만 관심을 보이고 달라붙었다. 아무리 하룻밤 떡이 목적이었다곤 하지만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또 그가 지닌 정력과 테크닉이 좀 뛰어나던가. 시스템 없는 일반인이 보면 경악과 충격 그 자체일 터였다.

‘뭐, 따지고 보면 좋은 일 해준 거지.’

혹여 자존감을 깎은 건가 미안하긴 했지만, 애초에 이석찬이 지닌 페티시는 좀 위험한 종류다.

쓰리섬과 파트너 교환이라니.

그나마 하급이라서 다행이었지 중급만 되었어도 정상적인 성생활과는 슬슬 거리가 멀어진다. 어떤 면에서는 사디즘이나 마조히즘보다 고약한 페티시였다. 미래의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라도 없어져야 할 페티시임에 분명하다.

그렇게 정신승리를 마친 서주환은 샤워실로 향했다.

“으아, 죽겠네. 축복도 적당히 사용해야지.”

헬스와 조깅으로 단련한 체력임에도 축복을 연속으로 장시간 사용했더니 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다. 몇 시간 동안 떡을 칠 수 있는 엄청난 정력도 정신적인 피로 앞에서는 별 수 없었다.

‘그래도 계속 사용할 거지만.’

집중의 축복은 피로한 만큼 효과가 좋다. 솔직히 리턴에 비하면 이 정도 리스크는 리스크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였으니.

‘솔직히 다른 재능이나 특수능력보다도 집중의 축복이 사기란 말이지.’

인간의 집중력은 생각보다 낮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온전히 몸과 마음을 다한 인간의 집중력은 8초대에 불과하여 금붕어보다도 낮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집중의 축복’을 사용하면 강제적로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엄청난 피로를 동반하긴 하지만 결국 반동은 어떠한 뇌손상도 없이 피곤함만으로 그친다.

‘내가 단시간 안에 재능 숙련도를 높일 수 있는 이유도 집중력 덕분일 거야.’

어떤 일을 행할 때는 집중력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기 마련. 덕분에 그는 A랭크를 찍은‘글쓰기’ 재능의 능력을 빠르게 체득하고 있었다.

대신 포인트가 밑 빠진 독에 물을 들이붓는 것처럼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후우. 시원하다. 이제 밥 좀 먹어야지.”

샤워를 마치고 나온 서주환은 저녁을 차리기도 귀찮아서 배달앱을 켜고 목록을 둘러봤다. 그동안 글을 다 읽은 이석찬이 와서 말했다.

“야, 이걸로 끝임?”

“왜? 별로냐?”

“아니, 그건 아닌데… 재밌긴 존나 재밌었음. 마지막 장면도 좋았고.”

“그런데?”

“그런데는 인마. 당연히 뒷이야기 보고 싶으니까 그렇지. 주인공 동료들도 캐릭터 잘 뽑았잖슴. 회병생처럼 뒷이야기 없음?”

회병생이란 서주환의 전작인 ‘회귀자의 병영생활’을 말함이다. 전작의 경우 그는 완결을 짓고도 외전을 꽤 연재했었다.

서주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후일담 몇 편 쓰긴 할 거야. 회병생처럼 길어지진 않겠지만.”

“그치? 당연히 있을 줄 알았음. 아, 그런데 루시페르는 어케 됨? 경계 닫고 끝난 거임?”

“그건 나중에 봐라.”

“아, 걍 좀 말해보셈. 아니다, 그냥 말하지 마라. 직접 봐야지. 아, 그래도 궁금한데.”

이석찬은 답지 않게 갈팡질팡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음. 자식, 훌륭한 씹덕이 되었구나.’

서주환은 큭큭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학기 초에만 하더라도 웹소설 그거 씹덕문화 아니냐면서 극혐이라던 놈이었던지라 이러는 모습을 볼 때마다 퍽 우스웠다. 심지어 그게 자신이 쓴 글을 보고 나온 반응이었으니 작가로써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마무리 자축으로 단체 일러나 하나 그려볼까?’

아직 정식으로 그림을 배우진 않아서 만족스럽진 않지만 독학으로도 꽤나 실력이 올라왔다. 직접 단체 일러를 그리면 독자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그때 이석찬이 말했다.

“쭈환, 아무튼 완결냈으니까 자축해야지.”

“어, 안 그래도 단체 일러 하나 그리려고.”

“뭔 소리임? 애들 불러서 밥 먹자고. 오랜만에 술 빨자.”

“오랜만? 엊그제도 마셨잖아.”

부산 가서 진탕 마시고 놀지 않았던가.

이석찬은 얼굴을 구겼다.

“따지지 말고 새꺄. 애들 부른다?”

“좋지. 안 그래도 술 고팠다.”

“오키. 그럼 삼일 동안 달리는 거다.”

갑자기 웬 삼일? 무슨 미친 소리인가 싶어서 돌아보니 이석찬이 말했다.

“이제 크리스마스잖음. 할 거 없는 솔로면 집에 박혀서 술이나 마시는 거지.”

“네가 웬일로? 크리스마스니까 여자 꼬시기 좋다면서 클럽 갈 줄 알았는데.”

그 말에 이석찬이 욕설을 내뱉었다.

“누구 때문에 좆같아서 좀 쉬려고 그런다, 왜.”

“…….”

아, 새끼. 은근히 속 좁네. 부산에서 받은 충격이 생각보다 컸나보다. 뭐, 페티시가 사라질 정도니 그럴 만도 한가. 나중에 좋은 것 좀 챙겨줘야겠다.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