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클럽... 가본 지 몇 년 됐더라...?
*
Eng강철삽 님, 아래스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나이트클럽
서주환은 앞뒤에서 만져오는 손길에 몸을 비틀었다. 여자들이 어찌나 적극적인지 이러다간 아차 하는 사이 따먹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러면 땡큐긴 한데.’
남자 입장에서 여자가 먼저 만져주고 섹스어필을 해주는데 싫지는 않다. 다만 그도 취향이라는 게 있어서 아무나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안타깝게도 앞뒤에서 만져대는 여자들은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때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인마, 뭐해? 그만 놀고 내려와.”
“아, 석찬아.”
그를 데리러 올라온 이석찬이었다.
이석찬은 앞뒤로 둘러싸인 서주환을 보곤 알만하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한편 서주환에게 접근했던 여자도 이석찬을 발견하곤 눈을 반짝였다. 여자가 잘됐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같이 왔다는 친구?”
“아, 네. 저 친구가 불러서 가봐야겠어요.”
“그러지 말고 친구도 같이 놀자. 몇 명이서 왔어?”
여자는 빼는 기색 하나 없이 적극적으로 말해왔다. 이석찬에 말에 따르면 나이트에 오는 여자들이 클럽에 비해 더 작정을 했다던가. 아무래도 연령층이 있어서 그런지 밀고 당기는 과정이 없었다.
그때 이석찬이 다가와 웃는 얼굴로 말했다.
“누님들 죄송해요.”
“응?”
“이미 다른 분들이랑 합석했거든요.”
여자의 고개가 이석찬의 손가락을 따라 돌아갔다. 그의 손끝에는 테이블 쪽에서 손을 흔드는 여성 둘이 있었다.
들이대던 여자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치. 김샜네.”
“하하. 그럼 이 친구는 데리고 갈게요.”
그렇게 서주환은 이석찬의 도움으로 여자들에게서 벗어났다. 그는 이석찬의 어깨를 두드리며 감사를 표했다.
“휴우. 덕분에 살았다. 저렇게 적극적인 여자들은 처음이네.”
“쯧쯧. 주변을 둘러보셈. 여자들이야 좀 어린 사람도 있지만 남자는 대부분 삼십대 이상이라고. 그 사이에 네가 있으니 아줌마들 눈이 안 돌아가고 배기겠냐?”
“잘난 것도 다시 생각해볼 일이네.”
“우욱. 씹. 개소리 그만하고 따라와. 좀 전에 부킹됐다.”
부킹이 됐다는 이석찬의 말대로 테이블 쪽에는 여자 두 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데 한 여자의 생김새가 좀 특이했다.
한국인에 비해 확연하게 검은 피부와 동양인들보다 훨씬 뚜렷한 이목구비까지 상당히 눈에 띄는 외모였다.
“흑인이네?”
“엉. 예쁘지 않음?”
“그런가? 예쁜 것 같기도 하고.”
확실히 여자는 예쁜 외모였다. 하지만 뭔가 이국적인 느낌이 낯설어서 예쁘다기보단 신기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석찬이 말했다.
“넌 둘 중 누가 취향임?”
“난 왼쪽. 흑인분은 좀 부담스러워.”
“잘됐네. 난 오른쪽이 취향이라. 아니, 취향이라기보단 한 번 해보고 싶거든. 나도 아직 흑인이랑 해본 적은 없어서.”
“나도 그건 좀 궁금하긴 하다.”
외국인, 그것도 다른 인종은 한국인과 좀 다른 느낌일까? 주워듣기로는 피부의 감촉은 물론 체향도 다르다고 하던데.
하지만 서주환은 이내 의문을 접었다.
‘아무래도 난 동양인이 취향인 것 같단 말이지.’
궁금증과는 별개로 흑인 여성에게 별로 성적인 흥미가 일지 않았다. 본 적 없는 낯선 이목구비가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온 탓이다.
이석찬은 테이블에 도착하기 전 주의를 주었다.
“야, 되도 않는 개드립 같은 거 하기보단 적당히 분위기만 맞춰. 저쪽도 온 목적이야 뻔하니까 어지간하면 웃어줄 거임.”
“그런 거냐?”
“엉. 뭣보다 우리가 와꾸는 좀 되잖냐. 원래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하는 말은 앵간하면 웃긴 법임.”
“빌어먹을 외모지상주의.”
“뭐래. 그 혜택 누구보다 잘 누리고 있는 놈이.”
황당하다는 듯 말하는 이석찬.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회귀 전과 달리 외모지상주의의 혜택을 제대로 받고 있었다. 까놓고 말해서 그도 못생긴 여자보단 예쁜 여자가 좋았고.
테이블에 도착하자 이석찬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오래 기다렸죠? 이 친구가 저기서 쩔쩔매고 있더라고요.”
“얌마, 쩔쩔매다니.”
“아님? 가만히 내버려뒀으면 잡아먹힐 것 같더만.”
“좀 무섭긴 하더라…….”
서주환은 연이어 부정하는 대신 과장되게 어깨를 떨었다. 그 태도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인기 많으시던데요?”
흑인이랑 같이 있기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 다른 한 사람은 한국인이 맞았다. 억양에서 느껴지는 사투리로 보건대 부산에 사는 사람인 듯했다. 아니면 경상도 다른 지역에 살거나.
서주환은 웃고 있는 여자를 보며 속으로 만족스레 미소 지었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괜찮네.’
여자는 이십대 중후반 정도로 보였는데 오렌지 브라운으로 염색한 긴 생머리 덕분에 발랄한 느낌이 났다. 웃을 때 보조개가 만들어지는 게 좀 귀여운 인상도 있었다.
하지만 외모와 달리 복장은 작정하고 놀러온 듯 노출도가 꽤 높았다. 하단이 짧고 쇄골과 어깨를 감싼 반투명한 천. 패턴 사이로 슬쩍 비치는 어깨끈이 섹시해 보인다.
서주환은 슬쩍 테이블 밑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석찬이 씩 웃으며 마주 엄지를 들었다.
‘자식, 엄청 까다롭게 굴더니만.’
고르고 골라 받은 여자들이어서 그런지 일단 외모가 평균 이상이었다. 몸매는 말할 것도 없다. 저렇게 딱 달라붙고 가슴골이 노출된 옷은 기본 몸매가 받쳐주지 않으면 입을 엄두도 못 내니까.
서주환은 양주 한 병을 들어 여자들에게 따라주며 말했다.
“인사가 좀 늦었네요. 전 서주환이라고 해요. 보셨다시피 무서운 누나들한테 시달리다 왔습니다.”
“푸훗. 전 성효진이에요.”
별로 웃긴 농담도 아니었는데 성효진이 또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웃음이 좀 헤픈 여자인 듯했다.
‘잘 웃어주는 여자가 최고지.’
예로부터 남자는 자기 말에 잘 웃어주는 여자가 예뻐 보이는 법이다. 그리고 이석찬의 말처럼 성효진은 그에게 웃어줄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는 듯했다.
성효진이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그런데 어쩌죠? 저희가 더 무서운 누나들일 수도 있는데.”
되받아치는 말을 보니 느낌이 좋다. 아무래도 양주만 먹고 튈 여자들은 아닌 것 같았다. 혹시 나이트 측에서 물관리를 위해 들여보낸 알바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MD와 끈이 있는 이석찬이 있는데 그럴 린 없을 듯했다.
“헉. 저 잘못 걸린 거예요?”
서주환은 짐짓 순진한척 흠칫하고 눈을 크게 떴다. 그에 이석찬이 잠시 썩은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표정을 바꾸고 그를 지원했다.
“예쁜 누나들한테 걸린 거면 땡큐죠. 그러고 보니 옆에 계신 분은 이름이 뭐에요? 아, 제 이름은 아까 말해드렸죠?”
흑인 여자가 손가락을 들어 스스로를 가리켰다. 자신을 부른 게 맞냐는 제스처였다.
성효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흑인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Ava Taylor.”
가만히 술만 마시던 흑인 여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석찬은 대화가 끊어지지 않도록 능숙하게 말을 이었다.
“에바 테일러? 테일러 씨는 한국 말 할 줄 아세요?”
“Yes. 한국 말 조금 할 수 있어요. 빨리는 못해요.”
“듣는 것도요?”
“조금 어려워요.”
“Okay. 그럼 조금 천천히 말할게요. 아니면 저랑 말 할 때는 영어로 해도 좋아요. 제가 영어는 좀 하거든요.”
“Thanks. 석찬. 에바라고 불러도 좋아요.”
“오, 한국어 발음 좋으시네요, 에바. 저도 부르기 힘들면 리나 찬이라고 불러요.”
“리? 찬?”
“리가 성이고 석찬이 이름이거든요.”
이석찬은 전에 없이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투도 평소의 음슴체와는 사뭇 달랐다. 그에 서주환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미친. 스윗 이석찬이라니. 토 쏠리네.’
조금 전 자신이 순진한 척을 했을 때 왜 이석찬의 표정이 썩었는지 알 수 있었다. 서로의 평소 모습을 잘 아는 만큼 여자 앞에서 가식을 떠는 모습이 매우 낯설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역겨워할 때가 아니다. 재미가 없으면 여자들은 언제든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테이블로 갈 수 있었다.
서주환도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성효진에게 말을 걸었다.
“효진 누나는 사투리 쓰는 거 보니까 부산에 사나 봐요?”
“으응? 사투리 쓰는 게 느껴졌어요? 나 서울말 썼는데.”
“네? 푸흐흫. 단어는 서울말인데 억양이 딱 들어도 부산 사투리잖아요.”
“에이, 그럼 그만둬야겠네. 주환 씨 보니까 서울말 쓰길래 말투 바꾼 건데.”
“어우. 누나 씨가 뭐예요. 그냥 이름 불러요. 반말도 하고.”
“벌써?”
“흐흐. 무서운 누나라더니 되게 예의 바르시네요.”
“아, 맞네. 그러는 주환이 니는 순진한 척하더니 은근 능글맞아 보인다.”
연신 말을 걸어댄 게 효과가 있었는지 성효진의 억양에서 사투리가 더 강해졌다. 그녀는 한 결 편해진 듯 킥킥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어째 동생을 귀엽다는 듯 보는 시선이다.
“그런 척 하는 거죠. 예쁜 누나 앞이라 속으로는 엄청 긴장했어요.”
“흐응. 맞나? 내 예쁜 것보다 니가 더 잘생긴 것 같은데. 말하는 것만 봐도 얼굴값 할 것 같다. 순진한 척 안 어울리니까 그만해.”
과연 연상의 누님은 눈치도 빨랐다.
하지만 서주환은 시치미를 뗐다.
“저 대학 들어가기 전에는 돼지여서 얼굴값 같은 거 몰라요.”
“대학? 주환이 니 몇 살인데?”
그 질문에 서주환은 슬쩍 이석찬의 눈치를 봤다. 혹여 아까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나이를 바꿔 불렀나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석찬은 에바 테일러와 얘기를 나누는 중이라 그의 시선을 알아채지 못했다.
“…어, 석찬이랑 동갑이에요.”
“석찬이도 몇 살인지 모르는데.”
아무래도 나이를 아예 안 말한 듯했다.
서주환은 잠시 고민하다가 원래 나이를 말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본인을 누나라고 하는 것부터 귀엽다는 듯 보는 시선까지 연하를 좋아하는 듯 해서였다.
“스물셋이요.”
“에엥? 스물세엣?”
“이제 올해 다 끝났으니까 곧 스물넷이네요.”
“어린 줄은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어리네. 이거 같이 놀아도 되나 모르겠다.”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 성효진.
서주환은 괜히 본 나이를 말했나 싶으면서도 말을 이어갔다.
“누나는 몇 살인데 그래요? 얼굴만 보면 저랑 별로 차이 안 나 보이는데요.”
“정말? 내 몇 살처럼 보이는데?”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기냐.
서주환은 잠시 고민하다가 실제 보이는 나이보다 두 살 정도 낮춰 불렀다.
“한 스물다섯? 여섯?”
“아하하핳. 그럼 여기 에바는? 에바는 몇 살처럼 보이는데?”
낮춰 부른 게 먹힌 건지 성효진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웃음에 에바 테일러와 이석찬의 시선도 집중되었다.
“외국인이라 잘 모르겠는데… 한 스물일곱 정도?”
“난 스물여섯 정도.”
이석찬도 추측하기에 합세했다.
두 사람의 답에 성효진과 에바 테일러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들도 대충 낮춰 불러줬음을 알고 있었지만 어린 남자들이 또래로 봐주는 건 꽤 좋은 기분이었다.
“킥킥. 그럼 난 오늘부터 스물다섯 해야겠다. 아니, 양심은 있으니까 여섯으로 해야지. 에바는 일곱 해.”
“내가 언니?”
“아하핳! 그러네. 에바가 언니네.”
이쯤 되니 두 사람의 본래 나이가 궁금해졌다. 하지만 둘은 실제 나이를 가르쳐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난 알 수 있지.’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신체접촉만 한다면 바로 상태창을 불러낼 수 있다. 그는 이석찬에게 눈치를 줬다. 그러자 찰떡같이 알아들은 이석찬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효진 누나.”
“응?”
“저희 자리 바꿔요. 제가 에바랑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
“엄메. 와, 적극적이네. 역시 어려서 그런가보다.”
성효진은 깔깔 웃으며 자리를 바꿔주었다.
서주환은 옆자리로 온 성효진에게 말했다.
“아니, 누나 스물여섯 하기로 한 거 아녔어요? 그럼 누나도 어리잖아요.”
“아, 맞네. 깜빡했다.”
“그러지 말고 원래 나이 몇 살인지 알려줘요. 왠지 어린애 취급 받으니까 억울한데.”
“푸후흫. 우리 주환이 누나가 놀려서 삐져써요? 응?”
놀리는 데 맛을 들인 듯 서주환의 허벅지를 토닥이며 말하는 성효진이었다. 동시에 은근슬쩍 올린 손을 조물조물 움직이는데, 입가에 빙글빙글 걸린 웃음기를 보건대 그가 당황하는 모습을 원하는 모양이었다.
서주환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다리를 움츠리며 반응해주었다.
“이 누나 갑자기 무섭게 왜 이래?”
“응? 난 처음부터 무서운 누나라고 했는데.”
킥킥거리며 허벅지를 더듬는 성효진.
서주환은 속으로 고소를 머금었다.
‘누나가 아니라 이모겠지. 스물여섯은 무슨. 이 양심도 없는 여자가.’
워낙 어려 보여서 그래도 이십대이겠거니 했는데 상태창에 표기된 그녀의 나이는 생각지도 못한 수치였다.
서주환은 눈앞에 나타난 그녀의 상태창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성효진>
성별: 여성
나이: 34살
키: 164cm
몸무게: 52kg
호감도: B
현재 성욕: B
페티시: -
보유 재능: 육아(B/A), 교육(B/B+), 내숭(C/B+)
오늘 이모님이 영계로 몸보신을 하러 나온 듯했다. 뭐, 실제 나이야 어쨌건 예쁘고 몸매가 좋으니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말이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육아 재능이 왜 이리 높아.’
잠재등급이 높은 건 그렇다 치고 현재등급이 B면 거의 프로 수준이다. 육아가 일상에서 올리기 쉬운 재능도 아닐 텐데…….
‘설마 애 엄마는 아니겠지?’
그건 좀 곤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