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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이제 격리가 풀릴 때군요.
그래도 당분간은 운동 못 나가고 자가격리를 이어가야 할 것 같네요..ㅠ
요즘 확진자 비율 진짜 높던데 다들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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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속은위험해 님, M1911A1 님, Polaris324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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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나이트클럽
서주환과 이석찬은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야, 석찬아.”
“엉?”
서주환은 창문 밖으로 지나쳐가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기껏 부산까지 왔는데 클럽보단 해운대라도 가서 헌팅하는 게 낫지 않냐? 우리 정도면 얼굴도 괜찮고.”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뛰어난 수준이다. 서주환은 그동안 아이템을 사용해 거칠었던 피부를 모두 개선했고 ‘얼굴 개연성(B+)’를 통해 어지간한 연예인 이상으로 잘생겨졌다. 이석찬도 그만큼은 아니었지만 일반인 수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수준이었고 말이다.
그러나 이석찬은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헌팅은 얼어 죽을. 한겨울에 누가 바닷가로 가서 헌팅을 함?”
“아.”
“쯧. 그리고 혹시라도 나중에 바닷가 헌팅하려거든 해운대가 아니라 송정 쪽으로 가셈.”
“그건 왜?”
“해운대는 꽃뱀들이 많거든. 경험상 송정 쪽이 더 잘 될 확률이 높기도 하고.”
“거 조언 고맙다.”
개인의 경험이라고 하긴 했지만 이석찬이 그렇다면 정말로 그럴 확률이 높다. 정말이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 아닐 수 없었다.
이석찬이 씩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오늘 같은 날은 클럽이 나음. 물이 좋거든.”
“UFC때문이지?”
“눈치는 있네. 이런 이벤트가 있는 날은 사람이 엄청 들뜨게 되어있음. 그리고 들뜬 사람들이 쉽게 찾는 곳이 클럽임.”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기 때문일까. 그는 이석찬이 도사처럼 보였다.
서주환은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너 이 새끼, 처음부터 이러려고 부산 왔지?”
“어허. 난 누나를 걱정하는 덕훈이의 마음을 헤아렸을 뿐임. 부산도 내가 먼저 오자고 한 거 아니고.”
“클럽은 곁다리일 뿐이다?”
“아니? 클럽이 본 목적인데?”
“그럼 그렇지.”
서주환과 이석찬은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
클럽에 도착한 서주환은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
“클럽 가자면서?”
“클럽 맞잖음.”
이석찬이 데리고 온 곳은 서주환이 생각한 클럽과 달랐다. 클럽이라기에 당연히 언젠가 이정훈과 함께 갔던 홍대클럽 같은 장소를 생각했는데, 이석찬이 데려온 곳은 나이트클럽이었다.
서주환은 영 내키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나이트면 아줌마 아저씨들 오는 데 아니냐?”
“뭔 헛소리임? 나이트 안 와봄?”
“난 홍대 클럽 한 번 밖에 안 가봤다니까. 그리고 우리 나이에 누가 나이트를 와? 클럽을 가지.”
“음. 그렇긴 하네.”
이석찬은 머쓱한 듯 혀를 차더니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클럽 가서 꼬시기 귀찮아서 온 거임. 어차피 돈 있고 떡이 목적이면 나이트가 편하거든. 그리고 생각보다 이십대도 많음. 대부분 이십대 후반이지만.”
“대부분 후반? 넌 연상보다 연하가 좋다고 하지 않았냐?”
“그건 헌팅할 때 얘기고 나이트는 별개지.”
언제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연상은 눈에도 안 들어온다더니 말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이석찬은 자신만의 기준이 따로 있는 듯했다.
이석찬은 클럽과 나이트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제일 큰 차이는 입장료와 부킹임. 클럽은 룸 같은 거 안 잡고 스테이지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나이트는 기본적으로 테이블을 잡아야 함.”
“돈이 꽤 깨지겠네.”
“그렇지. 나이트마다 다르긴 한데 여기는 기본 테이블 8만 원 정도? 여자 부킹 되면 양주도 두세 개 세팅해야 되니까 당연히 실제 돈은 훨씬 더 듦.”
“부킹 때문에 팁으로도 돈이 꽤 깨진다던데.”
“맞음. 어디서 들어본 건 있네.”
직접 헌팅을 해야 하는 클럽과 달리 나이트에는 부킹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보통 남자들이 테이블이나 룸을 잡고 웨이터가 그런 남자들에게 여자를 픽업해주는 시스템이다. 물론 클럽도 친한 MD한테 부킹을 부탁할 수는 있지만, 여자들 입장에서 나이트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서주환은 흥미로운 기색으로 이석찬의 이야기를 들었다. 여자 밝히는 남정네 둘이 모였으니 할 얘기가 뭐 있겠는가. 기껏 나이트에 입성까지 한 마당에 플랫폼 운영 같은 복잡한 문제는 뒤로 미뤄두었다.
나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깔끔하게 생긴 웨이터 한 명이 기다렸다는 듯 다가와서 이석찬에게 인사했다.
“석찬 형님, 거의 일 년 만이네요. 요즘 왜 이렇게 뜸했어요?”
친분이 있는 사이인 듯 이석찬도 마주 인사했다.
“요즘 견실하게 생활하느라 바빠서요.”
“견실하게요?”
웨이터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한다. 이석찬의 밝힘증을 잘 아는 사람인 듯했다. 하지만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웨이터는 자잘한 문제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튼 오랜만에 왔으니까 제가 예쁜 애들로 골라 보내겠습니다, 형님.”
“아, 그 형님 소리 좀 그만해요, 형. 누가 봐도 내가 동생인데.”
“프흐흐. 돈 많으면 형님이죠.”
그리 말한 웨이터는 눈을 찡긋하며 멀어졌다. 어느새 테이블은 맥주 여러 병과 이름도 모르는 양주로 세팅을 마친 뒤였다.
서주환은 시끌시끌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주 왔나봐?”
“옛날에 몇 번. 여기가 깔끔하고 물도 좋거든. 나이트보단 클럽 같은 분위기라 연령층도 낮고.”
깔끔하다는 그의 말처럼 나이트 내부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정돈이 잘 되어있었다. 관리가 잘 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깔끔해보였고, 생각보다 예쁜 여자들도 많이 보였다.
“그런데 왜 테이블 잡았어? 네 성격에 룸 잡을 줄 알았는데.”
“예약이 늦어서 그럼. 오늘 사람 많을 거 예상하고 예약 존나 들어왔다더라고. 진즉 자리가 다 찼다네. 테이블도 인맥으로 겨우 구함.”
이석찬은 여자가 오기도 전에 양주 하나를 따서 잔에 따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뭐, 테이블도 나쁘지 않음. 오히려 룸보다 테이블이 더 얘기하고 스킨십하기 좋은 경우도 많고.”
“룸이 조용하니까 얘기하기 더 쉽지 않아?”
“노노. 발상을 바꾸셈. 테이블은 주변이 시끄러우니까 가까이 붙어서 얘기하기 좋잖음. 괜히 안 들린다면서 귓속말도 하고 은근슬쩍 터치도 하는 거지.”
“와, 이 새끼 이거…….”
그 말에 서주환은 감탄어린 눈으로 이석찬을 바라봤다. 뭘 이걸로 놀라냐는 듯 헛웃음을 흘리며 어깨를 으쓱이는 이석찬. 서주환의 눈에는 그런 이석찬이 세상 듬직해보였다. 이래서 클럽 같은 곳은 놀아본 놈들이랑 와야 한다는 건가 싶었다.
‘나 혼자 왔으면 대충 얼굴 믿고 들이대면서 어떻게든 페티시 공략하려고 했을 건데.’
페티시는 공략할 수만 있다면 성공률이 무척 높은 편이다. 또한 적절한 페티시가 없더라도 잘생긴 외모와 ‘페로몬’의 자극적인 향기는 대중적으로 잘 먹히는 요소다.
하지만 그러한 수단을 적절하게 잘 써먹는 건 사용자 본인의 역량이었다. 멀쩡한 외모를 가지고도 연애 한 번 못해본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물론 서주환은 그간 다양한 경험을 하며 여자에 대한 면역을 높이고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다만 지금까지 그가 꼬신 여자는 민가희를 제외하면 대부분 군대, 학교, 지인 등 어떤 식으로든 연결고리가 있었다. 즉, 이처럼 낯선 자리에서 생판 처음 보는 여자와 대화하는 법은 익숙하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 이석찬은 이런 경험이 많은 듯 아주 여유로운 기색이었다. 술을 홀짝이며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는 게 어떤 여자랑 할지 고르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렇게 적당히 술을 마시고 있는데, 아까 인사한 웨이터가 여자 둘을 데려오는 게 보였다. 향하는 방향을 보니 이쪽 테이블이었다.
‘오, 나이는 좀 있어 보이지만 나쁘지 않네.’
서주환은 그리 생각했으나 여자들의 얼굴을 확인한 이석찬은 슬쩍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여자들을 데리고 오던 웨이터가 자연스럽게 방향을 틀어서 다른 방향으로 안내했다.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지 않았냐? 별로였어?”
“내 취향 아님. 그리고 최소 정정이들 정도는 돼야지.”
“그런가? 뭐, 네 알아서 해라.”
서주환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이석찬과 알고 지내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여자를 밝히고 대체로 성향도 비슷했지만, 여자를 보는 취향은 꽤 갈린다는 것이었다.
이석찬이 술을 홀짝이며 말했다.
“오늘은 나이 신경 안 쓰기로 했지만 그래도 생긴 건 어려 보여야지. 아줌마는 싫다.”
“아까 그게 아줌마냐? 적당히 예쁜 누나들이더구만.”
“그게 이모지 어케 누나임.”
“까다롭긴.”
서주환은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석찬의 기준은 상당히 엄격한 면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 스스로가 너무 너그러운가 싶었는데, 하는 꼴을 보아하니 이석찬이 까다로운 게 맞았다.
어느덧 부킹해오는 여자를 거절한 것만도 다섯 번이 넘어갔다. 전부 의자에 앉기도 전에 고갯짓으로 퇴짜를 놓은 상황이었다. 이쯤 되면 웨이터 입장에서 짜증이 나서라도 부킹이 뜸해질 법도 하건만 부킹은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 웨이터가 ‘내가 꼭 매칭을 시키고 말겠어’ 같은 사명감을 불태웠기 때문은 아니고, 테이블 위로 하나씩 쌓이는 비싼 양주값 덕분이었다.
‘데려온 손님의 매출에 따라서 MD한테 팁이 들어간다고 했던가?’
벌써 양주값만 해도 100만 원을 훌쩍 넘어갔으니 열심히 부킹을 할만도 했다. 여자가 들어오면 돈을 더 쓸 것 아닌가.
그러나 서주환은 계속된 퇴짜에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스테이지 좀 갔다 올게.”
“춤추려고?”
“누구 덕분에 지루해서.”
혀를 차며 말하자 이석찬도 머쓱한 얼굴로 사과했다.
“쏘리. 돌아오기 전까지 적당히 받음.”
“제발 좀 인마.”
서주환은 까다롭게 구는 이석찬을 두고 스테이지로 나섰다. 나이트에는 클럽과 달리 스테이지 타임이라고 하여 춤추는 시간이 따로 있었는데, 마침 그 시간이었다.
‘노래가 좀 뽕짝 느낌이네.’
일반적인 클럽보단 옛날 노래들이 많이 나왔다. 그래도 비교적 젊은 층이 많은 곳이라고 최신 노래들도 몇 개 나오긴 했다.
서주환은 적당히 리듬에 맡겨서 몸을 움직였다. A급까지 랭크를 올린 ‘춤’ 재능과 그 특수능력이 움직임을 보조했다. 덕분에 본격적으로 기술을 쓰는 것이 아닌 단순히 고개를 까딱이고 몸을 튕기는 것임에도 남들과는 다른 느낌이 나왔다.
그렇게 춤을 추고 있자니 사람들과 몸이 부대꼈다. 한데, 어쩐지 주변에서 그를 유독 터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진짜 만지고 있는데?’
뭐라고 해야 되나. 클럽에서 남자들이 은근슬쩍 여자들을 터치하는 것처럼 주변 여성들이 그의 몸을 슬쩍슬쩍 치대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 눈이 마주친 여자 한 명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되게 어려 보인다. 몇 살이에요?”
“어… 스물다섯이요.”
“어머, 정말? 그런데 클럽 안 가고 여기를 왜 왔어요?”
일부러 나이를 두 살 높여서 말했는데도 여자는 놀란 목소리를 냈다. 이석찬의 말에 의하면 분명 이십대도 꽤 많다고 들었는데 이상한 반응이었다.
서주환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이석찬이 말한 이십대는 대부분이 여자란 사실이다. 남자의 경우는 이십대 후반도 간혹 있을 뿐 대부분이 서른 살을 넘었다. 성인 나이트의 경우는 매출을 위해 나이제한을 걸고 어린 손님은 받지 않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딱 봐도 스물 초중반으로 보이는 서주환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게 당연했다. 어린 여자들은 오히려 나이가 좀 있고 돈을 잘 쓰는 ‘오빠’들을 찾아갔지만, 서른을 넘고 돈이 있는 여자들은 되려 서주환처럼 어린 남자에게 눈독을 들인 것이다.
“하하. 그게 친구가 오자고 해서요.”
“친구? 친구도 스물다섯?”
“그, 그렇죠?”
“흐음. 그럼 누나들이랑 놀지 않을래?”
여자는 친근하게 말하며 은근슬쩍 몸을 가까이 붙였다. 동시에 서주환의 허벅지 쪽으로 터치가 들어왔다.
“어머?”
여자의 입에서 놀란 소리가 나왔다. 손끝에서 생각보다 훨씬 탄탄한 감촉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하…….”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다리를 오므렸다. 허벅지를 타고 올라온 손이 어느새 중심부로 다가온 탓이다. 연령층이 높아서 그런지 클럽에서 남자들이 할 법한 손장난을 여자 쪽에서 먼저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누님한테 찍힌 것 같은데… 헉!’
서주환은 순간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계속 고간을 만지려는 움직임에 몸을 슬쩍슬쩍 비틀고 있었는데, 순간 뒤에서도 누군가 엉덩이를 만져왔기 때문이었다.
‘뭔데 이거! 무서워!’
그는 난생 처음으로 성추행을 당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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