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291화 (29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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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wghry 님, 카노이스 님, 라이노40 님, sug1108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D

확장되는 일상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술자리는 생각보다 늦게까지 이어졌다.

그 이유는 갑자기 난입한 여성때문이었다.

“이봐, 서주환 씨! 내가 못 올 줄 알았죠?”

난입한 여자의 이름은 이채희.

정말로 주소를 찍은 서주환의 행동을 도발로 받아들인 이채희가 생리통을 뒤로하고 찾아온 것이었다. 그녀는 어지간히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이채희는 자리에 있는 배성근과 서주환을 보다가 이석찬을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엄메? 한 명이 더 있었네?”

“오랜만이네요, 누님.”

“응? 누구… 죄송하지만 제가 기억력이 별로 안 좋아서요.”

“몇 번 본 적 없으니까 기억 못하는 게 정상이에요. 운성이라고 하면 기억하려나?”

“운성? 아, 이 사장님 아들? 헐, 그 꼬맹이가 이렇게 컸다고?”

“기억력 좋으시구만, 뭐.”

이채희는 꽤 오래된 일이었음에도 이석찬을 기억하고 있었다. 온전히 기억을 떠올린 그녀가 코웃음을 쳤다.

“어떻게 잊니? 그 싸가지 없던 꼬맹이를.”

“입 험한 것도 여전하시고.”

“험하긴 네 입이 더 험했거든? 뭐, 지금은 좀 달라진 것 같다만. 꼬맹이 얼굴이 많이 펴졌다?”

“하하…….

이석찬이 드물게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하연이만 변한 게 아닌가 보네.’

배성근도 이석찬을 보고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니 꽤 큰 변화가 있는 듯했다.

“나 지금 되게 예민하거든? 재미없기만 해봐! 히스테리 부린다!”

이채희는 방문을 닫으며 그리 엄포를 놓았다. 당당하게 히스테리를 부린다며 말하는 모습이 서주환으로 하여금 여배우에 대한 환상을 깨지도록 만들었다.

반면 이채희는 그가 마음에 든 듯 바로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

“서주환이라고 했죠? 직접 보니까 더 괜찮네. 역시 분위기가 좋아, 분위기가.”

분위기란 게 무얼 말하는 걸까.

생리통이 심하다던 이채희는 어째 술이 들어갈수록 점점 표정이 밝아졌다. 그녀는 제 배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조금 괜찮아진 것도 같고.”

서주환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페로몬 때문에 통증이 줄어든 것 같네.’

그가 지닌 ‘페로몬’ 스킬에는 이성의 생리, 흥분 작용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이때 생리 작용을 높인다는 것은 여성의 월경을 활발하게 만든다는 게 아니라 신체의 생리활동을 보다 긍정적인 상태로 유도한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정하연이나 유지경 등도 생리가 시작될 때면 본능적으로 그에게 더 가까이 붙어 있고는 했다. 물론 그 전에 그가 ‘성스러운 손길’의 치유와 안정효과를 불어넣어주었지만 말이다.

‘손길을 써줄 필요는 없겠지.’

오늘 처음 본 이채의 몸을 그의 여자들처럼 쓰다듬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신 이채희는 본능적으로 그가 가까이 있을수록 몸상태가 편안해진다는 것을 느꼈는지 처음 본 사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리를 좁혀왔다.

“우리 이제 선후배 사인가? 내가 원래 아무한테나 잘해주지 않거든? 그런데 주환이 넌 느낌이 좋아. 내가 예뻐해줄게.”

“하하. 말씀 감사합니다.”

이래서 이성의 호감을 쉽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페로몬’ 스킬이 참 좋았다. 적극적인 성격에 가식 없는 사람, 그 중에서도 본인의 느낌을 중시하는 사람일수록 ‘페로몬’의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나곤 했다. 그리고 이채희는 모든 조건이 다 해당되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선후배 사이라는 친밀한 타이틀은 버려야 했다.

“그런데 누나, 저 배우 제의 거절했어요.”

“뭐? 왜? 딱 보니까 천생 배우감인데!”

대체 뭘 보고 그리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남녀를 떠나 대한민국의 탑급 배우인 그녀가 외모만 보고 판단할 리는 없을 텐데 말이다.

‘사실 외모도 진짜 잘생긴 배우들에 비하면 아직 좀 딸리고.’

아이템 덕분에 B+급의 외모 보정을 받았지만 비주얼로 유명한 연예인들에 비하면 손색이 있었다. 훗날 A급 ‘얼굴 개연성 쿠폰’이 나온다면 그들과 비슷해지지 않을까.

서주환은 대답하기 전 그녀의 빈 잔에 술을 채워주었다. 일찍이 미디어에서도 주당으로 유명한 그녀는 어느덧 그를 술 셔틀로 쓰고 있었다.

“그보다 누님, 그냥 반말하세요. 이상한 반존대 그만하시고요.”

“호호. 그럴까? 너도 그냥 누나라고 불러. 사실 나도 좀 불편하긴 했어. 나이차이가 열 살인데.”

“얼굴만 보면 친구 같지만 말이죠.”

“엄메, 얘 봐라? 아부가 자연스럽게 나오네.”

그 말에도 서주환은 뻔뻔한 얼굴로 씩 웃었다. 그도 막 회귀했을 적의 어벙했던 그때와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아부가 아니라 사실이죠. 누나도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아요?”

“알기는 무슨. 나 이십 대 때는 지금보다 더 예뻤거든?”

굉장한 자신감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찌 보면 재수 없게 느껴질 만도 하건만 그 자신감에 대한 근거가 확실하니 오히려 멋있어 보였다.

킥킥거리며 술을 홀짝이던 이채희는 문득 화제가 돌려졌다는 걸 깨닫고 서주환을 흘겨봤다.

“깜빡 속을 뻔했네. 너 말 돌리는 게 수준급이다?”

“하하…….”

“그래서 제의는 왜 거절한 건데? 리액트가 우리나라에서 탑급 엔터인 건 알지?”

“당연히 알죠.”

“그런데 왜?”

“제가 내성적이라서 연기는 생각만 해도 울렁거리더라고요.”

“헛소리 하지 말고. 얘가 배우 앞에서 이상한 연기를 하고 있어. 뭐, 목소리는 좋네.”

이채희가 코웃음을 쳤다. 성우 재능의 특수능력이 씨알도 안 먹혔다. 어차피 속일 생각도 없긴 했지만.

서주환은 빨리 말해보라는 듯 재촉하는 이채희의 눈빛에 앞서 했던 말을 다시 늘어놓았다.

이야기를 다 들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이채희는 역정을 내던 모습과 달리 수긍이 빨랐다. 오히려 배성근에게 괜히 부담주지 말라며 포기하란 말까지 전했다.

배성근이 한숨을 내쉬었다.

“포기는 아까 했어요. 누님이 와서 좀 기대하긴 했지만.”

“잘했어. 얘 눈 보니까 자기가 내키지 않으면 죽어도 안 해.”

“그래서 나중에 내킬 수도 있으니까 번호만 받아놨습니다.”

“그래. 나중에는 혹시 모르지.”

그녀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술을 홀짝였다.

“오랜만에 성근이 픽이라 재밌겠다 싶었는데 아쉽네.”

“성근이 형을 꽤 신뢰하시나 보네요.”

“얘가 좀 어수룩해 보여서 그렇지 눈은 좋거든. 특히 배우 보는 눈이.”

서주환은 새삼 배성근을 돌아봤다. 이채희의 말을 들으니 문득 그가 자신에게 무얼 봤는지 궁금해져서였다.

“성근이 형.”

“응?”

“저한테 뭘 보고 캐스팅하려고 한 거예요? 사실 피팅 모델에서 한 건 연기라고 할 것도 없었잖아요. 채희 누나도 저한테 천생 배우라는 소리를 하고.”

“음. 일단은 마스크. 그리고 비율.”

서주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과 몸의 비율이 잘난 건 스스로 충분히 알고 있다. 아이템을 퍼부었는데 못 나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배성근은 그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재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다른 이유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아우라.”

“네? 그게 뭔데요?”

이채희가 끼어들어 설명했다.

“내가 아까도 말했지? 너 분위기가 좋다고.”

“아, 그랬죠.”

“그게 아우라야. 경험상 잘 되는 배우들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거든. 반대로 연기를 잘해도 분위기가 워낙 평범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못 끄는 배우가 많아.”

“아하.”

서주환은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스킬 때문이었구나.’

살기와 페로몬.

위험한 분위기와 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던 게 배성근의 눈에 띈 모양이었다. 확실히 스킬을 사용한 분위기 연출은 연기를 할 때도 상당히 도움이 될 듯했다.

‘뭐, 연기 재능이 생기면 못할 것도 없지.’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

술자리가 끝나고, 배성근은 이채희와 같은 택시를 잡았다. 서주환이 가자마자 아프다며 낑낑대는 그녀를 바래다주기 위함이었다.

배성근이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러게 아프다면서 왜 나와요?”

“끄응. 걔가 도발하잖아.”

“진짜 그 이유 때문이에요? 주환이 얼굴 보고 싶었던 건 아니고?”

“흥. 이래서 눈치 빠른 애들이 싫어.”

“괜히 사고치지 마세요.”

택시기사가 있어서 말을 줄였지만 결국 할 말은 다 하는 배성근이었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평생 혼자 살 거라던 사람이 남자는 왜 그리 좋아하는 거야.’

이채희의 염문설은 대부분이 헛소문이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는 소리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한숨에 이채희가 발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농담이야. 네가 보내준 영상 보고 궁금해서 온 거거든?”

“그러시겠죠. 믿고 있었어요.”

“목소리가 아닌데?”

“기분 탓입니다.”

“쯧.”

배성근은 못마땅하게 혀를 차는 그녀를 보고 픽 웃어버렸다. 말은 퉁명스럽게 했지만 그녀는 알아서 잘 처신하는 사람이었다. 뭔가를 해도 들키지 않게 할 테지. 연예계에서 구른 게 십 년이 넘어가는 사람이니만큼 그가 사생활까지 터치할 필요가 없었다.

문득 이채희가 그를 쿡 찔렀다.

“주환이 걔랑 친하게 지내.”

“그럴 생각입니다.”

“나중에 기회 되면 잘 꼬셔보고.”

“그것도 그럴 생각이긴 한데… 아까는 포기하라면서요? 내키지 않으면 죽어도 안 한다고.”

이채희는 콧방귀를 뀌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거야 지금 얘기고, 갑자기 내키면 언제든 할 걸?”

“역시 그렇죠?”

“응. 대박인지는 까봐야 알겠지만, 그만큼 순식간에 사람을 홀릴 수 있는 재능은 드물거든.”

이채희는 아까 전 배성근이 보내준 영상을 떠올렸다. 사진사의 주문에 맞춰서 순식간에 갖가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내던 모습. 그건 사진사가 아닌 모델의 능력이었다. 특히 화면 너머로도 접근하면 위험할 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사나운 모습은 다시 생각해도 매력적이었다.

배성근은 스마트폰에 떠오른 ‘서환’의 작품들을 보며 슬쩍 웃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꼭 배우가 아니더라도 관심이 생길 것 같거든요.”

일단 이석찬과 친한 친구라는 점에서부터 알고 지내서 손해볼 건 없을 듯했다.

*

피팅 촬영을 진행한 후 열흘이 더 지났다.

코앞으로 다가온 기말시험에 대학생들은 공부삼매경에 들어갔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말이다.

서주환은 시험공부 따윈 제쳐두고 침대 위에 누워서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업적, ‘첫 위튜브 조회수 100만’의 보상으로 100,000LP가 지급됩니다.]

[업적, ‘위튜브 조회수 100만’의 보상으로 10,000LP가 지급됩니다.]

[패널티, 해당 위튜브 채널은 시스템 사용자의 것이 아닙니다. 지급 포인트가 삭감됩니다.]

[55,000LP가 정산됩니다.]

‘에라이, 치사하게.’

서주환은 반으로 줄어든 포인트에 혀를 찼다.

‘은근히 여러 가지 조건이 붙는단 말이지.’

포인트를 온전히 받기 위해서는 우선 채널이 본인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목소리, 얼굴의 공개여부와 영상의 길이도 포인트 정산에 영향을 미쳤다.

‘그래도 수아 덕분에 부수입이 달달하네.’

혀를 차긴 했지만 한수아가 아니었으면 얻지 못할 포인트였다. 그리고 포인트는 위튜브 외에 다른 경로로도 들어왔다.

[업적, ‘구매욕을 부추기는 모델’을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하루 만에 C급 호감도 1천 만들기’를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의도치 않은 유명세’를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쇼핑몰 인기스타’를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보상으로 30,000LP가 정산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윤서라의 쇼핑몰은 대박을 맞았다.

‘첫 날엔 꽤 불안했는데.’

오픈 첫날만 하더라도 사이트 방문 횟수는 시원찮았다. 하지만 다음 날 업로드 된 한수아의 광고 영상을 시작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하더니 급속도로 주문량이 들어왔다.

쇼핑몰 성황에 영향을 미친 것은 한수아의 광고뿐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리액트 엔터 길거리 캐스팅 장면’ 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짧은 영상이 위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 영상은 서주희가 촬영한 것이 아니었다.

‘누가 찍었는지는 몰라도 잘됐지.’

누군가 무단으로 찍은 영상이었지만 그 덕분에 윤서라의 ‘스타일 완성(Swan)’이 제대로 낙수효과를 받았다. 해당 영상을 본 사람들이 궁금증에 쇼핑몰로 들어왔다가 주문을 하게 된 것이다.

‘나도 포인트 달달하게 벌었으니까 뭐.’

1만LP를 추가로 수급할 수 있었으니 귀찮게 영상을 내려달라고 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정하연이 찍혀 있었으면 고민을 해봤겠지만 영상에는 그만 담겨있었다.

다만 귀찮은 일도 함께 생겼다. 영상을 본 연예계 관계자들에게서 갑자기 데뷔 제의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리액트에서는 배우데뷔를 제의하더니만 듣도 보도 못한 기획사에서 아이돌 제의까지 해왔다.

물론 서주환은 같잖은 제의들을 싸그리 무시했다.

‘아이돌은 무슨.’

노래도 안 듣고 춤도 안 봤는데 무슨 생각으로 한 제의인지 모르겠다. 하다못해 연예인을 할 거면 솔로가수나 배우를 하지 아이돌은 절대 할 생각이 없었다. 같은 부류의 직종이라도 아이돌은 유독 관리가 심하지 않던가. 지금처럼 여러 여자들을 만나는데 지장이 생길 것이 뻔했다.

그렇게 침대 위를 데굴거리며 정산된 포인트와 앞으로 지출할 포인트를 셈하고 있을 때였다.

“쭈환, 의견 좀 내보셈.”

방바닥에 엎드려 만화책을 보던 이석찬의 말이었다. 그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전부 마지막 기말시험을 대비해 각자의 집에서 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서주환은 여전히 누운 채로 답했다.

“무슨 의견?”

“우리 플랫폼 어떻게 운영할지.”

“대충 플랜 다 짜놨다면서?”

“돈을 얼마나 굴릴지, 어떻게 굴릴지는 다 짜놨지. 그런데 플랫폼 운영이라던가 방향성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음.”

“쩝. 나라고 뭐 뾰족한 수가 있겠냐? 네가 더 잘 알지.”

“엉. 사실 심심해서 물어본 거임. 기대도 안 했음.”

“이 자식이…….”

몸을 옆으로 굴려 노려보자 이석찬이 만화책을 붙잡고 낄낄댔다.

“너는 글이나 열심히 쓰셈. 거 뭐야, 퍼니북스? 거기에 원고 넘기지 말고. 그러라고 공동대표 한 거임.”

“그건 알겠는데, 진짜 내 돈 안 받냐? 이왕 할 거면 나도 투자한다니까.”

“필요 없음. 푼돈 얹어봐야 티도 안 남.”

“얌마, 20억이 푼돈이냐?”

“껌 값이지.”

“…시발, 껌 한 번 더럽게 비싸네.”

서주환은 혀를 찼다. 부잣집 도련님이 껌 값이라면 껌 값인 거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용돈이 어쩌고 카드가 어쩌고 하던 놈이.’

저놈 자산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한동안 용돈이 어쩌고 카드가 어쩌고 하던 것도 다 거짓말인 게 분명했다. 저놈 주둥이에서 나오는 말은 반이 구라였다.

그럼에도 이석찬과 함께 하기로 한 것은 그동안 본 녀석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이석찬은 가끔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은근히 배려심 있고 제 사람을 아끼는 놈이었다.

다만 너무 후한 조건에 서주환은 다시 확인 차 물어봤다.

“야, 나 진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냐? 글만 쓰면 돼?”

“엉. 네 도움 필요하면 알아서 말함.”

“쓰읍. 투자도 안 했는데 지분을 2할이나 받고, 거기에 월급까지 받으려니까 찝찝한데. 소설 판매 수익도 10할 다 나한테 준다면서. 너한테 이득이 없잖아.”

“아, 거, 이득 있다니까 그러네.”

그리 말한 이석찬이 만화책을 내려놓고 서주환을 돌아봤다. 그에 서주환은 몸을 흠칫했다. 이석찬이 묘하게 꿰뚫어보는 듯한 눈으로 그를 보고 있어서였다.

그때 이석찬이 음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너는 이제 내 합법적 노예임. 닥치고 글이나 써라, 글싸개.”

“…….”

“손가락이 부러지도록! 내 덕질이 윤택해지도록!”

서주환은 생각했다.

‘확 손가락을 부러트려버릴까 보다.’

이 돈 많은 씹덕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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