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288화 (28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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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요즘 하연이 분량이 너무 뜸하지 않았나 싶어서 조금 분량을 줘봤습니다.

이게 참 딜레마란 말이죠.

주변 인물들 분량을 줄이고 진행하면 공기화라는 느낌이고, 그렇다고 주변인물들을 계속 신경 쓰면 전개가 안 나가고.

잘 쓰는 작가님들은 참신한 스토리라던가 문장력도 대단하지만 전개의 완급조절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필력 이전에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다른 느낌...!

저도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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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속은위험해 님, adswhdgur 님, 시일조 님, wadize 님, 시클레인 님, 햐이안 님, opssss 님, 미리내21 님, 표버미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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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연휴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D

피팅 모델

“이제 주환 씨 나와주세요~.”

“네엡.”

서주환은 긴장감 없는 걸음걸이로 세트장에 올라갔다. 그도 모델 경험이 없기는 정하연과 마찬가지였지만 어쩐지 긴장이 되지 않았다.

‘시스템을 얻고 나서부터 이랬던가? 원래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회귀 전부터 담력 하나만큼은 타고 났던 것 같다. 부담스럽고 귀찮아도 막상 나서서 하면 무난하게 해내곤 했었다. 다만 모든 게 불행 앞에 가려졌을 뿐이다.

서주환은 손발을 털며 자세를 점검했다.

‘능력을 활용해볼까.’

이대로 모델을 하면 시행착오가 많을 테지만 그에겐 욕망 시스템이 있었다. 시스템을 얻은 지도 이제 대략 1년. 능력을 활용하는 데에도 꽤 요령이 붙었다.

‘춤이랑 박투, 손재주, 발재간 재능을 의식해서 사용하면…….’

춤과 박투로 몸의 밸런스를 잡고 발재간 재능으로 하체의 축을 잡는다. 마지막으로 손재주 재능을 활용하여 어정쩡하게 떠있던 손을 자연스럽게 붙였다.

찰칵!

사진사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그를 칭찬했다.

“괜찮은데? 포즈는 평범해도 옷태가 살아서 좋다. 캬, 주환 씨가 자기 몸을 살릴 줄 아네.”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아유, 제가 감사하죠. 오늘 생각보다 금방 끝낼 수 있겠는 걸요?”

여러 재능의 요소를 활용한 포즈는 성공적이었다.

‘모델 재능을 가진 것만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일반인치고는 상당한 수준이지 않을까. 사진사의 반응도 연신 칭찬일색이었다.

“오케이! 여기까지! 진짜 빨리 끝났다.”

사진사가 컷을 하고 서주환은 몸에서 힘을 뺐다. 재능을 적절히 활용한 덕분에 스튜디오 내 촬영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끝났다.

윤서라가 박수를 짝짝 치며 외쳤다.

“이제 밖으로 나가죠. 얼른 끝내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서라 언니가 쏘는 거예요?”

“어? 저희도 가도 돼요? 민폐 아니에요?”

“에이, 민폐는 무슨! 오늘 내가 다 쏠 테니까 기대해! 언니 돈 많다!”

“언니, 최고!”

“멋있습니다, 누님!”

윤서라를 비롯한 서주환 일행은 미리 허가를 받아둔 야외 촬영장소로 향했다.

장소에 도착한 윤서라는 주변을 보며 헤벌쭉 웃었다.

“촬영 날짜에 맞춰서 딱 첫눈까지 내리다니. 이건 길조야, 길조.”

“그러게요. 눈 소복하게 쌓인 것 좀 보세요. 그림 좀 나오겠는데요?”

“혹시 몰라서 장비 다 빌려두길 잘했다. 히히.”

“난 언니가 눈 올지도 모른다면서 장비 빌릴 때만 해도 웬 돈지랄인가 했는데 이제 보니 혜안이었네요.”

“후후. 기상청도 가끔은 도움이 되네.”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공원의 나무들은 잔가지를 드러낸 채 앙상한 몰골이었지만, 그 위로 소복이 덮인 눈 덕분에 제법 운치가 있었다. 오전부터 펑펑 내리던 눈발도 딱 보기 좋을 정도로 가라앉아서 시기가 참 잘 맞아떨어졌다.

“자, 다시 찍어보자. 다들 몸 굳으면 안 되니까 핫팩 팍팍 써!”

세팅이 끝나고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처음은 이번에도 윤서라부터. 역시나 그녀는 능숙하게 표정과 자세를 잡으며 무난하게 촬영을 끝냈다.

다음은 정하연의 차례.

“좋아. 하연 씨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진짜 모델해도 되겠는 걸?”

“아하하. 말씀만으로도 감사해요.”

“어머, 빈 말 아닌데?”

윤서라의 지인이라던 사진사는 사람을 잘 다뤘다. 적당히 칭찬으로 자신감을 주고 긴장감을 풀어주는 게 아주 능숙해보였다.

“연예인인가?”

“모델 아니야? 아무튼 엄청 예쁘다.”

“비율 봐봐. 미쳤다.”

촬영이 이어질수록 주변에 멈춰서는 사람이 많아졌다.

눈 덮인 공원과 하늘하늘 떨어지는 첫눈. 그럴듯한 그림을 배경으로 둔 정하연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뒤에 있는 사람들도 모델인가? 예쁘다.”

“아닐 것 같은데. 저 사람들은 키가 좀 작잖아.”

“에이, 쇼핑몰 모델 같은 건 키 작은 사람들도 할 걸?”

“남자 둘도 엄청 잘생겼다.”

일행들의 외모도 시선을 끄는데 한몫 더했다. 그들은 저마다 아닌 척 허리를 곧게 세우고 표정을 관리했다.

“저기 덩치 엄청 큰 사람은 경호원 같은 건가? 안전요원?”

장덕훈은 졸지에 안전요원 취급을 당하고 시무룩해 있었지만 말이다.

“오케이! 이제 주환 씨 나와주세요!”

“네엡.”

서주환은 옷을 걸쳐 입고 앞으로 나섰다. 밖에서 촬영하는 옷은 대부분 아우터 계열이었다. 물론 속에 계속 같은 옷을 입을 수는 없었기에 차 안에서 갈아입긴 해야 했지만 말이다.

사진사는 스튜디오에서보다 더욱 자연스러워진 서주환을 보고 신나서 외쳤다.

“좋다, 좋다! 표정도 좀 더 다양하게 해볼래요? 가죽 재킷으로 갈아입었으니까 이번엔 좀 위험한 느낌으로!”

“네? 위험한 느낌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좀 야성미 넘치는 그런!”

서주환은 곤란한 표정으로 눈꼬리를 긁적였다. 이거 조금 잘했다고 너무 무리한 주문이 들어온다. 갑자기 난이도가 높아졌다.

‘위험한? 야성미?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본업이 작가였으니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있다. 실제로 소설을 쓰면서 그런 문장을 활용한 적도 있었고. 하지만 실제로 그 스스로가 분위기를 만드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음. 살인 재능을 이용해볼까?’

중학생 때 담임이었던 유민서에게 얻은 살인 재능. 처음 봤을 때는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는 위험한 재능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재능은 쓰기 나름이다. 날카로운 칼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지만 요리사의 손에 들리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지 않던가.

‘어디보자. 살기를 조절하면…….’

살기는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살의를 품었을 때 발동하는 특수능력이다. 하지만 익숙해진 지금은 약한 적의나 짜증만으로도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했다.

[특수능력, 살기(殺氣)를 발동합니다.]

서주환은 짜증스러운 상황을 떠올렸고, 그에 반응한 살기는 일전의 소름끼치도록 차가웠던 기운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일어났다.

사진사가 그를 보고 멍한 기색으로 감탄을 흘렸다.

“와… 이, 이거 좋은데요? 주환 씨, 그대로 이쪽 쳐다보세요.”

살기는 주변으로 뻗어나가는 대신 서주환의 몸 주위에서 옅게 일렁였다. 그러자 조금 전 사진사가 말했던 위험한 느낌이 풍겼다.

“지금 표정 좋아요. 그대로…….”

서주환은 표정을 유지하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살기를 발동하기 위해 짜증스러운 생각을 떠올려서일까. 다소 어색했던 표정이 차갑게 변하며 살기와 어우러졌다. 그러자 사진사가 요구했던 위험한 매력이 물씬 배어나왔다.

“우와… 분위기 미쳤다.”

“그러게. 뭔가 매력적인데 위험해 보여서 다가가기 힘든 느낌?”

“누구지? 본 적 없는 모델인데. 어디 배우인가?”

“가죽 재킷 존나 잘 어울린다. 나도 하나 살까?”

“네가 입는다고 저렇게 되냐? 패완얼이지.”

구경하던 사람들도 서주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조절된 살기는 사람들에게 낯설고 매력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한편 사진기사는 점점 더 어려운 요구를 해왔다.

“주환 씨, 이번엔 다른 표정 가능할까요? 아, 옷은 저걸로 갈아입고 부드럽게. 음. 좀 섹시하게?”

“섹시하게요?”

“네! 여자친구가 보면 못 참고 벗겨보고 싶은 느낌이 들게!”

“하하… 사진사 누나, 저는 전문 모델이 아닌데요.”

서주환은 짐짓 곤란한 투로 한창 흥분해 있는 사진사에게 제동을 걸었다. 제때 커트하지 않으면 요구사항이 어디까지 높아질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에 사진사도 정신을 차리고 멋쩍게 웃었다.

“제가 너무 신났네요. 사실 지금 한 것만도 대단한 건데. 역시 다른 컨셉까지는 무리겠죠?”

“음. 조금 전에 말씀하신 것까지는 가능할 것 같은데요.”

“정말요?!”

“하하. 그냥 한 번 해보기나 할게요.”

“네네! 천천히 해도 되니까 편하게 해주세요. 기대할게요!”

“아니, 편하게 하라면서 왜 부담을…….”

서주환은 이내 픽 웃어버렸다. 사진사 누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걸 보니 말이 통하지 않을 듯했다.

‘이번엔 페로몬으로 해볼까.’

서주환은 자세를 취하고 ‘페로몬’ 스킬을 사용했다.

【페로몬(Rank: A)】

▶ 효과1: 보다 쉽게 호감을 살 수 있는 매력적인 향기를 발산한다.

▶ 효과2: 페로몬을 맡은 이성의 생리, 흥분 작용을 일시적으로 미미하게 높인다.

▶ 효과3: 하루에 세 번, 3초간 상대가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를 몸에 두를 수 있다.

▶ 효과4: 모든 행동에 색기가 깃든다.

페로몬은 이성의 호감을 올리는 매력적인 향을 발산하기도 하지만 ‘모든 행동에 색기가 깃든다’는 효과도 있다.

서주환이 짐짓 티의 목 부근을 잡으며 자세를 취하자 사진사에게서 격렬한 반응이 터져나왔다.

“헉! 바로 그거예요! 부드럽게 미소 짓고 여기 보세요!”

서주환은 그 말대로 카메라를 보다가 그 뒤에 있는 여성 진을 발견하고 씩 미소 지었다.

정하연, 유지경, 한수아. 그가 그녀들을 잘 아는 만큼 그녀들 또한 그의 몸을 낱낱이 알고 있었다. 몇 번이나 알몸을 마주본 상대 아니겠는가.

세 여성은 움찔하더니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 죽여줄 건데? 기대하고 있을게.’

정하연은 스튜디오에서 서주환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 얼굴을 붉혔다.

‘아씨. 저 바람둥이 주인 새끼…….’

너구리는 괜히 화가 나서 심통난 표정으로 혀를 쏙 내밀었다.

‘환이 오빠 멋있어!’

서주환이 그저 한없이 좋은 한수아는 헤실 마주 웃었다. 하지만 며칠 전 그에게 밤새 괴롭힘 당했던 게 떠올라 웃음에 민망함이 깃들었다.

한편 윤서라는 숨이 턱 막힌 것처럼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서주환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옷! 옷 더 만들고 싶어!’

앞의 위험한 분위기를 연출했을 때도 그랬지만 색기 넘치는 표정을 보니 영감이 샘솟았다. 아직 구체적인 형태를 이루지 못한 영감이 머릿속에서 휘몰아쳤다.

촬영을 구경하던 행인들의 표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마다 감탄사를 뱉으며 서주환을 바라보거나 그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스마트폰을 검색했다.

하지만 단 두 명만큼은 전혀 다른 반응이었으니.

“우웩. 섹시한 척 존나 재수 없어. 토 쏠려.”

친동생인 서주희는 속이 거북해져서 인상을 구겼다.

“으아. 가증스런 놈. 내가 저 새끼 실체를 까발려야 되는데.”

서주환의 실체를 잘 알고 있는 이석찬이 혀를 찼다.

한편 서주환은 다시 옷을 갈아입으며 콧노래를 불렀다.

[업적, ‘행인들의 연예인’을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야외 촬영’을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위험한 매력의 남자’를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벗겨보고 싶은 남자’를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길거리 시선 강탈남’을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보상으로 11,500LP가 정산됩니다.]

‘역시 새로운 경험을 해야 업적 포인트가 잘 쌓인단 말이야.’

업적으로 얻을 수 있는 포인트는 무수히 많다. 특히 얼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경우에 포인트가 잘 쌓인다. 덕분에 오늘 벌어들인 포인트가 벌써 1만 5천LP를 넘었다.

‘어디 보자. 스킬 말고 아이템도 써볼까?’

서주환은 촬영보다도 부수입을 올리는 데 재미를 붙였다. 안 그래도 요즘 일상용품까지 효과 좋은 아이템으로 대체하다 보니 포인트가 점점 많이 나갔는데 이 기회에 포인트 수급 좀 해야지 싶었다.

【슬픈 사연이 어린 은테 안경】

▶ 효과: 착용자의 눈에 우수에 찬 느낌을 불러온다.

【매력 상승 립밤】

▶ 효과1: 입술의 매력을 상승시켜준다. 여성이 보기에 키스를 하고 싶어지는 입술일지도?

▶ 효과2: 입술이 트는 걸 방지하고 이미 튼 입술을 재생시켜준다. 재생에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 한 번 바르면 두 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

[업적, ‘쓸쓸한 겨울 남자’를 달성하였습니다.]

[업적, ‘키스하고 싶은 남자’를 달성하였습니다.]

적당히 촬영하려 했던 서주환은 아이템까지 사용하며 포인트 수급에 열을 올렸다. 자잘한 업적들이 주는 포인트는 많지 않았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합산한 포인트 양이 결코 적지 않았다.

그렇게 야외촬영을 끝나갈쯤 2만LP를 넘게 벌어들이고 만족스럽게 웃을 때였다.

“저, 저기요! 잠시만요!”

어떤 남자가 인파를 뚫고 다가왔다.

동그란 금테 안경을 쓴 젊은 남자는 다급히 품에서 명함을 꺼내 들었다.

“안녕하세요. 리액트 엔터의 배성근이라고 합니다. 혹시 배우에 관심 없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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