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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전개가 느리게 느껴지면 분량을 더 채우거나 연참을 하는 편.
최근 분량을 빵빵하게 채웠는데도 생각처럼 속도가 안 나서 연참을 해보았습니다.
주말 동안 쓴 유일한 비축분이 날아갔군요......
내일 마감은 내일의 제가 어떻게든 하겠죠 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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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동생이 내 아내의 몸을 떡 주무르듯 주물럭 거린다.
그런데 그걸 보고 발기해버렸다.......
강호 형은 대체 무슨 심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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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님, 카스미아포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미스터프리 님, 씍 님, 씍 님, 펭귄한마리 님, 나부귀 님, 덕준 님, eien 님, 스카리안 님, ㅇㅣ아 님, P짱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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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야매 성(性) 상담 치료사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 지도 보름이 지났다.
째액! 째액!
이른 아침 참새 우는 소리.
서주환은 창틈 사이로 들어온 햇살에 눈을 떴다. 이제 완연히 겨울이라고 할 만한 날씨였음에도 아침 해가 빨리도 떴다.
“흐아암. 환기해야지.”
창문을 열자 서늘한 겨울바람이 불어왔다. 겨울 특유의 시린 공기가 빨리 잠에서 깨라며 얼굴을 훑었다.
탁탁탁탁! 치이이익~!
방문을 열고 나가니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이혜리다. 그녀는 직장을 다니지 않는 대신 가정주부로써 충실했다. 지금 시대에는 희귀종이 된 현모양처란 말이 어울리는 여자였다.
인기척을 느낀 이혜리가 뒤를 돌아보았다.
“여보? 아, 주환이구나. 잘 잤니?”
“네. 형수님도 안녕히 주무셨어요?”
“호호. 덕분에 잘 잤단… 어머.”
이혜리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서주환의 중심부가 아침 발기로 존재감을 한껏 과시하고 있었다. 바지를 뚫고 나올 듯 빳빳하게 기지개를 켠 물건은 항상 힘없이 늘어져 있는 백강호의 물건과 전혀 달랐다.
서주환은 그 시선을 느꼈지만 모르는 척 냉장고의 물을 꺼내마셨다. 이혜리의 눈길이 황급히 떨어졌다.
‘그냥 민망해하는 것뿐인가.’
서주환은 그녀의 상태창을 보고 안심했다.
‘불감증 때문인 건지 아니면 절개가 굳은 건지. 혹시나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
그의 손길에 생전 느껴본 적 없는 성감이 개발되고 있는 이혜리다. 거기에 ‘페로몬’ 스킬까지 더해졌으니 삿된 마음을 품을 만도 한데, 그녀는 여전히 백강호만 바라봤다. 혹시라도 이혜리가 그에게 이성적인 마음을 품을 일은 없을 듯했다.
다행인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성욕과 별개로 그는 백강호, 이혜리 부부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대신 호감도 올리기가 힘들었지.’
그는 함께 사는 동안 이혜리에게 아이템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그 때문에 퀘스트 완료 보상보다 손해가 커졌을 정도다. 하지만 친한 형님인 백강호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서이니 크게 아깝지 않았다.
아무튼 덕분에 지난 보름간 이혜리의 호감도가 A까지 올라갔다. 아이템은 물론이고 각종 스킬까지 아낌없이 사용한 결과였다.
다만 A까지 오른 호감도는 오래 유지되지 않고 금세 C~C+까지 떨어졌다.
‘호감도가 유지되지 않는 건 상관없어. 어차피 목적은 한 번만 달성하는 거였으니까.’
호감도는 유동적이다. 극단적인 예시지만 A를 달성했다가도 금세 D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테면 흥분 상태에서 무대 같은 걸 봤을 때가 그렇다. 실제로 그는 지난 축제 무대에서 춤을 추고 몇몇 여자들의 호감도를 A까지 달성했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니까 금방 곤두박질 쳤었지.’
그가 이혜리에게 원하는 방향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녀의 호감도를 A로 만드는 건 딱 한 번이면 충분했다.
“여보~ 그만 일어나서 식사해요~!”
얼마 안 있어 백강호가 나왔다. 그를 비롯한 세 사람은 흡사 가족처럼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크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역시 형수님 요리가 최고예요.”
“음. 오늘도 맛있게 먹었어, 혜리야.”
“호호. 둘 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식사를 마친 서주환과 백강호는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은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
서주환은 백강호를 따라 체육관으로 향했다. 함께 살기 시작한 뒤로 백강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에게 각종 격투기를 알려주고 있었다.
“주먹 쓸 일 없는 게 제일이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그런데 너 지금 상태로 사람 잘못 치면 살인 난다. 차라리 제대로 배워라.”
그가 백강호에게 싸우는 법을 배우게 된 이유였다. 백강호는 조폭들을 정리할 때 서주환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그를 걱정하고 있었다.
미트를 잡은 백강호가 서주환의 주먹을 받아내며 소리쳤다.
“그래, 거기! 지금처럼 체중 실어서 치면 바로 뒤지겠다!”
“아니, 죽이지 말라면서요!”
“짜샤, 그러니까 알려주잖아. 원래 잘 죽이는 사람이 안 죽이고 잘 패는 법이다.”
“그게 무슨 살벌한 소리래요!”
“여차! 안 피하면 네가 죽는다!”
“으아악! 살려줘!”
서주환은 눈앞에 날아드는 미트에 몸을 뒤로 젖혀 피해냈다. 자연스러운 체중 이동과 스텝. 백강호의 미트를 피해내고 옆 공간을 점해서 발차기를 날린다.
파아아앙!
미트에 발차기가 꽂히며 경쾌한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는 여유롭게 서주환의 공격을 받아내고 다시 미트를 움직였다.
퍼억! 팡! 쐐액!
미트와 손발이 어지럽게 섞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주환을 바라보는 백강호의 눈이 감탄의 빛으로 진해졌다.
‘완전히 타고났군. 마음 같아선 후임으로 들이고 싶을 정도야.’
신체능력은 물론 기술을 배우는 속도가 남다르다. 당장 MMA프로로 뛰어도 금방 유명세를 타지 않을까. 어디서 이런 녀석이 튀어나왔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당장 낚아채서 운성의 전문 경호 인력으로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백강호는 이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생각과 달리 서주환은 이쪽에 관심이 없다. 가르치는 건 곧잘 배우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즐기는 녀석이지만 정작 마음이 다른 곳에 있었다.
‘적당히 인생을 즐기고 싶다니. 누가 석찬이 놈 친구 아니랄까봐서.’
본업이 소설가라고 했던가. 확실히 ‘무림공적 빙의사부’라는 무협지는 평소 책에 관심이 없는 그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을 정도다.
‘옆에 두고 꼬드겨봐야지. 글이야 남는 시간에 쓸 수도 있는 거니까.’
그리 생각하면서도 가능성은 별로 없으리라 판단했다. 하여간에 이석찬 같은 놈. 끼리끼리 어울린다 하더니만 인생을 적당히 욜로로 살아가겠다는 마인드가 아주 빼다 박았다.
백강호는 쯧 혀를 차며 미트를 휘둘렀다. 절묘한 타이밍에 기이한 각도로 꺾인 미트가 서주환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빠아아악!
“케엑! 형님, 저 머리 터져요!”
“시꺼, 인마. 그 정도로 사람 머리통 안 터진다. 참고해라.”
“아니, 제가 사람 머리통 터트릴 일이 어디 있다고!”
“됐고, 오늘은 이쯤 하고 돌아가자.”
“쳇. 어떻게 저게 사람이야. 백 킬로가 넘으면서 뭔 놈의 민첩하기가…….”
“뭐라고 중얼거리냐?”
“아, 아뇨! 운동했더니 배고프다고요!”
백강호는 픽 웃으며 시계를 쳐다봤다. 몇 시간을 움직인 건지 벌써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는 각자 개인시간이다.
백강호는 옷을 챙겨 입으며 말했다.
“혜리야, 오늘 아마 안 들어올 거야. 주철 형님 보기로 했거든.”
이석찬의 아버지를 말함이다. 달리 말해 정하연의 아버지란 소리. 서주환의 귀가 반사적으로 쫑긋 움직였다.
“아, 내 정신 좀 봐. 그게 오늘이었구나. 그것도 모르고 식재료를 잔뜩 사다놨네.”
“나중에 해줘. 아니면 내일 해장으로 먹을 만한 것 좀 부탁해. 아마 오늘 진탕 마실 거거든.”
“응, 알았어요. 기다리고 있을게. 혹시 더 늦게 되면 연락해줘요.”
“그래. 그럼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여보. 쪽.”
이혜리가 백강호에게 입을 맞췄다. 자식이 없어서일까. 결혼한지가 한참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신혼 같은 두 사람이었다.
백강호는 뿌듯하게 웃으며 집을 나서려다가 문득 뒤를 돌아봤다. 불현 듯 자신이 집을 비우면 아내인 이혜리가 서주환과 둘이서만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혜리가 주환이랑 둘이서…?’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수많은 망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지난 2주간 자신의 아내를 상대로 마사지를 해왔던 서주환.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신음을 흘리는 빈도가 늘어갔던 이혜리.
오늘도 여느 때처럼 마사지를 진행할 테지. 지금껏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왔으니까 틀림없을 터다. 다만 지금까지와 다른 점이라면 현장에 그가 없다는 점이었다.
백강호는 지금껏 마사지가 이루어질 때 모든 현장을 눈앞에서 지켜봐왔다. 때문에 서주환이 여자의 몸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한데, 그런 놈이 자신의 아내와 한 공간에서 단 둘이 밤을 보낸다니? 절로 벌거벗은 서주환과 이혜리가 떠올랐다.
흠칫! 백강호는 순간 자신이 떠올린 망상을 깨닫고 고개를 거칠게 털어냈다.
‘빌어먹을 페티시!’
그도 이제는 자신의 페티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아내가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걸 보고 흥분하는 성향이라니 뭐 이런 변태가 다 있단 말인가.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 지경이었다.
‘주환이한테 오늘은 집에 가서 자라고 하자.’
차라리 그게 속이 편할 듯했다.
백강호는 서주환을 불렀다.
“주환아.”
“네?”
“…아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백강호는 뒷말을 삼켰다.
‘젠장. 그렇게 말하면 못 믿겠다고 말하는 것밖에 안 되잖아.’
서주환은 학업과 글 쓰는 일 외의 모든 시간을 그의 발기부전 치료에 쏟고 있었다. 그런 동생에게 ‘네가 내 아내를 건드릴까봐 의심되니 오늘은 다른 곳에서 자라’는 말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생활 공간까지 옮겨가며 도와주고 있는 사람에게 할 말이 아니었다.
‘의심하지 말자.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백강호는 자신의 감을 믿기로 했다. 문득 떠오른 의심과 달리 서주환이 자신에게 해가 될 일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도 함께 있었다.
그래, 무슨 일이 생길 리 없지 않은가. 괜히 예민하게 굴 필요가 없었다.
‘강호 형 상태가…….’
서주환은 그런 백강호의 기색을 알아챘다. 지난 보름 간 백강호의 제로필리아(질투 기호증)는 충분히 개발됐다. 그 증거로 백강호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그를 남자로서 경쟁상대로 보고 있었다.
‘쓰읍. 어쩌지.’
백강호가 질투하는 것은 의도한 바였다. 아무리 치료행위라지만 아내의 몸을 주물럭거려 신음이 나오도록 만들고 있는데 질투가 안 나겠는가. 거기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면 사람이 아니라 부처일 것이다.
다만, 질투는 질투로 끝나야지 그 사이에 의심이 생기는 것은 안 된다. 의심은 곧 불신으로 바뀌기 쉬운 법이었으니. 그가 아닌 아내인 이혜리에게까지 불신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번뜩 스쳐지나갔다.
“그거다!”
백강호의 페티시를 자극하는 동시에 의심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서주환은 역시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
백강호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를 몰았다. 그나마 운전에 집중하고 있으니 잡생각이 조금 가시는 듯했다.
하지만 신호대기를 오래 하게 되면 불쑥 집안의 상황이 망상처럼 떠올랐다.
‘지금쯤이면 뭐 하고 있을 시간이지? 혜리는 집안 청소하고 있을 시간이고, 주환이 녀석은 글을 쓰고 있을 시간이던가? 벌써 마사지를 시작했을 리는 없겠지?’
마사지. 이제는 숫제 애무에 가까워진 그 행위. 불감증을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온몸이 주물러지는 자신의 아내.
백강호는 다시 고개를 휘휘 털어냈다. 잡생각을 털어내려는 듯한 움직임이다.
그때였다.
우우우웅~!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백강호는 얼른 폰을 집어들었다.
“주환이?”
서주환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 서주환: 형님, 오늘 하기로 했던 마사지 그대로 진행해도 되죠? 오늘부터는 방법을 조금 바꿔서 하기로 했잖아요.
“방법을 바꿔? 아!”
그러고 보니 조만간 마사지의 수위를 올리겠다고 했었다. 지금까지의 마사지는 반팔과 바지를 입고 진행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속옷차림에 수건만 두르고 진행된다. 맨살이 직접 손에 닿는 다는 뜻이었다.
백강호는 순간 운전대를 잡고 돌릴 뻔했다. 신호대기 중이 아니었다면 곧장 유턴했을 것이다.
메시지는 계속 이어졌다.
- 서주환: 형님, 이 동생이 형님 마음 잘 압니다. 솔직히 좀 불안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걱정 마십쇼. 제가 누굽니까. 지금까지도 형님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다 보는 앞에서 진행했잖아요.
- 서주환: (영상)
- 서주환: 이런 식으로 오늘 있을 일들을 전부 녹화해서 보여드릴게요. 실시간 녹화로 제가 자는 모습까지 전부 담을 거니까 걱정 마세요. 이러면 안심할 수 있겠죠?
메시지를 본 백강호는 자조어린 웃음을 흘렸다.
“하하… 젠장. 한심해 죽겠네.”
믿음을 보여주겠다며 오늘 하루를 통째로 기록하겠다는 동생의 말에 고마움과 자괴감이 몰려왔다. 거기에 대고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이 더욱 한심하게 느껴졌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씨발.’
이게 다 빌어먹을 발기부전 때문이었다.
백강호는 이 와중에도 결코 불감증인 이혜리를 탓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진짜였으므로.
지이잉~!
마지막 까톡이 왔다.
- 서주환: 영상 간격은 한 시간 단위로 끊어서 보낼게요. 지금도 녹화하고 있는 중이에요.
백강호는 한숨을 푹 내쉬고 답장을 작성했다. 정말이지 열 살 넘게 어린 동생한테 이렇게까지 배려를 받을 줄은 몰랐다.
- 나: 고맙다, 주환아. 이 은혜는 꼭 갚으마.
*
네 시간 후.
백강호는 이주철과 함께 산장에 도착해서 짐을 풀어놓는 중이었다.
이주철이 길게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역시 자네랑 같이 와야 좋아. 우리 얼른 자리 만들고 약주나 한 잔 하자고.”
“좋지요, 형님. 제가 금방 자리 만들겠습니다.”
“어허. 같이 해야지 왜 혼자 하려고 하나?”
“으하하하. 형님도 슬슬 조심해야할 나이 아닙니까?”
“왜 이래? 나 아직 젊어!”
“하긴, 좋은 거 잘 챙겨 드셔서 그런지 신수가 훤하십니다. 저도 좀 나눠… 아, 잠시만요. 전화가.”
“그래. 천천히 해.”
백강호는 얼른 폰을 꺼내들었다. 한 시간 간격으로 전해져 오는 서주환의 메시지였다.
그는 영상의 배속을 높여서 빠르게 돌려봤다. 지금까지는 혼자 글을 쓰는 모습밖에 없어서 볼 게 없었다.
이번 영상도 시작은 글을 쓰는 장면이었다. 그러던 중, 문득 서주환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게 보였다.
‘이제야 다 쓴 건가? 몇 시간 동안 딴 짓 한 번 안 하고 집중하다니 역시 범상치 않은 녀석이야.’
그리 생각했을 때였다.
스트레칭을 한 서주환이 방문을 나섰다.
‘아니! 카메라 들고 가야지!’
속으로 외치기 무섭게 서주환이 되돌아왔다. 잠시 깜빡한 것뿐이었던 듯 그는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카메라를 챙겨들었다.
그렇게 다시 몇 장면이 지나가고, 서주환이 빨래를 널고 있는 이혜리를 돕는 모습이 나왔다.
- 어머, 주환아. 안 도와줘도 괜찮다니까.
- 제가 지루해서 그래요. 잠시 기분도 환기할 겸 하는 거예요.
이혜리의 외모가 워낙 어려 보여서일까.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사이좋은 남매와도 같았다. 그리고 얼핏, 다정한 연인처럼 보이는 듯도 했다.
“이봐, 강호. 아직 덜 끝났나?”
“형님, 오분만 기다려주세요.”
“그, 그래.”
백강호는 이주철을 뒤로하고 영상에 집중했다. 몇 배속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영상은 거의 끝나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영상의 길이를 의미하는 붉은 바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 형수님, 오늘도 마사지 시작해볼까요?
- 오, 오늘도? 우리 강호 씨 없는데…….
- 아, 강호 형한테는 말해놨어요. 여기 카메라 보이시죠? 강호 형한테 보내 줄 영상 찍고 있는 거거든요. 형한테 인사 한 번 해주세요.
- 여기에?
- 네. 거기에요. 형, 잘 보여요? 지금부터 형수님 마사지 시작할 거예요. 형수님도 얼른 인사해주세요.
- 아, 응. 강호 씨… 아니, 강호 오빠, 나 지금부터 마사지 받아. 그, 불감증… 얼른 나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 나도 오빠한테 기분 좋게 해주고 싶어.
뚝.
영상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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