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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연참입니다!
야매 성(性) 상담 치료사
서주환은 집에서 가져 온 간이매트를 거실 바닥에 깔았다. 그리고 이혜리에 앞서 백강호를 먼저 엎드리게 했다. 그는 백강호의 몸 위에 자리를 잡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이 페티시를 알아가는 동시에 형수님의 성감대를 되살릴 겁니다. 그러기 위한 마사지에요.”
“그런데 왜 내가 엎드리는 거냐?”
“그야 형님에게 시범을 보이기 위해서죠. 솔직히 형, 저 믿을 수 있어요? 정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마사지를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내가 먼저 도움을 구한 거잖냐. 당연히 믿어야지.”
“하하. 말씀은 감사한데 솔직히 사람 마음이라는 게 생각대로 안 되잖아요. 제가 형수님 몸을 주무르는데 아무런 생각이 안 들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
백강호는 더 이상 부정하지 않았다. 솔직히 다른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만지겠다는데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 대상이 의사라거나 전문 마사지사라면 모를까.
서주환은 쓰게 웃으며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이래서 직업이란 게 중요해.’
직업은 그 자체로도 어느 정도 믿음을 준다. 의사가 촉진을 위해 여자 몸을 만지는 걸 성추행이라고 보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게 비전문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슨 개수작이냐는 생각부터 들 터였다.
‘오히려 좋아.’
달리 말해 그가 이혜리의 몸을 터치한다면 백강호의 질투 기호증을 자극하기 좋다는 것이다. 다만 치료 목적임을 알기에 어느 정도는 납득도 함께 할 터. 그 경계에서 적절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형님 몸을 통해 먼저 시범을 보이려는 거예요. 그럼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납득할 수 있지 않겠어요?”
“…배려해줘서 고맙다.”
백강호는 솔직하게 고마움을 표했다. 아내인 이혜리의 몸을 만지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내심 불쾌한 기분이 앞섰는데, 의외로 서주환은 세심한 배려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서주환 본인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형님, 죄송한데 마냥 고맙지만은 않을 거예요.’
앞서 말했듯 그는 백강호의 질투 기호증과 믿음의 영역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그러기 위한 마사지였다. 이혜리의 몸을 주무름으로써 백강호의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곧 그의 심기를 거슬러야 한다는 뜻이다.
서주환은 고개를 털어내고 눈앞에 집중했다. 백강호의 널찍한 등이 보였다.
‘남자 몸을 자극하는 건 나로서도 꽤 불쾌하지만… 어쩔 수 없지.’
서주환은 내심 마음을 단단히 먹고 ‘성스러운 손길’을 활성화 시켰다. 우선은 ‘안정의 손길’부터다.
“자, 형님. 몸에서 힘 빼세요. 우선 뭉친 근육부터 풀어드릴게요.”
“알겠… 으음?”
“하하. 어때요? 따듯한 느낌이 들죠?”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는데?”
스킬의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장심을 명문혈(命門穴)에 두고 기운을 흘려보내자 백강호의 싱숭생숭했던 기색이 가라앉았다.
서주환은 이어서 본격적인 마사지에 들어갔다. ‘흥분 효과’와 ‘상급 마사지’효과를 모두 활성화시킨 채였다.
마사지가 이어질수록 백강호의 입에서 놀란 음성이 튀어나왔다.
“으어? 어허억! 으헉!”
“시원하죠? 형님, 잠깐 운동을 쉬는 것도 좋겠어요. 뭉친 곳이 너무 많은데요?”
“으어어. 마사지는 어디서 배운 거냐? 생각보다 너무 잘하는데. 어으으으…….”
서주환은 씩 미소 지었다.
‘대충이라도 공부하기를 잘했어.’
스킬의 마사지 효과를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 얕게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전문가가 보면 어설퍼 보일 테지만 그 효과만큼은 발군이었다.
서주환은 슬슬 백강호의 성감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스킬, ‘섹슈얼 포인트’로 확인한 백강호의 고유성감대를 ‘흥분 효과’가 어린 손길로 꾹꾹 눌러갔다.
‘…쓰읍. 가랑이 주변은 피하자.’
가능하면 남자가 만져도 이상하지 않은 부위를 집중해서 마사지했다.
“…으음?”
얼마 안 있어 백강호도 이상함을 감지했다. 어쩐지 간질간질한 느낌이 전해져왔던 것이다.
서주환은 엎드려 있던 그를 바르게 눕도록 만들었다.
“형님, 눈 감고 있으세요. 그리고 제가 아니라 형수님이 마사지해준다고 생각하세요. 아니, 형수님이 아니라 다른 여자를 생각해도 상관없어요.”
“아니, 혜리가 있는데 어떻게…….”
“이건 치료에요.”
“…알았다.”
“아, 그전에 영양제 드시고요.”
백강호는 영양제, ‘축복받은 정력제’를 먹고 얌전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반듯한 자세로 누운 상태에서 자신의 몸을 주무르는 손길을 받아들였다.
흥분 효과는 비교적 늦게 나타났다. 심리적인 위축 때문에 발기부전 상태인지라 반응이 느린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원하던 반응이 돌아왔다.
결국 백강호의 발기부전은 심리적이 문제. 신체 자체는 정상이라는 뜻이다. 아이템과 더불어 스킬까지 사용하는데 반응이 없을 리 없었다.
‘성스러운 손길의 흥분 효과는 접촉시간과 만지는 부위, 호감도에 따라 달라진다. 강호 형이 나에게 가진 호감도는 현재 B등급. 이 정도면 충분해. 영구적으로는 몰라도 일시적이라면…….’
과연 그의 생각대로였다. 백강호에게서 낮게 신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여, 여기까지 하죠.”
서주환은 생리적인 불쾌감을 더 견디지 못하고 손을 떼어냈다. 시발, 갑자기 게이가 된 기분이군. 마사지는 몰라도 남자에게 흥분 효과를 써본 건 처음이었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형, 일어나세요. 그리고 보세요.”
“뭘 보라는… 헉?!”
몸을 일으킨 백강호는 자신의 중심부를 보고 대경했다. 영양제를 먹어도 반응이 없던 물건이 반쯤 일어나 있었던 것이다.
한참 전부터 마사지를 지켜보고 있던 이혜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어머’를 연발하는 중이었다. 마사지에 방해가 될까봐 숨죽인 채 감탄하고 있던 그녀였다.
서주환은 괜히 수건에 손을 닦아내며 고개를 저었다.
‘저래도 관계를 가지지는 못하겠지.’
발기라고 해봐야 반쯤 일어난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혜리의 불감증을 상기하는 순간 그나마 일어섰던 것도 다시 죽어버릴 터였다.
한편 백강호는 중심부를 가리며 어딘가 찝찝한 눈으로 서주환을 돌아봤다.
“그… 음… 확실히 효과가…….”
“…말 안하셔도 돼요, 형.”
“그, 그래.”
“혹시 남색은 없으시죠? 저 그럼 치료고 뭐고 관둘 겁니다.”
“뭐 인마!? 난 남자 관심 없어!”
“저도 그냥 농담 해본 거예요. 아, 관두겠다는 말은 진심이고요.”
“이런 씹…!”
백강호는 목 끝까지 올라온 욕을 되삼켰다.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차마 크게 화를 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서주환은 낄낄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어차피 지금은 시범을 보여드리기 위해 한 거고, 또 이럴 일은 없을 거예요.”
그도 남자를 상대로 또 다시 ‘흥분 효과’를 사용하는 건 사양이었다. 이는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일보 후퇴일 뿐이었으니.
서주환은 다음 타자를 돌아봤다.
“형수님 차례예요. 겉옷 벗고 엎드려주세요.”
눈을 마주치자 움찔 놀라는 이혜리.
그녀는 곧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이렇게 엎드리면 되니?”
이혜리가 매트에 엎드리고, 서주환은 이혜리의 몸 위에 자리를 잡았다. 소파로 물러난 백강호가 그를 복잡한 눈으로 바라봤다.
서주환은 옆에 있는 백강호를 의식하며 조심스레 이혜리의 어깨로 손을 가져갔다.
“앞서 보셨으니 알겠지만 무턱대고 주무르는 게 아니에요. 좀 민망하긴 하지만 이건 제 나름의 재주거든요.”
“재주? 마사지 말이니?”
“맞아요. 마사지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손재주가 좋은 편이에요. 그리고… 전 사람의 성감대를 잘 찾아요.”
“아… 성감대…….”
이혜리는 잠시 뒤돌아보았던 고개를 푹 숙였다.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감추려는 듯했지만 피부가 하얀 편이라서 살짝 붉어진 목덜미가 눈에 들어왔다.
서주환은 이혜리의 뒷골을 비롯해 목 근육을 지압해주며 말했다.
“오늘은 가볍게 할 거예요. 우선 마사지부터 할 거니까 긴장 푸세요, 형수님.”
“으응. 누구한테 마사지 받는 게 처음이라…….”
“강호 형이 해준 적 없어요?”
“호호. 우리 남편은 자주 해줬지. 그냥 다른 사람에게 받아본 적이 없다는 뜻이었어.”
“크으. 다정한 남편이네요.”
서주환은 이혜리와 백강호를 안심시키기 위해 열심히 말을 이어갔다. 이건 치료일 뿐 ‘나는 아무 사심도 없습니다’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엄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36세면 아직 한창인 나이다. 심지어 이혜리는 워낙 동안이라서 과장하면 20대 중반으로도 보였다. 한데 또 몸에 두른 분위기는 농후한 연상으로써의 매력이 물씬 풍겼으니 남자로서 아무런 사심을 갖지 않기 힘들었다.
‘이게 어떻게 서른여섯 살 피부야?’
옷 위로도 피부의 탄력 정도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이혜리의 어깨를 비롯해 등을 지압해가는 와중 필사적으로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더니만 탄력이 거의 임수희 트레이너 급이었다.
‘가슴이 눌리니까 옆으로 삐져나오네…….’
민가희와 비교해도 그리 손색없는 거대한 가슴은 바닥에 짓눌려 옆으로 삐져나왔다. 그는 절로 손이 가려는 걸 자제했다. 첫 날부터 민감한 부위를 터치하면 신뢰가 없어질 터였다. 천천히 온몸의 성감대를 일깨워야 했다.
‘그나저나 성감대가 진짜 적긴 하네. 그나마 있는 곳도 대부분 일반적인 부위가 아니고.’
보통 ‘섹슈얼 포인트’를 활성화하고 성감대를 살펴보면 전신의 대부분이 빛으로 물들어있기 마련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느 부위든 성감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데 이혜리는 불감증이라는 말이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성감대가 적었다. 그나마 빛이 어린 부위도 색이 연하고 특이한 부위였다.
‘고유 성감대는 아예 없네.’
사람마다 고유 성감대를 갖고 있기 마련이건만 이혜리는 그게 없었다. 백강호가 남자로서 자신감을 잃어버린 이유가 납득 가는 순간이었다.
서주환은 이혜리의 상태창을 살폈다. 그녀의 호감도 상태는 C+로 나름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성스러운 손길’의 효과를 백분 발휘하기 위해서는 호감도를 더 올릴 필요성이 있었다.
‘그건 나중에 하고.’
어차피 당분간 같이 살게 되었으니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대신 성욕을 살펴봤다. 그녀 또한 백강호와 마찬가지로 마사지 전에 ‘축복받은 정력제’를 복용한 상태였다.
현재 이혜리의 성욕은 D+로 아주 미미한 흥분상태였다. 아이템 덕분인지 불감증인 것치고는 높은 수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가만히 지켜보던 백강호가 말문을 열었다.
“혜리야, 어때? 주환이 녀석 마사지 잘하지?”
“으응. 이거 너무 시원하다. 어깨는 벌써 다 풀린 것 같아. 요즘 허리도 아팠는데 시원해졌어. 주환이한테 자주 부탁해야겠는 걸?”
서주환은 힐끗 백강호를 살피며 답했다.
“그렇죠? 강호 형, 나중에 형한테도 마사지 하는 법 좀 알려드릴게요. 마사지 부위도 성감대처럼 사람마다 유독 시원해하는 부위가 있거든요.”
그는 일부러 성감대를 언급했다. 분위기가 너무 풀어진 듯해서 백강호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함이었다. 그의 질투 기호증을 자극해야 한다.
“…그래. 고맙다.”
백강호가 찝찝한 목소리로 답했다. 잊고 있었는데, 서주환은 자신의 아내를 상대로 성감대를 찾는 중이었다.
서주환은 속으로 백강호에게 사과하면서도 연신 손을 놀렸다. 부드럽고 탄력적인 피부가 손에 착착 감기는 게 주무르는 맛이 좋았다.
‘오늘 바로 가슴이랑 엉덩이를 만지긴 좀 그렇고… 우선은 다리까지만 하자.’
이혜리의 허리 부근을 주무르던 손의 위치를 옮겼다. 스윽 허리 골을 타고 내려오며 닿을 듯 말 듯 손끝으로 엉덩이를 스쳐지나간다. 움찔, 작게 반응하는 게 역시 신경을 쓰고 있던 모양. 그는 주무르지 않는 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재차 확신했다.
“형수님, 돌아누워서 다리 들어주세요.”
“이렇게?”
“네. 편하게 제 무릎 위로 올리셔도 돼요.”
“알겠어. 안 그래도 요즘 다리도 영 시원찮았거든. 잘 부탁해.”
이혜리는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인 듯했다. 반면 백강호는 다소 찜찜한 눈길로 바라보는 중이다.
서주환은 과감하게 이혜리의 발을 잡았다.
“어, 어머? 주환아, 거긴 발인데.”
이혜리는 흠칫 놀라서 발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손에 잡은 발을 놓아주지 않았다.
“발도 해드릴게요. 그런데 형수님 발 예쁘시네요. 페디큐어 같은 건 생각 없으세요?”
“에이, 이 나이 먹고 무슨 페디큐어니.”
“형수님 나이가 어때서요? 요즘 서른이면 한창이죠. 그리고 형수님은 겉보기엔 이십대로 보여요.”
“호호. 얘가 아부는. 오늘 저녁 맛있었니?”
“흐흐. 두 공기나 먹은 거 보면 모르겠어요?”
자연스럽게 화제가 전환됐다. 이혜리의 거부감이 사라지고 발을 주무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발가락 사이에 성감대가 있네. 여기는 수아랑 같군.’
한수아는 발에 있는 성감대가 꽤 진한 편이었다. 그 조그마한 발을 입에 넣고 훑어주면 간지럽다면서 자지러지는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깔깔거리는 웃음이 신음소리로 변하고는 했다.
이혜리의 발도 꽤나 모양이 예쁘고 작은 편이었다. 그는 혀로 애무하고 싶은 걸 참으며 손가락만 사용했다. 발가락 사이를 주무르는 척하며 살살 긁고 성감대를 자극했다.
‘발목에 복숭아뼈랑 종아리 위에 오금도 제법.’
비교적 성감대가 많이 분포한 곳이었다. 그래봤자 다른 사람에 비하면 극히 적었지만 말이다.
‘가능하면 옷을 다 벗겨보고 싶은데.’
가슴이랑 엉덩이에도 포인트가 보였다. 다만 옷 위라서 정확한 위치를 구분하기는 힘들었다.
서주환은 나중을 기약하며 이혜리의 발가락과 발목, 종아리 오금을 적극적으로 애무했다. 그러고 있기를 몇 분이나 지났을까. 접촉 시간에 비례하여 효과를 내는 ‘성스러운 손길’의 흥분효과가 빛을 발했다.
“으응…….”
“?!”
작지만 명백한 신음소리. 그리고 평소와 다른 달뜬 숨소리.
순간 소리를 낸 당사자인 이혜리의 몸이 덜컥 굳었다.
서주환은 그 즉시 백강호를 돌아봤다. 그리고 쓰게 웃으며 말했다.
“…성공이네요. 가능성을 봤어요.”
백강호의 중심부가 실로 오랜만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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