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연참 마렵네...
마음 같아선 3연참 갈겼는데 이게 마음대로 안 되네요 ㅠㅠ
*
통바위 님, wadize 님, Lateil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D
야매 성(性) 상담 치료사
11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제법 쌀쌀해진 추위 때문에 사람들의 옷가지가 두터워지는 계절이었다.
서주환도 옷을 여며 입었다. 그동안 추위를 잘 타지 않는 체질 덕분에 반팔 위로 아우터 한 장만 걸치고 다녔는데, 슬슬 매서워지는 바람 때문에 긴팔을 꺼내 입어야 했다.
‘귀찮긴 해도 여름보단 겨울이 꾸며 입기 좋단 말이지.’
옛날 같았으면 대충 패딩만 입었을 그였지만 최근에는 꾸며 입는 데 꽤 맛을 들였다. 기본적으로 옷걸이가 되니 입는 재미가 있다고 해야 할까. 여전히 패션 감각에는 센스가 없었지만 그마저도 스타일 완성의 사장인 윤서라 덕에 커버가 됐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면 나름 만족감도 들었고.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건 정하연이나 유지경과 같은 여성들의 반응이었다. 결국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즐거운 법이었으니.
“겨울 옷 새로 샀어? 잘 어울리네.”
“오올. 오빠, 다음엔 목폴라에 코트 입어보자. 겨울에 훈훈한 느낌 나서 좋을 것 같아.”
“난 대충 입어도 잘생겼는데?”
“헐. 겁나 재수 없는데 아니라고는 못하겠네…….”
“큭큭. 나중에 같이 옷 사러 갈까?”
“진짜? 난 좋아!”
“나도 같이 갈래. 겨울옷이 별로 없어서…….”
정하연도 은근히 함께 하기를 바랐다. 그는 두 여성과 조만간 쇼핑 약속을 잡았다.
‘그 전까지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당장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학교 과제가 아닌 욕망 퀘스트를 말함이었다.
서주환은 저녁 시간, 백강호의 집으로 찾아갔다. 벨을 누르자 백강호가 나와 반겨주었다.
“어서 와라. 혜리가 저녁 준비해 놨다.”
“아이고. 죄송하게…….”
“죄송하긴 인마. 당분간 같이 살기로 했으면서 무슨.”
“하하. 잘 부탁드릴게요.
“부탁은 우리가 해야지. 아무튼 들어 와.”
서주환은 챙겨온 짐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부터 당분간 백강호와 이혜리 부부의 집에서 살기로 했기에 짐이 꽤 많았다. 같이 살기로 한 이유는 당연 백강호의 발기부전을 치료하기 위함이었다.
‘잘 될까 모르겠네. 운이 따라줘야 할 텐데.’
계획대로 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그 계획에는 어느 정도 운이 필요했다. 그는 직접 이혜리의 몸을 탐하는 확실한 방법보다 불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내가 직접 형수님과 관계를 가진다면 불감증을 해결할 자신이 있어.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백강호와 관계가 틀어질 것이다. 이는 그가 제로필리아 페티시를 갖고 있음을 감안해도 마찬가지였다.
제로필리아(Zelophilia)는 질투 기호증이라 하여 자신의 애인 내지는 반려가 타인과 접촉 및 관계를 맺을 때 질투하고 흥분하는 페티시다.
서주환이 이혜리와 관계를 맺는다면 백강호의 페티시가 반응하여 발기부전이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 그러나 그와 반비례해 인간관계는 박살이 날 가능성이 다분했다.
‘해당 페티시가 있다고 뭐든지 다 해도 되는 게 아니란 말이지.’
성적으로 흥분한다고 모든 걸 용인하는 게 아니다. 감정이란 참 오묘해서 당사자에게 허락을 받고 관계를 가진다 하여도 안 좋은 마음이 생길 수 있었다.
‘게다가 강호 형이 가진 제로필리아는 하급밖에 안 돼.’
백강호의 페티시가 상(上)급이었다면 그도 쉬운 길로 갔을지 모른다. 하지만 하급은 흥분보다 분노가 더 클 가능성이 높았다.
‘반갈죽당할 수는 없지. 난 오래 살고 싶다고.’
그래서 다른 방법을 탐구했다.
‘굳이 직접 관계를 맺지 않더라도 질투심은 자극할 수 있어.’
그렇게 내심 계획을 점검하며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백강호가 그를 힐끔 쳐다봤다. 그는 묘한 눈초로 서주환을 보며 말했다.
“정말 같이 사는 걸로 효과가 있는 거냐? 솔직히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만.”
“음. 일단 자세한 건 식사 끝나고 천천히 설명 드릴게요.”
“그래. 저번처럼 이해할 수 없는 말 하지 말고 제대로 좀 말해줘라.”
“하하… 그때는 긴장해서 말이 헛나온 거라니까요.”
백강호의 말에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듯했다. 어제 저녁에 말을 잘못했던 게 생각나서였다.
‘제가 형수님과 좀 더 친해져도 되겠습니까?’
앞뒤 설명을 빼먹고 지른 말에 백강호는 ‘뭐 인마?’ 하고 단조로운 되물음을 던졌다.
한데 그게 얼마나 무섭던지.
전화 너머로도 살기라는 게 느껴졌다면 믿겠는가. 낮게 떨어진 음성이 마치 호랑이의 그르렁거림으로 다가왔었다.
식사를 마친 서주환은 설거지를 하려 하는 이혜리에게 말했다.
“형수님,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응? 내가 하면 되는데?”
“에이, 저녁 맛있게 얻어먹었으면 설거지는 제가 해야죠. 그리고 당분간 계속 신세 질 텐데 설거지 정도는 맡겨주세요.”
“어머, 주환이 네가 여기 온 건 우릴 도와주기 위해서잖니. 이 정도는 당연한 거지. 도움을 구하는 입장에서 일을 시킬 수는 없단다.”
그냥 적당히 넘겨주면 좋을 텐데 이혜리는 이상한 곳에서 은근히 고집이 셌다.
서주환은 결국 입맛만 다시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동안 양치를 하고 오니 어느새 설거지를 끝낸 이혜리가 자리에 착석해 있었다.
백강호가 조급한 기색으로 그를 채근했다.
“그럼 이제 말 좀 해봐라. 대체 무슨 생각이기에 같이 살겠다고 한 거냐? 그게 무슨 효과가 있는 거고.”
“형님, 좀 진정하세요. 일단 제가 같이 사는 것 자체로는 크게 의미가 없어요.”
“뭐? 그럼?”
“제가 같이 살겠다고 한 건 형님과 형수님을 관찰하고 방법을 찾기 위해서예요.”
“아. 그럼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구나…….”
백강호의 얼굴이 실망한 기색으로 물들었다. 오랜 시간 발기부전에 시달려온 그는 마음이 조급했다.
서주환은 실망하지 말라며 그를 위로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니에요. 뭐든 시도해볼 생각이니까요.”
“시도?”
“네. 형님이랑 형수님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 플레이를 시도해봤다고 했었죠?”
“그, 그렇지.”
백강호는 조금 당황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이혜리는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부부간의 은밀한 성생활까지 털어놓은 터라 민망했던 것이다.
하지만 서주환은 진지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두 분이 생각하신 것보다 페티시란 게 훨씬 다양해요. 성감대도 사람마다 가지각색이고요.”
“알고 있다. 우리도 어지간한 건 다 해봤으니까…….”
백강호는 여전히 실망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는 발기부전을 호전시키기 위해 SM플레이는 물론 이혜리의 적극적인 참여 하에 애널 플레이도 해봤었다.
그에 서주환은 피식 웃었다. 겨우 그걸로 다 해봤다고 말하니 우스웠다. 그가 만나본 여자들 페티시가 몇 개던가. 세상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페티시가 한 가득이다. 하다못해 죽은 사람에게 성욕을 느끼는 네크로필리아(Necrophilia)같은 것도 하나의 페티시로 취급받고 있었으니.
그는 백강호와 이혜리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두 분 안구 기호증이라고 아세요?”
두 사람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안구 기호증? 그게 뭐냐?”
“처음 듣는 말인데…….”
서주환은 자신의 동생을 떠올렸다. 재능을 확인하겠다고 친동생의 상태창을 봤다가 별 특이한 취향도 있다며 어이없어했던 페티시가 바로 안구 기호증이었다.
“안구 기호증. 다른 말로는 오큐로필리아(Oculophilia)라고 해서 특정한 눈 모양에 집착하는 페티시예요. 눈을 핥거나 핥아지는 데서 성적 쾌락을 얻기도 하죠. 성감대가 눈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요.”
두 사람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입만 벌리고 있었다.
서주환은 백강호에게 물었다.
“강호 형, 혹시 형수 님 눈 핥아보신 적 있어요?”
“뭐, 뭐? 그런 짓을 할 리가 있겠냐!”
“그런 짓이라니요? 형수님 불감증이라고 했잖아요. 혹시 눈에 성감대가 집중되어 있을지 어떻게 알아요?”
“…….”
말문이 막힌 백강호. 그리고 혹시나 하며 자신의 눈자위를 어루만지는 이혜리.
서주환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형수님한테 그런 페티시가 있다는 게 아니에요.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죠. 살면서 제가 직접 보고 확인한 페티시만 해도 열 가지가 넘어요.”
“여, 열 가지나?”
“직접 확인했단 말이니?”
서주환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나 많은 여자들과 섹스를 하고 다녔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좀 민망했지만… 알 게 무언가. 두 사람은 그에게 부부간의 성생활까지 털어놓은 참이다.
‘믿음을 줘야 할 필요성도 있고.’
두 사람이 먼저 도움을 구했다지만 결국 그는 표면상 의사도 상담가도 아닌 평범한 대학생에 불과했다. 의심 없이 따르게 만들기 위해서는 의사나 상담가와는 다른 방면에서 믿음을 줄 필요성이 있었다.
서주환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지식을 풀어놓았다.
“냄새에 민감한 올팩토필리아, 야한 영상이나 이미지에 중독되는 픽토필리아, 파트너와의 신체 크기 차이에서 흥분하는 몰포필리아, 자고 있는 사람에게 성욕을 느끼는 솜노필리아 등 페티시는 수도 없이 많아요.”
모두 직접 겪어본 페티시들이었다.
“저는 두 분이 말씀하신 플레이는 당연히 다 해봤고, 앞서 설명드린 페티시 외에도 여러 가지를 경험해 봤어요. 그리고 전 오늘부터 두 분과 함께 살면서 두 분의 페티시가 뭔지 알아낼 거예요.”
서주환은 사실 이미 두 사람의 페티시를 알고 있었지만 밑밥을 깔아놓았다.
“아, 그래서 같이 살겠다고 한 거구나.”
“내 페티시…?”
백강호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혜리는 자신의 페티시는 무얼까 호기심을 가졌다.
“두 분 다 저를 믿고 따라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소 과격한 방법이 쓰더라도 말이에요.”
“으음. 알겠다.”
“응. 알았어.”
서주환은 두 사람의 상태창을 들여다보며 속으로 미소 지엇다. 며칠이 지나며 잠시 한 단계 떨어졌던 호감도가 다시 회복 된 것이다. 일단 최소한의 밑 작업은 끝났다.
‘페티시를 알아내겠다는 핑계로 형수님과 최대한 친해져서 호감도를 A급으로 만들어야 돼. 딱 한 번이면 돼.’
그의 계획에 사실 백강호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백강호의 발기부전을 고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이혜리를 더 신경 써야만 했다.
그때 이혜리가 물로 목을 축이며 말했다.
“네 말을 전적으로 믿고 따를게. 앞으로 잘 부탁해, 주환아. 꼭 우리 오빠를 치료해주렴.”
간절한 기색으로 말하는 이혜리.
서주환은 고개를 저었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강호 형이 아니에요.”
“으, 으응?”
“그게 무슨 말이냐?”
그는 의문을 표하는 두 사람에게 단언했다.
“제가 치료하는 건 형수님입니다. 그럼 강호 형은 자연스럽게 나을 거예요. 페티시 탐구도 형수님을 위주로 할 겁니다.”
“…하지만 내 불감증은 아무도 해결 못했는데?”
“그건 강호 형도 마찬가지잖아요. 형의 발기부전이 일시적으로 해결된다 해도 형수님이 여전하다면 결국 되돌아올 거예요. 심리적인 문제가 거기서 비롯된 거니까요.”
“…….”
서주환은 백강호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형님, 제가 전화로 말했었죠? 형수님과 좀 더 친해져도 되겠냐고.”
“…그래.”
“그거 잘못 말한 거긴 한데, 그렇다고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에요. 형수님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신체적인 접촉이 필요할 테니까요.”
“…….”
돌려 말했지만, 결국 이혜리의 몸에 손을 대겠다는 뜻이다. 백강호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오히려 이혜리는 내심 결심을 한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서주환은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그럼 우선 마사지부터 시작하죠.”
“…마사지?”
“지금 말이니?”
두 사람의 얼굴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