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272화 (27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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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늘 마감 못할 줄 알았는데 간신히 했습니다ㅎㅎ

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D

아, 소제목은 나중에 정하는 걸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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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야매 성(性) 상담 치료사

시간은 종종 의식하고 있지 않을 때 빠르게 흘러간다. 서주환의 시간도 그러했다. 그는 조폭들과의 마찰이 있고 난 뒤 무난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덧 중간시험을 치룬지도 며칠이 흘렀다. 12월에 기말시험만 보면 1학년이 완전히 끝날 시기. 대안대학교 학생들은 마지막 시험을 한 달 정도 남겨두고 꽤나 긴장감 없이 풀어져있었다.

“심심해! 공부 싫어! 술 마시고 싶어!”

“주환 오빠, 우리 중간 끝난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안 모여요?”

“과대님, 우리 뭔가 신박한 거 하고 놀아요! 뭐든지 간에 제발!”

출판콘텐츠학과 학생 몇몇이 서주환을 붙잡고 심심하다며 찡찡댔다. 강의가 끝나면 각자 흩어지기 바쁘던 1학기 초반과는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서주환은 자신을 붙잡는 동생들의 손을 떼어내며 훠이 손짓했다. 귀찮게 방해하지 말고 물러나라는 뜻이다.

“과대님 요즘 차가워졌어!”

“맞아. 우리한테 메이드복 입히고 놀 때는 언제고.”

“미친, 말 똑바로 안 해? 누가 들으면 오해할라!”

서주환은 기겁하며 소리쳤다.

“너희들이야말로 너무 바뀐 거 아니야? 놀자고 할 때는 그렇게 빼더니 요즘 왜 그래?”

“그야… 오빠들이 저희를 이렇게 만들었잖아요.”

“맞아. 계속 뭔가 하다 보니까 이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해요.”

지금 말한 여학생들은 분명 조용하고 얌전했던 애들이다. 정정정 세 자매가 아니란 말이다. 한데 1년 남짓 사이에 무척 외향적으로 변해버렸다.

서주환이 계속 거절하자 그녀들은 자기들끼리 의기투합했다.

“우리 클럽 갈까? 저번에 갔을 때 재밌었잖아.”

“좋아. 몇 명 더 꼬드기자.”

그 모습을 보던 서주환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노는 맛을 알아버린 건가.’

지난번 축제 이후로 학과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타과에 비해 조용하던 기색이 사라지고 외향적인 기질이 나타난 것이다. 모두가 조금 전 두 사람처럼 극단적으로 변한 건 아니지만 대부분 작게라도 변화가 있었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누군가는 좋은 직장, 좋은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항시 미래를 생각하고 살아가면 도대체 언제 인생을 즐긴단 말인가.

굳이 누가 독촉하지 않아도 3학년 쯤 되면 슬슬 취업 걱정을 하게 된다. 4학년이 되면 주변 눈치가 보여서 잘 놀지도 못하고, 이후 취업을 하게 되면 학교에서 질리도록 자주 보던 얼굴을 1년에 몇 번 보기도 힘들어진다.

훗날 사회에 나가 일에 치여 힘들 때,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며 ‘그땐 그랬지’ 하고 담소를 나눌 추억거리 정도는 있어야 숨통이 트이지 않겠는가. 적어도 서주환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글 쓰느라 떡 칠 시간도 없어? 나 이대로 유기시킬 거야? 이거 주인님 실격이야! 너구리 학대라고!”

유지경이 뚱한 얼굴로 불만을 토로했다. 요즘 강의가 끝나기만 하면 집으로 튀어가는 그에게 불만이 생긴 것이다. 바쁜 건 알지만 벌써 열흘 째 이러는 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서주환은 미안한 표정이 되어 눈꼬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미안해. 지금 글이 막혀서 그래. 한 번 뚫어내면 금방 페이스 찾을 수 있을 거야.”

추석연휴 동안 연재를 시작한 ‘악마 포식자’의 글이 막힌 상황이다. 다행히 비축분을 어느 정도 만들어두어 여유가 조금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나마도 얼마 남지 않게 되어 글에만 집중하고 있는 중이었다.

서주환은 새삼 사정을 말하며 유지경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녀도 서운한 마음에 조금 투덜거렸을 뿐 진심으로 뭐라 한 것이 아니었기에 얌전히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너구리, 이리 와.”

그는 슬쩍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그러자 너구리는 툴툴거리면서도 품안에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빨리 힘내서 마무리 하란 말이야. 멍청한 주인님아.”

“응. 노력할게.”

“약속이야.”

“그래그래.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치. 말은 잘해. 그럼 나 먼저 갈게. 파이팅!”

약속을 받아낸 유지경이 손을 흔들고 멀어졌다.

한편, 함께 걷던 정하연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웃겨. 둘 다 이제 난 안중에도 없지? 아주 그냥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나 봐?”

“하하…….”

서주환은 한기가 느껴지는 싸늘한 말투에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녀가 특유의 고양이 같은 눈매로 작정하고 노려보니 절로 움찔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잊은 건 아닌데.’

그는 정하연이 옆에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세 명 사이에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솔직히 서로간의 관계를 뻔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눈치를 보는 것도 웃기는 일 아니겠는가. 슬슬 이 정도는 오픈할 때가 되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연이랑 지경이니까.’

그라고 생각 없이 애정표현을 한 게 아니었다. 대상이 정하연과 유지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여러 명의 여자들을 만나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정하연과 유지경은 특이케이스였다.

예를 들어 민가희와 최미화의 경우 그가 다른 여자들을 만나는 건 알고 있지만 누구를 만나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당연히 서로 간에 친분도 없고, 실제로 대면하게 되면 어떤 마찰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반면 정하연과 유지경은 관계를 오픈하기 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언니 동생 사이다. 이미 친분이 있던 데다, 최근 한두 달 전부터는 둘이서 순서를 정해 그와 관계를 가지기도 했다. 이제 와서 눈치를 보고 말고 할 게 없다는 소리였다.

‘수아도 마찬가지고.’

한수아의 경우는 지난 여름방학에서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관계를 맺기 전에 그런 기류가 있었음을 미리부터 오픈했다.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한수아는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서 정하연과 친근한 사이가 되었다. 애초에 은근히 귀여운 걸 좋아하는 정하연은 처음부터 한수아와 친해지고 싶어 했다.

의외로 무난하게 넘어갔다고 생각한 사람은 유지경이었다. 한수아의 편집자로 일하게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애초부터 고미TV의 팬이었기 때문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유지경은 결국 한수아를 받아들였다.

‘그래도 기분 나쁜 건 어쩔 수 없겠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절대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도 관계를 맺고, 옆에서 애정표현 하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본다? 그 즉시 ‘살기’를 발동하고 진심으로 죽이려는 눈이 뭔지 보여줄 자신이 있었다.

서주환은 자신이 무심했음을 인정하고 정하연의 손을 슬쩍 끌어당겼다. 움찔하며 도망가려는 손을 강하게 잡고 깍지로 옭아맸다.

“하연아, 내가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흥.”

정하연은 못마땅하게 코웃음 치면서도 손을 빼지 않았다. 애초부터 상황을 다 알고 만나는 사이에 이제 와서 새삼 압박을 주고 싶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사실 크게 화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경이가 더 화내라고 했었는데.’

유지경은 그녀에게 답답하다며 잔소리를 해댔었다.

‘하연 언니, 진짜 언니는 아무런 불만도 없어? 그냥 오빠 옆에만 있으면 돼?’

‘…그럼 어떡해? 저번에도 말했지만 다 알고 만나는 상황인데 이제 와서 질투하면 추하잖아.’

‘바보! 아무 말도 못하고 끌려 다니기만 하면 옛날에 오빠랑 사귀다가 헤어졌을 때랑 뭐가 다르냐?’

‘?!’

‘연기하면서 밀당하라는 게 아니라, 불만 있으면 그걸 말하라고. 질투하는 것도 표현하고, 마음 상한 것도 있으면 말을 하라고! 그래야 맞춰가지!’

‘…지경이 너는 나한테 그걸 왜 말해줘?’

‘윽. 그, 그건, 언니가 더럽게 답답하니까 그렇지! 나이만 먹은 헛똑똑이 찐따 언니… 끼아아악! 미안해! 잘못했어요!’

정하연은 세 살이나 어린 동생의 조언을 듣고서야 자신이 지난번과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은근히 못마땅함을 표현한 것이었는데…….

‘미치겠네. 이걸로 풀어지면 어쩌자는 거야.’

옛날 같았으면 차갑게 욕을 내뱉었을 텐데, 지금은 좋아한다고 몇 마디만 해줘도 마음이 풀어져버리고 말았으니.

“…손 놔. 아직 낮인데 누가 보면 어쩌려고.”

“사람 없는 거 확인했으니까 괜찮아.”

“…….”

현재의 그녀로서는 얼굴에 티가 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최선이었다.

‘아, 귀 빨개졌다. 부끄럼 타네.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단 말이야.’

물론 노력한다고 마음먹은 대로 숨겨지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

집에 돌아온 서주환은 축복과 특수능력을 사용하며 원고 작성에 집중했다. 벌써 열흘 째 진행이 더딘 상황. 비축분이 고갈되기 전에 어떻게든 슬럼프를 뚫어내야 했다.

‘오히려 재능이 너무 급격하게 올라서 정리가 안 되는 느낌이란 말이지.’

본래 그가 지닌 ‘글쓰기’ 재능의 잠재등급은 B+에 불과했고 숙련도는 C+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현재는 잠재등급이 A+에 현재등급이 A에 이른다.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일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를 훌쩍 건너 뛰어버린 것이다. 덕분에 그는 본능과 기술이 조화가 안 된 상태를 겪고 있었다.

‘그래도 이제 좀 알 것 같아.’

계속해서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다보니 감이 잡혔다. 감에 의존해서 쓰던 게 정립이 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비록 그가 본래 지니고 있던 재능등급은 B+에 불과했지만 여러 작품을 완결까지 쓴 경험만큼은 진짜였다.

띠링!

[‘집중의 축복’의 효과가 끝났습니다.]

축복이 끝남과 동시에 팽팽하게 당겨졌던 줄이 느슨하게 풀어진다.

서주환은 의자를 뒤로 재끼며 길게 기지개를 켰다.

“으으아아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그는 빽빽하게 작성된 한글파일을 보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계속 눈에 밟히고 거슬렸던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꽉 막혔던 부분을 뚫어낸 것이다.

서주환은 원고를 최미화에게 전달하고 욕실에 들어갔다. 그렇게 샤워를 하고 나오니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었다.

[부재중: 음란 토끼(3)]

[부재중: 호랑이 형님]

음란 토끼는 최미화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호랑이 형님은 백강호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강호 형님이 왜?”

서주환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가 우선 최미화의 연락부터 확인했다. 그녀는 부재중 전화를 세 통이나 남긴 것도 모자라 참지 못하고 장문의 까톡을 여럿 보내놓은 상태였다.

- 음란 토끼: 세 편 모두 말도 안 되게 재밌었어. 앞에 두 편은 대부분 전투씬이었는데도 전혀 지루하지도 않고 전개가 늘어진다는 생각도 안 들더라. 활자로 보는데 머릿속에 영상이 재생되더라니까? 다음 주에 이 부분 연재되면 독자들이 엄청 감탄할 거야. 장담해.

- 음란 토끼: 마지막으로 보내준 세 번째는 상황묘사가 좋았어.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면서 통쾌한 게 딱 요즘 트렌드야.

- 음란 토끼: 슬럼프 극복한 거 축하해! 설마 해서 말하지만 이걸로도 슬럼프라고 할 거면 ‘그냥 닥치고 써!’ 라고 말해주고 싶어. 이게 슬럼프면 다른 작가들은 연재 못해. 아무튼 고생했어♡

서주환은 마지막에 적힌 하트를 보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최미화에게 고맙다는 까톡을 작성했다. 그녀의 평을 보자 비로소 한 단계 성장했다는 실감이 확 다가왔다.

‘얼마나 잘 될지 감이 안 잡히네. 진짜 초대박 터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악마 포식자는 지금까지 연재한 작품 중 가장 트렌디하면서 가장 자극적이라고 자신하는 글이었다. 덕분에 여재 시작부터 인기를 얻고 매번 1위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발전된 필력으로 쓴 편이 업데이트 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기대가 됐다.

서주환은 기분 좋게 웃으며 다른 까톡을 열었다. 부재중 연락으로 남은 백강호가 보낸 까톡이었다.

- 호랑이 형님: 주환아, 많이 바쁘냐? 괜찮으면 만나서 이야기 좀 하고 싶다.

서주환은 짐작가는 바가 있어 답장했다.

- 나: 영양제 때문에 그러세요?

백강호에게 처음 영양제를 선물한 것은 9월 말이다. 반면 지금은 11월 초. 그 동안 서주환은 영양제 즉, ‘축복받은 정력제’를 열 개씩 두 번 더 챙겨주었다.

“으음. 매번 챙겨드리기에는 많이 빡센데.”

아이템 등록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축복받은 정력제’의 가격은 개당 3,000LP다. 열 개면 30,000LP. 지금까지 백강호에 챙겨준 게 30개였으니 벌써 90,000LP 어치를 사용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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