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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모두가 예상했으리라 생각하는 그 장면입니다.
이번 파트는 길게 안 끌고 빠르게 진행하지 싶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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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e존재감 님, 동방다객 님, 양구9 님, 싸기코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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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살인 재능
살의(殺意)란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생각을 말함이다. 그리고 현재 특수능력으로 발현된 살기(殺氣)는 그러한 생각이 기운으로써 나타난 현상이다.
‘저 새끼, 하연이한테 손대면 죽인다!’
특수능력은 명백한 살의를 가진 순간 저절로 발동되었다. 서주환의 몸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이 쏘아졌고, 그 기운을 정면으로 받은 남자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흐어억!”
남자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헛숨을 들이켰다. 그는 순간적으로 ‘죽는다’는 생각과 함께 온 몸의 털을 곤두세웠다.
마치 목에 칼이 닿아 있는 듯한 서늘함.
지금 남자의 눈에는 서주환의 모습이 맹수 혹은 그 이상의 위험한 무언가로 보였다.
“끄으윽…!”
적막한 길거리에 숨통 죄인 소리가 흐른다.
남자는 겁에 질린 눈동자를 점점 하얗게 까뒤집고,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딱딱딱 이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
‘뭐, 뭐야? 살기 때문에 그런 건가?’
서주환은 눈앞에서 벌어진 기현상에 흠칫 정신을 차렸다. 남자의 반응이 귀신에라도 들린 것처럼 격렬했기 때문이다.
어두운 새벽, 가로등 불빛 아래서 꺽꺽 소리를 뱉으며 이를 딱딱거리는 남자의 모습은 실로 기괴했다. 오죽하면 그의 뒤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던 빡빡머리 조폭까지 놀라서 소리칠 정도였으니.
“이, 이봐! 무슨 일이야!”
한편 서주환은 지금이 기회임을 깨닫고 곧장 몸을 움직였다. 제정신을 찾는 순간 이미 ‘살기’의 발동은 해제됐다. 곧 있으면 남자가 정신을 차릴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와 남자의 거리는 여섯 걸음 정도. 멀다면 멀고 짧다면 짧은 거리.
서주환은 그 어느 때보다 필사적으로 땅을 박찼다.
“하아아앗!”
하지만 그가 당도하기도 전에 먼저 울린 기합성이 있었으니. 순간 낭랑한 외침과 함께 가죽 자켓 남자의 몸이 허공을 돌았다.
콰아아아앙!
남자가 메쳐진 곳은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이다. 분산되지 않은 충격이 신체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꺼어억…….”
남자는 신음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안 그래도 ‘살기’ 때문에 기절하기 직전인 상황에서 메쳐지니 입 주변으로 게거품까지 올라왔다.
한편 남자를 떼어낸 정하연은 앞을 보고선 대경실색한 얼굴로 소리쳤다.
“뒤!”
서주환은 즉각 축발을 틀고 몸을 휘돌렸다. 회전을 실은 뒤차기가 창처럼 뻗어나간다. 타점은 달려오던 빡빡머리의 명치였다.
뻐억!
“커억!”
둔탁한 타격음 뒤로 짧은 비명이 울렸다. 복부를 차인 놈은 그대로 무릎 꿇은 채 속을 게워냈다.
“우웨엑! 웨엑! 콜록, 콜록!”
서주환은 역겹다는 눈으로 놈을 보다가 정하연에게 말했다.
“하연아, 석찬이한테 연락 좀 해줄래? 혹시 다른 놈들 더 있을지도 모르니까 멀리 떨어지지 말고.”
“어, 어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나중에 설명해줄게. 일단… 이 새끼부터 좀 더 패고.”
빠악!
야심한 달밤에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
백강호는 심호흡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것은 몸이 아닌 마음의 문제.
그는 몸을 극한으로 단련했지만 그 못지않게 멘탈적으로도 온갖 경험을 해왔다.
외국에서 용병으로 굴렀을 때를 떠올려보자. 총알이 빗발치고 칼날이 번뜩이는 곳에서 그는 모든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냈다. 극한의 순간을 몇 번이나 넘어온 것이다. 그런 그에게 불가능이란 대게 존재하지 않는다.
백강호는 눈을 부릅뜨고 제 몸 위에 올라탄 여성에게 집중했다.
‘이혜리, 내 여자.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고, 흔들리는 커다란 가슴과 탄력적인 골반까지. 이 정도면 못해도 세 발, 아니, 다섯 발까지도……!’
왕년에 작정하고 놀았을 때는 하루에 여섯 번을 사정한 적도 있었다. 덕분에 별명이 정력왕이었고, 한 번 관계를 맺은 여자들은 그를 잊지 못하고 쫓아다녔더랬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일 뿐.
“…젠장.”
백강호는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여성이 위에서 비비고 있는데 어째서 아무런 반응이 없단 말인가!
과거가 어찌됐든 현재의 고개 숙인 남자는 당당해질 수 없었으니.
그는 덩치에 맞지 않게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도 안 되겠어……. 미안해, 여보.”
“…괜찮아. 사과하지 마, 여보. 응?”
이혜리는 다정하게 그를 끌어안고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녀는 백강호가 힘을 쓰지 못해도 전혀 서운하거나 나무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보이지 못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둘 다 침울해지려는 때였다.
우우웅~ 우웅~.
선반 위에 둔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자기야, 잠깐 전화 좀.”
백강호는 전화를 받았다. 어지간하면 별로 받고 싶지 않았지만 대상이 이석찬이었다.
“어, 석찬아. 무슨 일이냐? 급한 일 아니면 나중에… 뭐?”
백강호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옷가지를 챙겨 입었다.
“나 일 때문에 갔다 올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여보, 표정이 왜 그래? 위험한 일이야?”
이혜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백강호는 그녀에게 입맞춤을 하며 안심시켰다.
“그런 거 아니야.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 설명해줄게.”
“응. 조심히 다녀와요.”
“잘 자, 여보.”
백강호는 집 밖을 나와서 스마트폰을 다시 꺼내들었다.
“형님, 이 시간에 죄송합니다. 저 백강호입니다. 석찬이한테 연락 받으셨습니까? 그게 하연 아가씨가…….”
곧 전화너머로 분노어린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
활동을 하기엔 아직 어두운 새벽 시간.
서주환의 집에는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었다. 그는 계란과 파를 송송 썰어 넣은 라면을 내왔다.
“자, 하연아. 석찬이 너도.”
“고마워.”
“땡큐. 안 그래도 출출했음.”
서주환은 방 안을 둘러보며 물었다.
“강호 형은 아직 안 왔어? 라면 다 불겠다.”
“후르륵. 슬슬 올 때 됐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했던가. 곧 현관문에서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강호 형!”
“오냐. 오랜만이다, 주환아.”
문을 열자 190cm를 근육질 수염아저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명목상 이석찬의 개인경호원이자 안양 리본 피트네스 센터의 터줏대감이 된 백강호였다.
서주환은 반갑게 그를 부르다가 흠칫 시선을 돌렸다. 그의 소매에 핏방울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소매 뿐 아니라 셔츠 곳곳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백강호는 이가 다 드러나도록 호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서주환의 등을 두드렸다.
“크하하하. 짜식이, 뭘 놀라고 그래!”
“커억! 아, 아파요, 형! 그리고 피가 묻어있는데 당연히 놀래죠!”
“이거 웃기는 놈이네.”
백강호는 도리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고작 피 보고 놀라는 놈이 사람을 그렇게 묵사발 내놨냐? 엉?”
“아니 뭐, 제가 언제 묵사발씩이나 냈다고.”
“짜샤, 이 피 보면 몰라? 이거 내가 쳐서 나온 게 아니야. 이미 흐르고 있던 거 멱살 잡고 짤짤거리다보니 튄 거지.”
즉 서주환이 터뜨린 피란 뜻이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뒤를 눈짓했다.
“저만 피 낸 건 아닐 걸요?”
시원하게 업어치기 한 판을 만들어낸 정하연도 있지 않던가. 콘크리트 바닥에 메치기를 당하면 주먹으로 맞는 것보다 더 극심한 타격이 온다. 그는 분명 메쳐진 남자가 피를 토해낸 걸 봤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견갑골도 부러진 것 같았다.
“그거 우리 아가씨가 한 거였냐? 푸하하핳.”
백강호는 껄껄 웃으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강호 오빠, 그냥 이름 부르라니까요?”
“그래, 그래. 하연이 너는 어째 석찬이놈보다도 귀티가 나서 말이지.”
“제가 무슨 귀티가 난다고…….”
“형, 그럼 전 싼티 난다는 소리에요?”
“으하하하하.”
백강호는 그저 웃음으로 때우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상에 있는 라면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킁킁. 냄새 좋네. 내 것도 있냐?”
“아무렴요. 일단 좀 먹고 말해요, 형.”
“오케이. 고맙다. 김치는?”
“있습니다. 알타리도 드릴까요?”
“밥도 한 그릇.”
“…아, 네.”
서주환은 떨떠름하게 답하며 밥을 푸러 갔다. 갑자기 식당 종업원이 된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백강호는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 깡패새끼들은 내가 구석에 잘 치워놨으니까 걱정 마라.”
“이제 어떻게 하려고요? 그 새끼들 흑곰파 놈들이죠?”
서주화는 새삼 화가 난 얼굴로 물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하연이 붙잡혔을 때를 생각하면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백강호는 그런 서주환을 묘한 눈으로 보며 말했다.
“주환아, 너 싸움은 어디서 배웠냐?”
“네?”
“말단 깡패라도 인원이 넷이다. 혼자서 네 명을 상대했다는 게 신기해서 말이야. 헬스 좀 한다고 그럴 수가 없는데.”
“어렸을 때 태권도 말고는 없어요.”
“검은띠냐?”
“맞긴 한데… 진짜 어렸을 때라서 의미 없어요. 초등학생 때 얘기거든요.”
“흠.”
백강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서주환을 바라봤다. 저 얘기가 사실이라면 그냥 타고난 재능이라는 건데, 깡패 놈들에게 난 흔적을 봤을 때 위험하다 싶을 정도의 재능이었다.
‘뭐, 아주 없는 경우도 아니고.’
그도 학생 때 조폭 몇 명 정도는 상대해봤다. 덕분에 상대 조직원으로 오해받아 푸닥거리를 진하게도 했었다.
백강호는 픽 웃으며 서주환에게 말했다.
“아무튼 주환아, 어지간하면 상대 봐가면서 쳐라. 괜히 귀찮아지는 경우들이 있거든. 혼자 감당 안 되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게 좋아.”
“…평화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놈이었어요. 저도 아무 때나 주먹 쓰진 않아요.”
“그래. 네 성격이면 알아서 하겠지. 이번 같은 경우가 흔히 있는 일도 아니고.”
“…….”
“그런데 말이지. 주변 사람이 휘말리면 나중에 후회해도 늦어.”
그 말에 반응한 건 정하연이었다.
“강호 오빠, 전 괜찮…….”
“하연이 너 말고. 다른 사람이 휘말렸더라. 아니, 휘말릴 뻔했더라고.”
“네?”
“양혜지라고 네 친구라면서? 그쪽에도 작업 치려고 하는 모양이던데.”
“양혜지요? 아니, 걔를 왜?”
서주환은 황당하다는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양혜지와 얼마나 교류가 있다고 거기까지 피해가 간단 말인가.
‘설마 그때 흡연장에서 한 말 때문에?
문규석에게 양혜지를 건들지 말라고 했다. 친구라는 말을 사용하면서다.
백강호가 놀란 그를 진정시켰다.
“너무 놀라진 말고. 아직 작업은 안 들어간 모양이니까.”
“네…….”
“아, 그리고 석찬아.”
“응?”
“형님이랑 통화했다”
“뭐? 아버지랑? 뭐라는데?”
이석찬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그는 백강호에게만 연락했지 아버지에게는 연락하지 않은 상태였다.
백강호는 씩 웃으며 이를 드러냈다.
“하연이가 다칠 뻔했다고 하니까 꼭지 돌아서 다 쓸어버리라고 하더라. 벌써 그쪽 윗대가리한테는 연락 넣었다.”
“아, 맞아. 나도 낮에 분명 통화했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거래? 서로 안 건드리고 끝내기로 했는데.”
이석찬은 낮에 흑곰파 우두머리와 직접 연락을 했다. 서로 간에 불미스러운 일 만들지 말고 끝내기로 말까지 맞췄었다.
한데 흑곰파 조직원 네 명이 서주환을 습격했다. 정하연까지도 인질로 잡으면서 말이다.
백강호는 쩝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두목이란 놈이 직접 안 말하고 아랫놈들 거쳐서 전한 모양이다. 그 와중에 뭐가 잘못된 것 같다던데.”
“그냥 실수란 거야?”
“그렇지. 그 새끼도 당황해서 사과하더라.”
“…그래서?”
“그래서는 인마. 사과 받아줬지.”
이석찬의 얼굴이 구겨졌다. 아무리 실수라지만 그냥 넘어가겠단 소리인가?
백강호는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얼굴 할 필요 없다. 사과를 받긴 했는데, 그냥 받아준 건 아니거든. 말했잖냐, 너희 아버지 화났다고.”
“그럼…?”
백강호는 대답하는 대신 진동음을 내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 강호 형님, 애들 삼십 분 내로 다 튀어온답니다.
“그래. 슬슬 나도 출발한다고 해라. 오늘 끝내자.”
- 예!
백강호는 전화를 끊고 이석찬을 돌아보며 씩 웃어보였다.
“실수를 저지른 주범은 대가를 치러야지. 하우스랑 대부업 전부 엮어서 법적조치하기로 했다.”
“법적?”
“물론, 그 전에 화풀이 좀 제대로 해달라는 우리 주철 형님 부탁부터 해결한 다음에.”
백강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잘 먹었다며 서주환의 등을 두드렸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려는 듯 겉옷을 챙겼다.
이석찬은 순간 겉옷 안쪽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뭔가를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하하……. 야, 주환아 이제 걱정할 필요 없음. 그냥 강호 형한테 맡겨두면 돼.”
한숨 자고 일어나면 하우스고 대부업이고 개박살이 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 조폭들의 격돌이 어쩌고 하는 기사가 뜨겠지. 흑곰파는 지금쯤 열심히 꼬리 자르기를 하며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을 테고. 사실상 조직이 반 토막 났다고 봐야한다.
한편 심각한 표정으로 있던 서주환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호 형.”
백강호가 무슨 일이냐는 듯 그를 돌아봤다가 웃음을 흘렸다. 표정을 보아하니 그가 할 말이 예상이 갔던 탓이다.
아니나 다를까, 서주환이 말했다.
“저도 같이 가요.”
직접 손을 써야 분이 풀릴 것 같았다. 일단 지금은 문규석의 면상을 박살 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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