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268화 (26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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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랜만에 나온 상태창!

메모장에 따로 상태창, 재능, 스킬, 특수능력 등을 정리해놓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작중에 주인공의 상태창이 나오는 걸 별로 안 좋아합니다.

독자 입장에서 겜판 볼 때도 주인공 상태창 나오는 거 극혐했던 기억이... ㅋㅋㅋㅋ

아무튼 상태창에 잘 보시면 작중에서 사용하는 모습이 안 나온 특수능력도 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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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나무 님, 제고미 님, wadize 님, girl17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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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살인 재능

이어진 설명을 들은 서주환의 인상이 사납게 구겨졌다.

“그 자식 원래 쓰레기 새끼인 줄은 알았지만…….”

문규석은 예상보다도 더한 쓰레기였다. 단순히 양아치라고 부를만한 정도가 아니다. 폭력, 절도는 물론 강간 이력까지 있는 범죄자라는 게 이석찬의 설명이었다.

“악의적으로 접근해서 사기를 치거나 사채 빚을 만들어서 괴롭히기도 하더라.”

“그거 법적으로 조치 못해?”

이석찬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말한 건 결국 신빙성 높은 카더라지 물질적인 증거가 아님. 증거도 없이 잡아넣긴 힘듦.”

“여자들은? 그 새끼한테 당한 여자들도 꽤 있다고 했잖아. 좀 뭣 같은 구조긴 하지만 피해자가 여자면 증거 없이 신고해도 효과 있지 않나?”

“무고 뜨면 어쩌려고? 보복이 무서워서라도 쉽지 않음. 그리고 그 새끼 애비가 단순 대부업을 하는 게 아니거든.”

“그럼?”

서주환의 되물음에 이석찬은 골치 아프다는 듯 혀를 찼다.

“조폭. 그것도 꽤 큰 조직의 하우스 관리자임.”

“…조폭? 하우스 관리자?”

“흑곰파라고 있어.”

“허. 흑곰파는 염병.”

서주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내뱉었다. 21세기에 조폭이 웬 말인가. 그런 시대에 뒤떨어진 단어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거 때문에 쉽게 건드리기가 곤란함. 몇 명이서 대부업 하는 깡패면 적당히 조지겠는데 규모가 좀 있어서 힘들어. 그리고 그런 놈들은 보통 경찰 쪽에도 연결고리가 있음.”

이쯤 되니 이석찬이 개인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물론 대기업 측에서 작정하고 손을 쓴다면 그까짓 조폭 따위가 두렵겠냐만, 이석찬 개인은 운성그룹의 혈육일 뿐 기업 자체가 아니었다.

이석찬은 조금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쉽다고 말했었는데 이렇게 돼서 미안하다.”

“뭘 그런 걸로 미안해, 오히려 고맙지.”

“지금이라도 아버지한테 부탁할까?”

“됐어, 인마. 그럼 네가 곤란해지잖아. 그렇게까지 할 건 없어.”

이석찬이 아버지에게 부탁을 해보지 않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 입장에서 서주환은 남이다. 대가없이 도와 줄 이유가 없었다.

대신 그의 아버지는 조건을 붙였다.

‘대학 때려치우고 내 밑에서 일 배워라. 아니면 한국대로 옮기던가.’

밑에서 일을 배우라는 것은 후계자 경쟁에 발을 들이라는 뜻이다. 이석찬은 당연히 거절했다. 고민할 가치도 없었다. 이제 와서 관심도 없는 경쟁에 참여해서 혈육들의 견제를 받는 건 사절이었다.

대신 그는 은근히 압박을 넣었다.

‘치사하게 그러깁니까? 그럼 저도 앞으로 안 도와드릴 겁니다.’

친척들은 물론 그의 아버지 역시 그에게 조언을 구할 때가 종종 있었다. 이석찬은 그 점을 협상카드로 써먹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응은 무심했다.

‘그러거라.’

‘예?’

‘뭘 놀라고 그러냐? 네 안목과 감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너 하나 없다고 운성에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설마 그게 협상 수단이 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

‘아, 그리고 일을 돕지 않는다면 용돈이랑 카드는 다시 정지하마. 불만 없으리라 믿는다.’

‘…아버지 상당히 얄밉네요.’

‘크흠. 아무튼 싫으면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거라. 운성 이름을 팔면 신변이 위험하지는 않을 게 아니냐.’

그 말이 맞다. 본래 생각했던 것처럼 먼저 치는 게 불가능할 뿐 안전은 대비할 수 있었다. 적당히 연락 한 통만 넣으면 그 뿐이다.

이석찬은 결국 찝찝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죠. 회사는 죽어도 안 갈 겁니다. 제가 차리면 차렸지.’

‘그럼 그렇게… 잠깐, 회사를 차린다고? 따로 사업을 하겠단 말이냐?’

‘끊습니다.’

‘잠깐, 석찬…!’

이석찬은 그때를 떠올리며 혀를 찼다. 얄미운 노인네 같으니.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간 미안했다면서 친근하게 굴더니 공적인 일에 관해서는 아주 냉정한 인간이었다. 그러니까 막내임에도 할아버지가 후계자로 염두에 둔 것이겠지만 말이다.

한편 서주환은 쩝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헤집었다. 이렇게 되면 문규석을 제대로 밟아놓으려던 계획을 철회해야 할 듯했다. 깡패들을 동원하려는 것 같다기에 선수를 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복잡하게 흘러갔다.

‘별로 상관은 없을 것 같지만.’

솔직히 한편으로는 그 정도로 밟아놨는데 뭔가를 더 하려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설령 진짜 깡패를 데려오더라도 상관없다. 어지간한 놈들은 손수 격퇴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정 불안하면 백강호에게 잠시 개인경호를 부탁해도 되고 말이다.

*

서주환 일행은 늦은 새벽 시간까지 학교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추석도 지나가서 슬슬 중간시험을 준비해 될 시기였기 때문이다.

걸어가던 중 정하연이 말했다.

“이석찬은 요즘 공부 완전히 놨대? 학교에 남지도 않네.”

“뭔가 따로 하는 게 있나봐. 은근히 바쁜 것 같더라고.”

서주환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사실 공부를 안 하기는 그도 마찬가지였다.

“주환이 너도 요즘 많이 바쁘지?”

“그렇지 뭐. 신작 연재 들어갔으니까.”

“글 쓰느라 공부는 신경 못 쓰겠다. 어떡해?”

“공부는 뭐… 적당히 벼락치기 해도 성적 나오니까 괜찮아.”

“…좀 재수 없네.”

정하연이 짐짓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걷던 유지경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정하연을 바라봤다.

“헐. 언니가 할 말이야? 성적으로는 언니가 제일 재수 없는데!”

“난 열심히 하잖아.”

“언니, 나도 열심히 하거든?!”

“너구리라서 머리가 나쁜 게 아닐까? 아니다. 동물이 그 정도면 천재…….”

“아, 언니!”

유지경이 억울한 표정으로 씩씩댔다. 그녀는 본래 서주환에게만 너구리라는 애칭을 허락했었는데, 어느 순간 정하연에게도 그렇게 불리는 중이었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갈림길에 도착했다. 서주환은 유지경과 장덕훈에게 손을 흔들었다.

“덕훈아, 지경이 좀 잘 바래다줘.”

“예. 걱정 마십쇼, 형님.”

“오빠, 언니, 잘 가!”

장덕훈이 깍듯하게 인사하고, 유지경이 손을 흔들었다.

정하연과 둘만 남게 된 서주환은 슬쩍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하얗고 긴 손가락이 마주 깍지를 껴왔다. 옛날이었으면 부끄러워했을 텐데 이제는 무척 자연스러워진 반응이었다.

그는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서 낮게 웃음을 흘렸다. 그에 정하연이 떨떠름한 얼굴로 그를 돌아본다.

“왜 웃어?”

“그냥. 너랑 있으니까 좋아서.”

“뭐래, 바람둥이가.”

“그래서 싫어?”

“…싫으면 이러고 있겠냐고.”

정하연은 입술을 삐죽이며 맞잡은 손을 더욱 꼭 붙들었다. 그에 서주환은 낄낄대며 웃음을 흘렸다. 새삼 정하연도 참 장족의 발전을 했구나 싶었던 것이다.

‘옛날 같았으면 욕만 했을 텐데.’

속으로는 좋아라하면서도 겉으로는 부끄러움에 욕을 했을 게 분명하다. 물론 지금도 마냥 다정한 말투는 아니었지만 ‘좋아한다’라는 의사표현은 분명하게 돌아왔다.

서주환은 괜히 분위기를 잡으며 정하연의 상태창을 살폈다. 현재 그녀는 호감도가 A, 성욕이 B+를 가리키고 있었다.

‘뭔가 지경이랑 순서를 정하는 것 같단 말이지.’

최근 들어 유독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알지 못하는 여자들만의 커뮤니케이션이 있는 것 같았다. 마냥 근거 없는 생각은 아니었다.

본래 학교에서 집이 가장 가까운 사람은 서주환이다. 하지만 그는 정하연과 유지경을 데려다 주기 위해 끝까지 함께 걷는 편이었다. 한데, 매번 갈림길에서 함께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그리고 그 선택은 대부분 그가 아닌 정하연이나 유지경에게 있었다. 오늘만 해도 정하연이 먼저 은근히 옆에 따라붙으며 가까이서 걸었던 것이다.

그때 정하연이 문득 말했다.

“주환아.”

“응?”

“나도 담배 끊을까?”

“어? 갑자기 왜?”

“그냥. 몸에 안 좋기도 하고, 냄새도 많이 나고… 너 금연하는데 힘들 것도 같고.”

본래 이야기가 늘어지면 마지막 줄이 핵심인 법이다.

서주환은 그녀의 생각을 알고 끅끅대며 웃음을 흘렸다. 결국 그가 금연하는 데 방해가 될까 싶어서 따라 끊겠다는 소리였다. 하여간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아니, 이번에는 기특하다고 해야 맞을까.

“…닥쳐. 웃지 마. 안 끊어.”

역시 귀여운 걸지도.

서주환은 한참 끅끅대다가 결국 등짝을 맞은 후에야 웃음을 멈췄다.

그렇게 오랜만에 연애 할 적처럼 걷고 있을 때였다.

문득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골목 어귀를 도는 순간 주차 된 차 뒤에서 험악하게 생긴 장정 세 명이 튀어나왔다.

가운데 서 있는 빡빡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씨벌 거, 누구는 추위에 떨고 있는데 누구는 예쁜 여자친구랑 아주 훈훈하네. 그치, 주환 학생?”

입술에 흉터가 있는 빡빡이는 그리 말하며 위협적으로 한 걸음씩 다가왔다.

“…주환아, 이 사람들 뭐야?”

“하연아, 뒤로 와.”

서주환은 당황하는 대신 정하연을 뒤로 보냈다. 그리고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문규석이 보냈냐?”

“그게 누군데. 지금 형들 기분이 나쁘거든? 그러니까 몇 대 좀 맞자.”

서주환은 헛웃음을 흘렸다. 연기를 할 거면 제대로 하던가. 문규석은 모르는 척하면서 그를 부를 때는 주환 학생이라고 아는 척을 하면 어쩌잔 건가. 장단을 맞춰주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거지? 석찬이가 손 쓴 줄 알았는데.’

서주환은 고개를 털었다. 의문은 나중이다. 일단은 당황한 티를 내지 않고 여유로운 척 웃어보였다.

빡빡머리는 그의 웃음을 보고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을 구겼다.

“쪼개? 넌 그걸로 팔 한 쪽 추가야, 새꺄.”

“흑곰파.”

“……!”

난데없는 말에 빡빡머리를 포함한 장정 셋 모두가 흠칫 반응했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말했다.

“맞네, 문규석 그 새끼가 보낸 거.”

그 말에 빡빡머리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좌우에 있는 두 사람에게 눈짓하며 말했다.

“조져.”

동시에 장정 세 명이 달려들었다.

내심 긴장하고 있던 서주환은 자세를 낮추고 반응했다.

‘조폭 세 명도 되려나?’

생각과 달리 ‘박투’ 재능을 가진 몸은 본능대로 반응했다. 박투란 곧 서로 치고 때리며 싸우는 것을 뜻한다. 격투기보다도 싸움 그 자체에 적합한 재능이었다.

“빡빡이 아저씨, 받아!”

메고 있던 가방을 중앙에서 달려드는 빡빡이에게 던지고, 바닥에 있는 돌을 발로 찬다. ‘발재간’ 재능과 그 특수능력, ‘원숭이 발’을 이용해 찬 돌이 왼쪽에서 달려들던 문신조폭의 얼굴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문신조폭이 기겁하며 돌을 피했다.

서주환은 그 사이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선글라스 남자에게 마주 달려들었다.

[특수능력, ‘슬로우 비디오’가 활성화됩니다.]

동체시력과 사고력이 향상된다. 느릿하게 다가오는 선글라스 남자의 주먹을 피해내고 콧잔등에다가 주먹을 내질렀다.

빠각!

선글라스가 깨지고 남자가 균형을 잃는다. 그는 쓰러지려는 남자의 복부를 밀어 찼다. 남자가 뒤로 밀려나며 빡빡머리 놈과 뒤얽혀 쓰러졌다.

“이 새끼가!”

어느새 돌을 피한 문신남이 지척까지 다가왔다. 피해내기엔 이미 늦은 상황. 서주환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한 대 맞았다.

뻐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충격이 전해졌다. 하지만 미리 알고 맞은 것이기에 큰 타격은 없었다. 그는 밀려나는 대신 남자의 목을 잡아 내리는 동시에 무릎을 들어올렸다.

쩌억!

무릎에서부터 무언가 쪼개지는 느낌이 났다.

“끄아악!”

문신남이 얼굴을 부여잡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시끄러. 지금 새벽이야. 이 자식아.”

빠악!

서주환은 남자가 괴로워할 시간도 주지 않고 몸통을 걷어찼다. 체중을 실은 발차기에 남자가 꺼어억 소리를 내며 뒤로 쓰러진다.

“이 씨벌놈이…!”

뒤얽혀 쓰러졌던 빡빡이가 욕을 하며 일어났다.

서주환은 사납게 웃으며 마주 욕을 내뱉었다.

“와봐, 민둥머리 새꺄. 그런데 혼자서 되겠냐?”

빡빡머리 조폭은 순식간에 쓰러진 두 명을 보고 흠칫했다. 던져진 가방을 받고, 밀려나온 덩치를 받으며 바닥을 두 번 구르는 동안 그 하나만 빼고 모두 뻗어버린 것이다.

‘씨벌, 이 새끼 뭐야. 프로보다 더 하잖아.’

싸움을 잘한다고 듣긴 했지만 그래봐야 일반인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특히 손속에 사정도 없고 망설임 없이 급소를 치는 모습은 도저히 일반이이라고 부를만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보험 준비해두길 잘했네.”

“…뭐?”

그 순간이었다. 뒤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꺄아악!”

정하연의 목소리였다.

서주환은 깜짝 놀라서 급히 뒤를 돌아봤다. 가죽 자켓을 입은 남자 한 명이 정하연을 뒤에서 붙잡고 있었다.

“저 개새끼가…!”

“가만히 있어! 상황파악 못하냐?”

그는 곧장 달려들려고 했지만 곧 이어진 협박에 움직일 수 없었다. 정하연을 인질로 잡고 있는 이상 싸움이 성립되지 않는다.

다만 서주환은 이를 꽉 깨물며 정하연을 붙잡은 남자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때였다.

[특수능력, ‘살기(殺氣)’가 발동합니다.]

서주환에게서 무형의 기운이 불길처럼 뻗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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