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267화 (26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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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그 후로 유민서는 은근히 스승의 날과 동창회를 기다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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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무죄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아르c 님, 아래스 님, 다정무죄 님, 헤드라인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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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D

살인 재능

서주환은 오랜만에 상태창을 비롯한 스킬과 능력을 점검하는 중이다. 그의 눈앞에는 반투명한 창이 복잡하게 떠올라 있었다.

이름: 서주환

나이: 23

성별: 남성

키: 183cm

몸무게: 80kg

재능: 【글쓰기(A/A+)】, 【게임(A/S)】, 【교육(A/A+)】, 【박투(A/A)】, 【춤(A/A+)】, 【속독(A/A+)】, 【노래(B/B)】, 【섹스(A/A)】, 【정리(A/A)】, 【손재주(A/A+)】, 【발재간(A/A)】, 【절대음감(A/A+)】, 【성우(A/A+)】, 【소화(A/A+)】, 【수면(A/A+)】, 【일러스트레이터(A/A+)】, 【살인(A/A+)】

스킬: 【페로몬(Rank: A)】, 【성스러운 손길(Rank: A)】, 【성스러운 씨주머니(Rank: A)】, 【마안(Rank: A)】, 【여의봉(Rank: - )】

특수능력: 【독자의 눈】, 【만변의 문체】, 【멀티태스킹: 다중작업】, 【집중: 슬로우 비디오】, 【정독&속독 】, 【멀티-댄싱라인】, 【씽 필링】, 【섹슈얼 포인트】, 【성교사】, 【클린】, 【럭키핸드】, 【원숭이 발】, 【사운드 카피】, 【성대모사】, 【고효율 흡수】, 【자각몽】, 【만변의 화풍】, 【살기】

서주환은 감탄성을 내뱉었다.

“크으. 많기도 하네.”

상태창에 표기된 재능, 스킬, 특수능력이 몇 개인지 눈앞이 어지러울 정도다. 개 중에는 등급만 올려놓고 사용하지 않는 능력도 꽤 있었다. 새삼 그 동안 이 여자, 저 여자 많이도 떡을 쳤구나 싶었다.

‘서른 넘도록 모쏠이었던 놈이 많이 컸네.’

인간관계를 단절하고 방구석에서 글만 쓰던 자신인데 지금은 여러 여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으니 감개가 무량할 지경이다.

‘…애들한테 잘해야지.’

서주환은 순간 머릿속을 스쳐간 여자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정식으로 연애를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사귀는 것이나 다름없는 여자들이 많이도 있었던 것이다. 이러다 다음 생에는 환생하지도 못하고 지옥에서 벌 받고 있는 게 아닐는지.

그는 이내 고개를 털어내고 본래 목적대로 포인트를 사용했다.

[현재 올릴 수 있는 최대 등급은 A입니다.]

[21,500LP를 사용하여 ‘일러스트레이터’ 재능의 등급을 A로 상승시킵니다.]

[21,500LP를 사용하여 ‘살인’ 재능의 등급을 A로 상승시킵니다.]

양혜지에게 얻은 ‘일러스트레이터’ 재능과 유민서에게 얻은 ‘살인’ 재능. 두 가지 재능의 등급을 올리고 특수능력을 구매했다.

[특수능력, ‘만변의 화풍’을 습득했습니다.]

[특수능력, ‘살기’를 습득했습니다.]

【만변의 화풍】

▶ 효과: 다양한 장르 및 장면에 어울리는 화풍을 본능적으로 떠올리고 적용한다.

※ 효과를 온전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화풍에 대한 공부와 지식이 필요하다.

‘만변의 문체랑 같은 효과구나.’

사람마다 잘하는 게 있는가 하면 못하는 게 있기 마련이다. 글을 잘 쓰거나 그림을 잘 그리더라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 세분화된 분야에서는 강점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만변의 화풍’ 같은 특수능력이 있으면 이야기가 다르다. 어떤 화풍이든 조금의 노력만 더해진다면 능숙하게 그릴 수 있게 될 터였다.

‘그림 공부 시작해야겠다. 표지랑 삽화 그려야지.’

시간이 지날수록 하고 싶은 게 점점 늘어나기만 하니 큰일이었다. 춤도 배우고 싶은데 시간을 어떻게 쪼개 써야 할지 고민이다.

서주환은 다음으로 ‘살인’ 재능의 특수능력을 확인했다.

【살기(殺氣)】

▶ 효과: 살기를 운용할 수 있다.

※ 재능등급과 감정상태에 따라 살기의 농도가 달라진다.

효과를 확인한 그는 실망스럽게 혀를 찼다.

“꽝인 것 같네.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특수능력의 설명이 애매한 것은 둘째 치고 ‘살인’은 애초에 원하는 재능이 아니었다. 유민서와 관계를 가진 것은 어디까지나 ‘재능 조각’을 얻기 위함이었지 탐나는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었으니.

서주환은 상태창을 꺼버렸다. 마음에 드는 특수능력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포인트를 사용해가며 변환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러다 괜히 처치 곤란한 재능이 나오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아무래도 재능이 재능이다 보니 꺼림칙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양아치들 상대할 때는 좋겠네.’

정확한 것은 사용해봐야 알겠지만 이 능력이 있다면 귀찮게 손을 쓸 필요가 없을 듯했다.

*

강의 중 쉬는 시간, 서주환은 이석찬을 따라나와 옆에서 간접흡연을 즐겼다.

“거 그냥 피우지 왜 사서 고생임? 안 피워서 얼마나 더 산다고.”

“시꺼. 친척 동생 도와주는 거라고 했잖아.”

“걍 말로만 끊었다고 하셈.”

“마, 싸나이 쫀심이 있지. 동생한테 끊으라고 말해놓고 내가 그러면 안 되지.”

“푸핳. 존심을 얼어 죽을. 알겠으니까 비타스틱이나 열심히 빠셈.”

“…청포도 향 조오타.”

서주환은 한숨처럼 연기를 내뱉었다. 향은 좋은데 연초에 비해 영 피우는 맛이 안 났던 것이다. 그래도 사탕이나 쪽쪽거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뒤에서 우다다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등짝에 불이 일어났다.

짜아악!

“어억! 뭐, 뭔데! 누구야!”

서주환은 아픈 등을 문지르며 뒤를 돌아봤다. 익숙한 얼굴의 여자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히히. 난봉꾼 오빠, 안녕.”

“술유이?”

“야! 누가 술유이야!”

“너요, 너! 그때 아주 쌩 꼴아가지고 나한테 토한 거 잊어버렸냐?”

“아악! 그건 비밀이라고 했잖아!”

“그러게 누가 뒤에서 갑자기 때리래, 이 년아. 이게 선배 무서운 줄 모르고.”

도유이의 정수리에 손날을 내리쳤다. 꽤 세게 내리쳤던 터라 그녀는 정수리를 부여잡고 울상을 지었다.

“우씨. 왕꼰대.”

“진짜 혼난다. 그래서 용건이 뭔데?”

“하. 이 오빠 진짜 서운하네. 용건 있어야만 말 거냐?”

“그래서 없으시다?”

“있는데?”

도유이는 허리에 척 손을 짚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리고 꿀밤을 한 대 더 맞았다.

“아윽! 고맙다고 하려고 온 건데 고마운 마음이 싹 날아가네.”

“고마워? 뭐가?”

“흥. 이제 궁금하냐?”

“말이나 하셔. 나 바쁘다.”

“담배나 피우면서 바쁘기는?”

“담배 아니야. 금연 중이니까 조심해라. 예민하다.”

“응? 진짜네. 향 좋다.”

도유이는 코를 몇 번 킁킁거리다가 용건을 말했다.

“그냥 뭐, 오빠 덕분에 부모님이랑 제대로 얘기해봤거든. 춤도 계속 추기로 했고.”

“오, 허락해주신 거야?”

도유이는 춤을 좋아하는 건 물론 잠재등급A+의 높은 재능도 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마음고생을 했었다. 그게 드디어 해결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도유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계속 반대하길래 대판 싸웠지. 평생 네네 하던 딸내미가 대드니까 기겁하시더라.”

“…그래서?”

“대학 때려치우려고.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면 나가라길래 집도 나갈 거다? 다 오빠 덕분이야.”

“그게 왜 내 덕분이야, 미친 인간아!”

서주환은 기겁해서 소리쳤다. 누가 들으면 자신이 부모님과 갈등을 조장한 줄 알겠다. 그가 한 말은 어디까지나 춤에 재능이 있으니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잘 생각해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뭐? 부모님과 싸워서 집을 나오고 학교를 때려치운다? 뭐 이리 극단적이란 말인가!

하지만 도유이는 여전히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쉽게 내린 결정 아니야. 이미 대표 언니한테 말해서 도와달라고 했거든. 스튜디오에서 먹고 자고 할 거야. 안에 있을 거 다 있으니까 돈도 얼마 안 들 걸?”

“아니, 야, 아무리 그래도…….”

“이제 학교 안 다니니까 낮에 알바하고 저녁에 춤 출 거야. 겁나 행복하겠지?”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씩 웃는 도유이.

서주환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감쌌다. 이건 이미 다 결정하고 통보하듯이 소식을 전해준 거다. 괜히 조언해준다고 말한 게 한 사람 인생을 망쳐버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본인 선택인데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게다가 재능 있는 건 진짜고.’

A+ 등급이면 그냥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노력 여하에 따라 세계에서 이름을 날릴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이다. 차라리 춤과 관련 없는 대학생활을 빨리 청산하고 꿈을 향해 정진하는 게 좋을 수도 있었다.

서주환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도유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왕 결정했으니까 열심히 해라. 학교는 아예 자퇴하는 거야? 휴학 아니고?”

“그러려고. 돌아올 곳을 남겨두면 힘들 때 타협할 것 같거든. 벌써 교수님이랑 상담도 하고 왔어.”

“…추진력이 대단하네. 아무튼, 잘 되길 바란다. 힘든 거 있으면 연락하고.”

“히히. 오빠라면 그렇게 말해줄 줄 알았어. 연락 자주 할게.”

“가끔만 해라, 가끔만.”

“치사하게. 어쨌든 나중에 유명해져서 방송 같은 데 나가면 오빠 얘기 꼭 할게.”

“하지 마! 남들이 들으면 뭐라고 생각하겠냐!”

“꼭 할게!”

“야, 인마!”

도유이는 깔깔대며 멀어졌다. 하여간 말 더럽게 안 듣는 인간 유형이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그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자 옆에서 담배를 피우던 이석찬이 말했다.

“뭐라고 했길래 애가 자퇴를 함? 쟤 그래도 2학년 과탑이었는데.”

“…과탑이었어? 쟤 공부 잘했냐?”

“몰랐음? 예쁘고, 공부 잘하고, 춤까지 잘 춘다고 인기 엄청 많음.”

“쒜엣…….”

서주환은 아파오는 골치에 머리를 헤집었다.

‘도유이 저거 원래라면 그냥 졸업할 텐데.’

회귀 전에는 그랬던 걸로 안다. 한데 지금은 자퇴를 하고 있다. 말 한 마디의 조언이 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고 만 게 아닌가 싶었다. 부디 그게 좋은 방향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서주환은 다시금 고개를 털며 말했다.

“아, 몰라. 쟤는 어쨌든 잘 될 거야. 그건 확실해.”

그 말에 이석찬은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낄낄 웃어댔다.

“하여간 골 때리는 자식. 넌 간도 크다. 난 나중에 원망 받을까봐서라도 그렇게 못함.”

“지 선택인데 누굴 원망해. 그리고 쟤는 잘 될 거라니까?”

“그걸 어케 앎?”

“그런 게 있어. 무조건이야.”

서주환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아무리 잘 감춰도 송곳은 결국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법. 재능이 어중간하면 모를까 도유이 정도라면 잘 안 되기가 더 힘들었다.

‘신경 끄자. 내가 조언한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이 만큼 극단적인 경우는 처음이라서 당황했지만 비슷한 경우는 이미 여러 번 있었다. 민가희만 해도 그의 말을 듣고 작곡 쪽으로 진로를 바꾸지 않았던가. 연영과의 배준호도 연기자에서 감독 쪽으로 전향했고 말이다.

서주환은 앞으로도 자신의 성격상 친해진 사람들에게 조언을 계속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게, 객관적인 재능의 지표가 눈에 훤히 보이는데 어쩌란 말인가. 뛰어난 재능이 썩고 있는 것을 보면 내 것도 아닌데 아까워서 미칠 노릇이었다..

‘어차피 선택은 본인 몫이니까.’

그가 하는 것은 결국 조언일 뿐이다. 선택에 따른 결과까지 책임감을 느낄 필요는 없으리라.

“아예 장학재단 같은 걸 차려버릴까.”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그가 지닌 능력 중 가장 뛰어난 것은 다른 사람의 재능을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기 저기 숨겨져 있는 보물 같은 재능들을 발굴해내는 게 참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이석찬이 눈을 끔뻑이며 묻는다.

“그게 뭔 뜬금없는 소리임?”

“흐흐.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좀… 아니, 많이 좋거든.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헤드 헌팅 같은 것도 해보고 싶네.”

“흠. 그거 재밌겠다. 나랑 같이 하쉴? 나도 그런 쪽으론 삘이 제법 맞는 편인데.”

“올.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님 손자께서 지원해주냐? 재벌… 몇 세지?”

“의미 없음. 어차피 난 후계구도 밖이라서 떨어지는 거 별로 없거든.”

정확히는 제 발로 걷어찬 거지만 말이다. 이석찬의 목표는 인생 그까짓 거 적당히 재미나게 사는 망나니 재벌 이다. 재능이 있는 것과는 별개로 관심도 없는 기업 일에 깊이 얽히고 싶지 않았다.

다만 흥미가 있는 일에 관해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엇이든 쉽게 배우고 질려버리는 그였지만 관심이 있을 때만큼은 열정적으로 변하곤 했다. 그런 면에서 이석찬은 ‘꼴리는 대로 살겠다’라는 서주환의 마인드와 무척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재단 같은 거 운영하려면 돈 꽤나 깨지는 건 알지? 특히 네가 하려는 건 거의 자선단체 아님? 하려면 몇 년은 걸릴 듯. 아니다. 아무나 지원하는 게 아니라 재능 있는 사람만 추리는 거니까 의외로 당장 가능할지도.”

“야야, 그냥 해본 말인데 뭘 그리 진지해? 그리고 당장은 나 먹고 살기도 바빠. 몇 년 후에도 너무 짧은 거 같고.”

몇 년이 지나봐야 둘의 나이는 이십 대에 불과하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자선단체를 운영할 정도의 돈을 만들겠다니 어불성설이었다.

…라고 생각하지만 글쎄.

‘이 자식은 진짜 할 것 같단 말이지.’

이석찬은 매사 장난스럽고 낄낄거리길 좋아하는 놈이지만 비범한 구석이 있는 친구였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생각했다. 훗날에는 정말 그런 활동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생각도, 돈도 없다. 그는 비타스틱으로 심심한 입을 달래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보다 말하던 거나 다시 얘기해봐. 문규석 그 새끼가 어떻다고?”

“아, 그거.”

본론으로 돌아온 화제에 낄낄 웃던 이석찬의 표정이 굳었다. 이내 그는 쯧 혀를 차며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물었다.

“그 새끼 존나 악질이더라. 위험한 새끼야.”

이석찬이 드물게 화가 난 얼굴로 씹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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