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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이게 그 찐따 같던 서주환?
훌륭한 쓰레기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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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이니 님, 눈꽃송이73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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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D
미안해, 주환아
서주환은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아, 이거 효과 죽이네.’
아이템을 사용하는 순간 눈에서 점안액이 분비됐다. 지금 그의 눈에서 나오는 건 눈물이 아니라 점안액이었다.
서주환은 눈가에 흐르는 물기를 닦아냈다.
“아, 죄송해요. 그때 생각했더니 답답해서…….”
엄지와 검지로 눈가를 매만지며 손등으로 얼굴을 가렸다. 표정 연기에는 자신이 없다. 하지만 목소리는 ‘성우’재능의 보정을 제대로 받았다.
“그때는 학교에 가기가 싫었어요. 가봤자 어울릴 사람이 없었거든요. 문규석이랑 그 일행들이 저를 왕따시키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해서…….”
낮게 떨어진 음성이 메마르게 갈라진다. 꽉 막힌 숨이 목소리 사이로 섞여들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유민서는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서주환을 바라봤다. 눈가를 매만지며 물기를 감추려는 모습에 가슴 한 구석이 턱, 하고 막혀왔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대체로 남자들은 잘 울지 않는다. 울더라도 그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한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는 등의 소리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여자 입장에서 다 큰 성인 남자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유민서는 태어나 처음으로 성인 남자가 우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심지어 그 이유가 자신의 실수로 빚어진 일 때문이었으니. 그녀의 안에서 죄책감이 더 커져갔다.
‘역시 이게 정답인 것 같네.’
서주환은 힐끗 그녀의 상태창을 보고 확신했다. 1차 술자리 중 D로 내려갔던 그녀의 성욕이 다시금 C까지 올라왔다.
‘죄책감을 주면 성욕이 오른다. 정신적으로 몰려서 그런 걸까.’
유민서의 페티시는 넬레토필리아와 마조히즘이다.
두 개 모두 익숙한 성적 증후군.
전자는 최미화에게, 후자는 유지경에게서 봤다.
다만 유민서의 경우는 두 사람과 다른 점이 있었으니.
‘욕설은 하지 말자. 지경이처럼 주인님 놀이는 어림도 없고.’
넬레토필리아는 욕설과 막말, 선정적인 이야기 등에 흥분하는 증후군이다. 그러나 종류가 같다고 해서 다 똑같은 페티시는 아니었다.
같은 페티시 안에서도 선호하는 방향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법.
유민서는 담임이었던 시절부터 욕설에 벌점을 부과할 정도로 싫어했다. 실제로 오늘만 해도 술에 취한 제자들의 거친 욕설을 듣고 실시간으로 성욕이 떨어지는 걸 확인한 참이었다.
‘막말과 선정적인 말. 그리고 정신적인 압박과 굴욕.’
서주환은 그녀가 흥분을 느낄만한 방향을 탐색했다. 이제 하나씩 시험해봐야 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섹드립을 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단계를 밟기 위해 그는 사연을 풀어놓았다.
“저는 학교에서 수업시간이 제일 좋았어요. 선생님들이 있는 동안에는 문규석이랑 그 패거리들이 저를 못 괴롭혔으니까요.”
“오히려 쉬는 시간이 지옥이었죠. 다들 즐겁게 떠들고 노는데 저는 구석에서 맞았어요. 애들은 맞고 있는 저를 없는 사람 취급했고요.”
사실이었다. 그는 쉬는 시간만 되면 문규석을 비롯한 패거리와 푸닥거리를 해야 했다. 같은 반 학생들은 그를 못 본 척 하며 저들끼리 떠들었다.
다만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일방적으로 맞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의 그는 세 대 맞으면 적어도 한 대는 돌려주는 독종이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에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누락된 정보를 들은 유민서의 머릿속에는 다른 그림이 그려졌다. 구석에서 일방적으로 맞으며 울고 있는 서주환. 간절한 눈으로 주변에 도움을 구하지만 외면하는 친구들. 아무것도 모르고 수업을 진행하는 자신을 비롯한 선생님들. 그를 원망하며 다가오는 쉬는 시간을 두려워하는 제자.
‘난 대체 뭘…!’
선생님으로서 뭘 했단 말인가. 누구보다 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아껴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면에는 도대체…….
서주환은 다시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유민서에게도 술을 따라주었다. 그녀는 답답한 속을 달래려 술을 연신 마셔댔다. 오히려 서주환보다도 빠른 페이스였다.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유 쌤, 저희 부모님이 학교 앞에서 분식집 하는 거 아시죠? 광현 중, 광현 고 앞이라서 장사가 꽤 잘됐는데.”
“으응. 나도 가끔 갔었어. 주환이 네가 걱정돼서.”
유민서는 서주환이 왕따 당한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언제나 관심을 갖고 있었다. 종종 그의 표정이 어두운 걸 봤기 때문에 개인적인 상담시간을 갖기도 했었다.
하지만 서주환은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환하게 웃는 얼굴로 능청을 떨기까지 했다. 그 모습은 미성숙한 14살 청소년답지 않게 어른스러웠고, 그녀는 서주환이 다른 아이들보다 조숙하다고 판단했다.
“다른 애들은 아직도 서가네 분식집이 저희 부모님 가게인 줄 모를 거예요. 제가 일부러 숨겼거든요. 선생님한테도 모르는 척 해달라고 한 적 있었는데, 기억나세요?”
“기억나. 괜히 친구들한테 소문나면 부모님이 피곤해진다고 했었지?”
“맞아요. 개나 소나… 아니, 누구나 제 친구라고 들이대면 부모님 성격 상 뭐든 더 퍼줄 테니까요. 사실은 친구가 없는데도.”
“…….”
“그런데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뭔데?”
유민서의 되물음에 서주환은 쓰게 웃었다. 연기를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진실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다보니 당시의 심정이 떠올라서 절로 쓴웃음이 만들어졌다. 덕분에 연기가 아닌 진짜 표정이 나오고 말았다.
그렇기에 유민서는 오히려 그에게서 진실됨을 느꼈다.
“문규석 패거리가 와서 깽판 칠까봐 그랬어요. 뭐, 대놓고 하진 않았겠지만 방법이야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녀석들이 제 이름 팔면서 친구인 척 할 거라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았거든요.”
“그, 그렇구나. 숨기기 어려웠을 텐데.”
“흐흐. 어떻게든 잘 숨겼죠. 가게에 피해주기 싫어서 저는 중, 고등학생 시절 동안 단 한 번도 가게에 가본 적이 없을 정도인 걸요.”
“그렇게나…….”
“아픈 건 저 하나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유민서에게 죄책감을 주려 연기하던 말은 어느새 과거의 회상이 되었다. 사실, 가감 없이 진실을 말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그는 정말로 불행했고 아팠으니까.
단지,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말함에 서주환은 진짜로 기분이 더러워지고 말았다.
‘쓰읍. 막상 말하니까 울컥하네. 정신 차리자.’
이 자리는 상담이 아니라 유민서를 낚기 위한 자리다. 그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잘못하면 정말 넋두리나 풀어놓고 끝나는 수가 있었다.
서주환은 의식적으로 그녀의 상태창을 살피며 술잔이 비지 않도록 만들었다. 비우면 채우고, 채우면 비우고, 그리고 다시 채워주며 술병을 비워나갔다. 그렇게 어느덧 와인 세 병이 사라졌다.
‘호감도가 B까지 올라왔네.’
호감도란 결국 특정 대상에게 갖는 감정의 정도를 말함이다. 그 감정이 좋으면 호감도가 올라가는 것이고 나쁘면 내려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민서의 호감도가 오를 여지는 충분했다.
선생과 제자라는 관계, 담임으로서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는 책임감, 모성애와 죄책감을 자극하는 사연.
유민서는 사죄 할 타이밍조차 놓치고 서주환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신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성욕은 C+까지 올라왔네. 페로몬 가스를 사용했는데도 생각보다 성욕이 늦게 올라와.’
아이템, ‘페로몬 가스’는 성욕과 신체의 성적 민감도를 상승시킨다. 또한 성관념에 대한 의식수준을 하락시켜 평소라면 하지 못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한데 유민서의 성욕은 아이템을 사용한 것에 비해 변화가 저조했다. 벌써 이야기를 시작한지 한 시간이 훌쩍 지났건만 C+에서 고정된 것이다.
‘죄책감만 건드려서는 안 되나?’
아무래도 선생과 제자 관계이다 보니 대놓고 성적인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게 큰 장애물이다.
서주환은 방법을 궁리했다. 죄책감도 그렇지만 심적인 압박을 주는 동시에 성적인 이야기로 전환해야한다.
‘내가 이래봬도 소설가다. 생각하자.’
사실을 기반으로 풀어놓는 이야기다. 굳이 이야기를 짜낼 필요가 없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잘 이어붙이기만 한다면 자연스러운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서주환은 짐짓 술잔을 돌리며 망설이는 척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그런 학창시절을 겪다보니 저한테 정신적인 문제가 몇 개 생겼어요.”
“저, 정신적인 문제?”
유민서가 화들짝 놀라 반응했다. 그녀는 이내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어보았다.
“혹시, 선생님이, 히끅, 도와줄 수 있을까?”
유민서는 취해서 딸꾹질을 하는 와중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원래 술이 센 건지, 아니면 책임감 때문인지 또렷한 눈동자였다.
서주환은 모호한 표정으로 작게 웃었다.
“글쎄요. 제 마음의 문제라서… 그래도 유 쌤한테 이야기하니까 마음이 조금 편해지긴 하는 것 같아요. 고민은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한 결 가벼워진다는 말이 사실인가 봐요.”
“으응. 선생님한테는 얼마든지 얘기해도 돼. 절대 비밀로 할 거고, 또…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을 테니까. 나 때문에 주환이 네가… 많이 힘들었는 걸.”
“하하. 그게 왜 유 쌤 때문이에요. 그냥 제가 못나서 그런 거지.”
“아니야!”
유민서가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그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주환아. 그게 왜 네 잘못이야? 선생님이, 내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서 그런 거야. 너는 도움을 구했는데도 내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미안해, 주환아. 차마 용서해달라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정말로…….”
유민서는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서주환은 작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아니, 하더라도 다 듣고 해줘요. 지금 그렇게 말하시면 저 더는 말 못해요.”
“…….”
“제 문제, 들어주실래요?”
유민서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낮게 깔린 공기 위로 서주환의 목소리가 깔리기 시작했다.
*
서주환은 중,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이야기를 각색했다.
“하나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하게 됐다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여자친구와도 헤어졌어요.”
각색이라고 하지만 거짓말은 아니다. 정하연과 헤어졌던 근본적인 원인은 그의 트라우마에 있었다. 당시의 그는 사람을 깊게 믿지 못했기에 정하연이 떠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미리서부터 겁을 먹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솔직히 저 많이 바뀌었잖아요? 덕분에 누구랑도 잘 어울리게 됐고, 나름 무리에서 리더역할도 했거든요. 오늘 애들도 저한테 잘생겨졌다고 하던데 선생님이 보기에는 어때요?”
이 말을 할 때는 ‘페로몬’ 스킬의 부가효과를 사용했다. 3초간 상대방이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를 몸에 두를 수 있는 효과다.
“으응! 주환이 잘생겨졌어. 진짜로. 여자애들한테 인기 엄청 많을 것 같아.”
술기운으로 홍조가 든 얼굴이라 판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피하는 모습을 보건대 마냥 술기운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겉으로만 그런 거지 속은 달라요. 저는 여전히 중학생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거든요.”
서주환은 잠시 말을 끊은 후 두 번째 문제를 이야기했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전부 제 탓인 것만 같아요. 나중에 돌이켜보면 상대가 잘못한 문제인데도 원망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냥 제가 재수 없는 놈이니까 그러려니 하게 돼요.”
“그게 무슨 소리야! 주환이 네가 왜?”
“그냥 그게 마음이 편하기도 해요. 문규석 패거리한테 3년 내내 그 소리를 들었더니 저도 모르게 각인이 된 걸 지도 모르죠.”
“그런…….”
유민서는 안타까운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서주환에게 네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기만 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그녀는 타는 속을 달래려 술을 연신 들이켰다. 불콰하게 달아오른 얼굴색이 목 아래까지 내려온다.
“그냥, 그냥 원망해도 돼, 주환아. 가끔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탓해도 괜찮아. 스스로를 너무 엄격하게 몰아붙이지 마…….”
서주환은 진실에 거짓을 섞었다. 그는 목 매인 소리로 말했다.
“유 쌤, 원망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누군가를 원망하고 욕하면 저를 왕따시키던 놈들이랑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힘들어요.”
“그래서 아까도…….”
그녀가 참다못해 사과했을 때도 서주환은 스스로를 탓했다. 그때는 너무 답답하기만 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는 원망하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유민서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자신 때문에 학생 하나가 이토록 오랜 시간 괴로움을 겪었다는 사실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주환아, 네 탓이 아니야. 전부 선생님 잘못이야. 그러니까 선생님을 원망해. 다른 사람을 원망하고 탓해도 괜찮아.”
“하지만…….”
“차라리 원망하고 편해져. 어째서 다른 사람의 잘못까지도 네 잘못으로 돌리는 거야? 그러면 네 마음이 너무 힘들잖아. 응? 차라리 선생님을 원망해줘. 부탁이야…….”
유민서는 어느덧 그에게 다가와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서주환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덩치 큰 어린아이. 아직도 그 시절에 갇혀 있는 제자.
장성한 된 줄 알았던 어린아이가 어깨를 들썩이며 물기어린 목소리로 묻는다.
“…원망해도, 돼요?”
“그럼. 얼마든지 괜찮아. 욕을 해도 좋아. 선생님한테 쏟아내, 주환아.”
“쌤, 유 쌤…….”
“응. 선생님 여기 있어.”
어른아이가 흐느낀다. 앞섬이 눈물로 젖어간다. 떨리는 목소리가 못난 선생님을 원망하고 있었다.
“저한테, 저한테 왜 그랬어요? 왜 그랬어요, 그때?”
“미안해, 주환아. 다 선생님 때문이야.”
“어째서… 가해자랑 저를 같은 공간에 두셨어요? 왜 알아주지 않았어요? 저는 언제나…….”
“미안해. 선생님이 미안해.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해. 이제야 알게 되어서 미… 흐아아앙.”
유민서는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죄책감과 안타까움이 술기운으로 약해진 마음을 역류시키고 말았다.
서주환은 그녀의 품 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아, 마음이 아파. 양심이…….’
차라리 지독하게 나쁜 선생이었다면 좋으련만.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죄하는 선생님이어서 양심이 콕콕 아려왔다. 정말이지 사람을 작정하고 속이는 건 못할 짓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원망을 받은 유민서의 호감도가 순간 B+까지 올라갔고, 성욕은 A에 도달하여 호감도를 역전해버린 것이다.
‘아, 그런데 왜 계속 물이 새지.’
점안액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어쩐지 눈물이 자꾸만 흘러나왔다. 계속 연기하다보니 눈물도 자유재로 흘릴 수 있게 된 걸까.
다 아물었다고 생각했던 어린 날의 상처를 새삼스럽게 돌아봐서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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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울어재낀 서주환과 유민서는 한참이나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눈물을 본 두 남녀는 더 이상 거리낄 게 없었다. 그런 와중, 서주환은 본래의 목적을 잊지 않고 ‘성스러운 손길’을 사용해 유민서에게 계속해서 스킨십을 시도했다.
예상대로 유민서는 그의 손을 피하지 않았다. 은근히 몸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모르는 척 술잔을 기울일 뿐이다. 오히려 그를 가슴에 끌어안고 달래주기까지 했다.
“제가 낼게요, 쌤.”
“선생님이, 계산 할… 거야…….”
“여기 비싸요. 그리고 저 돈 잘 벌어요.”
“그래두우… 내가 선생님인…데에.”
계속 고집을 부리는 유민서.
서주환은 픽 웃으며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져갔다. 그리고 예의바르게 말하던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말투로 속삭였다.
“교사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이제 와서 선생인 척 하려는 거야? 짜증나게 하지 말고 그만 조용히 해.”
“…….”
유민서는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지금 술기운과 더불어 처음 느껴보는 기이한 열기 때문에 반쯤 멍한 상태였다.
한편 서주환은 낮게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키워드는 막말, 선정적인 말, 명령조.’
유민서와 장시간 대화하며 그녀의 페티시를 구체적으로 알아내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녀는 욕설을 싫어하지만 막말에 흥분했고, 마조히즘 성향 때문인지 명령조에 약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술에 취한 지금은 이성보다 본능과 성욕을 따라가고 있었다.
“업혀요. 으쌰.”
곧 가게를 나온 서주환은 비틀거리는 유민서를 들쳐 업었다. 반강제로 등에 업힌 유민서가 칭얼댔다.
“나, 걸을 수… 있는…데.”
“유 쌤.”
“우응.”
“그냥 얌전히 있어요. 약속 안 잊었죠?”
“…….”
“걷지도 못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얌전히 있으라고. 안 떨어지게 목 더 꽉 끌어안고.”
꼬옥.
등에 닿은 유민서의 가슴은 꽤 풍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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