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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떡씬만 아니면 전개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는데, 성인물에서 떡씬이 없으면 단팥 없는 찐빵이라 그게 참 딜레마입니다.
떡씬이 그냥 앙앙 대고 끝내는 거면 모를까 최소한의 빌드업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꽤 분량을 잡아먹는단 말이죠.
...라고 생각했지만 떡타지의 주 내용이 그건데 별로 상관없잖아? 라는 깨달음이 들기도 합니다.
후기를 통해 TMI를 해보자면 '너의 페티시가 보여'의 완결은 본래 300화 이내로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심리묘사라던가 캐릭터 조형이라던가 제가 글을 쓰며 도전해보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훨씬 길어졌지요.
생각보다 여러 에피소드가 추가되기도 했고요ㅎㅎ;;
지금은 400~450화 완결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본래 기획했던 마무리와도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갈 것 같네요.
1부: 회귀 후 군대&입학 전까지의 일상
2부: 대학
3부: 본편 완결 후 외전(?)
이 될 듯합니다.
서주환이 대학생활 동안 얻은 재능과 욕망시스템의 능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건 대학 편 이후일 것 같네요.
사실 지금 구상 중인 내용 상 본편만 끝내버리면 다소 찝찝한 마무리가 될 것 같아 외전을 거의 쉬는 텀 없이 바로 이어갈 것 같습니다.
쉬어도 길어봐야 1주일?
...은 벌써부터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군요.
어쩐지 주저리가 길어져버렸군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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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이니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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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D
미안해, 주환아
김호진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흡연장에 갔다가 문규석 패거리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쟤들이 뭐라고 하는 거야?’
거리가 멀어서 정확한 내용을 알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 작당모의를 하고 있는 듯했다. 서주환의 이름이 나온 걸 보아 식당 안에서 당한 걸 갚아주려는 모양이었다.
김호진은 이야기를 자세히 듣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대부업? 주환이한테 사채 빚을 만들게 하려는 건가? 아니면 깡패를 동원해서…….’
얼핏 들은 단어들을 조합해보니 동창들끼리의 단순한 주먹다툼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주환이한테 알려야 돼.’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주의를 줘야 한다. 그리 생각하고 발걸음을 돌리려는 때였다.
바스락, 잔가지가 밟혔다. 조용한 흡연장에서 그것은 너무나 큰 소리였고, 당연하다는 듯 문규석 패거리의 고개가 그를 향해 돌아갔다.
“…김호진?”
문규석이 그를 알아봤다. 김호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리 와보라는 말 뒤로 이어진 잡아! 라는 외침에 남자 둘이 달려들었다.
김호진은 얼마 도망치지도 못하고 금방 잡혔다. 그는 운동관련 분야에 재능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문규석 패거리는 흡연장 안쪽으로 김호진을 끌고 갔다.
“왜 도망을 쳐? 동창 서운하게.”
“…….”
“대답 안 해?”
“그, 그냥 갑자기 쫓아오니까 놀라서 도망친 거야. 사실 나도 담배 피우러 온 거고.”
“담배? 너도 담배 피우냐?”
“어어.”
“그럼 한 대 피워.”
“…어?”
“한 대 피우라고. 자.”
문규석은 그에게 손수 담배를 주고 불까지 붙여주었다. 그에 김호진은 얼떨떨한 기색으로 연기를 빨아들였다.
눈치를 보며 담배를 피우는 그에게 문규석이 친근한 태도로 어깨에 팔을 둘렀다.
“야, 너 서주환이랑 친하냐? 계속 연락하던 사이야?”
“어? 아, 아니. 그냥 축제 때 한 번 본 게 다인데.”
“축제?”
“주환이 대학교 축제.”
“아, 대학. 그 새끼 대학 어디 다니는데?”
“…….”
김호진은 잠시 망설였다. 괜히 서주환의 대학을 알려줬다가 나중에 찾아가 해코지를 하면 어쩌나 싶어서였다.
“왜 말이 없어? 야, 됐고. 그럼 서주환 전화번호 알지? 그거나 좀 알려줘봐. 듣자하니까 네가 그 새끼 부른 것 같더만.”
“…….”
“괜찮아, 인마. 네가 말했다고 안 할게. 어차피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니라면서. 그냥 동창 번호 좀 알려달라는 거야.”
“…….”
그렇게 번호가 궁금하면 직접 물어볼 것이지 왜 자신에게 물어본단 말인가. 아무리 봐도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김호진이 이번에도 입을 다물자 실실 웃고 있던 문규석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씨발, 벙어리야? 좋게 하려고 했더니 계속 씹네?”
그 위협적인 태도에 김호진은 흠칫 한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아, 알면 뭐하려고?”
“뭐?”
“대학이랑 번호 알려주면 주환이한테 뭐하려고…….”
“하. 그건 네가 알 거 없고. 어쨌든 둘 다 아는 모양인데 그냥 좋게 대할 때 말하자.”
“…….”
“씨발, 또 씹냐?”
문규석이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에 김호진은 겁먹은 기색으로 물러나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시, 싫어. 네가 직접 물어봐.”
“…이 새끼가 진짜 사람 돌게 만드네. 좆밥 새끼가!”
퍼억!
돌연 소리친 문규석이 주먹을 휘둘렀다. 복부를 맞은 김호진이 컥, 소리를 내며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그는 한 대 맞고 나자 오히려 정신이 들었다.
‘또 방관할 수는 없어.’
그를 포함한 동창들은 서주환이 왕따를 당하던 시절 철저한 방관자였다. 아니, 어쩌면 동조자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반 아이들은 분명 처음에 서주환을 동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 현상이 익숙해지자 생각이 바뀌었다. 바보같이 당하는 그를 보며 괴롭힘 당하는 게 자신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안도하거나, 그를 한심해하거나, 비웃거나, 왜 저렇게 살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 번쯤은 있었다.
직접 왕따를 당한 서주환만큼은 아니겠지만, 지금의 김호진에게 그런 과거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었다. 그렇기에 스물셋이나 먹고도 그 시절처럼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하기는 싫었다.
“콜록. 궁금하면 너희가 직접 물어봐. 난 안 말할 거니까.”
“이 씹새끼가 누가 보면 큰 거 물어본 줄 알겠네. 대학이랑 번호 알려주는 게 그렇게 힘드냐? 응?”
문규석은 짜증스런 얼굴로 말하며 김호진의 뺨을 툭툭 두드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자 둘도 다가와 김호진의 어깨를 밀치며 말한다.
“서주환 그 찐따랑 친하니까 너도 뭐라도 된 거 같냐? 씨발, 왜 지랄이야?”
“안 그래도 이 새끼 마음에 안 들었어. 중학생 때 서주환 그 새끼 아니었으면 네가 따였어, 알아?”
“…지도 않아?”
“뭐라는 거야, 이 새끼.”
김호진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세 사람을 노려보며 말했다.
“쪽팔리지도 않아? 스물셋이나 처먹고 일진놀이 하는 거. 주환이한테 발리니까 나한테 이러는 거 존나 꼴불견이거든.”
“…이 새끼가!”
뻐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김호진의 얼굴이 돌아갔다.
문규석은 주먹질을 한 남자의 어깨를 잡아 말렸다.
“규석아, 왜? 설마 이 새끼 그냥 놔주자고?”
“지랄. 병신아, 때릴 거면 티 안 나게 때려. 이런 데 있잖아.”
문규석을 손수 시범을 보여주겠다는 듯 김호진의 다리를 걷어찼다.
“억!”
“그리고 이런 데.”
이번에는 팔뚝에 주먹이 꽂혔다.
비틀거리며 물러나는 김호진에게 연신 손과 발이 날아들었다. 이내 복부를 걷어차인 그는 흡연장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너희가 알아서 밟…….”
그때였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 것은.
“니들 뭐하냐?”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온 서주환이 살벌한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서주환? 네가 왜…….”
“비타스틱 빨려고 왔다, 씨발아.”
서주환은 그리 말하며 다짜고짜 손을 휘둘렀다.
쫘아악!
뺨을 맞은 문규석이 억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싸대기 한 대에 입 안이 터졌는지 피가 튀었다.
“이, 이 새끼가!”
“넌 뒤졌어!”
문규석의 옆에 있던 양아치 두 명이 달려들었다.
서주환은 앞서 달려오는 놈을 발로 밀어 찼다. 그에 뒤에서 달려오던 놈이 밀려난 놈과 뒤엉켜서 흡연장 바닥을 굴렀다.
“야, 문규석.”
그는 바닥에 쓰러진 문규석의 멱살을 잡았다. 척 봐도 100kg에 가까워 보이는 문규석이 서주환의 손짓을 따라 공중에 들려졌다.
“그때 덜 맞았지? 기껏 동창회까지 왔으면 조용히 있다 가면 되지 왜 지랄이야?”
“네, 네가 먼저 건드렸잖… 컥!”
복부를 맞은 문규석의 허리가 앞으로 꺾였다.
서주환은 팔뚝으로 문규석의 목을 잡고 흡연장 기둥에 밀어붙였다.
쾅!
“쿠엑!”
“그럼 나한테 지랄해야지. 왜 다른 친구를 건드려. 변명이라고 하냐? 뒤질래?”
평소 대부분의 일을 장난스럽고 유들유들하게 넘어가는 서주환이지만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있었다. 과거 인간관계를 단절하고 살았던 그에게 친구를 건드리는 것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문규석은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서주환의 눈에 지난 추석의 일이 떠올랐다. 울며 살려달라고 빌 때까지 자신을 패던 그 잔혹한 모습은 생각만 해도 턱이 떨렸다.
“자, 잘못했…….”
그때 뒤에서 김호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환아, 위험…!”
서주환은 곧바로 특수능력을 활성화시켰다.
[특수능력, ‘슬로우비디오’가 활성화됩니다.]
능력이 발동하는 순간 전투사고가 빨라지고 동체시력이 상승했다.
‘이 새끼들이 미쳐가지고.’
쓰러져 있던 두 놈이 뒤에서 달려들고 있었다. 한 놈은 맨주먹이고, 한 놈은 돌덩이를 든 채였다. 그 뒤로는 대경한 김호진이 두 사람을 말리기 위해 뛰어드는 중이다.
‘돌 든 놈부터.’
안 그래도 ‘마안’ 스킬 덕분에 일반인을 훨씬 상회하는 동체시력을 갖고 있는데, 거기에 특수능력까지 더해지자 말 그대로 상대의 움직임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서주환은 앞에서 달려드는 맨주먹을 피하고 뒤에서 돌덩이를 들고 달려드는 놈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휘릭, 달려드는 힘을 이용해 그대로 넘겨버렸다.
꽈아앙!
흡연장 바닥은 철제로 만들어져 있다. 그런 곳에 사람이 메쳐지니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꺼어억…….”
메쳐진 놈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꺽꺽 숨넘어가는 소리를 흘렸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는 사이, 서주환은 앞서 흘려 넘겼던 놈의 뒤를 잡고 다리오금을 발로 깠다.
쩌억!
장덕자에게 배운 로우킥이 제대로 들어갔다. 오금을 맞은 놈은 다리가 부러지기라도 한 듯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서주환은 무릎 꿇은 놈의 복부에 싸커킥을 날렸다.
뻐어억!
“커헉!”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숨 막힌 신음이 흘러나왔다.
서주환은 앞으로 꼬꾸라지려는 놈의 얼굴을 발등으로 받아냈다. 쓰러지려는 안면 위치에 돌부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좆 될 뻔했네.’
혹시 돌부리가 눈 같은 데 박혔으면 그냥 주먹다툼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순발력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 새끼들 안 죽었지?’
사고가 확장되고 동체시력이 올라간 순간, A급에 이르는 ‘박투’재능이 발휘됐다. 장덕자에게 속성으로 배웠던 기술들이 튀어나온 것이다. 본능대로 패버려서 힘 조절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서주환은 두 사람 모두 숨을 쉬는 것을 확인하고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두 사람 모두 입고 있는 패딩이 쿠션 역할을 해줬는지 어디 부러진 곳도 없어 보였다. 그는 슬쩍 주변을 살펴봤다.
‘아무도 없네.’
천만 다행이도 주변에는 사람이 없었다. 한 놈을 메칠 때 꽤 요란한 소리가 났는데도 확인하러 온 사람이 없음에 안도했다. 혹여 폭력사태로 신고라도 당하면 동창회 중간에 귀찮아질 수 있었다.
서주환은 주저앉아 있는 문규석에게 다가가서 배를 가볍게 걷어찼다.
퍼억!
“컥!”
“엄살부리지마. 세게 안 찼어, 새끼야.”
“끄윽.”
“일어나.”
“…어?”
“일어나라고!”
“어어!”
문규석은 아픈 것도 잊고 벌떡 일어났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쓰러져서 꺽꺽대고 있는 두 사람과 똑같이 꼴이 될 것 같았다.
서주환은 그의 멱살을 틀어쥐고 철 기둥에 밀어붙이며 말했다.
“야, 나한테 맞은 게 억울했냐? 쪽팔려서 그랬어?”
“…….”
“그게 억울했으면 옛날에 난 어땠겠냐? 니들이 남 패는 건 괜찮고, 막상 맞으니까 좆같아? 아니, 좆같으면 날 찾아와야지 왜 호진이한테 지랄이야!”
“미, 미안해. 한 번만 봐줘…….”
짜악!
문규석의 고개가 돌아갔다.
“너 이 새끼 지난번에도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빌어서 내가 특별히 살려줬지. 그런데 오늘도 지랄이네?”
“자, 잘못했…”
짜악!
다시 한 번 문규석의 뺨을 갈겼다. ‘치유의 손길’을 발동한 채 날린 치유의 싸대기다.
서주환은 근접거리에서 문규석의 얼굴에 짜자작 손 비트를 타다가 상처가 사라진 걸 보고 멱살을 풀어주며 말했다.
“둘 다 데리고 꺼져.”
“어, 어? 아직 동창회 안 끝났는데…….”
“…하.”
헛웃음이 나왔다.
서주환은 다시 험악해진 얼굴로 말했다. 당장에라도 한 대 칠 기세였다.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동창회 즐기고 싶었으면 조용히 있었어야지. 꼴 보기 싫으니까 당장 꺼져!”
“어, 어어! 미안!”
문규석은 맹렬히 고개를 끄덕이고 허겁지겁 흡연장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당장 뛰어가려는 그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새끼 챙겨서 가!”
“어어!”
“아, 그리고 니들 앞으로 양혜지한테 연락하지 마라. 걔도 내 친구니까 건들면 죽는다.”
“…양혜지가?”
“대답.”
“아, 알겠어.”
문규석은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부축해서 멀어져갔다. 그 뒷모습을 보던 서주환은 쯧 혀를 찼다.
“에이씨. 동창회에서 이게 무슨 일이야. 호진아,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어, 으응. 괜찮아. 너는?”
“나야 뭐.”
김호진은 어깨를 으쓱이는 서주환을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싸우는 동안 한 대도 안 맞았던 것이다. 무려 3대 1의 싸움이었건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압도적이었다.
서주환은 다시 김호진의 옷을 털어주었다.
“옷 많이 더러워졌네. 저 새끼들한테 세탁비 받아낼 걸 그랬나? 안 되겠다. 옷 내가 물어줄게.”
“어? 에이, 아니야. 도와줘서 고마워, 주환아.”
“고맙긴.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진짜 다친 데 없지? 아픈 데 있으면 말해.”
서주환은 머쓱한 마음에 눈꼬리를 긁적였다. 그가 세 양아치들을 자극하지만 않았어도 김호진에게 피해가 갈 일은 없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김호진은 조금 신기한 기분으로 서주환을 바라봤다. 싸울 때는 그렇게 살벌하더니 지금은 못내 미안한 표정이었다. 자신을 때린 것은 문규석 패거리인데도 말이다.
‘이런 애를 같이 왕따시켰으니… 쪽팔려 죽겠다.’
과거의 자신은 왜 그랬을까 수침이 들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동조하지 않아서 다행일까.
그리 생각하는 순간, 문규석 패거리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맞다! 주환아, 너 조심해야 돼.”
“응? 뭐를?”
“아까 쟤네가 너 다니는 대학이랑 번호 물어보더라고. 그 전에는 무슨 일을 꾸미는지 사채가 어쩌고 아저씨들이 어쩌고 그랬어. 깡패라도 데려오려나 봐.”
“사채? 깡패?”
“응. 문규석 그 새끼 아버지가 사채하거든. 옛날에 조폭으로 유명했다는 소문도 있어.”
“으음. 나도 들어본 적 있는 것 같긴 해.”
중학생 시절부터 꽤 유명했던 소문이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자신은 어떻게 겁도 없이 조폭 아들과 마주 주먹을 휘둘렀는지 의문이었다. 재수가 없는 만큼 악과 깡을 참 좋기도 했다.
서주환은 걱정하지 말라며 김호진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얼굴도, 힘도, 능력도. 그리고 절망적이었던 행운도.
‘내가 나름 인복은 좋단 말이야.’
그는 김호진을 먼저 들여보내고 이석찬에게 연락을 넣었다.
- 오, 쭈환. 동창회 벌써 끝남? 반응 어떰? 힘숨찐 놀이 재밌음?
이석찬이 질문세례를 쏟아냈다. 그러고 보니 시계와 지갑을 가져왔는데 별 반응이 없었다. 그는 픽 웃으며 말했다.
“시계랑 지갑 알아보는 애들이 없더라. 다들 아직 스물셋밖에 안 돼서 그런가봐. 우리 나이에 명품 신경 쓰는 애들이 별로 없잖아.”
- 쩝. 그거 아쉽네. 그럼 왜 전화한 거임?
“일이 좀 있어서. 미안한데 네 도움 좀 구하려고.”
- 으엉?
대강 사정을 설명하니 이석찬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 뭐야, 명품 아니어도 힘숨찐 제대로 했네.
“그래서 도와줄 수 있냐?”
- 엉. 이름 알고, 나이 알고, 학력도 아니까 쉽지. 그리고 대부업이니까 털면 뭐 많이 나올 것 같은데?
“한 번 알아봐줘. 아, 그리고 법도 법이지만 이왕이면 직접 해결하고 싶은데.”
- 흠. 그럼 둘 다 해. 그쪽은 강호 형이 전문이니까 형한테 연락해봐. 내가 말해놓을게.
“오케이. 고맙다, 썩찬.”
- 큭큭. 친구 잘 둔 줄 아셈. 아, 대신 너도 나중에 내 부탁 들어줘야 됨.
“응? 무슨 부탁?”
- 아니 뭐, 나중에 부탁할 일 생기면 들어달라고.
“그 정도야 뭐. 친구니까 당연하지.”
서주환은 씩 웃으며 즉답했다. 그러자 전화너머로 이석찬의 질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어우, 이 새끼 또 오글거리는 말 아무렇지 않게 하네. 끊어 새꺄.
“…….”
이 자식이 사람 민망하게…….
*
다시 식당 안으로 돌아간 서주환은 완전히 무르익은 분위기에 주변을 살폈다. 어찌나 빨리 달렸는지 벌써 절반 이상은 꽤 취한 상태다. 제자들에게 술을 넙죽 받아마신 유민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은근히 유민서와 술잔을 나누며 각을 쟀다. 각이란 당연히 떡각이다. 가능하면 ‘몽마신의 축복’이 유지되는 주말동안 끝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일은 마음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쉽지가 않네. 다짜고짜 욕을 하거나 매도를 할 수도 없고.’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페티시를 이용하기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유민서가 그를 남자가 아닌 제자로 본다는 벽이 너무 높았다. 일단 자신을 남자로 인식시켜야 뭘 해도 할 텐데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남성성을 어필할 방법이 없었다.
‘씁. 끝나고 둘이서 2차 가자고 하면… 안 가겠지?’
아무리 재 봐도 영 각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못 먹어도 고라는 심정으로 찔러보긴 할 테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는 순간.
“허어어엉! 주환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술에 잔뜩 취한 김호진이 울면서 그를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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