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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259화 (25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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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자, 이제 누가 양아치지?

*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군요.

저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해야되니 휴재를... 농담입니다.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마감하고 운동이나 가겠죠ㅠㅠ

완결 내면(한참 남음) 주변에 여소라도 해달라고 해야겠네요.

옆구리가 시리다.......

*

청암87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wadize 님, SsozZ 님, 엘라이니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기를 :D

동창회

뒤통수를 맞은 문규석의 고개가 아래로 젖혀졌다. 동시에 그를 지켜본 사람들의 얼굴 위로 경악이 떠올랐다.

“추석에도 봤는데 금방 또 보네. 너랑 나랑 연이 있긴 한가 보다. 그치, 규석아?”

“…….”

서주환은 방 안의 싸늘해진 분위기를 느꼈지만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그 태도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지켜보는 사람의 긴장이 풀릴 지경이었다.

“…야, 쟤 누구야? 왜 오자마자 문규석 뒤통수를 쳐?”

“그, 글쎄? 무슨 깡이지?”

“그냥 문규석이랑 친한 애 아니야? 문규석도 화 안 내고 가만히 있잖아.”

사람이란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면 뇌 내에서 합당한 이유를 만드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방 안에 모인 동창생들은 들어오자마자 문규석의 뒤통수를 후려친 남자가 그와 아주 친한 사이라고 판단했다.

상황은 문규석의 패거리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주환이란 이름을 듣긴 했지만 상식적으로 본인들이 괴롭히던 찐따가 문규석의 머리를 후려칠 거리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오히려 서주환의 스스럼없는 태도와 잘생긴 외모를 보고 호감을 느꼈다.

“규석아, 그 친구 누구야? 존나 잘 생겼네. 아는 여자애들 많겠다.”

“암만 봐도 같은 반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규석이 보러 놀러온 거야?”

“이름이 주환이라고 했지? 난 혜지야. 너 되게 잘생겼다. 아, 술 한 잔 할래?”

서주환은 그들의 태도를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전혀 못 알아보는 건 그렇다 치고 난데없이 친구의 머리를 후렸는데도 친근하게 다가오는 모습이 우스웠다. 특히 술병을 흔들거리며 호감을 표하는 여자의 모습이 가관이라 입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얘는 아직도 얘들이랑 어울려 다니나 보네.’

일진이라고 남자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여자들이 더 질 나쁘게 노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얘는 어중간했던 것 같은데.’

양혜지가 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건 없었다. 다만 호가호위(狐假虎威)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문규석 패거리 근처에 붙어서 다른 학생들을 깔아보고 다녔다. 보아하니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서주환은 그녀에게 술을 한 잔 받아 마시며 말했다.

“너 진짜 자유롭게 생겼다.”

“응? 아, 머리 말하는 건가? 히, 내가 좀 개방적이긴 해.”

양혜지는 혀를 빼꼼 내밀며 투톤으로 염색한 머리를 손가락으로 꼬았다. 그에 서주환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 이거 얼굴이 되니까 대충 돌려 까면 칭찬으로 받아들이네. 참 재밌는 상황이었다.

그는 낄낄거리며 문규석의 등을 퍽퍽 두드렸다. 일부러 힘을 줘 휘두른 손에 문규석이 윽, 하는 신음을 짧게 흘리며 그를 돌아봤다. 자존심이 상한 듯 화가 난 얼굴이었다.

그에 서주환은 웃음기를 지우고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뭐.”

추석 때 신명나게 팬 것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아니. 아무것도.”

문규석은 슬쩍 시선을 피하며 답했다. 테이블 아래로 꽉 쥐어진 주먹이 얼핏 보이는 게 어지간히 분한 모양이었다.

이쯤 되니 그도 조금은 불쌍하다는 마음이…

‘지랄하네, 병신.’

전혀 들지 않았다.

겨우 그거 처 맞았다고 눈을 까는 모습이라니. 튀어 오르라고 갈구는 중인데 벌써 꼬리를 말고 있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럼 중학생 때 그렇게 괴롭힘 당하면서도 마주 싸워댔던 그는 뭐란 말인가.

서주환은 팔꿈치로 문규석의 옆구리를 찌르며 불렀다.

“야, 문규석.”

“어, 어?”

“애들한테 내 소개나 해줘봐. 나 못 알아보잖아.”

“…….”

문규석의 얼굴이 똥 씹은 표정으로 변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 입으로 설명을 해야 된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그렇게 괴롭히던 찐따에게 머리를 처 맞고도 아무 말도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 수치스러웠다.

‘씨발. 그냥 확 술병으로 머리를 깨버려?’

그런 생각과 함께 술병을 쥐고 있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그는 곧 손에 힘을 풀었다. 정확히는 서주환의 얼굴을 보자 힘이 저절로 풀려버렸다. 추석 날 개 맞듯 처 맞은 부위가 아직도 욱신거리는 듯했다.

“그래, 규석아. 소개 좀 해줘봐.”

“맞아. 넌 이렇게 잘 생긴 친구 있으면서 소개 한 번 안 해줬어? 내가 그렇게 남소 해달라고 그랬는데.”

“그런데 못 알아본다는 거 보면 원래 우리랑 아는 사이 아니야? 암만 생각해도 떠오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런 와중 눈치 없는 친구 새끼들이 조잘대니 입가가 부들부들 떨렸다. 문규석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이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주환…….”

“응? 뭐라고?”

“안 들려. 좀 크게 말해 봐, 규석아.”

속도 모르고 화를 돋우는 친구들의 목소리.

문규석은 버럭 소리쳤다.

“서주환이라고, 병신들아! 광현중 공식 찐따!”

그 외침에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문규석의 패거리는 물론이고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동창들도 깜짝 놀란 얼굴로 서주환을 쳐다봤다.

하나 같이 ‘쟤가 그 서주환이라고?’ 하는 표정이었다.

정적을 깬 것은 몇 분 전에도 들은 찰진 소리였다.

철써어억!

“컥!”

문규석의 고개가 또 다시 앞으로 젖혀졌다.

“인마, 창피하게 왜 찐따라 그래. 나 상처받아.”

학습능력 없는 놈 같으니. 그렇게 소리치면 맞을 줄 몰랐단 말인가?

서주환은 낄낄 웃으며 술을 홀짝였다.

‘아, 이거 좀 재밌네.’

놀란 표정들이 참 볼만하다.

이래서 힘순찐이란 장르가 만들어진 듯했다.

*

담임선생님이었던 유민서가 도착했다.

“얘들아, 미안! 차가 막혀서 좀 늦었어.”

“우우! 선생님, 지각이에요!”

“지각했으니까 벌점 3점!”

“벌주 드세요, 벌주!”

문규석 패거리 때문에 가라앉아있던 분위기는 어느덧 부드럽게 풀려있었다. 서주환이 대놓고 문규석을 갈구며 나대지 못하도록 억제했기 때문이다.

“유 쌤, 오늘 누가 왔는지 아세요?”

“응? 안 오던 친구들도 왔니? 누군데?”

“이 친구에요! 누군지 한 번 맞춰보세요!”

여자 한 명이 유민서의 앞으로 그를 이끌었다. 축제 때 본 김호진의 여자친구, 조혜윤이었다. 김호진과 조혜윤은 서주환이 동창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서주환은 그 마음이 고마워서 작게 웃었다. 문규석을 갈굴 생각에 신나서 오자마자 분위기를 개판 낸 게 아닌가 싶었는데 두 사람 덕분에 잘 녹아들 수 있었다.

“유 쌤, 안녕하세요. 엄청 오랜만에 뵙네요.”

“어… 잠시만. 누구였지? 진짜 미안해. 잠깐만 생각해볼게.”

당연하게도 유민서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비단 그녀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으니 서운해 할 일은 아니었다.

한데 유민서는 뚫어져라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헉, 하는 소리를 내며 이름을 불렀다.

“서주환! 주환이 맞지?”

“…와. 알아보실 줄 몰랐는데.”

서주환은 진심으로 놀라서 말했다. 설마 이만큼이나 달라졌는데도 알아볼 줄이야. 아무리 아이템에 ‘본래 외모의 원형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효과가 있다지만 10년 가까운 시간 만에 얼굴을 알아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심지어 그가 얼굴만 바뀌었던가? 외모는 물론이고 키가 10cm도 넘게 커지고 덩치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됐다. 이 자리에서 한 번에 그를 알아본 사람은 유민서가 처음이었다.

“에헴. 담임선생님이었으니까 당연하지!”

유민서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 우쭐거렸다. 34살이라는 나이었음에도 원체 사람이 밝고 동안이어서 귀여운 느낌이 있었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진짜 못 알아볼 뻔했어. 주환이 운동 되게 열심히 했구나? 살이 쏙 빠져서 얼굴도 갸름해졌네.”

“열심히 하긴 했죠.”

“그런 것 같아. 엄청 잘 생겨졌다.”

“하하. 고마워요. 유 쌤도 여전히 예뻐요. 저랑 친구라고 해도 믿겠는데요?”

“어머? 얘 아부하는 거 봐. 성격이 밝아진 거 같아서 보기 좋다.”

생글 웃으며 말한 유민서는 곧 다른 학생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창생들 모두 유민서에게 다가와 시시덕거리는 게 어지간히 반가운 모습이었다.

‘객관적으로 좋은 선생님이긴 했지.’

서주환이 왕따를 당한 것과는 별개로, 유민서는 좋은 선생님이 분명했다. 그녀는 매월 학생들의 생일을 챙겨주는가 하면 성적 외에도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서 신경을 써주었다. 학년이 올라가기 전에는 반 전원에게 자필로 쓴 편지를 주기까지.

고작 중학교 1학년 때의 담임이었을 뿐임에, 아직까지 이토록 사랑을 받는 것은 그녀가 진심으로 학생들을 아꼈기 때문이리라.

‘불행만 아니었으면 나도 더 재밌게 보냈을 텐데.’

한때나마 유민서를 원망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온전히 좋은 선생님으로 생각하며 따랐겠지.

서주환은 손이 근질거려서 문규석을 찾았다. 학창 시절을 생각하니 찰진 뒤통수가 보고 싶었다.

“주환아, 누구 찾아?”

옆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패거리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양혜지였다. 그녀는 서주환의 옆으로 몸을 바짝 붙여왔다.

‘이 년이 왜 이래?’

서주환은 살짝 인상을 쓰며 양혜지를 바라봤다. 자신이 누구인지 진즉 밝혔건만 왜 이리 붙어온단 말인가. 팔을 붙잡고 은근히 가슴을 어필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양혜지>

성별: 여자

나이: 23살

키: 163cm

몸무게: 54kg

호감도: A

현재성욕: B+

페티시: Agoraphilia(中), Sthenolagnia(中)

보유 재능: 일러스트레이터(E/A+), 낙관(B/B+), 노래(C/B)

상태창을 확인한 서주환은 헛웃음을 느꼈다.

‘뭔 호감도가 이렇게 높아?’

꼬셔보겠다고 뭔가 한 것도 아니건만 신하늘보다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얼굴이 잘생겨졌다지만 그거 하나만으로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지금까지 본 여성 중 가장 헐거운 방벽이었다.

[Agoraphilia(아고라필리아)는 공공장소에서의 성적 행위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증후군입니다.]

[Sthenolagnia(스테놀라그니아)는 근육이나 육체적 힘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증후군이며, 주로 여성에게 발현 빈도가 높습니다.]

시스템의 설명을 들으니 조금 납득이 됐다.

‘페티시 때문인가?’

스테놀라그니아는 임수희에게도 있던 페티시로 꽤 익숙한 증후군이었다. 짐작컨대, 양혜지는 그가 문규석을 막 대하는 모습에서 호감을 더 가진 듯했다.

‘얘는 아직도 중2병 걸려있나.’

힘숨찐 놀이를 한 그가 할 말은 아니었다.

‘그래도 일러스트레이터 재능은 좀 갖고 싶네.’

서주환은 소주를 들이키며 입맛을 다셨다.

“주환아, 이거 먹어봐. 맛있당. 아~ 해봐.”

옆에서 달라붙어오는 게 아주 먹어달라고 밥상을 다 차려놨는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속으로 결정을 내리고 쌈을 받아먹으며 물었다.

“혜지야.”

“웅?”

“너 문규석 어디 있는지 아냐?”

“어? 잘 모르…”

“알면 규석이한테 좀 가자.”

서주환은 슬쩍 테이블 밑으로 손을 넣으며 말했다.

양혜지는 마침 치마를 입고 있는 상태. ‘성스러운 손길’을 발동하고 실수인 척 허벅지를 건드렸다. 움찔, 하면서도 손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가까이 붙어오는 모습을 보니 역시나 당첨이었다.

양혜지가 헤헤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안내해줄게.”

*

서주환과 양혜지는 옆 건물에 있는 3층 공동화장실로 향했다.

그는 화장실 문을 잠그고 곧장 양혜지의 상의를 풀어헤쳤다. 그리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브라만 빼서 던져두고 봉긋한 가슴을 틀어쥐었다. 동시에 치마 아래로 파고든 손이 양혜지의 비부를 쓸었다.

“흣! 규석이한테 가자면서?”

“참나. 여기로 네가 안내했잖아? 하고 싶어서 안달 년이.”

그렇게 섹스어필을 해놓고 이제 와서 내숭은.

서주환이 같잖다는 듯 말하자 당황하고 있던 그녀의 표정이 변했다.

“헷. 들켰어?”

양혜지가 혀를 쏙 내밀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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