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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258화 (25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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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뭔가 짤린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짤린 게 아닙니다.

다 쓰고 나서야 마무리를 잘 짓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피티를 받고 있는데 린매스업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체중은 4kg 좀 넘게 빠지고 근육량은 0.3kg인가 늘었네요.

역시 운동이랑 담 쌓고 지낸 몸이라 그런지 체지방 감소와 근육량 증가가 동시에 되는군요ㅎㅎ

빨리 건강해지고 싶습니다ㅠㅠ

*

뒤로걷는자 님, 엘라이니 님, 쿵푸9단팬더 님, 쿵푸9단팬더 님, 쿵푸9단팬더 님, 쿵푸9단팬더 님, 쿵푸9단팬더 님, 쿵푸9단팬더 님, 쿵푸9단팬더 님, 쿵푸9단팬더 님, 쿵푸9단팬더 님, 쿵푸9단팬더 님, 쿵푸9단팬더 님, 쿵푸9단팬더 님, 쿵푸9단팬더 님, 안단te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뭐야! 한 장씩 여러 번 열 세 장을 주는 이유가! 물론 어찌 됐든 감사하지만요!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D

동창회

서주환은 예정대로 옷을 새로 사 입었다. 당연히 옷은 ‘코디네이트’ 재능을 지닌 전문가이자 스타일 완성의 사장인 윤서라에게 도움을 받았다.

윤서라는 점점 더 잘 생겨지고 몸이 좋아지는 그를 보곤 한껏 신을 내며 실물 사이즈 인형놀이를 즐겼다.

윤서라의 도움을 받은 오늘의 착장은 흰 터틀넥에 브라운 계열 무스탕이다. 바지는 두꺼운 허벅지를 보완해주는 핏의 청바지. 적당히 트랜디하면서도 몸 선이 드러나는 게 헬스인들이 흔히 말하는 헬창핏이었다. 마무리로 신발은 티모랜드의 6인치 브라운 워커를 신었다.

“괜찮은데?”

서주환은 과하지 않게 근육을 과시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달마다 축복에 10만 LP씩 꼬라박으며 운동을 한 보람이 느껴졌던 것이다.

“크. 이 정도면 아이돌 해도 되겠다. 근육 만들어놨으니까 짐승돌인가?”

거울을 보며 자화자찬하는 꼬라지가 무척 같잖았지만 객관적인 겉모습만 보면 꽤 그럴 듯한 게 사실이었다.

일단 얼마 전에 나온 ‘얼굴 개연성(B+)’덕에 한층 더 잘생겨졌고, 키 또한 염원하던 183cm를 찍은 데다 아이템의 힘을 빌려 상, 하체 비율을 조절한 덕분에 8등신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몸이 좋으니 옷 빨도 잘 받아서 적당히 추리닝이나 입고 다니던 평소와 갭 차이가 크게 났다.

서주환은 동창회 장소로 이동하기 전 마지막 세팅을 위해 미용실로 향했다. 이왕 옷도 사고 시계와 지갑을 빌린 김에 머리까지 손을 보기 위함이었다.

“안녕, 주환아. 오늘 엄청 멋지게 꾸몄네? 오늘 어디 가?”

미용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신하늘이 인사해왔다.

“바다 누나 안녕. 오늘 동창회 가거든. 누나가 머리 좀 만져줬으면 해서.”

‘신바다’는 신하늘이 미용실에서 쓰는 가명이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손님에게만 본명을 가르쳐주고는 했는데, 서주환은 그녀에게 본명을 들었지만 가게 안에서는 가명으로 불렀다.

“아, 그래서 또 왔구나. 머리 자른 지 얼마 안 됐는데 왜 예약했나 했어.”

“응. 원래 다른 분한테 부탁하려고 했는데 마침 누나가 비어 있더라고. 누나 원래 갑자기 시간 비는 날 거의 없잖아.”

“호호. 내가 인기가 좀 많아야지. 이리 앉아봐.”

서주환은 자리에 앉아서 신하늘의 상태창을 열었다.

<신하늘>

성별: 여성

나이: 25살

키: 165cm

몸무게: 55kg

현재 성욕: C

호감도: B

페티시: Trichophilia(上)

보유 재능: 미용사(A/A+), 헤어 스타일링(A/A+), 내숭(B/B+)

신하늘이 가진 트리코필리아는 모발 기호증이라 하여 머리카락에 흥분을 느끼는 성벽이다. 그녀는 특유의 내숭으로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상(上)급의 페티시 때문인지 종종 머리카락에 대한 광기를 보이고는 했다.

‘이 누나도 호감도가 많이 올랐네.’

이제껏 신하늘의 호감도는 초반을 제외하면 잘 오르지 않았다. 일정 수준 이상부터는 단순한 칭찬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는 얼굴이 잘생겨지거나 꾸미고 왔을 때도 별다른 변동이 없었다.

신하늘의 호감도를 움직이는 키워드는 결국 ‘머리카락’의 상태다. 그녀는 머릿결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사람에 대한 호감도가 달라졌다.

‘이만큼 오른 것도 아이템 덕이지.’

아이템, ‘모발~모발 영양제’가 아니었더라면 신하늘과 이 정도로 친분을 쌓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점점 고와지는 서주환의 머리카락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어머. 주환이 너 머릿결이 더 좋아졌다. 어떻게 이러지?”

“관리를 열심히 해서 그런가봐. 옛날엔 워낙 개판으로 관리했으니까.”

“하긴, 너 군대에서 비누로 머리 감았다고 했었지? 내가 처음에 그거 듣고 얼마나 기겁한 줄 알아?”

“하하…….”

알다마다.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립 서비스하던 사람이 놀라서 미용가위를 떨어트리는가 하면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기까지. 괴성욕자의 은근한 분노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었다.

“누나, 나 아예 펌을 해볼까?”

“펌?”

“응. 한 번쯤 해보고 싶어서.”

“으음. 난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데. 한창 머릿결 좋아지는 중인데 펌 하면 상하거든. 무슨 펌 하고 싶은데 그래?”

“요란한 건 됐고 그냥 애즈펌 정도? 그게 가장 무난하다더라고.”

“아, 그 정돈 내가 스타일링 해줄게. 펌 안 해도 드라이랑 스프레이 정도면 충분히 느낌 낼 수 있어. 이따 어떻게 손질하는지도 알려줄게.”

“땡큐. 그런데 내가 하면 누나가 해줄 때 느낌이 안 살아서 아쉽더라.”

‘손재주’ 재능을 활용하면 나름 괜찮게 스타일을 낼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신하늘이 해준 느낌을 살리긴 어려웠다.

“호호. 그건 여기 미용사들이랑 비교해도 다 그럴 걸?”

과연 머리카락 성애자라고 해야 할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엄청났다.

‘섹업일치란 정말 굉장해.’

머리카락 성애자가 미용사를 하고 있으니 하루하루가 즐거울 듯했다.

신하늘은 곧 커트를 마무리하고 샴푸를 해주었다. 역시나 애무를 하듯 야한 손놀림. 두피를 정성스레 만지다가 뒷골을 주욱 긁고 간질이는 손놀림은 단순히 머리를 감겨주는 거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템뿐만이 아니었어.’

호감도가 오른 이유를 말함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처음 신하늘의 호감도는 무척 낮았다. E단계까지 내려가 있었으니 거의 혐오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녀의 호감도가 올라간 것은 머리카락에 대한 칭찬이 시작이었고, 샴푸를 할 때 그의 뒷골이 성감대라는 것을 발견한 게 절정이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두피 근처에 성감대가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듯했다.

‘아, 섰다.’

이제는 익숙한 일이다. 서주환은 굳이 발기한 다리를 오므리지 않았다. 마침 옆에 같이 샴푸를 받는 손님도 없어서 거리낄 게 없었다.

사악.

신하늘의 손이 더욱 유려해졌다. 어째 거친 숨소리도 들리는 게 불룩하게 발기한 물건을 보고 흥분한 듯했다. 이제 그녀는 샴푸가 아니라 흡사 두피마사지라도 하듯 대놓고 머리를 주물렀다.

“하아. 흐으.”

고운 머리카락과 두피의 성감대로 이만큼이나 흥분하다니 조금 무서울 정도다. 상급 페티시를 보유한 사람다웠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그녀는 조금 아쉬운 기색으로 말하며 물을 틀었다.

“거품 걷어낼게.”

“응.”

곧 거품기가 씻겨나가고, 다시 자리로 가서 드라이를 받았다.

서주환은 거울에 비친 그녀를 보며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헤어스타일링 재능 갖고 싶다.’

미용은 몰라도 혼자 머리를 스타일링 할 수 있는 재능은 꽤 탐이 났다. 이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은근히 기회가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었다.

서주환은 드라이를 받다가 슬쩍 찔러보았다.

“누나, 이번에 동창회 다녀오면 내가 밥 살게. 어때?”

하지만 역시나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으음. 미안, 내가 요즘 바빠서.”

“쩝. 누나는 항상 바쁘네.”

“아하하. 여러 가지로 공부하고 있는 게 있어서 그래. 바쁘다보니까 시간낭비 하는 걸 싫어해서… 아, 주환이 너랑 밥 먹는 게 시간 낭비란 뜻은 아니고!”

“정말? 나 방금 되게 서운할 뻔했다?”

“아하하. 미안해.”

신하늘은 이렇듯 철벽을 쳤다. 비단 그만이 아니라 모든 손님에게 그랬다. 관심이 있는 듯하면서도 이러하니 의아할 따름이었다.

‘나중에 본인 미용실을 차리고 싶다고 했지?’

그것도 강남 쪽에 큰 걸로 하나 차리고 싶다하였다. 아무래도 밤낮 없이 기술을 익히고 돈을 버느라 바쁜 모양이다.

‘이렇게 열심이니까 25살에 이 정도로 재능을 개화할 수 있는 거겠지.’

잠재등급이 아무리 높아도 노력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신하늘은 꽤 존경스러운 부분이 있는 여자였다.

“다 됐다. 오늘 동창회 잘 갖다 와.”

“땡큐, 누나.”

*

서주환은 동창회가 있는 약속 장소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평소처럼 일찍 나왔는데 지하철 고장 때문에 늦어버리고 만 것이다.

“쓰읍. 아직 축복 효과 남았는데 재수가 없네.”

성을 비롯한 일상의 행운을 올려주는 ‘몽마신의 축복’ 적용 기간은 오늘까지였다. 한데 지하철이 고장 나기나 하고 시작도 하기 전부터 영 재수가 없었다.

“어우. 차 안 끌고 오길 잘했네.”

술을 마실 것 같아서 그냥 왔는데, 빽빽한 주차공간을 보니 놓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주환은 김호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 어, 주환아. 지금 도착한 거야?

“응. 중간에 지하철이 고장 나서 조금 늦었다. 아까 톡 보냈는데 못 봤어?”

- 아, 그러네. 여기가 지금 정신이 없어서. 어디 있어?

“가게 앞이야.”

- 우리 좀 안쪽에 있어. 끝으로 오면 나 보일… 아니다. 내가 갈게.

“응? 혼자 들어가도 될 것 같은데.”

- 아냐! 거기 가만히 있어!

어째서인지 강력하게 말하는 김호진.

서주환은 조금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그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얼굴이 다가왔다.

“주환이? 서주환 맞지?”

“아, 호진아.”

“와, 너 그때도 느꼈지만 진짜 몰라보겠다.”

김호진은 새삼 놀랍다는 듯 서주환을 바라봤다. 당시에 봤을 때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차려 입고 나온 걸 보니 무슨 연예인을 보는 줄 알았던 것이다.

반갑게 인사하던 것도 잠시.

김호진은 어딘가 안 좋은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환아, 그, 미안한데 있지.”

“왜 그래?”

“혹시 오늘은 그냥 돌아가지 않을래?”

“뭐?”

서주환이 황당하다는 듯 되묻자 김호진은 오해하지 말라며 손을 내저었다.

“네가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오늘 그 녀석이 와가지고. 네가 보면 안 좋을 것 같아서.”

“그 녀석?”

“…문규석. 그 새끼 왔어.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제일 먼저 왔더라고.”

“문규석? 그 양아치 새끼?”

“어. 원래 참석 안 하던 패거리까지 끌고 와서 벌써 술 까고 있는 중이야. 아직 유 쌤도 안 오셨는데.

김호진이 똥 씹은 표정으로 답했다.

반면 서주환은 활짝 펴진 얼굴로 웃음을 흘렸다.

“그거 잘 됐네.”

“…어?”

“그 새끼들 얼굴 좀 보자. 안내해줘.”

“어, 어어. 그래.”

김호진은 당황하면서도 앞장 서 걸어갔다. 그러다 문득 서주환을 돌아보고는 생각했다.

‘아, 얘도 성격 좀 있었지.’

서주환이 중학생 시절 일진들에게 찍혀 괴롭힘을 당하긴 했지만, 흔히 따돌림을 받는 학생들이랑은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일방적으로 맞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엄청 미안하네. 그때는 문규석 그 새끼들 무서워서 주환이한테 말도 못 걸었는데.’

문규석 패거리는 서주환을 학교 공식 왕따로 지정해놓고 그와 어울리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괴롭혔다. 덕분에 서주환에게 사적으로 말을 거는 학생이 없다시피 했었다.

‘하아. 주환이한테 또 지랄하면 내가 어떻게든 커버쳐야겠다.’

지금은 중학생이 아니라 성인이 아니던가. 여전히 양아치 같은 문규석 패거리와는 얽히고 싶지 않았지만, 그때처럼 왕따 방관자로 있을 수는 없었다.

김호진은 내심 그렇게 다짐하며 동창들이 모인 장소의 문을 열었다.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는 순간 이목이 집중됐다. 새로 온 사람이 누구인가 살피는 눈길이었다.

김호진은 순간 갈등했다. 이렇게 시선이 몰린 상태에서 서주환을 소개해도 되나. 괜히 문규석 패거리의 주의를 끌어 사단이 나는 건 아닌가.

하지만 그가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서주환이 먼저 나섰다.

“얘들아, 진짜 오랜만이다. 나 주환이야.”

서주환은 반갑게 인사하며 방 안을 죽 둘러봤다.

학생들의 표정은 대체로 상반됐다. 벌써 취기가 올라 웃음기를 띤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소 침울한 기색으로 한숨을 내쉬는 학생도 있었다.

‘알만하네.’

그는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술잔을 들고서 이쪽을 쳐다보는 놈들은 대게 익숙한 얼굴이었다. 참고로 학창시절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던 그는 반 아이들보다 양아치 패거리의 얼굴이 더 익숙했다.

“쟤 누구야?”

“우리 반에 저런 애가 있었나?”

“헐, 대박 존잘.”

“주환이라고 하지 않았어? 혹시 서주환?”

“에이, 걔랑은 너무 다르잖아. 그냥 이름이 같은 거겠지.”

“다른 주환이도 있었나?”

모든 학생들이 의문을 갖는 사이, 단 한 명만은 그를 보고 흠칫 놀라는 중이었다. 네가 왜 여기 있냐는 듯 경악한 표정이 참 우스웠다.

서주환은 자신을 알아보는 유일한 친구에게 환하게 웃으며 다가갔다.

“야, 규석아, 반갑다!”

반가운 마음을 가득 담은 손바닥이 문규석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철써어어억!

청명한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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