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257화 (25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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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당연하지만 서정호의 엄마는 바람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그야 이름부터가 '순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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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으로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909090 님, 표버미 님, qhwlek 님, 카제류우 님, 엘라이니 님, 시클레인 님, 러브7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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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D

추석 연휴

동창회란 말에 서주환은 의아한 기색으로 눈을 끔뻑였다. 인간관계를 단절하다시피 살던 과거에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단어였다.

- 나: 동창회? 벌써 그런 걸 해?

- 김호진: 1학년 때 반 애들이 워낙 유 쌤이랑 친했잖아. 사실 스무 살 때부터 연락 되는 애들하고 계속 모이고 있었어

유 쌤이란 그가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이었던 유민서를 말함이다. 당시 유민서는 25살의 젊은 나이로 부임하여 사근사근한 성격과 예쁜 외모로 학생들에게 무척 인기가 많은 교사였다. 유민서 본인도 담임이란 직책을 처음 맡아서인지 반에 애정을 갖고 열심히 노력했다.

하지만 서주환에게 있어 유민서는 그리 좋은 담임선생님이 아니었다.

‘학교폭력이라고 신고했을 때 가해자랑 대면시킨 건 진짜 황당했지.’

그 당시 소위 일진이라 부르는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그는 괴롭힘의 주동이자이자 같은 반이었던 문규석을 담임에게 신고했었다. 가급적이면 원칙대로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스물다섯의 젊은 담임은 피해자에게 있어 최악의 수를 두었다. 바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대면시켜놓고 잘못을 뉘우치도록 만든 것이다. 경험 없고 유약한 선생은 이후에 벌어질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덕분에 괴롭힘은 더 심해졌고.’

문규석은 반성하는 척하며 사과를 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담임이 앞에 있었기 때문일 뿐이었다. 다음 날부터 괴롭힘은 더욱 심해졌고, 어린 서주환은 더 이상 교사를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유 쌤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물론 그때의 일 처리는 지금 생각해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유민서에게 악감정을 가진 건 아니었다. 솔직히 당시에는 그녀를 싫어했지만 지금은 경험 없고 유약한 여선생을 이해했다. 귀찮아서 한 일처리라면 모를까, 그녀는 정말로 반 아이들을 아끼고 최선을 다하는 선생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좋은 사람인 것과는 별개로 그 이후 괴롭힘이 심해진 것 또한 사실이다. 결국 교사를 못 믿게 된 그는 혼자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독기를 품고 마주 주먹을 휘둘렀다. 열 대를 맞아도 꼭 한 대는 돌려주었고, 3년 내내 이어진 괴롭힘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야 끝을 맺었다.

‘몇 대 더 팰 걸 그랬나.’

얼마 전에 질질 짜면서 살려달라고 할 때까지 두들겨 팼던 문규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는 속이 후련하도록 신명나게 팼는데, 지금 생각하니 기회가 왔을 때 더 패지 않은 게 아쉬웠다. 역시 너무 살살 때린 것 같다.

그는 서정호가 들었으면 기겁했을 만한 생각을 하며 까톡에 답장했다.

- 나: 문규석도 오려나?

- 김호진: 아, 걱정하지 마. 걔 3년 전에 한 번 나오고 안 오더라고. 덕분에 재작년부터는 분위기 엄청 좋아ㅋㅋㅋㅋ

문규석은 학교에서 유명한 양아치였다. 비단 서주환에게 뿐만 아니라 만만한 애들이 보이면 시비를 걸고 다녔으니 같은 반 친구들 또한 대부분 그를 싫어했다.

서주환은 살짝 아쉬움을 느끼며 입맛을 다셨다. 그 녀석도 동창회에 나오면 날 잡고 갈굴 생각이었는데 아쉽게 됐다.

- 나: 갈게. 토요일 맞지?

- 김호진: ㅇㅇ잘 생각했어. 애들 너 보면 엄청 놀라겠다. 유 쌤도 반가워할 거야.

- 나: ㅇㅋ.

그렇게 답장을 하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았을 때였다.

마침 샤워를 마친 최미화가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와는 이미 한바탕 격렬한 시간을 보낸 뒤였다.

“우리 작가님, 뭐 하고 있었어요?”

“친구랑 톡. 모레 동창회가 있다고 하네.”

“동창회? 나이가 몇인데 그걸 벌써 해?”

서주환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도 회귀를 한 후에야 안 사실이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최미화는 그의 옆으로 올라와 누우며 샐쭉한 얼굴로 말했다.

“동창회 가면 여자들도 많지?”

“그렇겠지? 남중은 아니었으니까.”

“예쁜 여자 있으면 꼬실 거야?”

“…….”

갑자기 들어온 질문에 서주환은 애매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러자 최미화는 픽 웃으며 그의 가슴팍을 찰싹였다.

“그냥 농담한 거야. 뭘 그런 표정을 해? 나도 다 알고 만나는 건데.”

“아니 뭐, 그야 그렇지만 대놓고 말하는 건 좀 그렇잖아.”

“흥. 그렇게 말하는 놈이 아니라는 빈말 하나 못하냐? 난봉꾼 새끼.”

장난스럽게 타박하며 그의 팔을 끌어안고 눕는 최미화.

그와 최미화의 관계는 어딘가 조금 애매했다.

작가와 편집자. 취미가 맞는 친구. 그에게 처음을 준 여성. 이후 종종 몸을 섞는 파트너. 직접 말로 표현하지 않는 마음.

서주환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마음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도.

‘나라고 마음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랬으면 계속 만나지도 않았다. 그녀는 취미는 물론 직업적으로도 말이 잘 통하는 상대였다. 스물넷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벌써 능력을 인정받는 건 물론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일하는 게 무척 매력적이었다.

사실 외모만 놓고 봐도 그랬다. 최미화는 도도한 생김새에 지적인 이미지가 강한 커리어우먼으로 남다른 매력이 있었다.

‘미화도 그렇지만 요즘 다들 더 예뻐진단 말이지.’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었다. 그와 가까운 주변 여성들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예뻐졌다. 그리고 그 이유는 서주환 본인에게 있었다.

【성스러운 씨주머니(Rank: A)】

▶ 효과1: 정력이 증가한다.

▶ 효과2: 정액이 과일처럼 달콤해진다.

▶ 효과3: 모든 성병에 면역을 갖는다. 관계를 갖는 상대방에게도 일시 적으로 같은 효과를 준다.

▶ 효과4: 대상의 체내로 정액을 주입하여 일시적으로 체력을, 영구적으로 매력을 미세하게 상승시킨다. 매력의 상승도는 질내사정 횟수에 비례한다.

A랭크가 된 ‘성스러운 씨주머니’는 3번과 4번 효과가 변화했다. 제한적이었던 성병 면역이 모든 성병 면역으로 바뀌었고, 일시적으로 적용되었던 매력상승이 영구적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최근 그와 관계를 많이 가진 여성들은 피부 결부터가 달라졌다.

새삼 스킬창을 바라보고 있는 그를 최미화가 툭툭 건드렸다.

“멍하니 무슨 생각해?”

그에 서주환은 적당히 둘러대려다가 말을 바꿨다.

“동창회에 가도 너보다 예쁜 애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뭐? 푸훕! 빈말하랬다고 바로 하는 거야?”

“빈말 아닌데.”

“아, 뭐래. 한 번 더 하고 싶어서 그래?”

“들켰어?”

“하여간. 내 그럴 줄 알았지. 누가 변강쇠 아니랄까봐.”

아부의 효과가 있었던 걸까. 30분 전만 해도 피곤하다고 했던 최미화는 먼저 몸 위로 올라왔다.

서주환은 위에 올라온 최미화에게 말했다.

“그런데 미화야.”

“응?”

“진짜 빈말은 아니었어.”

“…….”

대답 대신 꼬옥! 하고 아랫도리가 끊어질 듯 조여왔다.

*

서주환은 다음 날까지 최미화와 긴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몸의 대화만 나눈 건 아니고, 새로 연재 할 작품에 대해서도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연재 시작해야지.’

최근까지는 ‘회귀자의 병영 생활’의 외전을 연재하고 있었다. 신작으로 준비하고 있던 ‘악마 포식자’를 좀 더 면밀히 준비하는 동안 남은 이야기를 푼 것이다.

회귀자의 병영 생활은 본편 이후의 외전도 인기를 끌었다. 오히려 본편보다 더 재밌다는 독자들이 많았다. 덕분에 연독률이 거의 떨어지지 않고 외전 완결까지 이어졌다.

‘글쓰기’의 등급이 A랭크로 올라서일까, 아니면 특수능력 변환을 통해 새로 얻은 ‘독자의 눈’ 덕분일까.

아마 둘 다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주효했던 것은 역시 캐릭터 때문인 듯했다. 그는 회병생을 연재하며 캐릭터를 조형할 때 실제 주변인들의 성격을 참고했다. 사람을 면밀히 관찰했고, 그가 직접 겪은 군대 사람들의 성격을 가져와서 녹여냈다.

덕분에 회병생의 캐릭터들은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외전에서는 주인공이 거의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전역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독자의 흥미를 끌었다.

아, 참고로 주인공은 군대에 말뚝을 박았다. 정확히는 전역 후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장교가 된 것이다. 그를 본 독자들의 반응이 무척 재밌었다.

- 작가 이 악마야! 주인공도 전역 좀 시켜줘라!

- 회귀 전에 한 번, 회귀 후에 한 번, 다시 전역하고 장교라니! 군대가 세 번이라니!

- 하늘이 눈나랑 이어지기 위한 길은 멀고도 험난하구나…….

- 이, 이게 해피엔딩…?

에필로그에 무수한 댓글이 달렸었다. 덕분에 조금 당황했지만 완결 후기에는 독자님들 모두가 재밌게 보았다며, 다음 신작을 기다리겠다고 댓글을 남겨주었다.

그리고 오늘, 서주환은 ‘악마 포시작’를 프롤로그부터 3화까지 업로드했다.

- 1등! 드디어 신작!

- 2222. 이번엔 현대 퓨전이네 ㅈㄴ 기대된다ㅋㅋㅋㅋ

- 와 씨ㅋㅋㅋ 이 작가는 맨날 장르가 바뀌네ㅋㅋㅋㅋ

└ ㄹㅇ 그 부분이 개쩌는 것 같음. 같은 작품이 하나도 없음.

- 각성자, 포식자, 전락자라니. 벌써 머릿속에 뭐가 그려진다.

- 서환 작가님 이번 작품도 기대할게요!

업로드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댓글이 많이도 달렸다. 이제 명실상부한 인기작가가 된 그는 필명이 곧 재미의 보증수표였다.

‘세 작품 중에 이번 게 제일 트랜디한 거 같은데. 유료화 전까지 얼마나 모이려나.’

사실 ‘빙의사부는 무림공적’도 충분히 트랜드를 따라간 글이다. 하지만 ‘무협’이라는 장르 특성상 일단 거르고 보는 독자들도 꽤 많았다. 반면 이번에는 더 대중적인 퓨전 판타지였으니 내심 성적이 얼마나 나올지 기대가 됐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글쓰기’ 재능의 등급부터가 다르지 않던가. 시작부터 A랭크 재능을 가지고 연재를 시작한 만큼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만족스럽게 웃고 있을 때였다.

“왜 기분 나쁘게 히죽댐? 지건 마렵게.”

방바닥을 굴러다니며 과자를 먹던 이석찬의 말이었다. 그는 심심하다며 뜬금없이 찾아와 소설책을 보고 있었다. 참고로 그가 보는 소설책 표지에는 전형적인 라노벨 캐릭터가 노출이 심한 차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서주환은 혀를 차며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으으. 씹덕새끼.”

“지랄. 이거 네 책임.”

“아, 맞다.”

서주환이나 이석찬이나 장덕훈에 비해 부족할 뿐 덕후이긴 마찬가지였다.

서주환은 문득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네가 거기에 그리 빠질 줄은 몰랐는데. 처음에는 씹덕이라며 덕훈이 존나 갈궜잖아.”

“함 보니까 재밌는 걸 어캄. 이제 여자 만나는 것보다 방에서 애니나 보는 게 더 재밌음.”

“진심?”

“음. 아니, 역시 아직은 여자 만나는 게 더 재밌는 듯.”

이석찬이 낄낄대며 웃었다. 하지만 잠시 고민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서브컬처에 얼마나 빠져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장덕훈이 멀쩡한 사람 하나를 덕질의 길로 빠트렸다.

‘아, 회귀 전에도 똑같았던가?’

이석찬과 장덕훈은 회귀 전에도 꽤 잘 어울려 다녔다. 얼핏 장덕훈 때문에 이석찬이 오타쿠가 됐다며 학과 애들이 말하던 게 기억나는 듯도 했다.

서주환은 이내 고개를 털고는 말했다.

“슬슬 일어나라. 나 나가봐야 돼.”

“엉? 왜? 여자 만나러 가냐?”

“아니, 옷 사러. 내일 동창회거든.”

“동창회? 예쁜 애들 오냐?”

“몰라, 인마! 애들 얼굴 안 보고 산 지가 거의 10년이 다 됐다. 나 중딩 때 아싸였다고 말했잖아.”

“아, 맞네. 정하연보다 더 찐따였댔지.”

“…맞긴 한데 왜 네가 말하니까 열 받지? 한 대 쳐도 되냐?”

“폭력 나빠! 멈춰!”

이석찬이 낄낄대며 소리쳤다.

서주환은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어떻게 저리 얄미운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신기했다. 그도 정하연이나 유지경을 상대로 얄미운 장난을 꽤 치는 편인데도 이석찬은 도통 당해내질 못할 것 같았다.

그때 이석찬이 과자를 입에 털어 넣고 우적우적 씹으며 말했다.

“과거 찐따가 달라져서 동창회에 간다라. 그거 완전 웹소 클리셰 아님?”

“좀 그런 느낌이긴 하지.”

“으음. 그거 재밌어 보이는데… 어때, 형님이 좀 도와드림?”

“엉? 뭘 어떻게?”

“기다려보셈. 집에서 소품 좀 들고 옴.”

잠시 후 이석찬은 웬 시계와 지갑을 건넸다. 조금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면서였다.

“진짜 까리한 건 본가에 있어서 지금은 그게 최선임. 오히려 이 나이 대에는 그 정도가 좋을 수도?”

“이게 얼만데?”

“몰루? 지갑이 대충 오륙백? 시계는 잘 기억 안 나는데, 그래도 몇 천은 할 걸?”

“…몇 천 원은 아니지?”

“당연히 만이 붙어야지.”

“…….”

서주환은 입을 다물고 새삼스러운 눈으로 이석찬을 쳐다봤다. 그간 워낙 티를 안 내서 잊고 있었는데, 이 녀석 엄청 부자였다. 무려 아버지가 운성전자의 사장이고 할아버지가 회장이다.

그는 갑자기 손목에 찬 시계가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나 그냥 이거 안 하고 나갈래. 존나 부담스러워.”

“아, 왜. 하고 나가보셈. 반응 궁금하잖아.”

“혹시나 기스라도 나면 어떡해.”

“괜춘괜춘. 기스 나면 네가 나한테 사셈. 싸게 드릴게. 너도 돈 잘 버니까 명품 하나 정도는 사도 되잖음.”

“그 정돈 아니야, 인마!”

“아, 쓰읍. 그럼 망가트려도 괜찮으니까 차고 나가셈. 대신 후기 알려주고. 궁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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