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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나중에 혹시 또 현대 일상물을 쓰게 된다면 절대 주인공을 소설가로 설정하지 않을 겁니다.
자캐딸이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 제 현실과 괴리가 느껴져서 현타가... 어억......
아무튼 전해드릴 소식이 있습니다.
드디어 일러스트를 주문했다는 소식이에요!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대가 좀 나가서 사비가 꽤 많이 나갔... 지만 그래도 예쁜 삽화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요.
일러스트 작가님께 여쭤보니 주문이 많이 밀려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두 달 대기해야 된다고 해요ㅠㅠ
일단 주문은 넣어놨고 독자님들이 잊으실 즘 들고 올 듯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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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창천을 님, Lateil 님, 데스소설 님, TransDrive 님, wadize 님, shuop1 님, 엘라이니 님, nolverto 님, 잠좀자요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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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D
추석 연휴
죽일 듯이 달려드는 서정호의 기세에 문성기는 당황한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그는 단 한 번도 서정호를 상대로 이긴 적이 없었다.
그때 누군가 문성기의 앞으로 나섰다. 문성기가 자신만만하게 패드립을 날린 이유였다.
뻐억!
큼지막한 주먹이 달려들던 서정호를 후려쳤다.
“컥!”
우당탕!
서정호는 크게 뒤로 밀려나 자빠졌다. 몸에 부딪친 쓰레기통이 사방으로 쓰레기를 배출했다. 그는 자빠진 와중에도 눈에 힘을 주고 앞을 노려봤다.
머리를 녹색으로 물들인 웬 덩어리 한 명이 서 있었다.
서정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퉤, 처 맞고 형 데려왔냐? 딱 봐도 와꾸가 고딩은 아닌데. 씨발, 아저씨, 애들 싸움에 끼면 안 쪽팔려요?”
한 대 거하게 맞고도 기 죽은 기색 없이 욕설을 내뱉는 서정호.
녹색머리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이 새끼가 누구더러 아저씨야? 난 스물셋이야, 새꺄!”
“와 씨, 그 와꾸로? 딱 봐도 서른은 돼 보이는데. 올해 들은 말 중에 제일 놀랍네.”
서정호가 진심으로 놀랍다는 표정을 짓자 녹색머리의 인상이 구겨졌다. 그는 긴 말 하는 대신 앞으로 나서서 서정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씨발, 가만히 맞고 있을 줄 알았냐!”
서정호는 마주 덤벼들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체격차이에서 오는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몇 차례 드잡이질을 하던 그는 결국 복부를 맞고 다시 땅바닥에 내쳐졌다.
녹색머리는 쓰러진 서정호를 보며 주먹을 털고 뒤에서 구경하던 동생에게 말했다.
“문성기. 너 이런 놈한테 맞고 다녔냐?”
“아, 규석이 형, 걔가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 쳐요. 형이니까 그렇게 잡은 거죠.”
“됐고, 앞으론 그냥 내 친구들 이름 팔아. 귀찮아지니까 내 이름은 팔지 말고.”
“알죠. 형은 프로 준비해야 되잖아요.”
그때 쓰러져 있던 서정호가 낄낄 웃었다.
“푸하핳. 돼지가 프로는 지랄.”
“…이 새낀 아직도 입이 살았네. 가만히 있으면 덜 맞을 걸.”
“아, 죄송. 혹시 프로라는 게 푸드파이터 말하는 거면 잘 어울리네요, 돼지 새꺄.”
문규석의 인상이 다시 구겨졌다.
“성기야, 안 되겠다. 이 새낀 아예 조져놔야 되겠는데. 적당히 끝내면 귀찮아지겠다.”
“아, 네. 형이 알아서 해주세요.”
“이 새끼 눈깔 재수 없는 게 누구 닮았네. 그러고 보니 그 새끼도 같은 성이었던 것 같은데.”
문규석은 주먹을 까득거리며 몸을 풀었다. 쓰러져 있는 서정호의 눈이 마음에 안 들었다. 오래된 기억 속에 이름도 기억 안 나는 놈이 떠올라서 짜증이 더 배가됐다.
그렇게 막 주먹을 치켜 올리던 때였다. 누군가 뒤에서 그의 어깨를 잡았다.
“이야. 오랜만이다, 규석아. 여기서 보니까 되게 반갑네.”
“뭐? 네가 누군데?”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문규석은 눈을 끔뻑거렸다.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하는 걸 보니 그를 아는 모양인데, 정작 그는 상대방의 얼굴을 처음 보기 때문이었다.
‘더럽게 잘생겼네.’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평범한 맨투맨에 슬랙스를 입고 있었는데, 워낙 키가 크고 비율이 좋아서 무슨 모델처럼 보였다. 진한 눈썹과 샤프하게 생긴 얼굴을 보면 웬 연예인인가 싶을 정도였다. 적어도 문규석의 지인 중에 이만큼 잘 생긴 사람은 없었다.
남자는 그의 어깨를 친근하게 두드리고 쓰러져 있는 서정호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머리에 쿵, 하고 꿀밤을 놨다.
“억! 뭐야, 왜 때려!”
“인마, 도망치더니 기껏 여기까지 와서 맞고 있냐? 싸움도 못하는 게.”
“누가 싸움을 못해! 저 새끼 프로 준비하는 놈이라고 했거든!”
“얼씨구. 맞고도 기는 살아있네.”
“퉷. 형이야말로 괜히 맞지 말고 가던 길 가지?”
서주환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땅에 뱉어진 침을 확인했다. 피가 진득하게 섞여 나온 게 입 안쪽이 터진 모양이었다. 그는 서정호의 얼굴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뭐, 뭐하는데!”
“가만히 있어봐, 인마.”
서정호의 얼굴은 입 안이 터진 것에 비해 꽤 멀쩡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 멍이 들 것 같긴 했지만 이 정도는 ‘성스러운 손길’로 금방 치유가 가능해보였다.
서주환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정호의 뒤통수를 두드렸다.
“아, 왜 때리냐고!”
“시끄러, 인마. 어린놈이 벌써부터 쌈박질에 담배나 피워대고. 형한테 라이터나 빌려 달라고 하고. 응?”
“안 빌려줬잖아!”
“그건 네가 도망쳐서 그런 거고.”
물론 안 도망쳤어도 빌려주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황당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문규석에게 말했다.
“규석아, 넌 그 나이 먹고 아직도 약한 애들 괴롭히고 다니냐?”
“약하긴 누가 약해!”
“아, 좀. 넌 가만히 있어라. 작은 어머니한테 담배 피우는 거 말해?”
“윽. 치사하게…….”
드디어 서정호가 입을 다물었다.
서주환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문규석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문규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 뭔데 아까부터 친한 척이야? 나 아냐?”
“헉. 나 몰라? 네가 날 모르면 안 되는데. 아, 몰라보게 잘생겨져서 그런가?”
서주환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하자 문규석은 물론 문성기와 서정호까지 그를 미친놈 보듯이 바라봤다. 얘기하다 말고 웬 자뻑이란 말인가?
하지만 서주환은 진심이었다. 순간 모습이 달라진 걸 잊고 있어서 문규석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사실에 화가 났다.
그는 돌연 싸늘하게 표정을 굳히고 내뱉었다.
“새꺄, 아무리 달라졌어도 넌 나 알아봐야지. 섭섭하잖아.”
“이 새끼가 계속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보니까 뒤에 자빠져 있는 놈 형인가 본데 그냥 같이 맞아.”
그리 말한 문규석은 기습적으로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달려들었던 속도보다 빠르게 나가떨어졌다.
“컥! 이 시발놈이…….”
서주환은 그가 일어날 틈도 주지 않고 손을 휘둘렀다. 곧게 핀 손바닥이 문규석의 뺨을 후려쳤다.
철썩!
“억! 야, 이 개 같은…!”
짜악!
“시발, 너 일어나서…….”
쫘악!
“이 씹! 나와!”
뺨을 세 대나 처 맞은 문규석이 몸을 크게 들썩이며 뒤집었다. 서주환은 여유롭게 물러나서 그를 기다려주었다.
“후욱. 이 새끼가, 넌 뒤졌어.”
문규석은 그리 말하며 외투를 동생 문성기에게 넘겼다.
한편 서주환은 무덤덤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 새끼를 여기서 만나네.’
어째 뜬금없이 ‘몽마신의 축복’이 발동한다 싶었다. 그저 서정호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거라고 생각했더니만, 여기서 이 녀석을 만나게 될 줄이야.
서주환은 문규석과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그도 그럴 게 그와 문규석은 중학생 때 3년 내내 같은 반이었고, 그를 괴롭히던 일진 무리의 대장 격이 바로 문규석이었다.
서주환은 불현 듯 찾아온 행운에 입꼬리를 올렸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네.’
중학생 시절은 회귀 전까지 셈하면 15년도 훨씬 지난 과거의 일이었다. 그래서 별로 복수하겠다는 생각도 안 해봤다. 오히려 과거에 연연하는 건 유치한 일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한데 막상 이렇듯 일이 닥치고 나니까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는 날아드는 문규석의 주먹을 피하다가 즐거운 기분으로 말했다.
“규석아, 나 아직도 기억 안 나냐?”
“헉, 헉. 아까부터 개소리. 네가 누군데 시발!”
“나 주환이야, 서주환. 광현중학교 동창, 인마.”
“…서주환? 그 찐따 새끼?”
주먹을 휘두르던 문규석이 우뚝 멈췄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서주환을 바라봤다. 그의 기억 속 서주환과 눈앞의 그는 너무 달랐다.
하지만 문규석은 곧 납득했다. 자세히 보니 확실히 옛날 얼굴이 남아 있었다. 특히 재수 없게 생긴 눈매가 그랬다.
그는 상대가 서주환이란 걸 알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항상 자신에게 맞고 다니던 놈이란 사실 때문에 문득 만만하게 느껴진 것이다.
“어디서 운동 좀 배웠냐? 싸움도 못하면서 개기다 처 맞고 다니던… 컥!”
쫘악!
문규석은 불현 듯 날아든 손바닥에 뺨을 내주고 뒷걸음질 쳤다. 귀를 같이 맞았는지 삐- 하는 이명이 들려와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서주환은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말했다.
“말은 바로 해야지, 씨발아. 일대일로 안 되니까 다구리 놓던 놈이. 그리고 개기긴 뭘 개겨? 가만히 있던 사람 건드려놓고. 아, 생각하니까 화딱지 나네.”
서주환은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 그에 움찔 얼굴을 뒤로 빼는 문규석이었지만, 정작 주먹은 얼굴이 아닌 복부로 날아들었다.
뻐억!
“쿠헥……!”
둔탁한 소리와 함께 돼지 멱따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주환은 그대로 문규석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골목 가장 깊숙한 곳으로 끌고 가서 패대기쳤다. 마침 장소 선정을 얼마나 잘했는지 CCTV가 한 대도 없었다.
그는 어느새 일어나 있는 서정호에게 말했다.
“정호야, 저 뒤에 있는 새끼 못 도망가게 잡아와.”
“…어어.”
서정호는 오늘 처음으로 순순히 그의 말을 들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서주환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살벌한 표정으로 문규석을 지르밟고 있는 그를 보니 괜히 까불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서주환은 바닥에 팽개쳐진 문규석을 말 그대로 밟아댔다. 그 와중에도 얼굴을 피해서 티가 안 나고 아픈 곳만 골라 패는 게 아주 악랄해 보였다.
“잘 배웠지? 너한테 배운 거다, 새꺄.”
그는 문규석을 눕혀놓고 팼다. 애초에 ‘박투’ 재능 A를 찍은 서주환과 상위 목록에 싸움 관련 재능이 있지도 않은 문규석 사이에 싸움이 성립될 수 있을 리 없었다. 차라리 일방적인 폭행이라 불러야 옳았다.
서주환은 친절하게도 부어오르려는 문규석의 뺨을 ‘성스러운 손길’로 치료해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분이 풀릴 때까지 다시 팼다.
좁은 골목길에서 비명도 지르지 못한 문규석의 꺽꺽거리는 신음이 메아리쳤다.
*
서주환은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세상 즐거운 얼굴로 말했다.
“아~ 상쾌하다.”
“…….”
서정호는 입을 꾹 다문 채 말없이 있었다. 상쾌하다 말하는 서주환을 힐끔거리면서였다.
‘주환이 형이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문규석을 살벌하게 노려보며 패던 모습이 얼마나 섬뜩했는지 지켜보는 그가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설마 그 덩치가 울면서 살려달라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처음에는 자신이 맞은 것 때문에 화를 내는 건 줄 알고 괜히 그만하라고 말렸다가 눈이 돌아간 서주환에게 같이 맞을 뻔했다.
‘까불지 말자.’
서정호는 그렇게 다짐했다. 담배 한 대가 절실했음에도 아무 얘기도 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강렬한 기억이었다.
서주환은 그런 서정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흠칫 몸을 떠는 그에게 여상한 목소리로 말한다.
“정호야, 너 혹시 애들 괴롭히고 다니거나 하진 않지?”
“어, 어? 아뇨! 저 애들 안 괴롭혀요!”
“진짜? 싸움은 많이 하고 다니는 것 같던데.”
“그, 그건 먼저 시비 걸어오는 애들만 그런 거예요! 전 약한 애들 안 괴롭혀요! 도와줬으면 도와줬지…….”
“그래? 다행이네. 폭력은 나쁜 거다, 정호야.”
“…….”
그는 차마 네가 할 말이냐고 따져 묻지 못했다.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다만 아까부터 맴도는 궁금증을 참을 수는 없어서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형, 아까 그 새… 그 분 아는 사람이에요?”
“문규석 말하는 거지? 그 새끼라고 해도 돼.”
“네, 그 새끼요.”
서주환은 담배를 비벼 끄고 쓰게 웃었다.
“나 중학생 때 엄청 괴롭히던 놈이야.”
“…형을요? 형 싸움 잘하던데.”
“그때는 운동도 따로 안 했고 상대가 여러 명이었으니까.”
물론 가만히 맞고만 살진 않았다. 싸움을 잘하진 못해도 깡다구는 있어서 죽자고 마주 달려들었으니까. 당시의 그는 기이한 불행 때문에 다른 사람을 피해 다녔지만 악바리는 남아있었다.
서주환은 문득 지난 학창시절이 생각나서 인상을 구겼다.
“아, 그 새끼 더 패줬어야 됐는데.”
“…그럼 죽었을 걸요?”
“안 죽어. 내가 그보다 심하게 당해봤는데 안 죽었거든.”
“아, 네…….”
서주환은 어색하게 대답하는 서정호를 바라봤다.
난데없는 눈길에 긴장하는 서정호.
그는 혀를 차며 서정호의 뺨을 쓸어주었다. 남자의 손길이 부드럽게 닿자 서정호가 기겁했다.
“뭐, 뭐하는 거예요?”
“가만히 있어봐, 인마.”
“헉. 형, 저 남자 취향 없… 억!”
“그런 거 아니야!”
서주환은 혀를 차며 ‘성스러운 손길’의 치유효과와 안정효과를 부여했다. 그에 붉게 쓸려있던 서정호의 얼굴이 생채기 하나 없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서정호는 어쩐지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끼며 가만히 그를 받아들였다. 긴장한 상태로 서주환의 눈치를 보던 마음이 진정되었다.
“정호야.”
“네, 형.”
“담배 피우지 마라.”
“…….”
“아니,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말고. 작은 어머니 임신하셨는데 간접흡연이라도 하면 안 좋잖아.”
“…네?”
서정호의 얼굴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어머니의 임신이라니? 그건 문성기가 그를 도발하려고 했던 말이 아닌가.
서주환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서정호에게 말했다.
“너 몰랐어? 작은 어머니 배 조금 나오셨던데.”
“아니, 그게 뭔 임신이에요. 그냥 살 조금 찐 거지.”
“…….”
서주환은 입을 다물고 눈꼬리를 긁적였다. 보아하니 아직 임신 사실을 서정호에게 알려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의 기억 상으로는 분명 지금 임신 3개월 즘 됐다.
‘하긴, 얘가 이때 좀 엇나가 있었을 때기도 하고… 부모님이랑 사이도 안 좋았으니까.’
그가 모르는 다른 여러 가지 이유도 있을 터다. 건너 들었을 뿐이라 복잡한 사정은 잘 알지 못했다.
다만 서정호의 집안은 김순애의 임신을 계기로 다시 화목한 가정을 되찾는다. 늦은 나이에 임신한 늦둥이 하나가 상처받고 조각난 가족의 마음을 다시 하나로 모은 것이다.
“아무튼 부모님한테 잘 해. 작은 아버지랑은… 뭐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 될 문제니까 긴 말 안 할게. 대신 한 번쯤 기회는 줘봐. 아무것도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단 뭐라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나으니까.”
서주환은 그리 말하며 서정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정호는 머리를 만지는 것에 질색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조금 전 본 게 있어서 차마 서주환에게 대들지는 못했다. 대신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러는 형이야말로 부모님이 걱정 안 하세요?”
“응? 나?”
“형도 담배 피우고 싸움도 하잖아요. 나한텐 다 하지 말래놓고는…….”
“인마, 그건 다르지. 난 성인이잖아. 꼬우면 너도 성인 되고 피우던가. 아, 아니지. 넌 피우면 안 되겠다.”
늦은 막둥이가 생기는 마당에 담배를 피우라고 권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말에 서정호의 입이 댓 발 튀어나왔다. 이건 뭐 내로남불도 아니고 계속 자신한테만 하지 말라고 하니 불만스러웠던 것이다.
서주환은 괜히 찔려서 변명했다.
“형은 대신 어머니 아버지한테 선물 사드렸잖아.”
“…선물이요?”
“너 집에 있을 때 아무것도 안 들었냐? 아버지 차 내가 사드린 거야. 어머니 백도.”
“네? 형 대학생 아녜요?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서요?”
서주환은 귀찮은 기색으로 대충 설명해주었다.
한데, 설명을 들은 서정호의 반응이 격렬했다.
“형이 서환 작가님이라고요? 빙의사부랑 회병생 쓴? 진짜로?”
“그렇다니까. 이름도 가운데 글자만 빠졌잖아.”
“와 씨, 형 저 사인 좀 해줘요!”
“응? 너 내 소설 봤냐?”
서정호는 흥부한 얼굴로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친구 아이디로 둘 다 끝까지 다 봤… 억!”
“돈 내고 봐, 이 자식아!”
서주환은 앞으로 정당하게 결제해서 보라며 서정호에게 용돈을 주었다.
“형, 저한테만 그러지 말고 형도 같이 금연해요!”
“…….”
“형!”
“아, 알았어, 인마!”
서주환은 갑자기 친한 척을 하며 다가오는 서정호를 떼어놓기 위해 졸지에 금연을 하게 되었다.
‘쓰읍. 원래 끊으려고 하긴 했으니까.’
친척 동생이 형형 거리니까 거절할 수가 없었다. 혼자 끊기 힘든 거 모범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아무튼 추석 명절이 저물어갔다. 서정호의 달라진 태도를 보고 김순애가 그에게 고맙다고 말한 건 덤이었다.
*
추석이 지나갔다. 하지만 아직 연휴는 끝나지 않았다. 이번 명절은 주말이 끼어 있어서 쉬는 날이 꽤 길었다.
연휴 간 서주환은 오랜만에 최미화를 만난 참이었다. 그녀와 시간을 보내던 중 까톡이 하나 왔다.
- 김호진: 주환아 나 호진인데 기억해? 저번에 대안대학교 축제 때 갔었는데
- 나: ㅇㅇ당연히 기억하지. 그런데 웬일이야?
- 김호진: 이번 주말에 광현중 1학년 2반 동창회 있는데 올래?
느닷없는 동창회 제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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