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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모두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갑자기 허리 통증이 심해져서 내일 주사치료 받으러 갈 예정입니다.......
디스크 정말 답이 없네요. 운동 하니까 통증 오고 그렇다고 안 하면 평생 이 모양이고...ㅠㅠ
주말 간 비축분을 써놔서 다행이지 뭡니까ㅎㅎ
모두 건강 챙기세요. 건강이 최고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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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있지 님, TransDrive 님, 하테리스 님, 표버미 님, wadize 님, 라케노미 님, m.s.g.one 님, 오곡초코볼 님, 이것은닉네임입니다 님, 쾨니히스티이거 님, 로운이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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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D
꼬리 동물 애널플러그
오전 11시. 퇴실 한 시간 전.
서주환은 살며시 눈을 떴다. 두세 시간밖에 자지 못했지만 ‘수면’ 재능 덕분에 피로를 상당부분 풀 수 있었다.
‘잘 자네.’
그는 제 팔에 누워 자고 있는 도유이를 바라봤다. 새근거리며 자고 있는 얼굴은 화장기 하나 없었음에도 평소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애초에 화장을 그리 진하게 하고 다니지 않는 모양이었다.
서주환은 문득 그녀가 기특해져서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이 나이에 명확한 꿈을 갖고 노력하는 게 대단했다.
그때 도유이가 움찔, 눈을 떴다. 그녀는 흐릿한 눈으로 그를 보다가 이내 눈을 부릅뜨며 숨을 들이켰다.
“…주환 오빠?”
“일어났어?”
“아.”
도유이는 그제야 새벽간의 일이 기억난 듯 얼굴을 붉혔다. 그리곤 침대 안으로 손을 넣었는데, 곧 손가락에 묻어나온 끈적한 액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지, 진짜 했구나.”
“엄청 했지.”
그가 짓궂게 미소 지으며 답하자 도유이는 붉어진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부루퉁한 목소리로 말한다.
“…대체 몇 번이나 한 거야.”
“참나. 지도 좋다고 그렇게 소리를 질러… 읍?”
“아악! 말하지 마!”
“야 이! 너 손을 어디에! 그거 정액 묻은 손이잖아!”
“뭐! 오빠 거잖아!”
“어이구. 요게 새벽엔 좀 귀엽더니 그새 다시 대드네.”
양팔을 붙들고 말하자 도유이는 움찔 시선을 피했다.
“몰라. 기억 안 나.”
“어쭈. 바로 조금 전엔 몇 번이나 한 거냐고 따져놓고는.”
“아, 몰라! 아무튼 기억 안 나!”
끝까지 부정하는 모습에 서주환은 픽 웃으며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도유이의 다리 사이로 손가락 두 개를 쑥 집어넣었다.
“아흑. 뭐, 뭐해!”
“그럼 여기 네 안에 있는 건 뭔데? 아니면, 기억나게 해줄까?”
“…야!”
도유이는 터질 듯 새빨개진 얼굴이 되어 그의 몸 위로 달려들었다. 그러곤 어깨를 콱 깨물어버리는데, 동작만 요란했을 뿐 정작 느껴지는 건 간질거리는 느낌이었다.
서주환은 낄낄거리며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러다 괜히 엉덩이를 찰싹 두드리며 묻는다.
“왜, 아침부터 한 번 더 하자고? 퇴실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빠르게 한 판?”
“그런 거 아니거든! 아, 찌르지 마! 오빠는 그렇게 싸놓고 또 섰냐?”
“그럼 왜 이러는데. 어제도 말했지만…….”
“그, 그런 거 아니라고!”
도유이가 빽 소리쳤다. 그에 혹시나 싶어 다시 한 번 사귈 마음이 없다고 언급하려던 서주환은 멋쩍게 입맛을 다셔야 했다.
도유이는 잠시 그에게 안겨 있다가 이름을 불렀다.
“저기, 주환 선배님.”
“말씀하시죠, 후배님.”
“…선배님이 보기엔 제가 춤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응?”
“어제 분명 그렇게 말했잖아요. 욕실에서 내 몸 막 주무를 때.”
“야, 그건 씻겨준 거라니까.”
“아무튼!”
서주환은 눈꼬리를 긁적였다. 새벽녘 욕실에서 술에 취한 도유이를 씻겨주었다. 자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사실 깨어 있었고, 이제 보니 그가 한 말까지 다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도유이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는다.
“나, 춤 계속 해도 될까?”
서주환은 망설이지 않고 답해주었다.
“어, 해.”
생각보다 너무나 쉽게 나온 대답.
“…응?”
도유이는 얼떨떨한 기분에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서주환은 여전히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해도 된다고. 아니, 넌 춤 춰야 돼. 그만두지 마.”
“…….”
도유이는 말없이 그의 눈을 쳐다봤다. 그러다 이내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이 오빤 내 뭘 보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지?’
기껏해야 같이 춤 춘 게 한 번, 그리고 동아리 무대를 본 게 끝이었다. 헌데 서주환은 말만 단호한 게 아니라 눈빛도 너무나 확고했다.
너는 춤을 추는 게 아주 당연하다고. 꼭 춤을 춰야만 한다고. 그게 네 길이라고.
한 점의 의심도 없는 눈빛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아하핳.”
도유이는 그만 웃어버렸다. 부담스럽긴 했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지금 필요한 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었으니까. 어떤 근거도 없지만, 누군가 이토록 확고한 믿음을 준다는 사실이 마냥 기꺼웠다.
서주환은 그녀의 등을 쓸어주며 말했다.
“어제 춤 그만두겠다고 한 거, 부모님 때문이라고 했었지?”
“응.”
“그만두면, 후회 안 할 수 있어?”
“…아니. 무조건 할 것 같아. 그런데, 그만두지 않아도 후회하면 어쩌나 그게 무서웠어.”
부모님의 바람대로 평범하고 안정된 직장을 갖느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고된 길로 들어서느냐.
비단 부모님과 의견이 갈리지 않더라도 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봄직한 화두였다.
서주환 또한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그는 한 번 죽어봤기에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도이야, 크든 작든 뭘 선택해도 후회는 있을 수 있어.”
“…….”
“대신, 네가 춤을 선택한다면 확실하게 다른 점도 있어.”
“…그게 뭔데?”
“만약 춤으로 성공하면 넌 부모님에게 당당하게 꿈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 네 선택이 맞았다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어.”
“실패하면?”
실패할 수도 있지 않은가. 아니, 실패할 확률이 더 크지 않은가. 그녀의 부모님이 괜히 뜯어말린 게 아니었다. 예술은 너무나 불확실한 미래다.
서주환은 도유이를 품에 안고 속삭였다.
“물론 실패하면 지금의 결정을 후회할 수도 있어.”
“…….”
“다만, 그 원망이 부모님에게로 향하진 않을 거야. 해도 스스로를 탓하겠지.”
“아.”
도유이가 나직이 숨을 토하는 사이, 서주환은 계속 말을 이었다.
“안정된 직장을 다녀서 평범한 삶을 살면 어떨 것 같아? 크게 성공하지도 실패하지도 않은 삶. 하지만 평생 응어리 하나가 남아있는 삶.”
“…한 번씩 엄마랑 아빠가 미워질 것 같아.”
“푸흐. 아니야. 오히려 고마워할 수도 있어. 사는 게 힘들다는 걸 깨닫고 부모님 말씀 듣기를 잘했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어.”
“…어쩌라는 거야?”
“하하.”
서주환은 낮게 웃었다. 그라고 해서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의 감정을 어떻게 알겠는가. 다만 경험에 기반해 말을 해주자면…….
“난 일단 도전해보고 깨진 다음 후회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적어도 미련은 안 남거든.”
“…….”
“지금 깨져보지 또 언제 그러겠어? 왜, 무모한 도전은 젊은이의 특권이란 말도 있잖아. 할 수 있을 때 안 하면 나중에 엄청 후회한다.”
서주환 자신의 이야기다. 어렸을 적의 그는 꿈이 무척 많았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나중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스스로의 기이한 불행을 인지한 뒤로는 안정된 삶을 찾았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 많던 꿈들을 다 포기하고 직장에 다녔다.
‘결국은 글을 쓰게 됐지.’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불행에 떠밀려 직장을 그만두게 된 것이지만, 다시 글을 쓴 것만큼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머리를 쥐어짜내 글줄을 적는 동안에는 다 잊을 수 있었으니까. 스스로가 바라는 일을 하는 건 분명 행복한 것이었다.
“…….”
도유이는 작게 미소 짓고 있는 서주환을 바라봤다. 별로 정답을 바라고서 물은 건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명확한 답이 돌아왔다.
이 오빠는 어떻게 자기 확신이 이렇게 뚜렷할 수 있는 걸까? 어쩐지 그가 어른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이내 작게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고마워요, 아저씨.”
“…내가 어딜 봐서 아저씨야? 오빠라고 불러, 이 년아.”
“히히. 네, 선배님.”
“하여간 말 더럽게 안 듣는 후배님일세.”
서주환은 쯧 혀를 찼다. 하지만 이내 웃으며 키스해오는 도유이를 보고 마주 혀를 섞었다.
그러던 중이었다.
쿵쿵! 쿵!
“주환 오빠! 문 좀 열어! 왜 전화를 안 받아!”
산통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아~ 소정이 팬티 거기 있대~!”
“야, 이 미친년아. 밖에서 그걸 말하면 어떡해! 쉿! 쉬잇!”
“꺄하하핳. 누가 들으면 뭐 어때서?”
정정정 세 자매의 목소리였다.
잠시 후, 서주환은 도유이에게 경멸 어린 눈빛을 받아야했다.
“헐, 유이 언니가 왜 여기 있어요?”
“언니도 주환 오빠랑 했어요?”
“와. 이 오빠 어디 갔나 했더니 유이 언니를 꼬셨어?”
서주환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설마 도유이를 자기들과 같은 부류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아직까지 취해있는 걸지도.
그는 뭐가 됐든 간에 제발 좀 닥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난봉꾼…….”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감사와 존경으로 물들었던 도유이의 눈빛이 쓰레기를 보는 눈으로 바뀌었다.
서주환은 차마 변명하지 못하고 눈꼬리만 긁적여야 했다.
*
축제가 끝난 이후 주말.
서주환은 온라인에서 한수아와 게임 합방을 하는 중이었다.
한수아가 탕, 총을 쏘며 게임 보이스로 말한다.
= 환이 오빠, 힐러 다 짤랐어!
“탱커도 컷. 딜러 두 마리 남았다. 내가 안에서 버틸 테니까 밖에서 견제해줘.”
= 응!
점령지 안에서 일정 시간을 버텨야 게임이 끝난다.
현재 상황은 2대 2.
레드 팀은 그와 한수아만 남았고 상대는 딜러 두 명만 남았다.
그는 적들의 모든 스킬을 피하고 튕겨냈다. 이어서 순식간에 상대의 품으로 파고들어 검을 그었다.
“오케이 전멸!”
= 우와, 역시 환이 오빠! 최고다!
서주환은 어렵지 않게 남은 적들을 처리했다.
- 피지컬 개미쳤네ㅋㅋㅋㅋㅋ
- 환 님 실력 왜 이리 좋아짐? 원래 오더 내리면서 뇌지컬 플레이 하지 않았나?
- 왘ㅋㅋㅋ 지금까지 피지컬은 고미 님이 더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것도 아닌 듯.
- 둘 다 프로 나가도 되겠는데ㄹㅇ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만큼 서주환의 실력은 이전과 몰라보게 달라졌다. 솔직히 그의 생각에도 지금이라면 당장 프로에서 뛰어도 피지컬만으로 상위권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재등급 S급이 대단하긴 하구나.’
그는 일전에 한수아와 관계를 가진 후 재능 두 개를 얻었다. 본래라면 하나만 얻었을 재능이었지만 한수아의 호감도가 S를 달성하며 재능 하나를 추가로 얻은 것이다.
한수아에게 얻은 ‘게임’ 재능의 잠재등급은 무려 S랭크.
시스템의 원칙대로라면 잠재등급 S랭크 재능을 얻어도 A+로 치환되어야 한다. 재능을 S로 올리기 위해서는 S급 재능석이 필요했다.
‘호감도 S라…….’
게임 재능을 잠재등급 손실 없이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한수아의 호감도에 있다. 이제껏 S급 재능을 얻으려면 결정석 열 개를 모아 S급 재능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쉽지 않아. 일반적으로 가능한 방법이 아니야.’
한수아가 그에게 가진 호감은 하루 이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녀는 태어난 순간부터 20년에 이르는 세월동안 그만 바라봐왔다. 본래도 B+~A+를 오갔던 호감도가 계기를 맞아 S랭크로 상승된 것이었다.
단적인 예로 정하연과 유지경은 어떤가. 그렇게 몸을 섞고 마음을 나눈 두 여자도 최대 호감도가 A+였다. 그나마도 평소에는 B+를 유지 중일뿐이었고 말이다.
‘역시 글쓰기 재능을 올리려면 결정석을 모아야 돼.’
서주환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S급 호감도는 그가 의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설령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전제 조건과 운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그가 원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가.
랜덤으로 가져오는 재능 중 S급 재능이 당첨될 것인가.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지금 결정석이 네 개였지?’
순서대로 민가희, 박도희, 장덕자, 한수아에게 얻은 것이다. 글쓰기 재능을 S로 올리기 위해서는 결정석 여섯 개가 더 필요했다.
‘시스템 레벨이랑 숙련도도 올려야 돼.’
현재 욕망시스템의 레벨은 4. 따라서 그가 올릴 수 있는 현재 재능등급은 A까지다. 그리고 이후 A+까지 올릴 수 있게 된다 하여도 S급으로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숙련도를 쌓아야 한다. 이래저래 S급은 아직 머나먼 이야기였다.
= 오빠, 다음 판 진행해도 돼?
“어어. 나 막판인 거 알지?”
= 응응. 나도 이거까지만 하고 공부하러 갈 거야.
한수아는 수능준비와 방송을 병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나름 잘 준비하고 있는지 모의고사 성적이 거의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한다.
그렇게 매칭을 돌리고 있을 때였다.
띵~동!
현관문에서 벨이 울렸다.
서주환은 벨 소리를 듣는 순간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헉, 맞다. 고미야,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
마이크를 Off로 돌려놓고 후다닥 뛰어나갔다. 현관문을 여니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는 유지경이 보였다.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하하. 안녕, 지경아.”
“이씨! 안녕은 무슨! 자기가 오기로 해놓고 수아랑 방송하고 있냐! 내가 얼마나 황당했는지 알아?!”
오늘은 유지경의 집으로 그가 찾아가기로 했던 날이다. 헌데 깜빡 잊고 한수아랑 합방을 하고 말았다. 유지경은 방송에 그가 나온 것을 보고 씩씩대며 뛰어온 것이었다.
“진짜 미안. 깜빡하고 약속을 이중으로 잡아버렸…….”
“그걸 변명이라고 해!? 이, 나쁜 노예새꺄!”
“미안, 미안. 일단 들어와, 너굴아.”
“진짜 깨물어버린다. 지금 너굴이라고 부르지 마라.”
아무래도 단단히 삐진 모양이다. 솔직히 삐질 만도 했고.
서주환은 방으로 그녀를 들이며 멋쩍게 웃었다.
“그, 너굴아?”
“캬아악!”
“알아따따. 이름 부를게.”
“흥. 뭔데.”
“지경아, 진짜 미안한데, 수아랑 한 판 더 해야 되거든? 조금만 기다주라.”
유지경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
“오, 정말?”
“해봐, 한 번.”
“…하지 말라는 거지?”
“아니, 하라니까?”
“…….”
서주환은 슬쩍 눈치를 보다가 다시 헤드셋을 착용했다. 점점 더 뾰로통해지는 유지경의 얼굴이 보였지만 지금 그만 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뒷감당은 나중에 하기로 했다.
“수아야, 시작하자.”
= 무슨 일이었어, 오빠? 엄청 급하게 뛰어나가던데.
“어? 아, 배달 와서 잠깐 나갔다 온 거야. 주문해놓고 깜빡했네.”
= 아항.
서주환은 적당히 둘러대며 힐끗 뒤를 돌아봤다. 내가 배달기사냐면서 콧방귀를 뀌는 유지경이 보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수아는 몰라도 시청자들 앞에서 있는 대로 다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
= 앗, 게임 잡혔다. 오빠, 이번엔 내가 딜러할래!
“오케이. 그럼 내가 후방에서 보조해줄게.”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고, 한참 플레이를 하던 중이었다.
드르르륵!
유지경이 갑자기 의자를 끌어당겼다. 그가 헉! 하고 당황하는 사이, 그녀가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그가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자 유지경은 씩 입꼬리를 올렸다.
“너굴너굴.”
“…뭐하는 거야?”
= 응? 뭐라고, 오빠?
“아, 아니. 내가 잘못 봤나봐.”
서주환은 급히 변명했다. 순간 마이크가 켜져 있는 걸 깜빡한 것이다.
그때였다.
덥석, 유지경이 바지춤을 잡아왔다.
“너구르르르.”
너구리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머금고 갸릉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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