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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어제, 오늘은 오랜만에 찐한 꾸금씬을 써봤습니다.
히로인(?)들과 달리 육체적인 쾌락만 추구하는 씬이었네요.
그나저나 이제 서주환의 마인드도 이전과 많이 바뀌었군요.
초반에 삽질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장족의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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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론맛세계 님, 자클하게 님, 천태 님, 표버미 님, 엘라이니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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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D
뒤풀이
고개를 돌리자 술에 취한 여자 한 명과 양쪽에서 개수작을 부리고 있는 남자 둘이 보였다.
서주환은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단번에 정황을 파악했다.
인적이 드문 모텔 거리에서 술 취한 여자를 상대로 집적거리는 남자와 비틀거리는 몸으로 거부하는 여자라니 너무 뻔한 상황이지 않은가.
‘저 여자를 구하란 거구나.’
그게 때마침 축복이 작동한 이유인 듯했다.
서주환은 빠른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런 상황이라면 축복이 아니었어도 나섰을 것이다.
헌데 그들이 가까워질수록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어? 잠깐만, 저거…!”
검정 비니와 오버핏 스트릿패션.
도유이가 입고 왔던 옷이다.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다 싶더라니 정말로 아는 사람이었다.
“도이야! 이 씨발! 너희 딱 멈춰!”
서주환은 곧장 자리를 박차고 내달렸다.
*
두 남자는 그가 달려들자마자 부리나케 도망쳤다.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는 와중 키 180이 넘는 덩치가 달려들었으니 당황스러웠으리라. 싸울 생각까지 했는데 귀찮은 일 없이 해결되어 다행이었다.
서주환은 쓰러진 도유이의 뺨을 툭툭 두드렸다.
“도유이, 야, 정신 좀 차려봐. 얘가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주화니 오빠아…?”
초점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혀 꼬인 소리를 내는 도유이.
서주환은 고개를 내저으며 혀를 찼다.
지난 엠티에서 겪었던 바 도유이는 나름대로 술을 잘 마시는 편이었다. 주량은 대충 소주 2병 정도지만 워낙 조절을 잘했다. 그런 애가 어쩌다 이토록 떡이 되도록 마셨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쯧. 하는 수 없지.”
그는 별 수 없이 아이템을 불러냈다. 시스템에서 얻을 수 있는 ‘숙취 해소제’다. 시중에서 파는 일반 제품과 달리 어느 정도 즉효성이 있어서 술을 깨는 데 제격이었다.
“유이야, 이거 좀 마셔봐.”
입을 벌리고 숙취 해소제를 흘려 넣어주었다. 입 밖으로 조금 흐르긴 했지만 효과는 충분할 것이다.
도유이는 어미를 따르는 새처럼 숙취 해소제를 받아마셨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한층 또렷해진 눈빛으로 서주환을 바라보며 민망하게 웃었다.
“아하하… 이제 좀 살 것 같다.”
“이게 웃기는.”
따악!
“악! 왜 때려!”
꿀밤을 놔주자 버럭 소리치는 도유이.
하지만 서주환이 몰라서 묻는 것이냐며 노려보자 찔끔 시선을 피하고 만다.
서주환은 혀를 차며 그녀를 타박했다.
“쯧. 양심은 있어서 다행이네. 너 지금 큰일 날 뻔한 건 알아?”
“으응. 알고는 있었는데 몸이 맘처럼 안 움직였어. 고마워 오빠.”
도유이는 손을 맞대고 싹싹 빌었다. 이게 사과를 하는 건지 감사를 표하는 건지.
그는 이내 픽 웃으며 물었다.
“술은 왜 그리 많이 마셨어?”
“…오늘은 좀 땡겨서.”
“얼씨구. 알았으니까 우선 일어나기나 해.”
“헤헤. 고마워.”
손을 내밀어 도유이를 일으켜주었다.
“아으. 쪽팔려.”
그녀는 아직도 민망한 듯 씁쓸하게 웃으며 옷을 털어냈다.
서주환은 함께 흙먼지를 털어주며 물었다.
“어떡할래? 집에 갈 거면 택시 타. 새벽이라 차 다 끊겼다.”
“…….”
“왜 말이 없어?”
“…집에 가기 싫어.”
도유이는 어쩐지 조금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금 전의 씁쓸해보였던 웃음이 마냥 민망해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주환은 의아하게 그녀를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서 눈꼬리를 긁적였다.
‘경준이 때문에 그런가?’
도유이와 항상 붙어 다니던 조경준. 그는 2차 술자리에서 슬쩍 1학년 썸녀와 빠져나갔다. 도유이가 조경준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잘 판단이 안 섰는데, 지금 모습을 보니 그를 좋아하는 게 맞는 듯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늘따라 유독 술을 많이 마신 것도 이해가 됐다. 실연의 아픔이란 거겠지. 고백도 체 하지 못하고 끝나버렸으니 여러 생각이 들었을 터였다.
서주환은 쩝 입맛을 다시다가 편의점으로 향했다. 졸졸 따라오는 도유이를 데리고서였다.
이내 편의점을 나온 서주환은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유이 넌 담배 안 피우지?”
“그런 걸 왜 피워? 냄새만 나는데.”
도유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제 코를 부여잡고는 서주환게서 조금 물러났다. 그는 큭큭 웃으며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뱉었다. 몇 시간 만에 피우는 담배는 무척 맛있었다.
헌데 워낙 맛있게 피워서일까.
한 걸음 떨어져 그를 지켜보던 도유이가 문득 묻는다.
“오빠, 담배 피우면 좀 어때?”
“응?”
“흡연자들은 스트레스 받을 때 담배 피운다고 하잖아. 술 마시면 더 맛있다면서 막 피우고.”
“어… 스트레스 받을 때 많이 피우긴 하지? 술 마실 때도 그렇고.”
도유이는 그에게 한 걸음 다가오며 말했다.
“그럼 나도 한 대만 주라. 피워볼래.”
“뭐? 야, 안 피우던 애가 뭔 담배야. 피우지 마.”
“아, 왜. 스트레스 풀린다며.”
“아니, 그건 흡연자들 얘기고. 넌 이런 거 피우지… 아 씨, 나 뭐라는 거냐.”
말하다보니 모 영화 속의 센 척 하는 인물이 된 기분이었다. 흔히 ‘니들은 이런 거 피우지 말아라’하고 말하며 가오 잡는 꼰대 말이다.
서주환은 쯧 혀를 차며 담뱃불을 비벼 껐다. 이거 날 잡고 끊던가 해야지 원.
“아무튼 안 돼. 안 피우는 애한테 덥석 주면 그거 개새끼다. 난 개새끼 되기 싫어.”
그리 말한 서주환은 속으로 컹컹 울부짖었다. 생각해보니 이미 개새끼와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다.
도유이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였다.
“치이.”
“얘가 술이 덜 깼나. 갑자기 왜 귀여운 척이야? 입술 안 집어넣어? 죽는다?”
“뭐? 와, 이 오빠 나한테 점점 막말하네. 여자한테 죽는다가 뭐냐?”
“남자한텐 해도 되고?”
“안 되지!”
“술 먹고 꼴은 여자 어떻게 해보려는 놈들한테는?”
“그, 그건 해도 되지. 아 씨, 그만 놀려!”
도유이는 놀림 당한다는 걸 깨닫고는 빽 소리쳤다. 그러면서도 정작 고개는 못 든다. 귓불까지 새빨개진 게 어지간히 쪽팔린 모양이었다.
서주환은 낄낄대며 그녀의 등짝을 팡팡 두드렸다.
“아파! 그만 때려!”
“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갑자기 밥?”
“배고프다.”
몇 시간 동안 섹스를 해댔더니 허기가 졌다.
“너도 클럽에서 어지간히 놀았을 텐데 안 배고파?”
도유이는 문득 배를 문질렀다. 그러고 보니 안주도 없이 술만 마셔댔다. 클럽 내에서 종종 있는 랜덤 추첨으로 양주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참나. 그걸 깡으로 다 마셨어?”
“테이블도 안 잡았는데 일어나서 안주 먹기 불편하잖아. 돈도 아깝고.”
서주환은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불편하니 뭐니 했지만 주된 이유는 돈이 아까워서일 터였다. 댄스 스튜디오에도 회비 대신 청소를 하며 다니고 있는 도유이 아니던가.
서주환은 앞장서 걸어가며 말했다.
“가자, 술유이. 밥 먹으러.”
“누가 술유이야!”
“너요, 너.”
“야!”
“어어? 밥 사주려고 했는데 싫은가 보다?”
도유이는 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오냐.”
서주환은 낄낄 웃음을 흘리며 적당한 가게로 들어갔다.
*
서주환은 직접 고기를 구우며 술을 들이켰다.
“크으. 야, 술유이. 넌 그만 마시지?”
“치사하게 자작하려고?”
“아까 그 꼴을 당하고도 마시고 싶냐?”
“치. 그럼 시키질 말던가.”
도유이는 투덜대다가도 다시 태도를 바꾸었다. 야무지게 쌈을 싸서는 그에게 내밀며 말했던 것이다.
“지금은 우리 든든한 선배님이 계시잖아요. 아~ 하세요, 선배님!”
“얼씨구.”
서주환은 헛웃음을 치며 쌈을 받아먹었다. 하여간 도유이도 어지간히 넉살이 좋았다. 어차피 같이 마시려고 시킨 거긴 했지만.
‘마시고 싶으면 마셔야지. 먹고 잊어버려라.’
술이 고민을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잠시나마 잊게 해주기는 할 것이다.
몇 순배가 돌고, 그는 도유이의 빈 잔을 채워주며 말했다.
“얌마, 너무 슬퍼하지 마. 세상에 남자가 반이다.”
“응?”
“그, 뭐야. 내가 보기엔 경준이 썸녀보다 네가 더 예쁘더라. 그러니까 힘내. 기죽지 말고.”
사실 조경준의 썸녀는 얼굴을 본 적도 없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도유이가 더 예쁠 것이다. 미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다지만 적어도 그가 보기에는 1학년 중에 도유이보다 예쁜 여자는 없었다.
‘물론 하연이랑 지경이는 빼고.’
두 사람은 논외다. 정하연은 애초에 대충 꾸며도 어지간한 연예인 급이었고, 유지경도 살을 뺀 이후로는 눈에 띄게 예뻐졌다. 회귀 전의 유지경이 괜히 여자들의 질투를 받은 게 아니었다.
한편 도유이는 술잔을 받고 눈을 끔뻑였다. 이 오빠가 지금 뭐라는 거야?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저기, 오빠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못 알아듣겠는데.”
“엉? 너 경준이한테 까여서, 아 까인 건 아니지. 아무튼 경준이 때문에 기분 안 좋은 거 아니었어? 그래서 술 마신 거고.”
도유이는 헛웃음을 흘렸다.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완전히 헛짚고 있었던 것이다.
“나 좋아하는 사람 없거든? 공부하고 춤 배울 시간도 없는데 연애는 무슨.”
“그래? 그럼 술 엄청 마신 건?”
“그건 추첨 돼서 마신 거라니까. 아니면 돈 아까워서 마시지도 않았어.”
“아니, 클럽 말고. 너 오늘 하루 종일 기분 안 좋았잖아. 1차에서부터 혼자 달리더만.”
“아, 그거…….”
도유이는 멋쩍게 웃으며 잔을 들이켰다. 의외로 세심한 구석이 있지 않은가. 별로 티를 안 냈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눈치 챘을 줄은 몰랐다.
‘여자애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 같네.’
이 정도로 멀끔하게 생겼는데 적당히 장난도 잘 치고 성격까지 좋다. 2, 3학년 중에도 소개해달라는 애들이 많은 이유가 있었다. 다만 결정적인 단점이라면 얼굴값을 한다는 걸까. 그는 척 보기에도 주변에 여자가 너무 많았다.
도유이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슬쩍 피하며 답했다.
“그건 다른 이유 때문이야. 경준 오빠 때문은 절대 아니고.”
“그래? 완전 헛짚었었네. 그럼 뭐 때문에 그런 거야? 아, 말하기 곤란하면 됐고.”
“…….”
도유이는 조금 망설였다. 곤란하다기 보단 워낙 개인적인 이야기라 민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은 자꾸만 말을 하려고 달싹거린다. 본래 고민이란 어디든 털어놓고 싶은 법이었으니.
“그게 있지…….”
도유이는 잘 떨어지지 않는 입술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서주환은 그 모습을 보고 말없이 빈 잔을 채워주었다.
그녀가 술을 한숨에 들이켜곤 쓰게 웃으며 말한다.
“나 춤 그만둬야 될 것 같아.”
*
서주환은 술을 더 주문하여 도유이와 몇 번이고 잔을 나누었다. 그녀는 어렵사리 서두를 떼고는 횡설수설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가족 문제였구나.’
듣자하니 도유의 부모님은 그녀가 춤을 추는 것을 반대한다고 한다. 정확히는 그녀가 어렸을 적부터 춤을 포함한 모든 예체능을 반대했다.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예체능 계열에서 밥벌이를 하기란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훨씬 불확실한 길이었으니. 심지어 그녀의 부모님은 젊었을 적 각기 연기와 피아노를 전공했다고 한다. 직접 경험한 만큼 예술 계통의 고단함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반대를 한 것이리라.
“축제 영상… 유명해지는 바람에… 우으윽.”
서주환과 도유이가 함께 무대에 올랐던 영상은 알고리즘을 타고 퍼졌다. 그 영상을 본 직장 동료가 그녀의 부모님에게 소식을 알린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뒤풀이 몇 분 전. 도유이는 부모님의 연락을 받았다.
도유이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춤을 그만두라고 통보하였다. 아버지 또한 왜 뒤늦게 그런 길로 빠지냐며 그녀를 타박했다.
결국 도유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고성을 질렀다. 여태 꾹꾹 눌러 담아 놓았던 것을 안 좋은 방법으로 터뜨려버린 것이다. 그녀가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신 이유였다.
“지금까지… 잘, 숨겨왔… 는데…….”
하지만 서주환에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
“욱!”
서주환은 식겁하며 등에 업힌 도유이에게 소리쳤다.
“야, 토하면 죽는다? 토하지 마! 그러게 숙취 해소제 마시라니까! 아, 돌겠네.”
설마 숙취 해소제를 안 마실 줄은 몰랐다. 아이템을 믿고 마음껏 마시며 어울린 것이었는데, 그녀는 숙취 해소제를 술이라 착각하고 마시기를 거부했다.
“우욱!”
“얌마, 도유이!”
서주환은 기겁해서 호텔을 향해 뛰었다.
하지만 결국은 한 발 늦고 말았다.
“브웨에에엙!”
“으아악!”
목덜미가 축축했다.
제발, 제발 건더기는 안 나왔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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