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245화 (24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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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음. 원래 화요일부터 올리려고 했는데 그러면 하루 휴재하는 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올립니다 :D

참고로 슬슬 한동안 뜸했던 19씬이 나올 예정이에요!

*

벽송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오하이요옹 님, 러브7 님, 머하징 님, L루팡 님, 펭귄한마리 님, 이불속은위험해 님, 살과의전쟁 니, DoWon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D

뒤풀이

“어잇. 깜짝이야.”

고개를 돌려보니 쌀쌀한 날씨에도 숏팬츠를 입고 있는 도유이가 보였다. 위에는 소매가 뜯긴 청재킷을 걸쳤는데, 아무래도 무대 의상인 듯 보였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한다.

“뭘 그리 놀래?”

“아냐. 그보다 왜? 너 무대 가야 되는 거 아니야?”

“맞아. 그러니까 보러 오라고. 30분 뒤에 시작이거든.”

“30분 뒤?”

서주환은 손에 들린 칵테일을 내려다봤다. 30분 후면 칵테일의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에 딱 알맞았다. 그는 이내 씩 웃으며 도유이에게 칵테일을 내밀었다.

“그래, 보러 갈 테니까 이거 마시고 힘내.”

도유이는 고맙다며 잔을 받아들었다가 그것이 칵테일임을 깨닫고 미간을 좁혔다.

“오빠 미쳤어? 나 무대 해야 되는데 술을 주면 어떡해?”

“야, 원래 한 잔 마시고 해야 긴장이 풀리는 법이야. 그리고 너 술 잘 마시는 거 내가 뻔히 아는데 한 잔 마신다고 취하겠냐?”

“마음가짐의 문제지!”

서주환은 쯧 혀를 찼다. 짜식이 기껏 좋은 거 주려고 하는데 딱딱하게 굴기는. 그래도 책임감 있는 마인드가 좋게 보이기는 했다.

“안 마시면 버린다?”

“그, 그걸 아깝게 왜 버려?”

“그럼 잔말 말고 마셔. 아, 이거 무알콜이니까 걱정 말고.”

“뭐?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도유이는 무알콜이란 소리를 듣자마자 칵테일을 뺏듯이 채갔다. 그리고는 이내 원샷을 하는데, 이내 밑바닥까지 다 비운 그녀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이게 무알콜이라고?”

“음? 소주가 한 잔 들어갔던가? 뭐 그 정도면 무알콜이나 마찬가지지.”

서주환은 짐짓 딴청을 피우며 시선을 피했다. 그에 도유이가 우쒸! 하고 된소리를 내며 어깨를 때렸다.

“어억! 야, 아파! 지도 맛있어서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마셔놓고는.”

“칫. 어쨌든 무대나 보러 와. 그래도 같이 춤췄던 파트넌데! 어? 와서 응원이나 좀 하라고!”

“아이고. 알았다, 이 년아. 시간 맞춰 갈 테니까 잘 하기나 해.”

“내가 무대 씹어먹을 거니까 걱정 마셔!”

도유이는 씩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소리치고 부스를 나갔다. 고작 술을 한 잔 마셨을 뿐인데 평소보다 훨씬 들뜬 모습이었다.

‘자식, 춤추는 거 엄청 좋아하네.’

하루 온종일 함께 연습을 했던 그는 도유이가 얼마나 춤을 사랑하는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쳐 있는 모습.

마치 그나 최미화가 소설을 대하거나 민가희와 윤슬기가 음악을 대할 때의 모습이었다.

“얘들아, 나 잠깐 나갔다 올게!”

서주환은 당당하게 쉬는 시간을 받아내고 부스를 나섰다. 지금껏 그가 한 일이 워낙 많다보니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가수 오기 전이라 좀 한산하네.’

지금은 초대 가수가 오기 전 학교 학생들의 무대다. 덕분에 아직 인파가 많이 몰리지 않아서 무대 앞까지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

곧 도유이를 비롯한 댄스 동아리 학생들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도유이 멋지다!”

“유이 박력 뭔데! 꺄악!”

“댄동 최고다!”

동아리 학생들의 지인이 꽤 있는 듯 적극적인 응원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불린 이름은 단연코 도유이였다.

“생각보다 인기가 대단하네.”

그리 말한 것도 잠시, 곧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도유이를 보자 납득이 되었다. 도유이는 동아리 학생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 재능만 살펴봤을 때는 한두 단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음에도 독보적인 면모가 있었다.

‘똑같이 B랭크인 사람들 중에서도 혼자만 분위기가 달라.’

댄스 동아리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춤에 관련된 재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현재등급이 B랭크에 이르러 도유이와 동격인 사람도 두어 명 보였는데, 같은 랭크임에도 시선은 도유이에게만 가게 되었다.

‘아이템 효과 때문인가?’

그럴 확률이 높다. 하지만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진 포텐셜이 달라.’

현재등급이 같아도 잠재등급이 다르면 간혹 깊이에서 차이가 나곤 한다. 춤을 추고 있는 도유이에게서 폭발할 듯 말 듯 넘실거리는 무언가가 지켜보는 사람을 자극했다.

둥, 두둥! 드럼 비트에 맞춰서 청재킷에 숏팬츠를 입은 그녀가 몸을 크게 튕긴다. 여성의 몸으로 이렇게까지 파워풀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크게 바닥을 구르는 발짓, 역동적으로 흔들리는 몸체, 손으로 땅을 짚고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는 비보잉 동작이 사람들의 열광을 자아낸다. 하이라이트에서 아주 잠깐 나온 비보잉이 무대 분위기를 폭발시켰다.

“와…….”

서주환은 그저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

‘춤이란 게 진짜 멋있구나.’

바로 전 날에 자신이 췄던 안무는 맛보기였을 뿐이다. 당시에는 그렇게 가슴을 들뜨게 만들었던 것이 지금 이 순간에는 애들 장난처럼 느껴졌다. 그 정도로 도유이의 춤사위는 강렬했다.

스트릿댄스. 춤에도 음악처럼 여러 장르가 있다. 그리고 도유이가 보유한 재능은 스트릿댄스에 특화되어 있었으니, 어제의 아이돌 댄스보다 지금 무대에서 추는 춤이 재능에 적합하다.

둥, 두둥! 두두두둥! 채앵!

더불어 지금은 아이템의 효과까지 받지 않았던가. 도유이는 현재등급을 넘어서 잠재능력을 폭발시켰다.

‘나도 제대로 배워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새로운 취미를 한 가지 늘려야겠다는 막연한 생각. 지금 이 순간 종목이 결정되었다.

*

도유이의 활약으로 출판콘텐츠학과는 다시 한 번 낙수효과를 받았다. 덕분에 칵테일 부스 마지막 날은 마감시간이 되기도 전에 재료가 모두 소진되었다. 서주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분위기를 띄운다며 부스 안에서 춤을 선보인 도유이의 공이 지대했다.

서주환은 재료가 소진된 걸 보고 학과생들에게 소리쳤다.

“장사 끝! 문 닫아!”

“에에엑! 형, 저희끼리라도 더 놀아요!”

“맞아요, 오빠! 벌써 끝이라니 말도 안 돼!”

학생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이게 과연 소심했던 출판콘텐츠학과 학생들이 맞나 싶었다.

서주환은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언제 안 논대?”

“그럼요?”

“뒤풀이해야지. 얘들아, 우리 돈 많이 벌었다! 1번가로 가자! 마음껏 먹고 마셔!”

“와아아아아아!”

진짜 축제는 지금부터였다.

서주환은 피리 부는 사나이라도 된 듯 학생들 수십 명을 이끌고 1번가로 향했다.

*

함께 일을 하면 일종의 유대감이란 게 생기기 마련이다. 축제기간 동안 밤낮 없이 두 개의 부스를 운영한 출콘과 학생들도 이전보다 더욱 돈독해졌다.

코스페라 카페와 칵테일 바.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귀찮다며 싫어하던 학생들도 축제를 성공적으로 끝마치자 무척 즐거워했다.

그래서일까.

학생들은 평소보다 훨씬 높은 텐션으로 빠르게 술을 마셔댔고 금방 취했다. 미리 예약해둔 포차에서 1차가 끝나자 절반이 취해서 돌아갔고, 2차를 따라온 사람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반 이상이 뻗기 직전이었다. 그 중에는 유지경도 있었다.

유지경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서주환에게 달라붙으려 했다.

“주인, 으읍?! 으으읍! 으르르르!”

“지, 지경아! 너 많이 취했다. 집에 가자!”

정하연이 기겁하며 유지경의 입을 틀어막았다. 다른 사람들이 잔뜩 있는 곳에서 주인님이란 소리가 대놓고 나올 뻔했기 때문이다. 그냥 두면 또 어떤 소리가 나올지 몰랐다.

“주환아, 난 지경이 데리고 이만 빠질게.”

“너도 꽤 취한 것 같은데 괜찮겠어?”

정하연도 들뜬 분위기에서 주량을 조금 오버했다. 원체 피부가 하얘서 붉은 기가 도드라졌다.

그때 절제해서 마시고 있던 장덕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누님이랑 지경이는 제가 데려다주겠습니다.”

“고맙다, 덕훈아. 너라면 믿을 수 있지.”

장덕훈이라면 괜히 두 사람에게 개수작 부릴 염려도 없고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상황도 안심할 수 있었다. 187cm의 우락부락한 덩치를 누가 건드리겠는가.

그렇게 세 사람이 자리를 비우고 얼마 후였다. 하나둘씩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기 시작하던 학생들 대부분이 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쌩쌩한 사람은 있었다. 서주환과 이석찬을 비롯해 평소에도 잘 노는 학생들이다. 정정정 세 자매가 마지막 잔을 비워내며 말했다.

“오빠, 우리 클럽가요, 클럽!”

“클럽? 안양에 클럽이 어디 있다고? 끽해야 감주지.”

“홍대로 뛰면 되죠!”

“이 시간에?”

“오히려 이 시간이 핫플인데요?”

맞는 말이긴 하다. 현재 시각은 새벽 1시. 어느 클럽이든 한창 물이 올라 있을 때였다.

“우리 클럽 갈 거예요? 한 번 가보고 싶긴 했는데.”

“오랜만에 춤추고 싶어요!”

“우와. 저 클럼 처음이에요.”

아직 남아있던 학생들도 이미 분위기를 탔다. 대충 남은 인원은 그를 포함해서 십여 명 정도. 서주환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택시 타고 가자. 대신 서로 잘 챙기고 놀아. 클럽 안에서는 내가 못 챙겨.”

““네!””

병아리들이 입을 모아 삐약댔다. 이거 참 보모도 아니고. 잘 노는 학과 애들이었으면 클럽 정도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뻔질나게 드나들었을 텐데 출콘과 학생들은 안 가본 사람이 절반이었다.

“그런데 경준이는 어디 갔어? 분명히 남아 있었는데.”

2학년 부과대인 조경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따. 동갑내기인 그는 서주환과 함께 학생들을 챙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

술을 홀짝이고 있던 도유이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경준 오빠 아까 나갔어.”

“말도없이? 그럴 놈이 아닌데.”

“그 오빠 썸 탄다고 했잖아. 분위기 좋으니까 각 잡고 나간거지, 뭐.”

그 말에 서주환은 슬쩍 도유이의 눈치를 봤다. 지난번 도유이가 장난스럽게 조경준을 포기했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서다. 그녀는 농담이라고 말했지만 그게 단순히 농담인지 진심이 섞인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음. 지금 물어보면 안 되겠지?’

지금 도유이는 어딘가 고민어린 얼굴이었다. 괜히 물어봐서 좋을 게 없어보였다.

도유이가 마지막 술을 털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도 가서 춤이나 춰야지. 클럽 되게 오랜만이네.”

“많이 가봤어?”

“한두 번? 별로 취향은 아니었어서. 그런데 오늘은 더 놀고 싶어.”

“그래. 가서 스트레스나 풀자.”

서주환은 택시 세 대를 잡고 일행들을 네 명씩 나누었디. 총 열두 명의 일행이 홍대 클럽으로 향했다.

*

서주환은 쓰게 웃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역시 이렇게 되네.”

클럽에 입장하고 얼마 안 되어 일행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나마 두세 명씩 짝을 지었으니 괜한 불상사는 생기지 않을 터였다.

‘하긴, 내가 뭐 보모도 아니고.’

나이 차이가 나서 막연하게 챙기고는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모두 성인들이었다. 어떻게 놀든 본인 몸은 알아서 챙기겠지.

‘석찬이 이 새낀 치사하게 혼자 나가냐.’

이석찬은 진즉에 다른 여자를 꼬셔서 클럽 밖으로 나갔다. 얼굴을 보니 학과생은 아니고 클럽에서 만난 여자인 듯했다. 자식, 좀 2:2로 놀 것이지.

서주환은 맥주를 버리고 스테이지로 걸어갔다. 한창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있는 도유이가 보였다. 그녀는 주변에 남자들이 접근하는 걸 손짓 한 번으로 쳐내고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렇게 스테이지 위로 올라가려던 때였다.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메시지가 뜬 직후, 시끄러운 음악 소리를 뚫고 익숙한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오빠!”

“주환 오빠!”

“과대님!”

뒤를 돌아보니 그가 정정이들이라 부르는 유소정, 임수정, 김미정이 있었다.

그는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

“너희 나간 거 아니었어? 아까 다른 남자들이랑 얘기하는 것 같더니.”

“소정이 때문에 텄어요. 얘 너무 까탈스러워요.”

임수정이 미간을 찡그리며 답했다. 그에 유소정이 흥 코웃음을 치며 대꾸한다.

“솔직히 별로였잖아. 딱 봐도 한 번 해보려고 개수작 부리는 게 보이는데 그게 좋아?”

“그건 그랬지만.”

“나도 이건 소정이한테 한 표. 오늘 괜찮은 사람 하나도 없어. 석찬 오빠는 아까 나갔고.”

세 사람은 필터링도 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미 그와 한 번 질펀하게 놀아본 터라 거리낄 게 없는 것이다.

서주환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왜 부른 건데? 너희도 스테이지 가서 춤이나 추게?”

“에이, 춤은 무슨 춤이에요. 괜히 뒤에서 달라붙기나 하지 싫어요.”

“그럼?”

그가 고개를 모로 기울이자 유소정은 야릇하게 웃으며 말했다.

“말했잖아요. 괜찮은 남자 없다고. 오빠 말고는?”

“맞아. 그러니까 주환 오빠가 우리랑 놀아줘요.”

임수정이 말을 받고.

“어차피 애들도 자기들끼리 놀고 있잖아요. 오빠도 그냥 우리랑 놀아요.”

김미정이 혀를 빼꼼 내밀며 말을 끝맺었다. 저번 펜션에서만 해도 이석찬에게 하트를 뿅뿅 날리던 그녀였는데 완전히 미련을 접은 모습이었다.

서주환은 헛웃음을 흘리며 정정정 세 자매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래, 가자. 우리끼리 마시지 뭐.”

그 말에 세 사람이 코웃음을 쳤다.

“마시긴 뭘 마셔요? 이제 와서 이 오빠 왜 이래?”

“술은 됐으니까 놀자고요.”

“뭐 하고 놀 건지는 알죠?”

서주환은 그 당돌한 태도에 끅끅 숨이 넘어갈 듯 웃었다.

‘모텔에 여자 세 명 끼고 들어가도 받아주려나?’

안 그래도 ‘몽마신의 축복’과 A랭크로 강화된 ‘성스러운 씨주머니’ 때문에 정력이 넘치던 참이다. 오늘은 물 좀 진하게 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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