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243화 (24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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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늘까지 최근 4화 분량을 생각하면 사실 전 이미 연참을 한 게 아닐까요?

쪼갰으면 6화 이상 분량도 나왔을 듯!

ㅎㅎ

*

태민이 님, 붉은노을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D

대학 축제

서주환은 늦은 새벽까지 격렬한 시간을 보냈음에도 상쾌하게 아침을 맞았다.

‘역시 수면 재능 덕분인 것 같은데.’

수면 재능을 얻은 뒤로 잠이 눈에 띄게 줄었다. 좀 더 정확히는 수면 시 피로를 회복하는 속도가 빨라진 듯 네 시간 정도만 자도 몸과 정신이 멀쩡해졌다.

‘이 참에 일을 좀 더 늘려볼까.’

글쓰기를 말함이 아니다. 연재 속도는 이미 지금도 충분하고 넘쳤으니 슬슬 다른 취미에 손을 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스템 덕분에 재능도 넘쳐나겠다 뭐든 배워서 나쁠 건 없으리라.

‘뭘 할 지는 나중에 생각하고.’

서주환은 힐끗 시선을 돌렸다. 옆에 누워서 곤히 자고 있는 눈처럼 하얀 미녀. 간밤에 찾아왔던 정하연이다.

목 아래가 붉게 물든 그녀를 보니 새벽의 격렬했던 시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고양이 머리띠와 메이드복을 입고선 부끄러워하던 그녀의 모습에 밤새도록 몇 번이나 싸질렀더랬다. 거칠고 툭툭 내뱉는 말씨와 상반되는 행동이 얼마나 귀엽던지.

“하연아, 아직 자?”

“…….”

“자나 보네.”

서주환은 그리 말하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사실은 그녀가 깨어났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만 해도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있지 않은가. 필시 어젯밤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서 자는 척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사랑해, 하연아.”

기습적인 속삭임에 정하연의 몸이 움찔, 작게 떨렸다. 입매가 꿈틀대는 게 기분 좋은 모양. 서주환은 숨죽여 웃으며 그녀의 뺨에 입술을 맞췄다.

쪽, 하고 소리 나게 한 입맞춤은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뺨을 시작으로 목선을 타고 내려온 입술이 쇄골을 지나 가슴에 닿는다. 그는 풍만하게 솟아오른 하얀 가슴에 입을 맞추며 ‘성스러운 손길’을 활성화시켰다.

【성스러운 손길(Rank: A)】

▶ 효과1: 손으로 대상을 만지면 약간의 흥분도를 올릴 수 있다. 접촉 시간과 만지는 부위에 따라 흥분도가 증가한다.

▶ 효과2: 상급 마사지사의 효과를 발휘한다.

▶ 효과3: 중급 치유의 손길을 사용할 수 있다.

▶ 효과4: 안정의 손길을 사용할 수 있다. 해당 손길은 사용자의 정력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 스킬의 등급 외에도 상대방이 본인에게 가진 호감도에 따라 흥분도의 한계선과 각 손길의 효과가 높아진다.

A랭크가 된 성스러운 손길은 기존의 효과가 한 단계씩 올라갔다. 더불어 ‘안정의 손길’이 새로 추가되었는데, 새로운 손길은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음으로써 상대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기력을 북돋아주는 효과를 갖고 있었다.

서주환은 안정의 손길로 정하연의 가슴을 살며시 움켜쥐었다. 주물럭, 하얀 찹쌀떡이 손의 움직임을 따라 이지러진다. 손에서 흘러나온 따스한 기운이 그녀의 가슴으로 스며들어 밤새 소모한 기력을 보충해주었다.

그것도 잠시, 동시에 활성화된 흥분 효과가 그녀의 몸을 서서히 달구어간다. 검지 끝으로 작게 부풀어 오른 유두를 튕기자 흣, 하고 신음이 새어나왔다.

서주환은 킥 웃으며 속삭였다.

“일어났어?”

“…자는 데 뭐하는 거야.”

끝까지 자고 있던 척을 하는 정하연이다.

그는 끅끅 억눌린 웃음을 삼키고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정하연 특유의 체취가 코끝을 파고든다. 어쩐지 냄새 기호증(Olfactophilia)을 지닌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스읍, 하고 들이킨 체취는 남자를 안달 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여자들은 자신에게서 이보다 더 짙은 페로몬 향을 맡는 걸까. 고작 냄새를 맡았을 뿐임에도 빳빳하게 솟은 자지가 괴로울 정도였다.

‘축복 때문도 있겠지만.’

‘몽마신의 축복’은 아직 효과를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어젯밤 다섯 번이나 사정을 했음에도 자지가 터질 듯 뻐근했다. 그는 이불을 덮은 채로 정하연을 바짝 끌어안고 하부를 들이밀었다.

비비적.

정하연은 자신의 허벅지에 끼워진 물건을 느끼고 작게 입매를 올렸다. 밤새 그렇게나 했으면서… 묘하게 뿌듯한 마음을 숨기고 그를 등진 채 괜히 툴툴댄다.

“아침부터 또 하려고? 너 뼈 삭아.”

“흐. 내 걱정은 괜찮아. 네 몸이 걱정이지.”

“…그건 인정.”

정하연은 빠르게 수긍했다. 하여간 괴물 같은 정력이 아니고 무언가. 오죽했으면 그의 여자가 여러 명이어서 다행이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한참 사귈 적보다 더 강해진 그의 정력은 혼자 감당하기가 버거웠다.

스스로 떠올린 생각이 어이없음에 헛웃음을 짓는 중, 돌연 딱딱한 물건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쯔르륵!

“흣! 너 갑자기… 아흑.”

“싫어? 젖어있길래 너도 하고 싶은 줄 알았지.”

“그건 젖은 게 아니라…!”

밤새 네가 싸지른 정액이거든, 이라고 말하기에는 어쩐지 창피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벌써 속을 꽉 채운 물건이 움직이기 시작한 통에 말 할 정신도 없었다.

“아, 하윽. 앙, 흣!”

“윽. 벌써 쌀 것 같아.”

“나도 금방… 아!”

울컥! 하고 정액이 토해진다. 밤새 그렇게 쌌으면서도 굉장한 양. 얼마나 싸는 건지 자궁에 퍼부어지는 정액이 느껴지는 듯했다.

“하연아, 메이드복 입어주라.”

“…또? 지금 입으면 더러워져. 어제 간신히 빨았는데.”

“오늘은 치파오 입으면 되잖아.”

“아, 진짜. 그냥 하지 귀찮게!”

그리 짜증을 내면서도 결국은 주섬주섬 메이드복을 입는 정하연이다. 서주환은 그녀가 옷을 다 입기도 전에 뒤에서 삽입했다.

쯔르륵!

스타킹을 신던 정하연은 불쑥 들어온 자지에 기겁하며 소리쳤다.

“흐악! 야, 아직 스타킹 한 쪽 못 신었어!”

서주환은 그녀를 뒤에서 껴안고 엉덩이를 붙들었다. 말려 올라간 치마 아래로 아직 팬티를 입지 못한 하얀 엉덩이가 보였다.

“못 참겠어. 그리고 지금도 예뻐.”

“씨이. 이게 입 발린 소리만 늘었어.”

“입 발린 소리가 아니라 입바른 소리지.”

빈말이 아니라 진짜로 예쁘니까 입바른 소리가 맞는 말이다. 그는 후배위로 메이드를 범하며 제안했다.

“대신 나도 네가 원하는 거 해줄게. 뭐든 말만 해.”

정하연은 혹 하는 표정이 되었다. 사실 어제는 미처 말하지 못한 게 있었다. 지금이라도 판이 깔렸으니 오히려 좋은 걸지도.

“…그럼 너도 집사복 입어줘.”

제복은 굳이 페티시가 없어도 로망 같은 것일까. 정하연은 그가 카페에서 입던 집사복을 떠올렸다. 몸이 좋아서 그런지 어깨선에 딱 맞춰 떨어지던 핏이 무척 잘 어울렸더랬다.

서주환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일단 한 번만 싸고 나서.”

“뭐? 아니, 지금 입으라고! 대체 아침부터 몇 번이나 하려고… 아흑!”

정하연은 질 안쪽을 깊게 찌르는 움직임에 허덕였다. 아까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던 오르가즘이 다가온 탓이다.

두 사람은 아침부터 세 번이나 몸을 섞느라 지각할 위기에 처했다. 뛰어가던 중 다리에 힘이 풀린 정하연이 서주환의 등짝을 내리쳤음은 물론이었다.

*

3일 째, 축제의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등짝을 맞으며 등교한 서주환은 집사복으로 갈아입고 음식을 날랐다. 벌써 3일 째이니만큼 사람이 적어질 만도 하건만, 어떻게 된 건지 코스프레 카페는 지금까지 중 가장 호황을 맞이했다.

이석찬이 욕설을 내뱉으며 소리쳤다.

“아, 미친! 우리 카페 SNS에 올라갔었음!”

“엉? 내부에서 사진 금지였잖아?”

“밖에서 홍보하러 돌아다닐 때 찍은 사진이 올라갔어. 사진 좀 작작 찍고 다니지 그랬냐.”

“아니, 뭔 소리야? 첫 날밖에 안 찍었어!”

“아무튼 다른 학교에서도 찾아오겠다고 댓글 수백 개 달렸다. 돌아버리겠네.”

“으악. 이제 그만 벌어도 되니까 오지 말라고 해!”

그때 정하연이 끼어들었다.

“뭔 소리야? 벌 수 있을 때 벌어야지!”

그녀는 이 사태를 기회로 봤다. 곧바로 남은 식재료를 파악한 그녀가 한쪽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여학생들을 지목하여 부른다.

“거기! 소정이, 수정이, 민정이! 너희 놀지 말고 나가서 음식이랑 음료 좀 더 사와! 딴 길로 새면 나중에 죽어!”

“히익! 네, 언니!”

“빠, 빨리 다녀올게요!”

“얼른 다녀오자!”

서슬 퍼런 기색에 농땡이를 피우고 있던 정 트리오가 화들짝 놀라며 답했다.

손님은 갈수록 더 늘어갔다. SNS 댓글에 달렸던 것처럼 정말로 다른 학교에서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석찬이 질린 얼굴로 서주환을 찾았다.

“야, 쭈환! 너 아예 주방은 빠져! 애들한테 맡기고 서빙해, 서빙!”

“이미 하고 있다, 인마!”

서주환은 묘기를 부리듯 여러 접시를 한 번에 날랐다. 그 와중에도 음식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결코 손님과 부딪치지도 않았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카페 안의 메시였다.

‘설마 손재주랑 발재간 재능이 여기서 쓰일 줄이야.’

이 정도면 생활의 달인으로 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는 익숙한 두 여자가 있는 테이블에 음료를 내려놨다.

“너흰 이제 좀 가라. 언제까지 먹으려고?”

여자가 인상을 잔뜩 구기며 적대적으로 답한다.

“손님한테 말하는 것 좀 보게! 이 가게 왜 이래!”

“환이 오빠 너무해! 기껏 얼굴 보러 왔는데!”

그에게 잔소리를 하는 손님은 친동생 서주희와 소꿉친구 한수아였다. 개교기념일을 맞은 두 여자가 축제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것이다.

“수아야, 나중에도 볼 수 있잖아.”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마음 여린 한수아가 움찔 눈치를 본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양보할 수 없다는 듯 결연한 얼굴이 되어 그를 똑바로 마주보며 말했다.

“집사복 입은 모습은 여기서밖에 못 보는 걸!”

“나중에 보여줄게! 아예 너 메이드 옷도 하나 사줄게!”

“정말?!”

한수아의 눈이 똥그래졌다. 그녀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다시 한 번 확답을 듣고선 서주희에게 고개를 돌렸다.

“주희야, 미안! 난 환이 오빠 편이야!”

“뭐, 뭐? 수아 이 배신자!”

“오빠, 내가 도와줄게! 주문 받는 건 나도 할 수 있어!”

“오, 좋은데? 메이드복은 없고 저기 있는 머리띠라도 써.”

“응응!”

즉석에서 알바생을 고용했다!

서주환은 이거 참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서주희에게도 시선을 돌렸다. 강렬한 눈빛을 마주한 서주희가 움찔 몸을 떤다.

“뭐, 뭐? 난 안 도와줄 거야. 일 하러 온 게 아니라 놀러 온 거라고!”

“노트북…”

“아, 진짜! 치사하게 그거 언제까지 우려먹을 거냐고!”

“너 여기 온 거 어머니한테 말한다. 고3이 축제 왔다고 하면 참 좋아하시겠다. 그치?”

“윽!”

친동생을 협박했다. 알바생이 한 명 늘었다!

울상을 지은 서주희는 한수아와 짝을 이뤘다. 그녀는 ‘서가네 분식집’에서 일한 짬밥을 살려서 능숙하게 음식과 음료를 서빙했다.

다만 한 가지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으니, 바로 학과생들 중 몇 명이 한수아를 알아본 것이었다.

“헉. 고, 고미 님 아니세요?”

“앗. 안녕하세요! 한고미입니다!”

한수아는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여 밝게 인사했다. 강아지 머리띠를 한 채 생글생글 웃는 조그마한 여자아이. 그를 마주한 남학생이 짐짓 심장을 부여잡고 헤실헤실 풀어진 얼굴이 된다. 사정은 여학생 팬도 다르지 않았다.

“어떡해! 너무 귀엽다! 진짜 고3이에요?”

“네! 스무 살이에요!”

“헉. 진짜 우리랑 동갑?”

“헤헤. 내년에 저 여기 들어올 거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우, 우와. 나더러 선배님이래…….”

그때 다른 여학생이 질문했다.

“그런데 고미 님이 왜 여기서 일하고 있어요? 저희야 고맙긴 한데, 아는 사람 있는 거예요?”

“환이 오빠 도와주고 있어요!”

“환이 오빠? 설마 주환 오빠 말하는 거예요? 주환 오빠가 방송에 나온 그 환이 오빠?”

“앗, 이거 말하면 안 되나?”

한수아는 무심코 말했다가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그에 옆에 있던 서주희가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괜찮아. 어차피 우리 내년에 여기 오면 다 밝혀져. 아, 맞다. 선배님들? 저희 이 학교 오는 거 당분간 어디 말하지 말아주세요. 비밀 지켜주실 거죠?”

“아, 네. 그럼요. 그런데 누구…?”

“아참, 인사를 안 했네요. 전 오빠 새끼한테 협박당해서 일하고 있는 서주희라고 해요. 우리 수아 편집자고요.”

그제야 서주희를 알아본 여학생이 손뼉을 쳤다.

“아, 주맴이었구나! 1번가에 있는 스완 홍보 영상에서 봤었어요! 실제로 보니까 더 예쁘시다!”

서주희는 방송에서 단순 매니저가 아니라 제2의 스트리머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수아와 둘이서 주고받는 티키타카 덕분에 방송이 더 풍부해졌던 것이다. 그래서 한수아의 팬들은 그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주방 쪽에서 다가왔다. 키 170이 넘는 고양이 메이드다. 메이드는 한창 수다를 떨고 있는 학생들의 어깨를 짚었다.

정하연이 두 여학생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얘들아, 일 안 해? 혼날래…?”

오랜만에 정하연의 ‘카리스마’ 재능이 빛을 발했다. 그간 학과생들과 어울리며 누그러졌던 이미지가 사나운 눈매와 함께 다시 부각되었다.

“히이익! 잘못했어요, 언니! 일할게요!”

“저, 저기 주문하신다!”

정하연은 이내 한수아와 서주희도 돌아보았다. 그녀가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말한다.

“수아랑 주희, 오랜만이네? 가게 도와주고 있는 거야?”

웃는 얼굴이 왜 이리도 무서운 걸까.

한수아는 헉 숨을 들이켜곤 히끅! 딸꾹질을 내뱉었다. 그런 한수아 대신 서주희가 재빨리 대답한다.

“새언니, 저희 일 잘해요! 얼른 일하러 갈게요!”

“새, 새언니?”

“수아야, 빨리 가자!”

서주희는 정하연이 당황한 틈을 타 한수아의 손을 잡고 다시 주문을 받으러나갔다.

홀로 남은 정하연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폭 한숨을 내쉬었다.

“나 화낸 거 아닌데.”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인사한 것이다. 도와주는 게 고마워서 물어본 것이었고.

“너무해…….”

정하연은 조금 상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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