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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축제 편은 어쩐지 편당 분량을 많이 쓸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
으어어. 비축분 모아야 하는데 갈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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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랙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NigerDarkNight 님, 설날 님, 록네임 님, vennev 님, 45481 님, Elcid 님, 천하무적오리 님, wadize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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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D
대학 축제
서주환은 여행을 다녀온 이후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았다. 조수석에는 도유이를 태운 채였다. 두 사람은 안무 연습을 위한 장소로 향했다.
“선배님, 진짜 고마워요.”
“그 선배님 소리 좀 그만해라. 존대도. 안 하던 호칭으로 부르니까 어색해.”
감사 인사는 벌써 질리도록 들었다. 그리고 서주환이 그녀의 부탁을 받아들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학과 장기자랑도 축제에 포함되는 거니까.’
9월의 욕망 퀘스트는 ‘즐거운 축제를 만들어라!’였다. 물론 장기자랑 정도는 빠져도 퀘스트가 완료될 것 같았지만 이왕 하는 거 완벽하게 마무리 짓고 싶었다.
도유이가 민망하다는 듯 혀를 낼름거렸다.
“헤헤. 사실 나도 오빠한테 선배님이라고 부르려니까 좀 이상했어.”
“그보다 원래 멤버는 어쩌다 다친 거야? 춤추다 그랬나? 걔도 댄스 동아리였잖아.”
“아니, 그 새끼 언덕에서 친구들이랑 장난치다가 굴렀대! 하필 발목 인대가 상해서 도저히 춤 출 상태가 아니더라. 그나마 크게 다친 게 아니라서 다행이지.”
인상을 찌푸리며 화를 내다가 걱정으로 마무리하는 도유이였다.
“아무튼 남자 멤버가 없어서 곤란했는데 딱 오빠 생각이 나지 뭐야.”
“내 뭘 믿고? 갑자기 무대에 올라가서 되려나 모르겠다.”
“에이, 걱정 마. 엠티 때 장기자랑 하는 거 보니까 춤 잘 추더라. 금방 배울 거야.”
“하루만에?”
“아하하… 내가 열심히 가르쳐줄게. 밤샘하면 될 걸?”
결국 집에 갈 생각은 말라는 소리다.
서주환은 짐짓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후우. 대신 맛있는 거 사라.”
“그, 내가 지금은 여유가 없고 나중에 사도 될까?”
서주환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려면 진짜로 가난한 대학생을 뜯어먹으려고 한 말이겠는가.
“그럼 밥은 됐으니까 3일차 저녁 부스에 와서 분위기 띄워. 그때면 동아리 활동도 완전히 끝났을 테니까 시간 되지?”
부스에 와서 분위기 좀 띄운다고 그에게 무슨 이득이 있을까. 더군다나 도유이도 출판콘텐츠학과였으니 마지막 날 참석은 당연했다.
그녀는 서주환의 배려에 내심 고마워하며 활짝 웃었다.
“좋아!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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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환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도유이의 안내를 따라갔다. 얼마 걷지 않아 곧 큼지막한 건물 하나가 나왔다.
텐 밀리언 댄스 스튜디오(10MILLION Dance Studio).
“와, 내가 여길 와보네. 너 되게 유명한 데 소속되어 있었구나.”
텐 밀리언은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댄스 스튜디오다. 실력자들이 대거 분포한 것은 물론 레슨을 잘하기로도 이름이 높았다.
“소속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그냥 수강생이야.”
도유이는 민망한 듯 말했지만 서주환은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이 정도 재능이 고작 수강생이라고?’
<도유이>
성별: 여성
나이: 21살
키: 165cm
몸무게: 51kg
호감도: C
페티시: Choreophilia(上)
보유 재능: 스트릿댄스(B/A+), 안무가(C/A+), 충동(B/A)
[Choreophilia(코리오필리아)는 춤을 출 때 흥분을 느끼는 기호증입니다.]
가장 높은 상위 세 가지 재능 중 두 개가 춤과 관련된 것이다. 재능만 놓고 봤을 때 도유이는 천성이 춤꾼이었다.
‘하긴 아직 나이도 어리고 현재등급은 애매하니까.’
각 분야가 요구하는 프로로서의 재능치는 각기 다르다. 서주환은 B랭크를 기준으로 프로와 일반인의 경계를 두고 있었지만 그 기준은 어디까지나 임의적인 것이었다.
도유이는 그를 이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늦은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걷던 중 몇몇 사람이 나타났다.
“어? 유이야!”
키가 큰 여자 한 명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잰걸음으로 다가와 도유이를 꼭 껴안았다.
“왜 이렇게 늦었어. 얼굴도 못 볼 뻔했네.”
“우윽. 언니, 답답해요! 그리고 늦는다고 전화로 말했잖아요!”
“그래도 다 끝나고 올 줄은 몰랐지!”
“아으, 이제 좀 놔줘요. 그보다 여기 인사해요. 아까 말한 우리 학과 선배에요.”
여자의 시선이 뒤에 있던 그에게로 향했다. 서주환은 웃는 얼굴로 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유이 학과 선배입니다. 서주환이라고 해요.”
“전 성유라에요. 혹시 우리 유이 남친이에요?”
“네?”
갑작스런 질문에 그가 눈을 끔뻑이니 성유라가 깔깔 웃었다.
“아닌가 보네요. 그럼 혹시 여자친구 있어요? 없으면 좋겠는데.”
그리 말하면서 눈을 찡긋하는 성유라. 그에 뒤 따라 오던 여성들이 야유를 퍼부었다.
“유라 언니 또 저러네!”
“저 언니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 너무 적극적이야.”
“언니, 그러면 오던 남자도 도망가요!”
“나도 서른 중반이 넘어가면 이렇게 급해지는 건가?”
매서운 놀림에 성유라가 도끼눈을 뜨며 돌아봤다.
“이 년들이? 나이 가지고 그럴래! 너흰 나이 안 먹을 것 같아!”
서주환은 그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조금 전의 작업은 자신에게만 한 것이 아니라 수시로 벌어지는 일인 듯했다. 그보다 저 얼굴이 서른 중반을 넘긴 외모라니 무척 놀라운 일이었다. 많이 쳐도 서른 초반 정도로 보이는데.
성유라는 뒤에 선 여성들을 한 번 째릿 노려보더니 다시 서주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유이 말로는 춤에 소질이 있어 보인다던데, 관심 있으면 놀러 와요. 싸게 해줄게.”
“하하.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저 여자친구 없어요.”
“오, 정말? 지금 그 말을 한다는 건, 나한테 관심 있다는 뜻?”
“큭큭. 그런데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헐. 그냥 넘어가면 되는 걸 굳이 다시 꺼내서 맥이는 거였네?”
성유라는 다시금 도끼눈을 뜨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잘생겼으니까 봐줬다. 아무튼 연습 열심히 해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성유라는 여성들을 이끌고 두 사람을 지나쳤다. 지나가는 말로 그가 도유이와 썸을 타는 게 아니냐고, 도유이의 눈이 생각보다 높다는 말이 들려왔다. 동시에 유이만 아니었으면 내가 번호 따는 건데! 하는 소리까지. 확실히 얼굴이 잘생겨진 후로 사람들의 호감을 얻는 게 쉬워졌다.
그때 돌연 성유라가 뒤돌아보며 소리쳤다.
“우리 연습실 방음 잘 되니까 참고해요! 아, 뒷정리는 티 안 나게 깨끗이 해야 하는 거 알죠?”
그리 말하며 눈가를 찡긋, 혓바닥을 낼름, 장난스러운 미소까지 지어 보이는 성유라. 끝까지 유쾌한 모습에 서주환은 폭소를 터뜨렸다.
“푸하하. 참고하겠습니다!”
“아니, 뭘 참고해! 언니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선후배 사이… 아이씨, 갔잖아.”
도유이는 분하다는 듯 발을 굴렀다. 그리고 이내 서주환을 돌아보더니 투덜댔다.
“미리 말해두지만 주환 오빠는 내 취향 아니야.”
“이걸 고백도 안 했는데 찬다고? 너무하네. 나 확 돌아가?”
“아, 아니이! 그게 아니라 오해하지 말라는 뜻이지!”
짐짓 몸을 돌리려는 시늉을 하자 도유이는 찰싹 달라붙어서 팔을 붙잡아왔다.
‘얘가 은근히 볼륨감이 있네.’
그런 생각도 잠시, 짓궂은 얼굴로 이걸 어떻게 골려먹을까 머리를 굴렸다. 그러자 도유이가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 얼굴! 그 표정!”
“엉?”
“오빠 지금 나 놀리려고 했지.”
“하하. 티 났어?”
“엄청 티 났거든? 그런 부분에서 오빠랑 내가 안 맞는 거라고. 나도 놀리는 쪽이지 당하는 쪽이 아니란 말야. 상성이 겹쳐.”
조금 전 누님들을 생각하면 마냥 그런 것도 아닌 듯했지만 서주환은 굳이 따지지 않았다. 헌데 그 모습이 어떻게 비췄던 걸까. 도유이는 그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 뭐,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내가 오빠가 싫다는 게 아니거든? 일단 꽤 잘생겼고 성격도 좋으니까.”
“오. 갑자기 칭찬? 더 해봐.”
“으휴. 키도 크고, 넉살도 좋고, 공부도 잘해! 됐어?”
연이은 칭찬에 서주환은 낄낄대며 끄덕였다. 엎드려 절 받기였지만 뭐 어떠랴. 칭찬이란 것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었다.
그런데 듣다보니 문득 궁금해진다. 이렇게 숨도 안 쉬고 칭찬할 정도면 관심이 있을 법도 하다. 헌데 그런 것치고는 조금 전 도유이가 질색하던 반응도 분명 진짜였다.
서주환은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런데 왜 갑자기 선 그었어?”
도유이는 그 태연한 질문에 눈살을 구겼다.
“뭐야, 내가 좋아하면 좋겠어? 지금 꼬시는 거?”
“아니, 진짜 궁금해서 그래. 진짜 성향이 겹쳐서는 아닌 것 같고.”
“웃기는 오빠네. 그런 걸 대놓고 물어보고.”
도유이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보더니 이내 풋 웃음을 터뜨렸다.
“솔직히 오빠는 같이 있으면 재밌긴 하거든? 그런데 남자친구로는 진짜 아니야.”
“그러니까 왜?”
“오빠는 주위에 여자가 너무 많아.”
“아.”
단번에 납득이 되는 이유였다.
도유이는 그걸 납득하는 것도 조금 재수 없다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오빠는 내 남친 후보에서 탈락이다 이 말이지.”
“오. 그 발언은 네가 더 재수 없는 것 같은데.”
“히히. 그랬나? 아무튼 이제 연습 시작하게 옷 갈아입고 와. 저기가 탈의실이야.”
서주환은 집에서 가져온 반팔과 반바지로 갈아입었다. 탈의실 밖으로 나오니 그와 비슷한 차림을 한 도유이가 음악을 세팅하고 있었다.
도유이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했다.
“역시 팔다리가 길쭉길쭉해서 보기 좋다. 춤 출 맛 나겠어.”
“아까도 말했지만 난 춤이라곤 셔플이랑 크록하밖에 몰라.”
“으음. 걱정 마. 안 그래도 오빠 파트는 조금 줄이려고 했거든. 나도 양심이 있지 하루 만에 동아리 활동하는 애만큼 잘하길 바라진 않아.”
원래 함께하기로 했던 남자 멤버는 도유이와 같은 댄스 동아리였다. 기본 실력이 꽤 뛰어나다는 뜻. 그래서 본래 파트는 상당히 난이도가 높았다.
“우선 내가 먼저 보여줄게. 안무 먼저 익히고 동선은 나중에 하자. 어차피 내일 낮에 다른 애들이랑 맞춰봐야 되니까.”
서주환은 아직 안무를 보지도 못했다. 이것이 다른 멤버들이 함께 오지 않은 이유였다. 안무 외우기도 바쁜데 같이 있어봐야 동선을 맞춰볼 일이 없다.
하지만 도유이는 곧 그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오빠, 진짜 춤 배운 적 없어?”
“없어. 셔플이랑 크록하도 혼자 영상 보고 익힌 건데?”
“재능충 죽어…….”
도유이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곧잘 출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두어 번 보여주면 완벽하게 따라 추다니 이게 바로 재능이란 거구나 싶었다.
반면 서주환은 허탈해하는 그녀를 보며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도대체 누가 재능 운운하는 건지 모르겠다. 실상 잠재능력을 따지면 도유이가 그를 앞서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내 재능이 더 높지만.’
욕망 시스템의 레벨이 상승하면서 랭크를 A까지 올릴 수 있게 됐다. 그는 연습실에 들어오며 막 미뤄두었던 춤 재능의 랭크를 올린 참이었다.
도유이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발을 통통 굴렀다. 아무래도 고민할 때 습관인 듯했다. 이내 그녀가 고개를 번쩍 들고 말한다.
“오빠, 처음부터 다시 하자.”
“엉? 처음부터?”
“응. 진짜 미안한데, 오빠 하는 거 보니까 원래 안무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지 뭐.”
서주환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연습을 한 번 해봤더니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A랭크로 올린 재능을 믿는 것도 있었고.
하지만 다시 시작된 연습에 그는 진땀을 빼야했다. 이거 난이도가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스텝을 밟는 일부분 외에는 같은 동작이 거의 없었다.
“거기서 하나! 둘! 찍고 턴! 돈 다음엔 손 크게 들고 손끝은 펴고!”
“헉, 후욱. 으아아.”
“잘했어, 오빠. 잠깐 쉬자.”
서주환은 쉰다는 말에 곧장 널브러졌다.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아무리 A랭크 재능이 있어도 춤을 배워본 적이 없다보니 복잡한 동작들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반면 도유이는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며 작게 호흡을 골랐다. 그렇게 움직였음에도 별로 지치지 않은 모습이다. 체력적인 문제를 떠나서 춤에 대한 숙련도가 달랐다.
‘아까 했던 게 진짜 나한테 맞춰서 다 바꿔줬던 거였구나.’
원래 멤버가 오늘 낮에 다쳤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동작들을 반나절 만에 초보자용으로 다듬었던 것이다. 안무가 재능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서주환은 숨을 고르고 다시 일어났다. 춤은 몰라도 운동을 했던 가락이 있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오래 널브러져 있을 수는 없었다.
‘헬창의 축복 사용.’
[3,000LP가 소모되었습니다.]
[헬창의 축복이 24시간 동안 적용됩니다.]
헬창의 축복은 비단 헬스를 할 때만 적용되는 축복이 아니다. 남성 호르몬이 대폭 상승하는 것은 물론 모든 운동을 함에 있어 숙련도가 200% 증가한다. 또한 근육의 회복 속도가 300% 상승하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운동할 수 있었다.
“유이야, 다시 하자.”
“와. 오빠 체력 진짜 좋다. 처음 하는 사람들은 금방 나가떨어지는데.”
“남자 아이가.”
“풋. 남자가 무슨 상관이야. 아무튼 그럼 다시 할게. 이번엔 배웠던 곳까지 끊지 말고 해보자.”
“오케이.”
도유이가 춤을 췄다. 탕탕 발을 구르고 몸을 튕기면서 팔을 크게 움직인다. 그보다 15cm이상 더 작은 몸이었음에도 파워풀한 동작이었다. 서주환도 그 동작을 따라하며 몸에 익혔다.
서주환은 그렇게 몇 시간 동안이나 춤 연습에 매진했다. A랭크의 춤 재능 덕분에 익히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그가 잘할수록 도유이가 원하는 기준치가 점점 더 높아졌던 탓이다.
그녀는 끝내 안무를 외우는 것을 넘어 자신의 동작과 합을 맞춰보자고 제안했다. 그 말에 서주환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고 보니 이거 얘 파트가 아니었잖아?’
워낙 잘 추기에 잊고 있었는데 도유이가 지금까지 가르쳐준 것은 다른 남자 멤버의 파트다. 본인의 파트는 따로 있다는 소리. 그럼에도 높은 완성도를 보인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역시 재능이 높아도 숙련도에서 차이가 나는구나.’
도유이의 현재 재능등급은 B랭크. 반면 그는 A랭크다. 하지만 실력적인 우위는 단연코 도유이가 압도적이다. 그의 재능이 더 높아도 지식과 숙련도가 없는 탓이었다.
욕망 시스템으로 재능을 올린다고 해서 같은 등급의 사람들보다 뛰어난 게 아니다.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새삼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이 오빠 완전 괴물이네. 그 계집애들 마음을 좀 알 것 같아.’
반면 도유이는 계속해서 따라오는 서주환에게 거듭 감탄하고 있는 중이었다. 춤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습득력을 보이는 서주환. 그를 보고 있으면 감탄과 동시에 질투까지 일어날 지경이었다.
“하! 여기서 찍고, 돌고, 틀고. 맞지?”
“어, 어어. 맞아. 잘했어, 오빠.”
분명 처음엔 동작들이 어색했는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마치 원래부터 알고 있던 동작들처럼 몸에 익힌다. 또 춤선은 어찌나 좋은지 오히려 이쪽에서 배우고 싶을 정도였다.
‘일 년 정도 배우면 나보다 잘 추지 않을까?’
도유이는 알지 못했지만 그 생각은 얼추 들어맞았다. 욕망 시스템을 사용하는 서주환은 재능등급을 올린 랭크만큼 숙련도에 보정을 받는다. 연습에 매진한다는 가정하지만, 그렇게 되면 1년도 필요 없이 몇 달이면 그녀를 뛰어넘을 터였다.
하지만 그보다 오랜 시간을 두고 생각한다면 지금의 서주환은 결국 도유이를 넘어서지 못한다. 그녀야말로 누구보다 찬란한 재능을 갖고 있었으니까.
‘재밌다. 이거 진짜 스튜디오에서 한 번 배워봐?’
‘얼마 만에 이렇게 마음껏 추는 건지. 엄청 즐거워!’
높은 재능이 서로를 알아봤음인가.
서주환은 도유이에게 안무를 배우며 힘든 것도 잊고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와 함께 춤을 추는 도유이도 작게 올라왔던 질투라는 감정을 털어 낸지 오래였다. 다만 춤을 추는 이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서주환은 발로 땅을 강하게 찍으며 앞으로 나섰다. 음악에 맞춰서 몸을 튕기고 격렬하게 움직인다. 도유이와 둘이서 합을 맞추는 마무리 구간이었다.
‘여기서 멈추고, 무릎을 굽힌 다음 셔츠를 잡아끌듯이.’
동작을 취하자 바로 옆에서 춤을 추던 도유이가 그대로 턴을 돌며 품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서주환의 티를 살며시 잡고 까치발을 든 채로 얼굴을 마주본다.
‘확실히 이렇게 하면 키스하는 것처럼 보이겠네.’
셔츠로 관객석을 가린 채 서로의 얼굴을 가까이 맞대는 마무리 동작. 거리가 가까워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았다.
“훅, 후우.”
“하아, 하아.”
밀착하니까 서로의 숨결과 열기가 느껴졌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 그녀의 상기된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그때였다.
“쪽.”
척이 아니라 정말로 키스해버린 것은.
도유이 쪽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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