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239화 (23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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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내일은 저번에 말씀드렸 듯 목과 허리 검사를 위해 잠시 입원할 것 같습니다.

그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

그림자꿈 님, 카노이스 님, 자홍청예랑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D

축제 준비

2학년들에게 학과에서 운영하기로 한 부스의 컨셉을 전달했다. 한 발 빠져서 관망하던 2학년들은 컨셉을 전해 듣고 크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아니, 선배, 웬 코스프레 카페에요?”

“옷 대여하면 학과 지원비로 부족해요!”

“우리 그냥 다른 거 하죠. 저녁에 칵테일 바만 해도 힘든데 무슨 코스프레 카페를…….”

“그거 보통 골치 아픈 게 아니에요.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언제 다 꾸며요?”

처음에는 반발이 꽤 있었다. 귀찮아서 1학년들에게 전권을 맡겨놨더니 생각지도 못한 컨셉에 생고생을 하게 생긴 것이다.

하지만 반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난 좋은데? 재밌을 것 같잖아.”

“맞아! 우리도 재밌는 것 좀 해보자!”

“주환 오빠가 사비로 충당한다잖아. 잘 팔면 회수하고도 남을 걸?”

“1학년들이 아이디어 잘 냈네. 그리고 우리가 맡겨놓고 이제 와서 취소하자고 하는 것도 이상해.”

찬성보다 반대 비율이 더 많았지만, 막상 목소리가 큰 사람들은 찬성하는 쪽이었다. 여태 학과 분위기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활발한 성격의 학생들이다. 서주환은 그들을 등에 업고 강력하게 밀어붙여서 결국 2학년들을 설득했다.

인원들이 해산하고 2학년 과대와 부과대만 남았다. 과대는 MT 때 사회를 맡았던 도유이고, 부과대는 서주환과 장기자랑에서 랩을 했던 조경준이다. 두 사람은 상반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축제 엄청 재밌겠다!”

“이번 축제 엄청 빡세겠네…….”

참 극과 극인 반응이다.

조경준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말했다.

“코스프레 카페랑 칵테일 바가 진짜 우리 학과 애들한테 나온 의견이라고?”

“하나 더 있어. 홍보 수단으로 팻말 들고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어주기로 했다. 팻말은 오늘 저녁부터 바로 만들 거야.”

“허. 이번 1학년들은 되게 특이하네. 대충 도서카페나 운영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나오긴 했는데 내가 바로 컷했지. 재미없게 그게 뭐냐.”

서주환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조경준은 헛웃음을 짓고선 고개를 내저었다.

“너랑 석찬이 때문인지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 원래 우리 학과 애들은 귀찮은 거 싫어하고 조용해서 축제 때도 별 거 없었거든.”

서주환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에 픽 웃음을 흘렸다. 한 번 졸업까지 해봤는데 그걸 모르겠는가.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는 애들이 없어서 그런 거지. 한 번 물꼬 트이니까 조용하던 애들도 신나서 떠들더라.”

“하긴, 2학년 중에도 좋아하는 애들이 꽤 있었으니까.”

아무려면 사람이 몇 명인데 조용한 사람들만 있을까. 바로 옆에 있는 도유이만 해도 잔뜩 들뜬 상태였다.

“오빠, 나도 코스프레 할 수 있어? 잠깐만 입어보면 되는데!”

“그야 당연하지. 아예 메이드복 입고 서빙 해.”

“엑. 그건 좀. 축제 때 동아리 활동 때문에 학과 행사는 오래 참여 못해.”

“아, 너 댄스동아리였지.”

도유이는 출판콘텐츠학과에 몇 없는 희귀종이다. 끼가 넘쳐서 MT의 사회자를 맡기도 하고 댄스동아리에서 나름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했다.

“이번에 공연 있어서 연습해야 되거든. 동아리 말고 우리 학과 내부에서도 장기자랑 나가야 돼.”

“아, 맞네. 그것도 있었지.”

축제 중에는 학과마다 나와서 장기자랑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물론 필수는 아니어서 출판콘텐츠학과는 매년 빠졌던 종목이다.

“히히. 나랑 2학년 몇 명만 나갈 거야. 1학년들한테 장기자랑까지 시키면 좀 그렇잖아.”

“그럼 고맙지. 어차피 하려는 애들도 없어.”

“오빠도 하면 좋을 텐데. 춤 좀 추잖아.”

“난 1학년 관리해야지. 부스만 해도 고생길이 훤하다. 옷도 알아봐야 되고.”

“그럼 어쩔 수 없지.”

도유이는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듣자하니 이번에는 남자 한 명을 중심에 세워놓고 여자 넷이 춤을 추는 컨셉으로 갈 거라고 한다.

“2학년 인싸들을 다 모아놨구만.”

“처음엔 경준 오빠한테 부탁했는데 거절당했어. 너무하지?”

도유이가 조경준을 흘기며 말했다. 조경준이 펄쩍 뛰며 발작한다.

“뭐가 너무해! 난 춤 같은 거 못 춘다고!”

“에이, 시키면 잘 할 것 같은데.”

“안 해!”

조경준은 질색하며 도유이한테서 떨어졌다. 안 그래도 그는 도유이 때문에 원하지도 않던 부과대를 맡고 있었다.

“3학년 때는 과대 시켜야지.”

“누구 맘대로?”

“그럼 학생회장?”

“저리 가라, 이 악마야!”

짓궂은 얼굴로 장난을 치는 도유이와 질색팔색하는 조경준. 저래 보여도 둘이 과대, 부과대로 붙어 다니며 많이 친해진 듯했다.

서주환은 그 모습을 보다가 실실 웃으며 물었다.

“너희 둘이 사귀냐?”

그 말에 도유이는 눈을 깜빡이더니 씩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고 조경준을 돌아봤다.

“경준 오빠, 나한테 관심 있어?”

“으엑. 뭔 헛소리?”

조경준이 경기를 일으키며 물러났다. 진심으로 싫다는 반응이었다.

“헐, 너무해. 소녀의 순정을 짓밟다니.”

“아오. 얘 또 지랄병 도졌네. 나 먼저 간다!”

조경준이 도망갔다. 도유이가 그 뒷모습을 보며 깔깔댔다.

서주환은 헛웃음을 흘렸다.

“유이 너 진짜 악질이다.”

“이히히. 경준 오빠 반응 재밌잖아.”

“으이그. 순진한 경준이만 불쌍하지.”

“엥. 까인 건 난데?”

그 뻔뻔한 태도에 서주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러자 도유이가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아니, 누가 보면 내가 경준 오빠 갖고 논 줄 알겠네. 저 오빠 썸녀 있어.”

“…엉?”

“몰랐어? 그래서 나도 맘 접은 건데.”

“어, 아니, 너 진짜 경준이 좋아했어?”

서주환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그에 도유이는 다시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꺄하하핳. 당연히 농담이지. 아, 그런데 경준 오빠한테 썸녀 있는 건 진짜야. 1학년인데 조만간 사귈 듯.”

서주환은 눈을 끔뻑이며 도유이를 바라봤다. 워낙 능청스러워서 진담과 농담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았다. 조경준을 정말로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조금 전 말했던 것처럼 장난인지.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

오히려 신경이 쓰이는 건 도유이가 아니라 1학년이라는 조경준의 썸녀다. 혹시 그 자신과 연관이 있는 여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1학년 누군데?”

“에이, 거기까진 말하면 안 되지.”

“야, 그러지 말고 말해봐. 아무한테도 안 말할게.”

“몰라!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

그리 말한 도유이는 후다닥 뛰어갔다. 2학년들이 있는 방향이었다.

혼자 남은 서주환은 눈꼬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쓰읍. 누구지. 설마 정정이들은 아니겠지? 아니면 좋겠는데.’

빼앗겼다는 생각이나 소유욕 같은 것 때문이 아니다. 고작 섹스 한 번 했다고 그런 감정을 느끼겠는가. 다만 친구의 여자친구가 관계를 가졌던 사람이면 찝찝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아, PTSD오네.’

언젠가 이정훈의 여자친구와 떡을 쳤을 때가 떠올랐다. 자는 중 덮쳐오기에 당연히 민가희인 줄 알았는데 윤슬기인 걸 알고 얼마나 놀랐던가.

물론 그때와는 경우가 다르다. 그래도 가능하면 조경준의 썸녀가 부디 자신과 연관 없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

서주환은 여느 때처럼 아침에 일어나 뽑기를 돌렸다. 그리고 환호성을 질렀다.

“으라쌰아! 드디어 나왔다!”

고대하던 ‘몽마신의 축복’이 드디어 나왔다. 게다가 오랜만에 나온 장비 아이템도 무척 흥미로웠다.

【꼬리 동물 애널 플러그】

▶ 효과1: 사용자가 원하는 동물의 꼬리로 형태가 바뀌며, 착용 시 해당 동물의 귀가 생긴다.

▶ 효과2: 착용하고 있는 동안 미약한 복종심이 생기며 귀와 꼬리가 성감대로 변한다.

※ 착용자는 귀가 생긴 것에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다.

※ 꼬리뼈 부근에 부착 형식으로도 착용이 가능하다.

아이템 효과를 읽자마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이미 이 아이템의 주인은 정해졌다.

‘나중에 지경이한테 써야겠다.’

아예 코스프레 카페에서 착용시켜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생각을 달리했다. 귀와 꼬리가 성감대로 변한다는데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착용시킬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스킬 뽑기.”

서주환은 루시의 조언 때문에 미루고 미뤄왔던 스킬 뽑기를 구매했다.

[성(性)에 관한 강력한 행운이 개입합니다.]

[스킬, 여의봉(如意棒)이 지급됩니다.]

【여의봉(Rank: -)】

▶ 효과1: 성기의 길이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 효과2: 성기의 굵기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 최대 길이와 굵기는 실제 성기 사이즈에 비례한다.

랭크가 없는 스킬.

설명을 보자 왜 루시가 축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 수아랑 제대로 할 수 있겠다!’

작은 몸집에 비해 자지가 너무 커서 아파하던 한수아. 스킬을 사용하면 알맞은 사이즈로 조절이 가능할 것이다.

비단 한수아에게만 좋은 게 아니었다. 당연하지만 여자의 질은 남자의 물건처럼 그 길이와 폭이 제각각이다. 달리 말하면 각자 딱 맞는 자지가 따로 있다는 뜻.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게 아니었다.

‘하연이 말고 다른 애들한테도 맞는 사이즈를 연구해봐야겠네.’

서주환의 현재 사이즈는 거의 정하연 맞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다른 여성들보다 키가 커서 그런지 질도 깊어서 그의 물건과 딱 맞았다.

“우선 길이랑 굵기부터 늘리자.”

작게 만드는 건 여의봉으로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크게 만드는 건 실제 크기까지다. 그동안 모아둔 ‘내 마음대로 쥬지 커스텀’ 아이템을 사용할 필요성이 있었다.

[길이가 9cm, 둘레가 3cm 커집니다.]

이로써 그는 최대 길이 27cm, 둘레 18cm의 말도 안 되는 대물이 되었다.

“이게 뭔…….”

서주환은 하체 중심부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에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발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불편감이 들었던 것이다.

‘최대 사이즈를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네.’

이 정도 크기면 쾌감이 아니라 고통을 줄 것 같았다. 잘못하면 여성의 질이 찢어져버릴지도 모른다.

서주환은 이내 스킬을 사용해서 사이즈를 조절했다. 승천하기 전의 이무기가 구렁이 정도의 사이즈로 되돌아갔다.

“특수능력 변환.”

다음은 특수능력을 변환 할 차례다.

변환할 목록은 ‘신속한 수면’과 ‘속기사의 타속’이었다.

‘둘 다 별로 도움이 안 돼.’

신속한 수면은 한수아를 통해 얻은 ‘수면’재능의 특수능력이다. 효과는 눕자마자 잠을 잘 수 있게 해주는 것. 평소에도 잠을 잘 자고 ‘달콤한 숙면제’ 아이템까지 있는 그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능력이었다.

속기사의 타속도 거품이 빠진지 오래였다. 처음 나왔을 때야 환호했지만 지금은 오타 없이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에 불과했다. 글을 빨리 쓰기 위해 필요한 건 타속이 아니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머리였다.

‘속기사는 개뿔. 분당 100타만 쳐도 한 시간에 한 편이다.’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특수능력이 아닌 ‘집중의 축복’이었다. 속기사의 타속은 오타 없이 타자를 칠 수 있는 능력에 불과했다.

[200,000LP를 사용합니다.]

[특수능력, ‘신속한 수면’이 ‘자각몽(自覺夢)’으로 변환되었습니다.]

[특수능력, ‘속기사의 타속’이 ‘독자의 눈’으로 변환되었습니다.]

서주환은 변환된 능력을 확인했다.

【자각몽(自覺夢)】

▶ 효과: 꿈속에서도 미몽에 빠지지 않습니다.

※ 자각몽을 꿀 경우 수면으로 얻을 수 있는 피로회복이 늦어집니다.

【독자의 눈】

▶ 효과: 자신이 쓴 글을 온전한 독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단조로운 설명.

그러나 서주환은 환호했다.

“나이스!”

두 개 모두 엄청난 능력이었다.

자각몽은 다른 말로 루시드 드림이라고도 한다. 미몽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은 꿈속에서도 제정신을 똑똑히 차릴 수 있다는 뜻일 터. 꿈속에서 어디까지 가능한지는 직접 시험해봐야 알 테지만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독자의 눈도 대박이다.’

본인이 쓴 글을 자기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다니 작가로써 이만한 능력이 없었다. 그는 곧장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악마 포식자’를 처음부터 읽어나갔다.

“아! 이래서 미화가 바꾸라고 한 거구나. 여긴 너무 설명이 부족하고, 여긴 너무 지나치니까 이렇게 조절하면…….”

서주환은 축제 준비를 하는 중에도 본업에 충실했다. 밤새도록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다가 잠에 들었다.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자각몽’을 체험했다.

*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안대학교 학생들은 분주하게 움직여서 천막을 설치하고 의자와 책을 날랐다.

“그거 잘 보이게 좀 더 위쪽에 달아!”

“다들 옷 잘 입었어?”

“여기 빵이랑 음료수 사왔어!”

출판콘텐츠학과도 오픈 준비에 들어갔다.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서주환은 조금 멍한 정신상태로 어기적거렸다.

‘어젯밤엔 굉장했지. 다시 자고 싶다.’

꿈속 세상은 생각보다 더 대단했다. 원하는 대로 천지가 뒤바뀌고 재창조되는 광경이란 체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차기작을 쓰기 위해 악마와 천사를 조형했을 때는 마치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얌마, 뭐해! 오늘 왜 이렇게 얼이 빠져 있어?”

이석찬이 그를 흔들어댔다.

“어? 아, 미안.”

“어디 아픔?”

“아니, 그냥 어제 잠을 잘 못 자서 그래.”

“그런 거면 다행이고. 여튼 나 혼자 감당 안 됨. 빨리 움직여.”

“오케이.”

서주환은 고개를 털어내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도 어젯밤 꿈속의 광경이 선명해서 종종 멍한 기색을 보였다.

그때 누군가 그의 등을 콕콕 찔러왔다.

“아, 미안. 정신 차릴… 오.”

서주환은 눈앞에 있는 광경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 반응을 본 정하연이 흠칫 가슴을 가리며 그의 정강이를 까버렸다.

“억!”

“야, 너 눈이 어디로 가!”

“헐. 주환 오빠 변태.”

메이드복을 입은 정하연과 유지경이 서 있었다.

서주환은 아픈 정강이를 부여잡으며 생각했다.

‘역시 꿈보다 현실이 좋네.’

자각몽이라곤 해도 역시 꿈일 뿐이었다.

서주환은 실체가 있는 두 여자의 모습에 새삼 그 사실을 자각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학생들을 진두지휘 했다.

“얘들아, 세팅 다 끝났지? 10분 후에 오픈이다!”

““네!””

축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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