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238화 (23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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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다음은 '악마 포식자'의 프롤로그(?)격 이야기입니다.

본편에는 괜한 분량차지일 것 같아 지웠지만 후기를 통해 보여드립니다.

그냥 넘기셔도 무관합니다.

*

천사와 악마는 옛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제는 허구의 존재가 되어 창작물의 소재로 쓰일 뿐이었다. 현대의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악마보다 같은 사람을 더 두려워했다.

- 와 씨, 사탄도 울고 가겠네

- 루시퍼: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 악마: 취업자리 구합니다. 청소, 빨래, 요리 다 잘해요.

이제는 인터넷상의 밈으로 사용되는 존재.

그나마 천사는 언급도 되지 않는 시대.

그런 시대에 돌연, 악마가 침공했다.

“끄아아아악! 사, 살려줘!”

“총이 안 먹혀! 도망… 커헉!”

악마가 침공한 날, 전 세계 수십만 명의 사람이 죽어나갔다. 현대화기가 통하지 않는 걸 생각하면 매우 경미한 피해였다.

“천사다! 천사가 강림했다!”

악마의 대적자인 천사가 나타난 덕이었다. 그들은 인간에게 힘을 주었다. 힘을 받은 인간들은 악마를 죽이고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 세계 각성자 협회는 인류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천사의 능력을 받은 이들을 ‘각성자’라 불렀다.

- 악마가 사람을 구했습니다! 아니, 악마의 힘을 사람이 얻었습니다!

악마의 심장을 씹어 먹고 강제 각성을 한 이들을 ‘포식자’라 불렀다.

- 포식자가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 강남역에는 이성을 잃은 포식자가… 아, 국민 여러분! 각성자가 도착했습니다!

악마의 힘을 감당하지 못해서 이성을 잃고 본능만 남은 포식자를 ‘전락자’라 불렀다.

- 경계가 무너집니다! 이번 토벌은 실패입니다! 악마들이, 악마들이 뛰쳐나옵니다! 도망치십시오!

‘경계’란 악마들이 실체를 갖추기 전까지 이면세계에서 대기하는 공간을 말함이다. 이 공간 안에서 악마를 쓰러트리지 못하면 악마가 현실에 강림한다. 그리고 경계 안쪽으로는 오로지 ‘각성자’만 출입이 가능했다.

반면 ‘포식자’는 현세에만 존재하며 악마들이 강림했을 때만 힘을 발휘했다. 덕분에 각성자와 포식자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걔 중에는 뛰어난 전투능력을 가진 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포식자는 악마의 힘을 흡수할수록 이성을 잃어갔다. 이윽고 이성을 잃은 포식자는 전락자가 되어 각성자에게 사냥을 당했다. 이 때문에 국민들에게 포식자는 ‘영웅’이 아닌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였다.

- 포식자는 시한폭탄이 아닙니다. 그들 또한 영웅입니다. 세계 각성자 협회는 그들을 동료로 생각합니다.

거짓말이었다.

포식자는 각성자의 앞에 서 총알받이로써 활동했다. 침식이 심화된 포식자는 전락하기 전에 토사구팽 당했다. 국민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같은 포식자들도 알아차리는 게 늦었다.

포식자들의 리더인 용현은 마지막 힘을 터뜨려 악마화를 시전했다.

“천사가 인간을 구하기 위해 내려와? 가증스런 새끼들! 단탈리안의 말을 믿었어야 했다!”

“현. 이미 끝났습니다. 인간들은 앞으로 저희 천족이 올바른 길로 이끌겠습니다.”

“개소리 지껄이지 마라, 미카엘! 너는 신 행세를 하고 싶을 뿐이다!”

용현은 억누르고 있던 악마의 힘을 해방했다. 스스로의 의지로 전락하여 천사들과 맞서 싸웠다. 이상하게도 그는 전락자의 모습을 하고서도 한동안 이성을 유지했다. 그날 용현은 홀로 주품천사 수십을 죽이고 좌품천사를 꿰뚫었다. 이윽고 지품천사를 격살하고 최상위 치품천사 중 하나인 우리엘의 날개를 찢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결국은 죽음에 다다르고 말았으니.

용현의 심장을 꿰뚫은 미카엘이 눈동자에 어린 희열을 감추지 못하고 웃었다.

“당신의 힘은 바알과 싸우는 데 잘 쓰겠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용현.”

“쿨럭…….”

마지막 포식자가 죽었다.

용현은 무저갱 같은 어둠으로 떨어지며 생각했다.

‘천사 새끼들도 씹어 먹었어야 했는데.’

*

안타깝게도 서주환 만큼 필력이 좋지는 않아서 재밌게 보셨을지 모르겠네요ㅎㅎ;;

그럼 저는 이만 내일 연재를 위해 자러 가보겠습니다.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D

*

아싸호랑이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축제 준비

축제라고 하면 마냥 즐겁고 신날 것 같지만 막상 직접 준비해야 되는 입장에서는 무척 귀찮고 피곤한 일로 느껴진다. 하물며 출판콘텐츠학과 학생들처럼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서주환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얘들아, 아무런 의견도 없어?”

전체적으로 스윽 둘러보며 물어봤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혹시 눈이 마주치면 질문이라도 받을까 두려운 듯 시선을 피하기 바쁜 모습들이다. 심지어 정하연과 유지경, 장덕훈마저도 마찬가지였으니.

옆에 선 부과대, 이석찬이 작게 혀를 차며 말한다.

“우리 과 진짜 재미없다. 대학 축제가 이래도 됨?”

“쩝. 나도 이번엔 좀 재밌게 즐기고 싶은데.”

“이번엔?”

“아, 우리가 1학년이잖냐. 학년 올라갈수록 과제에 파묻힐 텐데 한 학년이라도 낮을 때 재밌게 놀아야지.”

“하긴.”

서주환은 말실수를 수습하고 회귀 전을 떠올렸다. 그때의 학과 분위기는 지금보다 더 조용했다. 오죽하면 일부러 사람들이 찾지 않을만한 부스를 운영해서 하루 종일 농땡이를 피웠더랬다.

‘학과 특성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도서카페를 운영했었지.’

말이 도서카페지 그냥 학과 인원들의 쉼터였다. 적당히 책 몇 권 구비해두고 과자 몇 개 배치해둔 게 끝. 홍보도 대충 포스터 몇 개 붙인 게 끝이었으니 다른 사람들이 찾아올 리가 있나. 덕분에 학과 내 수익금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가야 하나?’

서주환은 가능하면 이전과 다르게 활동적으로 축제를 즐기고 싶었다. 구석에 박혀 있는 것보단 왁자지껄하게 즐기는 게 욕망 에너지 수급도 잘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기껏 대학 시절로 회귀했으니 대학에서만 즐길 수 있는 추억을 가능한 많이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떻게 A, B반을 다 합쳐도 의견 하나가 안 나오는지.’

그는 눈가를 좁힌 채 다시 강의실 안을 쓸어봤다. 한 명만 눈이 마주치면 지목해서 물어볼 생각이었다.

‘좀 활동적인 애들로.’

내성적인 사람을 지목해봐야 역효과다. 이럴 땐 절대다수의 분위기 때문에 숨죽이고 있는 인싸들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아무리 조용한 출판콘텐츠학과라도 외향적인 사람 몇 정도는 있었다.

학생들이 분분히 눈길을 피하는 가운데, 몇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뭉쳐 앉아 있는 세 명을 지목했다.

“거기, 정 씨 세 자매.”

정 씨 세 자매는 언젠가 펜션에 함께 갔던 유소정, 임수정, 김미정을 묶어 부르는 말이었다. 물론 그만 부르는 별명이다.

지목받은 유소정이 발끈한 얼굴로 대답한다.

“아, 오빠. 우리 이름 알면서 왜 대충 싸잡아 불러요?”

“어어? 야, 싸잡다니. 수정이랑 미정이 서운하겠다.”

“와, 유소정 너무하네. 묶어 부르는 것도 아니고 싸잡아 부른다니?”

이석찬이 옆에서 부추겼다.

유소정이 당황하며 양 옆의 둘을 돌아본다. 이미 둘은 장난기가 도진 듯 심술 가득한 얼굴이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수정아, 미정아 그런 의미 아닌 거 알지?”

“아니? 모르겠는데? 그런 의미가 무슨 의미인데?”

“소정이 실망이야. 우리랑 세트로 엮인 게 싫었구나.”

“아앙. 그런 뜻 아닌 거 알잖아. 주환 오빠, 뭐라고 좀 해봐요!”

서주환은 픽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건수를 잡았다는 듯 유소정을 놀려대는 다른 두 정정이들. 일단 말문이 트여서 조용하던 강의실 안 공기가 조금 풀렸다. 그는 다시 세 사람을 불렀다.

“여튼 정정이들 의견 좀 내봐.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그게, 사실 폰 보느라 잘 못 들었어요. 다시 설명 좀…….”

“저도요.”

“헤헤. 사실 저도.”

“이것들이……. 설명 듣고 너흰 무조건 의견 하나씩 내라.”

서주환은 일부러 인상을 쓰며 다시 설명했다.

“일단 우리가 배정받은 부스는 낮이랑 밤에 각각 하나씩이야. 낮에는 학과 내부에서 진행할 거고, 밤에는 운동장에 부스 설치해서 할 거야. 2학년들이 제비뽑기 이겨서 좋은 자리로 받아왔다더라.”

“헐, 운동장 부스요? 거기 개꿀자리잖아요! 매상 엄청 올릴 수 있겠다!”

저녁 운동장 부스는 소수의 학과들에게만 돌아가는 자리다. 앞 쪽은 축제 내부와 외부 공연으로 자리를 비워야 했기 때문이었다.

‘예전엔 그나마 얻은 자리도 다른 학과에 내줬었지.’

저녁 부스에 대한 의견이 통 없어서 다른 학과에 기회를 양도했었다.

서주환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그러니까 낮이랑 저녁 두 개를 정해야 돼. 2학년들은 최대한 1학년 의견에 맞춰준다고 했어. 뭐 할지 정하면 말해달라더라. 역할 분담하자고.”

“엑. 그거 그냥 귀찮으니까 떠넘긴 거 아니에요?”

“아마 그럴 걸?”

“치사하다! 아니, 그보다 3, 4학년 선배들은 뭐한데요?”

“3학년들은 학생회만 참여할 걸. 나머지는 각자 놀러 다닐 거고. 그리고 4학년들은 취업 준비하느라 바쁜데 축제에 신경이나 쓰겠냐.”

“으에에. 결국 우리가 메인인 거네요?”

“1학년이니까 당연하지.”

인싸들이 그득한 학과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학과에서는 3, 4학년 쯤 되면 축제 준비에서 손을 뗀다. 그나마 2학년이 경험 없는 1학년을 도와주는 정도였다.

“아무튼 뭐하면 좋을지 의견 있어?”

“으음. 잠깐만요.”

유소정은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양 옆의 정정 시스터즈와 소곤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가 즐거운지 저들끼리 깔깔대기를 잠시. 유소정이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저녁은 무조건 술이죠! 간단한 안주 몇 개 만들고 술이랑 덤터기 엄청 씌워서 팔아치우는 게 어때요?”

“이야. 덤터기부터 나오는 거냐…….”

“별로에요?”

“아니, 굿 아이디어. 무난하네.”

서주환은 엄지를 치켜 올렸다. 일단 의견이 하나 나왔다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주점은 가장 흔하게 운영되는 부스였다. 다만 거기서 뭘 만들어 판매할 지가 중요했는데, 간단한 안주 요리 정도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나 혼자로는 안 되니까 요리 재능 있는 애들을 찾아야겠다.’

현재등급이 D+급만 되더라도 대학 부스에서 적당히 팔기엔 충분하다. 모자란 건 그가 가르치면 된다.

그때 이석찬이 의견을 냈다.

“야, 우리 그냥 술 말고 칵테일 만들어서 팔래?”

“칵테일?”

“밖에서 소주랑 맥주 사와서 덤터기 씌우면 좀 그렇잖냐.”

“음. 좋긴 한데, 칵테일 제조가 그냥 되나? 간단한 거 있어?”

이석찬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나만 믿으셈. 나 조주기능사 자격증 있음.”

“조주기능사가 정확히 뭔데?”

“쉽게 말하면 칵테일 국가 자격증임. 고딩 때 따서 좀 가물가물하긴 한데 간단한 건 대부분 가능해.”

“아니, 술 자격증을 고딩 때 땄다고? 국가 자격증인데?”

그ㅏ 황당한 표정으로 보자 이석찬이 낄낄대며 설명했다.

“조주기능사는 나이 관계없이 딸 수 있어. 민짜가 술을 사는 게 불법이지 마시는 게 불법은 아니거든. 형들 보드카랑 이거 저거 쌔벼다가 연습했더니 되던데?”

“이거 완전 미친놈이네.”

“극찬 감사.”

“네가 친구인 게 자랑스럽다.”

이석찬 덕분에 저녁 부스의 특색이 확실해졌다. 일반 술집이 아닌 칵테일 바. 이건 경쟁력이 있다.

칵테일이란 말이 나오자 조용하던 학생들 사이에서도 점점 말이 오가기 시작했다. 이제 성인이 된지 얼마 안 된 새내기들. 칵테일이라면 흥미를 가질 만 했다.

“진짜 칵테일이면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데?”

“별스타에도 올릴 수 있겠다. 저번에 메로나 녹여서 섞은 건 모양이 영 별로였는데.”

“아, 너도 그거 해봤어? 난 스크류바 해봤는데 꽤 괜찮더라.”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술에 이것저것 섞어 마시는 게 유행이다. 작년인 2015년에는 유자 소주 ‘순하리’를 시작으로 다양한 과일소주가 나왔는데, 올해는 직접 제조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 와중 조주기능사 자격증이 있는 이석찬이 직접 칵테일을 만들겠다고 하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석찬이 형, 저도 칵테일 만드는 거 배울 수 있어요?”

“오빠, 저도요! 신기한 것도 만들 수 있어요? 별스타에 올리고 싶은데!”

“어차피 할 거면 난 주방이 좋은데. 요리는 조금 할 줄 알아.”

“난 서빙. 알바도 서빙 알바 하거든.”

어느덧 소극적이던 분위기가 확연히 바뀌었다. 특히 칵테일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석찬은 팔짱을 낀 채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어허. 아무나 제자로 받지 않는다. 재능 없으면 바로 컷임.”

“야, 나도 알려줘. 재밌겠다.”

“넌 요리나 해, 인마. 요리 잘하잖아. 네가 총괄하셈.”

“쓰읍. 칵테일 만드는 게 더 재밌어 보이는데.”

“그럼 나중에 따로 알려드림. 아님 애들 알려줄 때 옆에서 보고 배우던가.”

“오케이.”

서주환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회의를 진행했다. 저녁부스는 칵테일바로 정해졌으니 낮에 운영할 부스를 정해야 될 때였다.

정하연이 먼저 손을 들고 의견을 냈다.

“독서카페 어때? 우리 학과 이미지랑도 맞는 것 같은데.”

“그건 컷! 축제에 누가 책을 보러 와.”

서주환은 질색하며 단호하게 의견을 잘라냈다. 정하연이 시무룩하게 짜졌다.

“우리 닭꼬치 만들어서 팔아요. 간단한 데다 많이 팔 수 있을 거예요.”

“탕후루는 어때요?”

“게릴라 촬영! 사진 찍어주고 다녀요!”

“금연 체험도 있어요. 코에 휴지 꽂아두고 담배 한 번 피워보면 다시는 피우고 싶지 않대요. 과대님이랑 부과대님도 체험해 봐요.”

“너 어디 스파이야! 누굴 암살하려고!”

“반대! 흡연의 자유를 달라! 흡연장에서만 피우면 되잖아!”

“아하하하핳!”

역시 한 번 물꼬가 트여야 의견이 나오는 법이다. 적막만 맴돌았던 처음과 달리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서주환은 당장 현실적인 검토를 하기보단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좋아. 그러게 어떤 의견이라도 상관없으니까 다 말해봐. 일단 적어놓고 고르면 되니까 괜찮아.”

자유로운 토론으로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본래 재밌는 아이디어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시작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코스프레 카페도 좋을 것 같슴다. 메이드복이나 집사복 같은 거 입고…….”

“덕훈아, 애니 좀 그만 봐!”

“아하하하. 일본 고등학교 축제가 아니잖아.”

“난 좋을 것 같은데? 코스프레하면 별스타에 올릴 수 있겠다.”

“넌 그놈의 별스타 좀 그만해!”

서주환은 의견을 종합한 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을 제외하고 칠판에 적었다.

“자, 이 중에서 투표로 결정하자.”

종합한 의견을 칠판에 번호대로 적고 손을 들게 하여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의 결과는 무척이나 의외였다. 여러 사람들에게 핀잔을 받던 장덕훈의 코스프레 카페가 제일 표를 많이 받았던 것이다.

“에엑! 코스프레 카페가 왜 이렇게 많아?”

“재밌을 것 같잖아.”

“언제 그런 옷 입어보겠어?”

“매상 엄청 올릴 수 있겠다.”

“난 메이드복 입기 싫은데…….”

“너무 부담스러워.”

“아니, 그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해? 옷을 어디서 빌리고 비용은 어떡해? 학과 지원금액으로는 안 될 텐데. 과대님 이거 가능해요?”

서주환은 어깨를 으쓱였다. 당연히 가능할 것 같아서 넣은 의견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 있으니까 부탁 좀 해볼게. 안 되면 다른 걸로 하자.”

사실 부탁이 거절되어도 진행할 생각이었다. 돈도 많은데 사비 좀 쓰면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홍보만 제대로 하면 돈은 충분히 회수가 가능할 듯했다.

“그럼 코스프레 카페로 결정이다? 정 입기 싫은 사람은 뒤로 빠져서 요리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 말고.”

““네!””

낮에는 코스프레 카페.

저녁에는 칵테일 바.

회귀 전과는 180도 다른 축제 부스로 결정되었다.

‘하연이랑 지경이는 무조건 입혀야지.’

사실 음흉한 사심이 깃들어 있었음은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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