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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233화 (23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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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몇 줄 안 되는 가사 쓰는 데 시간 다 잡아먹었어요...

작사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걸 몸소 깨달았습니다.......

*

drghost 님, 고구마맛사탕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창천을 님, 월도향 님, 하늘느낌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D

방학여행

모두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새벽 시간, 유지경과 한수아도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한수아는 침대에 누워 자신의 위튜브를 점검했다. 곧 그녀가 헤실헤실 웃으며 유지경에게 말한다.

“지경아, 이번에 구독자 엄청 올랐어. 보너스 줄게!”

“내가 편집한 건 아직 세 개 밖에 없는데?”

“그 세 개가 구독자를 엄청 유입했잖아. 논란 터졌을 때 어떻게 되나 했는데 네 덕분에 오히려 좋아졌어!”

“흐흫. 그럼 사양하진 않을게.”

두 사람은 그렇게 잡담을 나누다가 침대에 몸을 뉘였다.

“잘 자, 수아야.”

“어? 아, 으응. 지경이 너도.”

불이 꺼지고 적막이 찾아왔다.

“…….”

적막한 방 안의 공기가 무겁다. 한수아는 홀로 그렇게 느꼈다. 유지경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었기에 그랬다.

‘물어봐야 되는데.’

낮에 봤던 해변가 동굴의 일에 관해서다.

서주환과 격렬하게 몸을 겹치던 유지경. 그녀가 꺼낸 정하연의 이름. 서주환은 동시에 두 명의 여성과 사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처음에는 그저 충격뿐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미 두 명이나 있다면 자신에게도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난 어차피 환이 오빠가 아니면 안 돼.’

그가 문란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어도 한수아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서주환이란 남자는 그녀에게 있어 좋아하는 게 당연한 사람이었으므로. 언제나 함께 하고 싶은 사람, 그가 곁에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정도로 오래된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수아야, 자?”

잠든 줄 알았던 유지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니! 아직 안 자는데!?”

한수아는 화들짝 놀라서 대답했다.

반면 유지경은 차분하게 스탠드를 켜고 그녀를 돌아봤다.

“내가 왜 같이 방 쓰자고 했는지 말했던가?”

“어? 아, 아니.”

한수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침을 꼴깍 삼켰다. 본래 그녀는 서주희와 한 방을 쓰기로 했었다. 하지만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유지경의 요청으로 방을 바꾸었다.

유지경이 말했다.

“수아야, 아까 동굴에 왔었지?”

“…….”

“역시 너였구나.”

“으응.”

한수아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유지경은 쓰게 웃었다. 하필이면 가장 아니었으면 하는 사람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

‘짐작은 했지만.’

사실 진즉 한수아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 탐문을 통해 내린 결론이다. 다만 한수아에게 말을 꺼낼 생각은 없었다. 굳이 불편한 주제를 먼저 말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경쟁자를 늘리는 건 싫어.’

유지경은 여행에 오기 전부터 한수아에게 경쟁심리를 갖고 있었다. 어쩌면 정하연보다 더 위험한 연적과 경쟁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수아가 서주환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견제를 할 생각이었다.

그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해변가 동굴에서부터였다.

*

해변가의 동굴 안.

서주환과 본격적으로 몸을 섞기 전 유지경이 말한다.

“주인님아, 수아한테 고백 받고 거절했다면서?”

“…맞아. 하연이한테 들었구나.”

“응. 고백 받았다고 했을 때 엄청 놀랐어. 거절했다고 했을 땐 더 놀랐고. 솔직히 오빠라면 거절 못할 줄 알았거든.”

“…….”

“거절한 이유는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수아가 친동생 같아서야? 여자로 안 느껴져서.”

유지경은 그렇다고 말해주길 바랐지만 서주환은 쓰게 웃으며 진짜 이유를 털어놓았다. 이미 두 사람의 사이는 어설프게 숨긴다고 될 게 아니었다.

“친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거절한 건 다른 이유 때문이야.”

“…그게 뭔데?”

“수아 마음이 너무 커서 받아줄 수가 없었어. 너도 그렇고 하연이도 그렇고 이미 나 때문에 꼬인 애들이 많잖아. 그런데 수아까지… 지금 상황을 설명하기가 막막하더라.”

“뭐야, 그러니까 내 마음은 안 크다 이거야?”

유지경은 괜히 입술을 삐죽이며 투정을 부렸다. 그에 서주환은 낄낄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뜻 아닌 거 알잖아. 지경이 넌 이미 되돌리기엔 늦었지. 나는 품에 들어온 사람 잘 안 놔주거든. 사람에 대한 집착이 세서.”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 자신도 몰랐던 사실이다. 그는 회귀 전 외롭게 지냈기 때문인지 마음을 준 사람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

유지경은 그 말을 기껍게 들었다. 서주환이 자신에게 집착한다는 말이 아닌가. 그녀는 히죽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진정시키고 물었다.

“그럼 나도 하연 언니 같은 거야?”

“응?”

“언니한테는 계속 옆에 있어주겠다고 했다며. 나한테는 그런 말 해준 적 없으면서…….”

정하연과 둘이서 술을 마셨을 때 들은 말이다. 정하연이 그를 믿는 이유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주환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유지경의 시선에 큭큭 웃음을 흘렸다. 평소의 꾸며진 애교보다 이렇듯 한 번씩 질투하고 서운해 하는 게 더 귀여워보였다.

“너한테도 비슷한 말 한 적 있는데.”

“어? 그게 뭔데? 다시 말해줘! 기억 안 나!”

“너 아플 때, 내 너구리 내가 돌본다고 했었잖아. 요즘은 애완동물 아무데나 유기하면 큰일나거든… 으억!?”

너구리가 주인님의 손을 콱 깨물었다.

*

밉살맞게 말한 서주환이었지만 그 후로 유지경의 마음은 조금 여유로워졌다. 별 것 아닌 약속이 조급함을 작게 만들었다. 그가 자신을 버리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리고 수아는 어지간해선 포기 안 해.’

한수아는 자신이 서주환과 몸을 섞는 광경을 봤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서주환에게 마음을 전할 테지. 몇 번이고 말이다.

그리하면 서주환은 결국 넘어갈 것이다. 그가 자신의 곁에 있을 거라는 말은 믿어도, 한수아에게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이미 여러 명의 여자가 있는데 한수아라고 못 받아들이겠는가.

‘어차피 오빠한테도 수아가 필요해…….’

서주환에게 한수아는 가족 이상이다. 그의 과거를 말로 들었을 때는 머리로만 납득했는데, 아까 전 노래를 듣고 나서는 가슴으로 이해했다. 한수아는 그가 가장 힘들 때 옆에 있어준 사람이었다.

유지경은 어차피 정해진 결과였다며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가 제 입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친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이미 그는 한수아에게 흔들렸다.

그렇다면 차라리…….

“수아야.”

“어, 어?”

“너 주환 오빠 좋아하지?”

“으응.”

“나랑 오빠가 무슨 관계인지 궁금해?”

“…궁금해.”

“그럼 지금부터 말해줄게. 나랑 오빠의 관계. 그리고 하연 언니도.”

유지경의 말은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아는 바를 한수아에게 모두 말해주었다.

이야기를 들은 한수아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해갔다.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더 이상 서주환을 이성으로써 좋아하지 않게 되는 걸까? 그거야말로 유지경이 바라는 바였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런데도 오빠를 좋아해?”

이야기가 모두 끝났다.

유지경은 한수아의 표정에서 대답을 얻었다. 이내 그녀는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리고 돌아누우며 작게 말했다.

“가봐.”

“…말해줘서 고마워, 지경아.”

한수아는 유지경을 꼬옥 끌어안았다. 그에 그녀는 한수아를 밀어내려 했지만 결국은 마주 안아주었다. 대신 유지경은 입술을 비죽이며 중얼거렸다.

“난 고맙다고 안 할 거야.”

이미 바닷가에서 도와준 값은 충분히 지불했다.

그러니까 고맙다고 할 필요가 없다.

한수아가 유지경의 등을 토닥이며 다시 말한다.

“응. 고마워.”

끼익.

문이 한 번 열리고 닫혔다.

*

서주환은 침대에 누워서 욕망 퀘스트를 확인했다. 8월에 생성된 ‘방학여행’의 퀘스트 보상으로 50,000LP가 들어왔다. 상당한 양의 포인트. 그러나 포인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루시한테 도움이 좀 됐으려나.”

포인트는 곧 욕망 에너지를 의미한다. 그리고 현재 시스템 안에 잠들어 있는 루시에게 필요한 건 욕망 에너지다. 충분한 욕망 에너지가 충족된다면 그녀는 언제고 돌아올 터였다.

‘루시야, 언제 오냐. 아직 두 달도 안 됐는데 너무 길게 느껴진다.’

곁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막상 없으니까 루시의 존재가 크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시스템을 보조하는 관제인격일 뿐이었던 그녀지만 어느덧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루시는 그가 유일하게 속마음을 모두 터놓을 수 있는 친구였다.

‘수아는 아직도 해결이 안 됐고.’

8월의 욕망 퀘스트를 달성했는데 정작 7월의 욕망 퀘스트는 요지부동 완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7월 퀘스트의 내용은 ‘한수아가 만족할 때까지 놀아주기’다. 완료되지 않는 이유가 너무나도 명확했다. 필시 그녀의 심경이 복잡하기 때문이리라.

‘동굴에 왔던 사람은 역시 수아였겠지.’

유지경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정하연과의 관계도 들켰다. 유지경은 당시 정하연의 이름을 꺼냈었다.

그를 본 한수아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드디어 자신에게 정이 떨어졌을까? 그는 한수아에게 마음이 동하면서도 그녀의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아 거리를 조절했다. 차라리 장덕훈과 잘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해서 막상 한수아가 자신에게 실망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가장 힘들 때 옆에 있어준 친구에게 몹쓸 짓을 한 느낌이었다.

‘루시였으면 뭐라고 말했을까.’

그는 복잡한 상황이 생기면 종종 루시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었다. 루시는 그와 다른 관점에서 의견을 들려주었기에 상당히 도움이 됐다.

루시를 간절히 생각해서였을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황에 끌려 다니지 마세요. 미래를 걱정하기보단 현재의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여요, 주인님.]

처음에는 환청인가 싶었다.

[루시는 주인님의 욕망을 모두 이루어드릴 거랍니다.]

또 다시 들려온 목소리. 결코 환청이 아니었다.

서주환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루시! 돌아온 거야?!”

조금 전의 목소리는 시스템이 아닌 루시의 것이었다. 똑같은 음색이라도 분명히 구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금 들려온 건 루시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오, 오빠. 무슨 일이야?”

“…수아?”

어느새 문을 열고 들어온 한수아가 잠옷차림으로 서 있었다. 그녀는 쭈뼛거리며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레 문을 닫고 걸어왔다.

“환이 오빠…….”

“수아야, 여긴 왜?”

서주환은 얼떨떨한 얼굴로 물어봤다. 루시의 조언 뒤로 나타난 사람이 한수아라니. 마치 짜여진 듯한 상황에 설마 루시가 개입을 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때 한수아가 그를 올려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나 역시 오빠가 좋아.”

“…….”

“오빠가 일부러 모르는 척 했던 거 알아. 그래도 난 역시 오빠가 좋아.”

한수아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면서도 그를 똑바로 직시했다.

“수아야.”

“오, 오빠가 무슨 말 하려는지도 알아! 지경이랑, 하연 언니랑도 그런 관계인 거 알아.”

한수아가 그의 말을 끊고 소리쳤다.

서주환은 예상치 못한 말에 말문이 막혔다. 숨을 들이켠 그를 보며 한수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는데, 역시 포기 못하겠어. 나 있지, 환이 오빠가 아니면 안 돼.”

강아지 같은 눈망울에 물기가 아른거렸다. 잠옷 끝단을 잡은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상황에 끌려 다니지 말라고?’

조금 전 루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목소리는 다시 들려오지 않았지만 그녀는 분명히 말했었다. 상황에 끌려 다니지 말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현재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라고. 그의 모든 욕망을 이루어주겠다고.

‘대책 없는 말이네.’

하지만 믿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덕훈이랑 잘 되기를 바라기는 개뿔.’

거짓말이다. 탐욕스러운 욕망 시스템의 주인이 그딴 생각을 진심으로 할 리가 없었다. 그저 제멋대로 그 편이 한수아에게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자신의 욕망을 억눌렀을 뿐이었다.

서주환은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이리 와, 수아야.”

한수아를 품에 끌어안았다.

“화, 환이 오빠?”

“수아야, 후회하지 마.”

이미 후회해도 늦었지만.

그는 한수아를 번쩍 들어 올리고 입을 맞췄다. 그녀의 물기어린 눈동자가 휘둥그레 뜨이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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