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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231화 (23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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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이번에도 빵빵한 글자수로 찾아온 운달입니다!

앞으로 두세 편 정도면 이번 에피소드가 마무리 되지 싶네요.

*

오늘부터 피티 시작했습니다.

오전에 인바디를 재봤는데 웬 돼지가 한 마리가 있더군요.

올 한 해 방구석에 처박혀서 글만 쓰다보니 20kg가 쪘습니다.

웃긴 게 지방은 늘었는데 근육량은 빠져서 몸 상태가 망했네요ㄷㄷ;;

건강관리 때문이라지만 없는 형편에 거금을 쓰고 쫄렸는데... 피티 끊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완결 낸 다음 받을 생각이었는데 그때 쯤이었으면 이미 죽어버렸을지도...

그나마 키라도 안 컸으면 사람새끼처럼 안 보였을 것 같네요ㅎㅎ;;

잡설이 길었지요?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저녁 유산소 뛰러 갑니다.

독자님들 모두 건강 챙기시길...

*

천백설화 님, 시랙 님, red달이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기를 :D

방학여행

비치발리볼이 끝난 후, 장덕훈은 모래사장에 앉아서 시무룩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존경하는 형님을 이겨서라도 한수아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고 싶었는데 실패로 돌아갔다. 서주환과 결승에서 맞붙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간발의 차이, 딱 1점 차이로 지고 만 것이다.

‘사실 이겼어도 별로 달라지는 건 없었겠지.’

한수아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주환에게 향해 있었다. 그녀가 결승에서 응원을 한 대상도 당연히 서주환이었다.

그때 모래를 사박거리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같은 팀이었던 서주희다. 그녀는 음료수를 내밀며 장덕훈의 옆에 앉았다.

“오빠도 충분히 멋있었어. 듀스도 엄청 오래 진행됐고. 내가 못해서 진 거지.”

궁상떨고 있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걸까.

서주희는 장덕훈을 위로했다.

“그냥 내가 주환 형님한테 밀린 거야. 주희 너는 지경이보다 잘하던 걸.”

장덕훈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내심 운동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서주환에게 지고 말았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주희야.”

“응?”

“형님은 참 대단한 것 같아.”

“우리 오빠가?”

“어. 내가 제일 존경하는 형님이거든.”

“그…래?”

서주희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물론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면 객관적으로 대단한 게 맞았지만, 남매의 시선으로는 존경까지 가야 하나 싶었다.

장덕훈은 매우 당연하다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본 서주환의 모습에 대해서였다.

‘주환 형님은 대체…….’

처음에는 그저 나이가 많은 복학생 형이었다. 그리고 MT에서는 강단 있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형으로 인식했다. 그 후 작가란 걸 알게 된 뒤로는 그의 꿈을 먼저 성공적으로 걸어가고 있는 존경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알면 알수록 존경할 수밖에 없는 형님이야.’

서주환은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한계를 가늠할 수가 없다고 해야 할까.

그는 본업인 작가로써는 물론이고 노래와 운동, 춤, 하다못해 게임 실력까지도 평균을 상회한다. 얼굴이라도 못났으면 모르겠는데 그는 날이 갈수록 잘생겨졌다. 심지어 키까지도 커져서 원래 자신과 10cm가까이 차이가 났던 게 근래에는 5cm 정도의 차이로 줄어들었다.

‘그러니까 수아 씨도 형님을 좋아하는 거겠지.’

패배감… 이라기보다는 당연하게 납득을 하게 됐다. 자신도 마음으로부터 존경하는 형님이니만큼 당연히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매력적으로 보일 터였다.

달리 생각해보면 한수아는 그런 남자를 무려 20년 평생 봐왔다. 당연히 눈이 높을 수밖에 없으리라.

“에휴.”

한탄 섞인 이야기를 들은 서주희는 고개를 내저으며 장덕훈의 등을 토닥였다.

“거 참. 덩치는 산만하면서 소심한 오빠일세. 왜 이리 시무룩해?”

“…여자들은 역시 소심한 남자는 별로겠지?”

“아무래도 거의 그렇지?”

“…….”

“뭐, 수아는 그런 거 전혀 신경 안 쓰지만.”

“그, 그래? 아니, 그보다 수, 수아 씨를 갑자기 왜…….”

“응? 그야 오빠가 수아를 좋아하니까?”

“헉!”

장덕훈은 숨을 들이키며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에 서주희는 눈을 끔뻑거리다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꺄하하핳. 설마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렇게 티내면서?”

“…티가 많이 났구나.”

“우와. 티가 안 났다고 생각한 게 더 놀랍다. 누가 봐도 좋아하고 있던데? 아마 수아도 알고 있을 걸?”

“수아 씨가?!”

장덕훈은 대경했다. 아직 고백도 하기 전인데 당사자가 알아차렸다 말인가.

서주희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내 짐작이야, 짐작. 그런데 거의 확실한 짐작이지. 수아가 고백을 몇 번이나 받아봤는데 그걸 모를까.”

“…….”

“덕훈 오빠, 오늘 수아랑 대화 몇 마디나 해봤어?”

“거의 못한 것 같은데…….”

“흐음.”

서주희는 잠시 말을 골랐다. 어떻게 말해야 장덕훈이 덜 상처받을까. 하지만 지금 할 말은 어떤 식으로든 좋게 들을 수 없는 말이다. 그래도 알려주는 편이 낫긴 하겠지. 자신이 조금 원망을 받더라도 말이다.

“내 생각일 뿐이니까 감안하고 들어. 내가 보기에 수아는 오빠를 일부러 피하는 거야.”

“…….”

“너무 티가 나니까 선을 긋는 거지. 여지를 주면 괜히 사이가 더 어색해질 수도 있으니까.”

서주희는 장덕훈의 눈치를 보다가 말을 이었다.

“사실 수아가 옛날에는 그런 거에 둔해서 개 같은 년들… 아, 실수. 못된 애들한테 욕을 먹은 적이 있거든. 그래서 그 후로는 남자한테 기미가 보이면 먼저 피하고 선을 긋는 편이야.”

“…….”

장덕훈은 말없이 모래바닥만 바라봤다. 서주희는 그의 눈치를 보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오빠가 매력이 없어서 피하는 게 아니야. 다른 누가 그랬어도 똑같아. 음, 예를 들면 한빈이나 박은우 같은 연예인이 좋다고 했어도 수아는 거절했을 거야.”

“…주환 형님을 좋아하니까?”

서주희는 한 차례 눈을 크게 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구나. 맞아. 수아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우리 오빠를 좋아했거든.

“하아. 형님이면 안 좋아할 수가 없었겠지.”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 오빠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니야.”

“형님이 안 대단하다고? 너 눈이 엄청 높구나.”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정정할게. 옛날에는 별로 안 대단했어.”

“옛날에는?”

서주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녀의 오빠인 서주환이 바뀌기 시작한 건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중학교에 입학하라 무렵부터는 평범보다 훨씬 못한 시간을 보내왔다.

“형님이 왕따를 당했었다고…?”

지나가듯 친구가 별로 없다는 말을 듣긴 했었다. 하지만 당연히 농담이라고 생각했고, 왕따는 전혀 떠올리지도 못했었다.

서주희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시절의 서주환이 생각나서 조금 기분이 가라앉았다.

“말했듯이 우리 오빠는 재수가 진짜 오지게 없었거든. 오죽하면 근처에 오지 말라고 나랑 수아도 밀어내고, 피해 갈까봐 가게에도 잘 안 왔겠어. 아무튼 그때의 오빠는 지금처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어.”

“그런 힘든 시간을 보내고 극복한 것만도 대단하신데…….”

“그야 물론 그렇지만.”

서주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시절의 서주환은 정말이지 하늘이 버렸나 싶을 정도로 재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그런 불행이 따라다녔다면 못 버텼을 것이다.

“아무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수아가 우리 오빠를 좋아하는 이유는 대단한 사람이라서 아니란 말이야.”

“…….”

“수아한테 우리 오빠는 뭐랄까. 좋아하는 게 당연한 사람이거든.”

좀 맹목적일 정도로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종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기에 서주희는 장덕훈이 괜히 고백했다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랐다.

“덕훈 오빠는, 거절당할 걸 알면서도 고백할 거야…?”

“…….”

장덕훈은 멍하니 바닷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

서주환과 유지경은 해변가로 돌아왔다.

“지경아, 나 숙소에서 음료수 좀 가져올게.”

“벌써 다 떨어졌나?”

“응. 애들이 많이도 마셨더라. 넌 쉬고 있어.”

“알았어. 다녀와, 오빠.”

서주환이 숙소로 향했다. 숙소까지 멀지 않으니 오래 걸리지 않을 터였다. 유지경은 그동안 파라솔 밑에 자리를 잡고 바닷가를 바라봤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덕훈과 서주희, 바닷가에는 이리저리 둥둥 떠다니는 한수아가 보였다.

“야! 거기 안 서!”

“너 같음 서겠냐!”

정하연은 놀림을 받은 건지 이석찬을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었다.

유지경은 일행들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누구였을까?’

누구한테 그런 장면을 보인 건지 모르겠다. 다시 생각해도 민망함에 얼굴이 빨개지는 듯했다.

“아으…….”

유지경은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신음했다. 그런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니까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대화 중 정하연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혹여 큰일 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세 사람의 관계는 결코 일반적이지 않았으니까.

‘아니야. 안다고 뭐 어쩌겠어?’

이곳에 있는 사람은 모두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다. 민망하긴 해도 문제가 되진 않을 터였다.

‘차라리 하연 언니나 석찬 오빠가 본 거면 좋겠는데.’

두 사람이 가장 무난하다. 정하연은 서주환과 얽힌 당사자 중 한 명이고, 이석찬은 감이 좋으니 자신과 정하연, 서주환의 관계를 진즉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정하연이나 이석찬이 아닌 다른 사람에 들킨 거라면…….

‘어떡하지.’

유지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만히 있으니 계속 생각나서 괜히 더 불안했다. 차라리 누군지 확실하게 알아내는 게 속이 편할 듯했다.

그녀는 장덕훈과 서주희에게 다가갔다. 일단 두 사람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다. 비치발리볼이 끝났을 때부터 계속 얘기하는 모습을 봤었으니까.

“덕훈아, 주희야. 강호 아저씨랑 혜리 언니 어디 갔는지 알아?”

“아까 숙소로 가던데?”

“피곤해서 먼저 들어간다고 하셨어. 이따 저녁 먹을 준비도 할 겸.”

“그렇구나.”

말을 들어보니 백강호와 이혜리 또한 동굴에 오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연 언니랑 석찬 오빠 언제부터 저러고 있었어?”

“얼마 안 됐어. 석찬 형님은 원래 태닝 중이었거든. 좀 전부터 장난치다가 쫓기는 중이고. 아, 잡혔다.”

“그래? 땡큐.”

유지경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결국 이석찬도 아니다. 그럼 정하연이 본 것일까?

‘그럼 좋을 텐데.’

제일 다행인 경우다.

유지경은 이석찬을 응징하고 있는 정하연에게 다가가 동굴에 간 적이 있냐고 물었다.

“동굴? 아니, 간 적 없는데? 난 파라솔 밑에서 자고 있었거든. 그런데 이 새끼가 나한테 모래를 한 뭉탱이 뿌리고 튀었어.”

“켁, 케헥. 지경아, 사, 살려줘.”

“흐음. 알았어, 언니. 그럼 마저 죽여. 파이팅.”

“콜록. 얌마, 컥……!”

유지경은 두 사람을 뒤로하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소거법으로 보건대 결국 남은 사람은 하나였다.

‘수아가 본 건가…….’

하필이면 가장 아니었으면 하는 사람에게 걸렸다. 한수아가 봤다고 생각하니 민망함이 아니라 걱정이 들었다. 대체 그녀는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때 멀리 떨어진 돌담 위에서 서주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들아! 그만 놀고 나와! 가서 씻고 저녁 준비 하자!”

어느덧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정신없이 놀다보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이석찬을 비롯한 일행들이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서주환도 정리를 도와주기 위해 털레털레 계단을 돌아내려오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정하연이 말했다.

“지경아, 여기 우리가 정리할 테니까 수아 좀 데려올래? 멀리 있어서 안 들리나봐.”

한수아는 꽤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둥둥 떠다니는 중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해달 같았다.

“알았어. 내가 데려올게.”

*

한수아는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환이 오빠가 지경이랑 그런 사이였다니…….’

강간이 아닌 건 정말이지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충격과 배신감이 들었다. 심지어 마지막에 했던 대화를 떠올려보면 전 여자친구인 정하연과도 관계를 이어가는 중인 듯했으니.

‘동시에 두 명이랑 사귀는 건가?’

한 사람이 두 명의 여자와 관계를 가진다. 일반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환멸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수아는 다른 의미로 배신감을 느꼈다.

“흐잉. 왜 나는 안 되는 거야…….”

어째서 자신은 안 된단 말인가. 옷까지 벗고 달려들었는데!

“환이 오빠 멍청이…!”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 두 사람과 사귀고 있으니 고백을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었기에 더욱 설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성적인 논리와 달리 감정은 못내 서운함을 느낀다. 어차피 자신은 서주환이 아니면 안 되는데.

‘나랑 결혼한다고 했으면서.’

철없는 어릴 적의 약속이 유효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평생 그만 바라봤기에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배신감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건 불안감이었다.

‘이대로 있으면 계속 멀어질 거야.’

자신에게는 서주환밖에 없지만 서주환에게는 다른 여자가 있다. 그것도 두 명이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안에서 자신은 희미한 존재가 될 터였다. 다른 여성과 사랑을 속삭이고 마음을 나눌 때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건 싫어…….”

그가 자신 외의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게 싫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싫은 건 자신만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도 오빠랑…….’

그렇게 점점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였다.

“수아야! 이제 그만 나오래!”

유지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변가 쪽을 바라보니 그녀가 어설프게 헤엄쳐서 다가오고 있었다.

한수아는 잠시 쓰게 웃다가 마주 대답했다.

“알았어! 지금 나갈… 지경아?!”

“수, 수아야! 나 발이, 꺄악!”

유지경의 표정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더니 철썩, 파도에 휩쓸렸다. 작은 물결이었음에도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지, 지경아!”

유지경은 대답하지 못하고 팔을 허우적댔다.

‘발에 쥐가!’

비치발리볼에서 무리를 해서일까. 아니면 동굴에서의 섹스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종아리 근육이 꼬여서 고통스러웠다.

철썩!

그런 와중 낮게 친 파도가 얼굴을 휩쓸었다.

바닷물을 들이킨 유지경은 기침을 토하며 손을 휘저었다.

“콜록! 사, 살려… 푸흐억!”

물이 딱 코를 넘어 올라와서 숨을 쉬기 힘들었다. 수심이 깊지 않으니 바닥을 차면 될 텐데 쥐가 나서 그러지도 못했다. 간신히 다른 쪽 발로 뛰어오르면 물결이 찰랑이며 코에 들어왔다.

“지경아, 내 손 잡아!”

한수아의 목소리였다. 어느새 근처까지 헤엄쳐온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허우적대던 유지경은 구명줄이라도 되듯 그 손을 붙잡았다.

하지만 물속에서 패닉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유지경보다도 작은 체구의 한수아로서는 어림도 없었다.

“꺄악! 지경아, 가만히 좀 있어!”

“어푸헉! 나, 다리가, 프헉!”

“이, 이러다 둘 다 빠져! 꺄아악!”

유지경은 살기 위한 본능으로 한수아를 붙들었다. 쥐가 난 다리를 움직일 수 없으니 잡을 수 있는 물체에 힘껏 매달리는 것이다.

한수아는 수영을 제법 잘하는 편이었지만 선수 수준은 아니었다. 그리고 해상구조는 수영선수라도 힘든 일이다. 그녀는 매달리는 힘을 버티지 못하고 함께 허우적댔다.

그때 두 사람을 각기 붙드는 손길이 있었다.

“너굴아! 살아있냐?!”

“수아씨! 괜찮아요?!”

서주환과 장덕훈이었다.

그들은 땅을 똑바로 디딘 채 유지경과 한수아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등에 업은 채로 모래사장에 돌아왔다.

유지경은 콜록, 물을 토해내고 숨을 돌렸다. 그리고 울먹이며 말했다.

“오, 오빠, 나 다리에 쥐났어…….”

서주환은 인상을 팍 찌푸리며 유지경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악! 왜 때려!”

다음은 한수아의 머리가 쥐어박혔다.

“나, 나는 왜에?!”

한수아는 억울한 눈으로 서주환을 올려다봤다.

그는 인상을 팍 찌푸리고선 다시 한 번 둘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소리쳤다.

“이 땅콩만한 것들아! 너흰 앞으로 해수욕 금지야!”

동해안도 아니고 서해안이다.

수심 1.6도 안 되는 곳에서 빠져 죽을 뻔하다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었다.

“키 작은 게 내 잘못이냐고!”

“환이 오빠 너무해!”

꼬맹이들이 서럽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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