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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사실 마음만 먹으면 자식으로 축구팀 만들기 쌉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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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D
방학일상
서주환은 두 여동생에게 국어를 가르치며 단언했다.
“문학은 암기야. 시의 어떤 요소가 화자의 어떤 심경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외워야 해. 소설 지문도 마찬가지고.”
한수아와 서주희가 고개를 기울이며 의문을 표했다.
“환이 오빠, 책 많이 읽는 애들은 평소 실력만 가지고도 충분하다고 하던데? 자기는 국어 공부 따로 안 한다고.”
“맞아. 내 친구들도 국어 공부는 안 한다고 했어.”
서주환은 고개를 저었다.
책 좀 읽는 사람들이 국어 공부를 따로 안 한다는 건 흔히 하는 말 중 하나다. 하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다른 과목에 비해 공부를 덜 한다는 거지 아예 안 한다는 게 아니었으니까.
“내가 볼 때 평소 능력이 발휘되는 건 비문학 문제에 한해서야. 그리고 공부 없이 나올 수 있는 건 최대 3등급까지고. 그 위로는 암기밖에 답이 없어.”
특히 국어 A형이 아닌 B형이라면 더욱 힘들어진다. A형은 문제를 꼬지 않고 기초적인 능력을 판단하지만 B형은 응용문제가 많다. 그리고 응용문제는 철저한 암기로 대비해야 문제 푸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응. 알았어.”
“이것들이. 공부 안 한다는 게 다 구라였단 말이지? 간사한 년들.”
한수아와 서주희가 납득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서주환의 말에 토 달지 않고 암기에 전념했다.
한참 공부가 이어지는 와중 서주희가 말했다.
“오빠,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와.”
“응.”
서주희가 방을 나섰다. 그리고 어색한 분위기가 방 안을 맴돌았다.
“…….”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공부하는 한수아.
서주환은 안타까운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고백을 거절한 뒤로 서주환과 한수아의 사이는 조금 미묘해졌다.
‘어색해 죽겠네.’
서주희까지 셋이서 함께 과외를 하는 중이나 다른 사람과 있을 때는 이전과 다름없는 대화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서주희가 자리를 비우면 분위기가 급속도로 어색해졌다. 한수아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땅에 처박곤 했던 것이다.
“수아야, 방금 내 얘기 들었어?”
“으, 응? 미안, 뭐라고 했는데?”
“오늘 과외 끝나고 잠깐 얘기 좀…”
“미안, 환이 오빠! 나 오늘 바로 방송 켜야 돼!”
한수아는 결코 둘만 남으려 하지 않았다. 심심하면 같이 게임하자고 오던 연락도 끊겼다.
- 환이 님 이제 안 나와요?
- 방학동안은 같이 한다고 하지 않음?
- 그러게. 요즘 안 보이네.
- 둘이 게임 하는 거 재밌었는데. 슈퍼 플레이도 많이 보였고.
- 환이 오빠 목소리 듣고 싶다. 가끔 성대모사 해주는 거 좋았는데ㅠㅠ
오죽하면 그녀의 시청자들이 먼저 환이 님은 더 안 나오는 거냐고 물어볼 지경이었다. 심지어는 개인채널이 없냐고 묻는 몇몇 시청자 때문에 곤란한 경우도 있었다.
“또 내 얘기가 나오네.”
한동안 게임을 같이 하긴 했지만 얼굴이 나온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몇몇 여성 팬들이 생겼다. 아무래도 리더십 캠프 당시 주경은에게 얻은 ‘성우’ 재능 때문인 듯했다.
“목소리가 좋아지긴 했지.”
기존 목소리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좀 더 단단하고 안정감 있는 목소리가 되었다. 갈라짐이나 삑사리가 없어졌다고 해야 할까.
【성대모사】
▶ 효과: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새, 짐승 따위의 소리를 흡사하게 흉내 낼 수 있다.
▶ 효과2: 대사와 목소리를 다르게 해도 분위기를 흉내 낼 수 있다.
※ 음역대의 영향을 받는다.
특수능력은 그리 대단할 게 없었다. 성우로써는 몰라도 일상생활에서는 재밌는 특기가 하나 더 생긴 정도였다. 한수아의 방송을 도와주고자 그 특기를 적극 이용했던 것이었는데…….
“아, 모르겠다.”
이것 또한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해결 되려는지.
고백을 거절했다지만 한수아는 여전히 아끼는 동생이고 평생 함께 할 친구였다. 어색한 사이로 남고 싶지 않았다.
*
‘서가네’는 광현고등학교 정문 앞에 있는 분식집이다. 맛이 좋은 건 물론 비교적 가격도 저렴해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덕분에 방학 중임에도 점심시간만 되면 수능준비를 하는 3학년 손님들이 꽤 있었다.
서주환은 최근 분식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오빠까지 피하면 더 어색해져! 수아가 못 피하게 그냥 붙어 있어! 어차피 수아도 오빠 보고 싶어 해.’
서주희의 말에 따르면 한수아는 그를 피하면서도 붙어 있고 싶어 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괜히 배려한답시고 피하지 말고 방학동안은 좀 붙어 있으라고. 분식집도 그런 서주희의 부름으로 온 참이었다.
다만 오늘은 몇몇 사람이 더 올 예정이었다.
서주환은 평소보다 빨리 분식집으로 와서 말했다.
“어머니, 오늘 여기로 친구들 놀러온다고 한 거 기억하시죠?”
“그게 오늘이었나? 언제 온다고 했니?”
“조금 있으면 도착한대요.”
“그래? 방학 중이라 다행이다, 얘.”
학기 중이었으면 손님들로 붐벼서 못 받았을 터였다. 물론 학기 중에는 올 일도 없었겠지만.
곧 정하연을 비롯한 일행들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냄새 너무 좋아요! 맛있겠다!”
정하연과 유지경, 여성진의 인사에 서애라는 흐뭇하게 웃으며 반겨주었다. 그리고 서주환에게 둘 중 누가 며느리냐고 눈빛을 보냈다. 물론 서주환은 못 본 척 외면했다.
“안녕하세요. 주환이 어머니 맞으시죠? 주환이한테 누나도 있나 했네요.”
이석찬은 넉살 좋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반면 장덕훈은 묵묵히 요리 중인 서재필에게도 다가가 허리를 숙였다.
“주환 형님 제자인 장덕훈이라고 합니다.”
“…제자?”
“예. 형님한테 여러 가지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흠흠. 주환이가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야. 뭐 먹고 싶은 거 있나?”
“뭐든 잘 먹습니다. 그리고 다 맛있어 보입니다.”
“그럼 알아서 내갈 테니 들어가 있게.”
“예.”
서주환은 장덕훈의 어깨너머로 작게 미소 지은 아버지를 봤다. 아무래도 장덕훈이 마음에 든 듯했다. 옛날 사람인 아버지와 통하는 면이 있는 걸까. 그보단 제자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 것 같은데.
한편 유지경은 장덕훈을 흘겨봤다.
“왜 네가 점수 따고 난리야.”
“내가 뭘?”
“여우같은 곰탱이.”
정하연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그때 손님 두 명이 요란하게 뛰어 들어왔다.
“엄마, 아빠! 우리 왔어요!”
“안녕하세요~!”
서주희와 한수아였다.
두 사람은 테이블을 둘러보다가 서주환과 정하연, 유지경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그러다 처음 보는 얼굴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석찬이 손을 흔들었다.
“너희가 주환이 동생이구나. 안녕.”
서주희는 바로 그를 알아봤다.
“앗! 석찬 오빠 맞죠?”
“응? 어떻게 알았어?”
“오빠한테 얘기 들었어요. 양아치 같은 친구 한 명 있다고!”
“헐. 야, 쭈환. 날 그렇게 소개했냐? 동생도 내가 양아치처럼 보여?”
“쪼금? 그런데 듣던 것보다 엄청 잘생겼네요.”
“이야. 동생이 사회생활 좀 하네. 용돈 줘야 되나?”
이석찬이 너스레를 떨었다.
서주희는 킥킥 웃다가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옆에는 덕훈 오빠죠? 와, 앉았는데도 키 엄청 크다. 키 몇이에요?”
“…….”
장덕훈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에 옆에 있던 이석찬이 툭 장덕훈을 쳤다.
“얌마, 덕훈아. 너한테 인사하잖아.”
하지만 그는 미동 없이 한 곳만 바라봤다. 그의 시선은 한수아를 향해 있었다.
장덕훈이 멍한 기색으로 말했다.
“치나 쨩?”
이석찬이 표정을 구겼다.
그게 뭔데, 씹덕아.
*
서주환 일행은 식사를 하며 곧 끝나갈 여름방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야, 우리 여행 가기로 했던 거 어떻게 할 해? 진짜 이대로 아무것도 없이 끝낼 거야?”
이석찬이 제발 놀러 좀 가자며 말했다. 한동안 집에서 만화책과 애니메이션만 보더니 좀이 쑤시다는 표정이었다. 하기야 종강 전부터 방학 때 여행을 가자고 말하긴 했었다.
욕망 퀘스트까지 뜰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방학여행』
▶ 최근 이석찬은 생애 처음으로 장시간 방구석 생활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소설, 만화, 애니 등을 섭렵하며 훌륭하게 오타쿠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타고나기를 외부에서 기운을 얻는 그는 슬슬 밖으로 놀러가기를 원합니다. 적당히 여자랑 뒹구는 것도 질려버린 이석찬은 마음 맞는 친구들과의 즐거운 여행을 바라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하연과 유지경도 친구들과의 추억을 기대합니다.
제자, 장덕훈은 청춘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고 싶어 합니다.
▶ 달성 조건: 친구들(정하연, 유지경, 이석찬, 장덕훈, 한수아, 서주희)과 즐거운 여행을 다녀오기.
▶ 보상: 50,000LP
서주환은 갑작스레 떠오른 퀘스트를 살폈다. 자세히 보니 이석찬 한 명의 욕망으로 생성된 것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여행을 가고 싶은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유지경이 곧장 찬성하고 나섰다.
“저는 여유 났어요! 알바 하나 그만두고 수아 편집자 하기로 했거든요. 우리 여행 가요!”
“정하연 너는?”
“사장님이 미리 말하기만 하라던데? 알아서 빼주겠다고.”
“그럼 됐네. 덕훈이는 어차피 알바 없고. 삼 주 밖에 안 남았는데 후딱 다녀오자. 바다 괜찮지?”
“전 좋아요!”
“바다 가서 입을 옷이 없는데. 그냥 반팔 입고 있어도 되나?”
“무슨 반팔이에요! 언니, 저랑 수영복 사러 가요! 비키니!”
“엑. 비키니?”
그때 가만히 지켜보던 서주희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린다.
“부럽다. 나도 여행 가고 싶어.”
“나두…….”
“우린 왜 고삼일까?”
“내신 관리 열심히 할 걸. 흐잉.”
애잔한 수능생들의 한탄.
서주환은 눈앞의 욕망 퀘스트와 두 사람을 번갈아봤다.
‘얘들도 같이 가야한다 이거지?’
두 사람을 포함하지 않으면 퀘스트를 실패하거나 보상이 줄어들 것 같았다. 그는 정하연을 비롯한 친구들을 둘러봤다. 슬쩍 눈짓을 하며 폰을 두드려 보이자 모두 알아듣는 듯했다.
그들은 티 나지 않게 까톡으로 대화를 나눴다.
- 나: 수아랑 내 동생도 같이 가도 돼? 너희가 안 된다면 어쩔 수 없고.
- 장덕훈: 전 좋습니다! 무조건 좋습니다!
장덕훈이 가장 먼저 찬성하고 나섰다.
- 정하연: 나도 좋아. 동생들이랑 친해지고 싶어.
- 이석찬: 쓰읍. 그럼 장소를 좀 바꿀까? 여자 너무 많아지면 귀찮은데.
- 너구리: 맞아. 지금 성수기라서 인원 너무 많으면 근처에 숙소 잡기 힘들 텐데.
- 나: 그럼 바다 말고 딴 데로?
- 이석찬: ㄴㄴ별장 있음. 써도 되냐고 물어봄.
- 나: 오, 역시. 석찬아 사랑한다.
- 이석찬: ㄲㅈ
빠르게 대화를 마쳤다.
서주환은 두 여동생들에게 말했다.
“너희도 같이 갈래?”
서주희와 한수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그래도 돼? 정말?”
“으음. 환이 오빠, 친구들이랑 같이 가는 건데 괜찮아?”
“언니, 오빠들! 저희도 같이 가도 돼요?”
서주희가 두손을 꼭 모아쥐고 간절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에 일행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대신 수능 꼭 붙어야 돼?”
“네네!”
“주희야, 혹시 아는 언니들 없냐? 예쁜 애들 있으면 소개 좀…”
“이석찬 닥쳐! 얘들아 얘 말은 무시해.”
정하연이 이석찬의 뒤통수를 후렸다.
서주희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히히. 저 아는 언니들 많아요! 석찬 오빠 정도면 언니들이 먼저 소개해달라고 할 듯?”
“오오! 어쩐지 주희 넌 처음 볼 때부터 얘기가 통할 것 같더라!”
“대신 멱살 잡혀 살 듯? 다 성격 있는 언니들이라서. 결혼 빨리 하고 싶다던데.”
“…사실 내가 연하를 별로 안 좋아해. 그냥 해본 말이었어.”
이석찬은 눈길을 피했다. 그는 아직 인생을 좀 더 즐기고 싶었다.
반면 장덕훈은 한수아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애니메이션 좋아하십니까?”
“네? 좋아하는데요. 아, 맞다. 아까 치나 쨩이라고 했었죠? 저 그 애니 봤어요. 저한테 키 작다고 놀린 거죠!”
“노, 놀린 거 아닙니다. 정말이에요…….”
“헤헤. 농담이에요. 그보다 우리 동갑인데 말 놔요.”
“동갑?”
“저 스무 살이거든요! 히히.”
“…그럼 성인?”
“아, 그 표정! 저 애처럼 생겼다고 또 놀리는 거지!”
“아, 아닙니다!”
장덕훈이 새빨개진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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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환을 제외한 일행들은 다시 안양으로 돌아왔다.
유지경은 돌아가려는 정하연을 붙잡았다.
“언니, 시간 좀 있어?”
“응? 왜?”
“할 말 있어. 가능하면 우리 집이나 언니 집에서 했으면 좋겠는데…….”
“그럼 우리 집으로 가자.”
“술도 사가도 돼?”
“그래. 그럼.”
한편 이석찬을 붙잡은 건 장덕훈이었다. 그는 생전 처음으로 연애상담이란 것을 해볼 참이었다. 항상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이석찬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석찬 형님, 저 상담하고 싶은 게…….”
말을 끝마치기도 전이었다.
“안 돼. 포기해.”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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