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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글이 계속 무겁게 써져서 여러 번 뜯어 고치느라 늦었습니다ㅠㅠ
그저 글쟁이의 능력 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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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주환은 시스템이 없었더라도 불행만 아니었으면 인싸였을 놈... 이라는 설정입니다.
예로는 외모 개연성 아이템으로 준연예인급 얼굴이 되기 전에도 나름 훈훈하게 잘생긴 놈으로 묘사되곤 했습니다.
지금까지 서주환을 평하는 댓글 중 '아싸답지 않다'와 '개찌질하다' 두 부류가 모두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어렸을 적의 타고난 성격과 불행 때문에 후천적으로 바뀐 성격이 섞였기 때문이죠.
이상 쓸데없는 T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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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센스 님, 갓챈 님, 붉은빛마녀 님, TransDrive 님, 가자구요 님, 햐이안 님, 규민아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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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D
방학일상
서주환은 침대에 누운 채 욕망 퀘스트를 바라봤다. 한수아가 만족할 때까지 놀아주라는 퀘스트 내용. 7월이 다 지나갔는데도 여전히 완료되지 않았다.
‘재밌게 놀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한수아에게 고백을 받았고, 그걸 거절하게 됐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욕망 퀘스트는 8월이 된 시점에도 해결되지 않았다. 달이 지나갔음에도 퀘스트가 남아있는 건 처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되나.’
욕망 퀘스트를 해결하고 싶다. 다만 그 이유가 마냥 포인트를 얻기 위함은 아니었다.
욕망 퀘스트란 사람의 욕망, 바람으로 생성되는 것.
한수아가 자신과 놀고 싶다는 마음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었으니 그 바람을 들어주고 싶었다.
헌데 생각과 달리 오히려 상처를 주고 말았으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몰히 해?”
샤워를 마친 정하연이 옆자리에 누우며 말했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격렬한 시간을 보낸 참이었다.
“그냥 뭐. 그보다 애들 과외는 어때?”
“좀 힘들어하긴 하지만 열심히 하려고 하더라. 생각보다 기초가 있어서 금방 점수 올릴 수 있을 거야.”
“다행이네.”
“그런데 애들이 묘하게 날 싫어하는 것 같아. 내가 뭘 잘못했나?”
“그래?”
서주환은 짐작 가는 바가 있어 말없이 눈꼬리를 긁적였다. 서주희와 한수아가 정하연을 안 좋아하는 이유는 십중팔구 자신의 전 여자친구이기 때문일 터였다.
정하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와 몸을 섞고 깊은 속내를 나눈 지도 몇 개월이던가.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서주환을 빤히 바라보다가 기습적으로 말했다.
“주희 때문은 아닐 거고. 수아 때문이지?”
“…….”
“맞네. 주희가 날 싫어하는 것 같진 않았거든. 수아 눈치를 봐서 그렇지. 수아는 이상하게 내 눈치를 보고.”
거기까지 말한 정하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서주환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가 윽! 하고 움찔하는 순간 고개를 돌려서 자신을 바라보도록 만들었다.
서주환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꼴깍 침을 삼켰다. 말도 안 했는데 어쩐지 다 알고 있는 듯한 눈빛. 여자의 감이라는 걸까. 평소에는 허당끼가 넘치면서 갑자기 눈치가 빨라졌다.
정하연이 예의 살짝 치켜 올라간 고양이 같은 눈으로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한다.
“수아가 고백이라도 했어?”
“…….”
“그리고 거절했구나?”
서주환은 소름이 돋아서 팔뚝을 문질렀다. 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이태원 가서 돗자리라도 필래? 너 좀 무섭다.”
“뭐래. 그냥 수아 표정이 너무 다 드러나서 그런 거야.”
정하연이 흥, 하고 코웃음 쳤다. 그리고 혀를 차며 말을 잇는다.
“그보다 너 진짜 못됐다. 수아 고백 거절해놓고 나를 소개해주냐? 애들 내 얼굴 알 거 아니야. 나 되게 나쁜 년 된 기분이었다?”
“미안해. 안 그래도 동생한테 쓰레기 소리까지 들었다.”
“동생 평가가 정확하네. 쓰레기 맞지 뭐. 편집자로는 지경이 소개해줬다면서? 나쁜 새끼.”
“아니, 지경이 소개해 준 건 고백 안 받았던 때야. 그건 좀 억울하지.”
유지경을 소개해줄 때까지만 해도 한수아가 자신을 좋아하는 줄 꿈에도 몰랐다. 평생 친동생처럼 여겼던 아이다. 도대체 누가 친동생에게 고백 받을 거라고 생각한단 말인가.
정하연을 과외 선생으로 소개해주는 것도 사실 엄청 고민했다. 그가 생각해도 고백을 거절해 놓고 전 여친을 소개해주는 건 잔인했으니까. 그럼에도 정하연을 소개해준 건 그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대학은 가야할 거 아니냐고…….”
고백을 거절한 것과 별개로 공부는 봐줘야 할 것 아닌가. 여기서 자신이 그만두겠다고 하면 더 어색해질 것이다. 그리고 수학과 영어 과외 선생으로 믿고 소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정하연 밖에 없었다.
‘다 수시로 들어왔는데 어떻게 소개해!’
혹시나 싶어서 장덕훈과 유지경에게도 물어봤었다. 작년까지 현역 고등학생이었으니 과외를 맡겨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내신으로 들어와서 수능은 신경도 안 썼다고 한다. 이석찬은 애초에 논외고.
정하연은 한숨 쉬는 그를 보고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짐짓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나쁜 새끼. 고백 받은 걸 자랑이라고 나한테… 나는 다 잡은 고기라 이거지? 이 쓰레기…….”
“네가 말 꺼냈잖아!”
“그래 다 내 잘못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이 문제지. 흑흑.”
서주환은 황당해져서 입을 벌렸다. 연애 할 때도 안 쓰던 스킬을 지금 쓰다니. 혼자 삽질하고 땅굴 파던 정하연이 맞나 싶다. 그렇다고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게 결국 따지고 보면 그가 쓰레기가 맞아서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변한 건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과거에 매몰돼서 쑥맥이기만 한 그가 아니었으니.
서주환은 얄밉게 말로 흑흑 대는 정하연을 돌아봤다. 이럴 땐 말보다 행동으로 입을 틀어막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지 오래였다.
쪽.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정하연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녀의 머리를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아예 숨도 못 쉬게 꽉 끌어안고 가만히 있었다.
“누가 그래? 나보다 네가 더 좋아한다고.”
“야, 숨, 숨 막…….”
“내가 더 좋아할 수도 있는 거지. 그거 까보기 전엔 모르는 거다.”
“헛소리 말고 좀… 숨 막힌다고오…!”
“알아들을 때까지 안 놔준다.”
“야 이씨… 알았…으니까 좀… 놔!”
서주환은 그제야 정하연을 놔주었다.
품에서 나온 정하연이 숨을 몰아쉬더니 씩씩대며 노려봤다.
“나쁜 놈아! 힘으로 강요를 하냐!”
“한 번 더 안아달라고?”
“아, 됐어!”
그녀는 숨이 막혀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몸을 돌렸다.
“왜 등을 돌리고 그러냐. 나 상처 받는다.”
“상처를 내가 받지 왜 네가 받아!”
“일로 와.”
“아, 배 만지지 마.”
뱃살도 없으면서 거 민감하게 굴기는. 살이 있어도 그 말랑한 감촉이 좋은 건데 여자들은 왜 배 만지는 걸 싫어하는 건지.
“여기는?”
“하아. 그래. 차라리 거기 만져라.”
주물주물.
가슴 만지게 해주면 땡큐지 뭐.
*
8월도 첫 주가 지나갔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앞으로 스무 날이면 개강이었다.
“놀고 싶어. 내 방학 어디 갔어…….”
“조금만 쉬면 안 돼요…?”
서주희와 한수아가 징징댔다.
그 모습에 정하연은 헉! 하고 숨을 들이켜며 한수아를 바라봤다.
‘귀여워! 스무 살이 어떻게 이렇게 귀엽지?’
그녀가 보기에 한수아는 사람 자체가 귀여웠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보듬어주고 싶어지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종종 자신도 모르게 손이 나가서 머리를 쓰다듬게 되곤 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스윽스윽.
돌아오는 반응도 재밌었다. 한수아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반사적으로 헤실 웃으면서 손에 머리를 부빈다. 서주환에 의해 형성된 버릇이었다. 하지만 곧 손의 주인이 정하연이란 걸 알면 흠칫하고 고개를 물렸다.
“쓰, 쓰다듬지 마세요!”
“앗. 미안, 수아야. 나도 모르게.”
“나쁜 버릇이에요!”
“응응. 언니가 미안해.”
정하연은 실실 웃으며 사과했다. 진정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에 더 뾰로통해지는 한수아였지만 그마저도 귀여워서 놀리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아니지. 놀리면 안 되지.’
안 그래도 미움 받는 처지인데 놀려먹기까지 하면 더 미움 받아버리고 만다. 가능하면 이 귀여운 생물과 친해지고 싶었다.
“하연 언니~ 조금만 쉬어요.”
“으음. 그래, 10분만 쉬자.”
“에엑. 겨우 10분?”
“그럼 5분?”
“10분 좋아요! 언니 만세!”
반면 서주희는 사람 자체가 활달했다. 본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친언니 대하듯 넉살좋고 편하게 대하는 모습에서 타고난 친화력을 알 수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면 서주환과 비슷한 면도 많아서 재밌었다.
다만 곤란한 점도 있었는데.
“언니, 언니.”
“응?”
“우리 오빠랑 사귀었었죠?”
“아, 아니?”
“거짓말. 오빠랑 같이 찍은 사진 다 봤거든요.”
“…그거 나 아니야.”
“우후후. 누가 먼저 고백했어요? 오빠가? 아니면 언니가? 역시 오빠가 먼저 했겠죠?”
정하연은 시선을 돌리며 작게 말했다.
“내가 먼저 했었는데…….”
그에 서주희는 몸까지 들썩이며 화들짝 놀랐다.
“지, 진짜로? 오빠가 아니라 언니가 먼저? 언니가 뭐가 아쉬워서요? 아니, 그보다 어떻게? 어떻게 고백했어요?”
서주희의 기세는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 같았다. 오죽하면 정하연이 밀려서 움츠러들 정도. 연애 이야기를 대하는 여고생의 기세는 이렇게나 무서웠다.
“네? 응? 하연 언니이~. 수아야, 너도 궁금하지 않아? 뭐라고 고백했길래 오빠가 오케이 했을까?”
“난 안 궁금해…….”
한수아는 시무룩한 기색으로 대답했지만 귀는 쫑긋 움직였다. 정말로 뭐라고 고백했기에 성공했을까? 나는 알몸으로 달려들어도 안 됐는데.
정하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주희 너 주환이랑 진짜 똑 닮았다.”
“네에?! 갑자기 왜 쌍욕을 해요! 너무해!”
정하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넉살을 떨어대며 짓궂은 얼굴로 사람을 놀려먹으려 드는 게 아주 남매가 똑같았다.
“나 상처 받았어! 언니가 재밌는 얘기 해주면 나을 것 같은데.”
그거 봐라. 똑같지 않은가.
“쉬는 시간 끝. 다시 공부 시작하자.”
“엑! 아직 5분밖에 안 지났는데요, 언니!”
*
한편 서주환은 거실에서 어머니인 서애라에게 붙잡혀 있었다.
“아들. 아들은 몇 살에 결혼할 거야?”
“예? 갑자기 결혼은 왜요?”
“아니이~ 그렇잖니. 응?”
“뭐가 그렇다는 건지…….”
그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말을 피하자 서애라는 음흉하게 웃었다.
“지금 방에 있는 여자애, 아들 여자친구였잖아. 맞지?”
“…그걸 기억하세요?”
정하연과 함께 찍은 사진을 까톡 프사로 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은 무척 짧았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는 건지.
“아들 첫 여자친군데 당연하지.”
“아무튼 하연이랑 결혼이 무슨 상관이에요. 헤어진 지가 몇 달 째인데. 지금은 그냥 친구에요.”
“흐응. 그러니? 엄마가 보기엔 하연이가 아직 아들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냥 친구에요, 친구.”
친구는 친구다. 좀 많이 특별한 친구.
“그럼 수아랑 결혼할 거니?”
“콜록! 갑자기 왜 수아로 가요, 얘기가?”
“엊그제 수아랑 자취방 갔잖니. 아무 일도 없었어? 술까지 마셨다면서.”
“없었어요, 아무것도. 그리고 전 독신주의에요. 손주는 저 말고 나중에 주희한테 낳아달라고 하세요.”
그 말에 서애라가 대경했다.
“아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들이 뭐가 부족해서 독신으로 살아!”
“요즘은 혼자 사는 사람도 많아요.”
“그거 불효야!”
“부모님한테 억 단위 통장 주는 불효자식도 있어요?”
“그, 그건…….”
서애라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대학에 다니고 있던 아들은 방학 중 돌아오더니만 갑자기 5억이 든 통장을 선물이라며 건넸다. 그날 얼마나 놀랬던지. 평소 무뚝뚝한 남편도 당황하지 않았던가.
‘이, 이게 무슨 돈이냐?’
‘저 소설 쓰는 건 아시죠? 그게 잘됐어요.’
‘글로 이만큼이나 벌었다고?’
‘글로 번 것도 있고… 그걸로 주식을 좀 했는데 운이 좋았죠.’
처음에는 받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어찌 자식이 잘됐다고 거액을 아무렇지 않게 받는단 말인가. 서애라는 물론이고 서재필 또한 돈이 있으면 미래를 준비하라며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서주환은 돌려받기를 거부했다.
‘제 건 따로 모아뒀어요. 그건 일부니까 걱정 말고 받으세요. 어머니랑 아버지도 이제 쉬엄쉬엄 하셔야죠. 주희 대학 등록금에도 보태고요. 아, 건강검진 예약해뒀으니까 그것도 받으세요.’
그리 말하는 아들이 어찌나 기특하던지. 덕분에 얼마 전에는 건강검진까지 받고 온 참이었다.
하지만 기특한 것과 독신 선언은 별개였다.
서애라는 성큼성큼 방으로 들어가 통장을 가져와 탁 내밀었다.
“자! 엄마랑 아빠는 돈 필요 없으니까 결혼해!”
“아니, 그 말이 아니잖아요! 저 아직 서른도 안 됐어요, 어머니!”
“어머, 그럼 서른에 할 거니? 어? 아들, 어디 가. 아들!”
서주환은 밖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며 헛웃음을 흘렸다.
‘회귀 전에는 서른에도 들은 적 없는 독촉인데.’
결혼은 고사하고 여자친구 안 사귀냐는 질문도 못 들어봤다.
항상 우울한 아들의 눈치를 보느라 어찌 참으셨는지.
‘확 그냥 손주 한 열 명 안겨다드릴까 보다.’
그럼 다른 의미로 화를 내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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