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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224화 (22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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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빌드업... 빌드업...

여태 친동생처럼 봤던 애를 갑자기 덮치는 건 이상하잖아요?

*

공지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못 보신 분들도 있을 테니 후기를 통해 다시 전합니다.

지난 토, 일 중에 올리기로 했던 한 편은 개인사정으로 인해 올리지 못했습니다.

본래 연재분은 아니지만 제가 했던 약속이니만큼 이번 주중이나 주말에 보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스스로 채찍질하고자 꺼냈던 말인데... 앞으로는 좀 더 신중히 말해야겠어요..ㅠ

*

삐럭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BiBi빅 님, 랄라리아 님, 햐이안 님, 유준상 님, 설날 님, spearneck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D

나랑 놀아달란 말이야!

잠에서 깨어난 한수아는 생전 처음으로 숙취를 느꼈다. 속이 울렁이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 이게 숙취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우으… 응?”

그러다 낯선 감각에 눈을 깜빡였다. 평소의 잠자리가 아니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자 불현 듯 어젯밤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히끅!”

한수아는 놀란 마음에 딸꾹질을 토했다. 딸꾹질로 어깨가 들썩일 때마다 메스꺼움과 함께 기억이 솟구치는 듯했다.

‘환이 오빠한테, 고백해버렸어?’

그것도 술에 취한 채로!

속옷만 입은 채로!

끝내는 알몸이 되어 품에 안기면서 사랑한다고 말했다!

“으, 에, 말도 안… 히끅!”

한수아는 가슴을 두드려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간신히 딸꾹질을 멈춘 그녀는 문득 자신의 옷차림을 살펴봤다.

“옷이 입혀져 있네…?”

그녀는 집에서 가져온 잠옷을 입고 있었다. 분명 나체로 서주환에게 안겼었는데 그게 모두 꿈이란 말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옷 안으로 손을 넣어보자 속옷도 제대로 입혀져 있었다.

그래서 한수아는 더더욱 확신했다.

“꿈이 아니구나…….”

잘 때 누가 브래지어를 하고 잔단 말인가. 오히려 착실하게 속옷까지 입혀져 있다는 점에서 꿈이 아니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럼 어제 그것도…….’

문득 자신의 몸에 닿았었던 서주환의 물건이 생각났다. 여자로 봐주지 않는다는 게 분해서 속옷까지 벗었던 자신. 그런 자신을 보고 흥분했던 서주환. 그 뜨겁고 단단한 물건의 감촉이 아직까지도 선명했다.

그 기억을 떠올리자 화끈 얼굴이 달아올랐다.

“~~~!”

한수아는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어제의 자신이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도 계속 배꼽 위에 닿았던 그 감촉이 생각나는 게 더할 수 없이 자괴감을 불러왔다.

‘앞으로 어떡해!’

고백에 대한 답을 들은 기억이 없다. 과연 서주환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옷이 입혀져 있는 걸 보니까 자는 사이 뭔가 일을 치른 건 아닌 듯한데.

‘차라리 일이 났으면!’

그랬으면 책임지라고 떼를 써볼 텐데!

떼쓰게 덮쳐주지 좀!

‘왜 안 건드린 거야!’

얌전히 옷까지 입혀서 침대에 눕혀놨다는 게 참 서주환답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답답해서 화가 났다.

성인 여성이 옷 벗고 달려드는데 어떻게 참았단 말인가. 그 정도로 자신에게 성적 매력이 없다는 건가? 역시 A컵 껌딱지는 안 되는 건가? 어렸을 때 훔쳐본 그 야동처럼 C컵은 되어야 하나? 딸기우유를 좀 더 열심히 챙겨 마실 걸!

‘아, 아니지. 그래도 반응했었어.’

지난 밤 생전 처음으로 서주환의 다른 얼굴을 봤다. 동생이 아닌 여자를 보는 눈빛. 그리고 자신의 몸에 분명히 반응했었던 그 우람한 물건! 그 서주환이 자신을 여자로 봤다!

한수아는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하며 입 속으로 아우성을 질러댔다. 머릿속이 혼란 그 자체였다.

그때 똑똑, 하고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수아야, 일어났어?”

그녀는 흠칫!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마구 끄덕이며 답했다.

“으, 응! 나 일어났어!”

“그럼 밥 먹게 나와. 아침 차렸어.”

“아, 아침?”

“어. 해장해야지. 김치찌개 끓였어.”

김치찌개라는 말에 꼬르륵! 하고 몸이 반응했다. 혼란한 마음과 달리 그녀의 몸은 숙취해소를 요구하고 있었다.

‘일단 밥부터 먹자.’

한수아는 재빨리 머리를 정돈하고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갔다. 거실로 나오자 절로 입에 침을 고이게 하는 냄새가 풍겼다. 얼큰한 김치찌개와 밑반찬들. 막 밥을 푸고 있는 서주환의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았다.

“자. 밥 더 있으니까 부족하면 말해.”

“으응.”

한수아는 앞에 놓인 밥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대답했다. 얼굴을 쳐다보기가 왜 이렇게 힘든 건지.

“맛있다…….”

“하하. 다행이네. 많이 먹어.”

“응.”

그녀는 말없이 식사에 열중했다. 온 신경이 서주환을 향한 채였다.

‘뭐라고 말해야 되지?’

평소와 달리 입을 여는 게 쉽지 않았다. 술기운을 빌려 고백했지만 맨정신이 된 지금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기껏 한 발작 내디뎠는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아니, 어제 듣지 못한 답을 듣고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었다.

한수아는 용기를 내서 말문을 열었다.

“화, 환이 오빠.”

“응?”

“어제 있잖아. 그거 대답…….”

“아, 어제?”

“으응!”

차마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곧 그의 말이 들려왔다.

“어휴. 어제 왜 그렇게 많이 마셨어? 혼자 마시다 잠들고.”

“미, 미안해. 그런데…”

“어제 내가 했던 말은 기억해?”

“…오빠가 했던 말?”

한수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설마 벌써 대답을 했던 걸까? 그녀의 기억은 알몸으로 서주환에게 안긴 시점에서 끊어져 있었다.

‘혹시?’

고백을 받아준 건 아닐까. 생각해 보면 거절했는데 이러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알고 보니 이미 사귀고 있는 상태인 거고, 이 아침식사는 여자친구에게 해주는…….

그때 서주환의 목소리가 망상을 끊었다.

“내 친구한테 수학이랑 영어 과외 부탁하기로 했잖아.”

“…과외?”

“응. 연락해봤는데 괜찮다고 하더라. 슬슬 알바 끝나갈 때니까 방학동안 너희 가르쳐줄 수 있을 거야. 나도 가능한 건 옆에서 도와줄게.”

말의 맥락이 무언가 이상했다.

“어, 아니, 그보다 어제 대답은…….”

“아, 그 친구도 대학교 같이 다니는 친구야. 우리 학과 수석으로 입학해서 계속 1등하고 있어.”

“…….”

대답을 요구할 때마다 묘하게 말을 끊는 느낌.

평소 서주환의 대화방식은 이러하지 않았다. 그는 본인의 할 말보다 상대방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었다.

“환이 오빠…….”

한수아는 내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의 표정을 확인한 순간 깨달았다.

‘거절이구나.

태어나면서부터 평생을 봐온 사람이기 때문일까. 평소와 다름없이 자상하게 웃고 있는 얼굴임에도 뜻을 알 수 있었다.

‘없었던 일로 하려는 거구나.’

그의 미소와 몸짓에서 거절과 배려를 읽었다.

차라리 없었던 일로 하고 계속 친구로 지내자고. 못들은 걸로 하겠다고. 너와 나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친구라고.

“…응.”

너무 자상하고, 또 잔인한 배려였다.

차라리 알아차리지 못했으면 좋으련만.

“응. 고마워, 환이 오빠!”

한수아는 활짝 웃었다.

*

서주환은 한수아를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긴장이 풀려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다행히 알아들은 것 같네.”

한수아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밤을 새서 고민했다. 분명 그녀를 여자로 느꼈지만 쉽사리 받아들이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사귀는 건 기각.’

한수아의 고백을 받아들일 것이라면 진즉 정하연과 유지경부터 생각했을 것이다.

‘윈윈도 기각.’

한수아와는 그냥 친구가 아니라 양가의 부모님이 서로 알고 있는 소꿉친구다. 건드리는 순간 빼도 박도 못하고 결혼 할 수도 있었다. 오히려 한수아네 부모님이 먼저 식을 잡자고 할지도 모른다.

‘결국 거절인데.’

거절의 방법이 문제였다. 현재의 상황을 말로 설명할 자신도 없었고, 한수아에게 최대한 상처가 되지 않도록 거절하고 싶었다.

“하아. 잘 한 건지 모르겠네.”

애초에 좋은 거절이라는 게 있긴 한 걸까.

회귀 전에는 다른 사람의 관심과 사랑이 고팠는데, 이번 생에는 너무 좋은 여자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곤란했다.

참 배부른 투정이 아니고 무언지.

*

서주희는 차마 한수아를 때릴 수는 없어서 자신의 이마를 탁! 소리가 나도록 쳤다.

“이 바보가 왜 급발진을 한 거야! 내가 좀 기다리라고 했잖아!”

“흐어엉! 잘 될 것 같았단 말이야아…….”

한수아는 백곰 인형을 끌어안고 훌쩍였다. 지난달에 서주환이 선물해준 인형이었다.

서주희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화딱지가 났다. 하지만 울고 있는 절친에게 욕을 할 수는 없는 노릇. 목구멍까지 올라온 쌍욕을 간신히 되삼켰다.

“아이씨. 이 오빠는 진짜… 그냥 덮치고 결혼이나 할 것이지.”

한수아를 욕할 수 없으니 분노와 원망이 서주환에게로 향했다.

“쯧. 쓸데없이 잘생겨져가지고.”

친오빠를 상대로 잘생겼다는 말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워낙 변화가 크다보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자존감을 회복하고 그 옛날의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온 서주환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아무리 일반적인 남매사이가 원수지간이라지만 결국은 혈육. 불행 때문에 어두운 얼굴로 다니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자존감을 되찾고 기이할 정도로 이상했던 불행도 사라진 모습이 좋게만 보였다. 자꾸 놀려대는 게 재수 없긴 했지만 대화조차 힘들었던 시절보다는 훨씬 나았다.

다만 딱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었으니.

자존감을 되찾음과 동시에 다시 주변에 여자가 많아졌다는 사실이었다.

‘아, 진짜 귀찮아졌네. 어렸을 때보다 더 귀찮아.’

아주 어렸을 때의 서주환은 남녀를 불문하고 인기가 많았다.

남자들과 있을 때는 골목대장이었고, 여자들과 있을 때는 소꿉놀이의 일등 남편감이었다. 서주희와 한수아라는 두 여동생이 있기 때문인지 그는 또래 남자들과 달리 여자애들과도 잘 어울려서 인기가 아주 많았다.

“쓰읍. 몇 년 전까진 편했는데.”

서주환의 기이한 불행이 터진 이후부터는 남자고 여자고 다 떨어져나가서 주변을 견제할 필요가 없었다. 움츠러든 오빠의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그거 하나만큼은 편했었다.

헌데 지금은 과거보다 더 인기가 많은 듯했다. 직접 얼굴을 본 건 유지경밖에 없었지만 집에서 전화하는 소리로 알 수 있었다. 통화할 때마다 부르는 여자 이름이 계속 달라지는 게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누나에, 친구에, 동생까지 연령대도 아주 다양했다.

‘옛날처럼 내가 쳐낼 수도 없잖아.’

어렸을 때야 우리 오빠는 수아랑 결혼할 거야! 하고 소리쳐서 우기면 장땡이었다. 어린애 싸움이야 목소리 크고 친구 많은 사람이 이기는 거였으니 질 일이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때는 서주환도 한수아와 결혼할 거라며 생각 없이 말하고 다니던 때여서 더더욱 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성인이 됐는데 주변에 그렇게 소리치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천천히 플랜을 짜고 계획적으로 단계를 밟은 후 부모님을 동시 공략해버릴 생각이었다. 아주 빼도 박도 못하게 당연한 사실로 만들 계획이었는데… 한수아가 급발진 해서 일을 그르쳐버렸다.

서주희는 도저히 방법이 안 떠올라서 고개를 털었다.

“아, 나도 이제 몰라! 수아 네가 일 벌였으니까 알아서 해!”

“주, 주희야, 나 버리지 마!”

“몰라, 텄어. 말도 안 하고 거절하는 고급 스킬 사용하는 거 보니까 그 새끼 우리 오빠 아니야. 포기해.”

“아, 아가씨, 제발!”

“우리 관계는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언니. 그냥 평생 친구로 살아요.”

“흐아앙!”

하얀 곰돌이가 눈물로 젖어드는 밤이었다.

*

서주희는 눈앞의 여자를 보며 생각했다.

‘내 오빠가 이렇게 잔인한 놈이었다니…….’

한수아의 과외 선생님으로 친구를 부른다더니 설마 전 여친을 데려올 줄이야!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더 예쁘잖아?’

오빠 새끼가 한창 연애중일 때 사진으로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도 예쁘다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한수아가 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헌데 설마 그게 필터도 보정도 없는 원본 사진이었다니. 심지어 각도 때문에 못생기게 나온 사진이었다니!

서주희는 옆에 앉은 한수아의 어깨를 두드렸다.

“수아야, 포기하자.”

한수아는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툭 떨구고 중얼거렸다.

“…주희 미워. 흑.”

두 사람의 대화에 정하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기… 이제 공부 시작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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