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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223화 (22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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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좀 애매하게 끊겼지요?

그러니까 내일도 연재를 하려 합니다.

내일이 안 되면 일요일에라도 한 편 올리겠습니다 :D

*

神龍 님, 있지 님, M1911A1 님, nolverto 님, Cengage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오오어 님, 동방다객 님, M1911A1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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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D

나랑 놀아달란 말이야!

한수아는 어지간히 부끄러운 듯 빨개진 얼굴이었다. 그녀가 눈을 질끈 감은 채 말을 이었다.

“대학교 다니면 엠티도 가고, 다 같이 술도 마시고, 모여서 놀러 다니기도 하고. 또 환이 오빠랑, 그리고 주희랑 같이 학교 다니고 싶어. 특히 오빠랑은 초등학교 때 제외하면 같이 학교 다닌 적이 없으니까…….”

그리 말한 한수아는 재빨리 손을 저으며 변명하듯 덧붙였다.

“무, 물론 놀고 싶은 게 다는 아니야! 출판콘텐츠학과는 콘텐츠나 영상 관련으로도 세부전공이 있으니까 방송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잖아? 전공 교양 중에는 위튜브 관련도 있다고 했고오…….”

틀린 말은 아니다. 출판콘텐츠학과는 본래 출판학과라는 이름이었다가 몇 년 전 문예창작과와 통폐합 된 학과다. 그리고 합쳐지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출판콘텐츠학과는 취업률을 늘리겠다는 목적으로 콘텐츠와 영상편집에 대한 부분을 교육 과정에 추가했고, 세계적으로 성장이 큰 위튜브 또한 전공교양으로 넣었다.

언뜻 보기에는 완전히 잡탕 학과가 따로 없을 정도.

명목은 출판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종이책을 넘어 소셜미디어와 같은 콘텐츠적인 부분이라는 것이었지만, 결국은 취업률을 늘리기 위한 교육과정이었다.

‘덕분에 진짜로 취업은 잘 되는 편이지만.’

잡탕처럼 보이지만 확실한 특색과 실용성이 있는 학과다. 대기업은 몰라도 중소기업이라면 출판, 영상편집, 디자인, 광고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어느 정도는 위튜브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테지.

서주환은 픽 웃으며 한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에 눈을 동그랗게 뜬 한수아가 이내 배시시 미소 지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고민한 거야? 그 정도면 대학에 가고 싶은 이유로 충분하지.”

“으응. 솔직히 재밌을 것 같다는 이유가 제일 크니까… 스스로가 너무 어린애 같아서.”

“재미 때문이면 뭐 어때? 그것도 다 경험인데.”

“…정말 그렇게 생각해?”

“당연하지.”

정말로 그는 단순히 재미 때문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방송이라는 수입이 있으니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회귀 전 불행한 운명 때문에 극히 협소한 삶을 살았던 그는 무엇보다 재밌는 삶과 다양한 경험을 중요시했다.

“물론 생각 없이 재미로만 다니면 안 되겠지. 중요한 건 재미 속에서 무얼 배우는 가야. 나중에 그 경험을 방송적으로 풀 수도 있는 거잖아?”

실제로 유명한 위튜버 중에는 대학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그 경험을 재밌는 이야기로 엮어서 방송 콘텐츠로 푸는 사람도 있었다.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자신의 경험을 말로 푸는 것뿐인데도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한수아가 똑같이 따라할 수는 없을지라도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낸다면 분명 언젠가 도움이 될 터였다.

‘물론 여유가 없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삶에 여유가 있냐 없냐에 따라서 바라볼 수 있는 시야와 선택지가 달라진다. 정말 집이 가난해서 당장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재미로 대학에 가겠다면 철 없고 모자란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한수아는 이미 수입이 있고 집안 자체도 잘 사는 편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어린 나이일 때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좋으리라.

“제일 중요한 건 네가 뭘 하고 싶은 건가야. 지금 대학에 가지 않아서 후회할 것 같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

“환이 오빠…….”

설마 긍정해줄 줄은 몰랐는지 꽤 감동받은 눈치였다. 혼자서 적잖이 고민하며 마음을 쓴 탓이겠지.

서주환은 한수아의 머리를 토닥이다가 술잔을 들었다.

“이제 고민은 해결된 거지?”

“응!”

“그럼 내일부터는 다시 공부 열심히 해야 돼.”

“그, 그건. 으으.”

“특히 수학 열심히 해. 국어나 역사 과목은 내가 봐줄 수 있지만 수학은 무리야. 영어도 솔직히 잘 기억 안 나고.”

현재 그의 나이는 스물 셋이었지만 실제로 입시를 치른 건 십 년이 넘었다. 현역 때도 수학이라면 치를 떨었는데 이제 와서 가르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영어도 생활영어와 입시영어는 결이 다르다. 대신 국어에 한해서는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완벽하게 가르칠 자신이 있었지만.

한수아는 울상을 짓고 술을 홀짝 들이켰다. 그녀가 빨개진 얼굴로 한숨을 내쉰다.

“수학 자신 없어. 영어두…….”

“그러면 대학 못 다니는 거지 뭐. 고민했던 것도 다 쓸데없는 거고.”

“흐엉. 그건 싫어어~!”

눈꼬리가 축 쳐진 채로 칭얼거리는 한수아.

서주환은 그 모습을 보며 낄낄거리다가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아, 하연이.”

정하연은 공부를 무척 잘한다. 가르치는 것까지 잘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성적만큼은 학과 탑이 아니던가. 지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서도 압도적인 성적으로 수석을 차지했다.

‘수학도 잘하려나?’

수학은 몰라도 일단 어학 재능이 있으니 영어는 문제없을 것이다. 애초에 그녀의 수능 성적은 대안대학교보다 훨씬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 정도로 점수가 높았다. 그럼에도 대안대학교로 온 이유는 온전히 출판콘텐츠라는 특수한 학과에 흥미가 있어서였으니. 수학과 영어 과외를 부탁하면 좋을 듯했다.

생각에 잠긴 그를 보며 한수아가 고개를 갸웃 기울인다.

“우응? 왜 그래, 화니 오빠?”

“수학이랑 영어 가르쳐줄만한 사람이 떠올랐어.”

“그게 누우군데에?”

“내 친구 중에…….”

서주환은 대답하다 말고 문득 이상한 기색을 느꼈다. 한수아의 얼굴이 터질 듯 새빨개져 있었던 것이다.

“야, 야! 수아야, 너 그만 마셔! 얘가 언제 이렇게 혼자 다 마셨어?”

모이 먹는 새처럼 홀짝거리더니 어느새 혼자서 한 병을 훨씬 넘게 비웠다. 눈치 채고 보니 혀도 완전히 꼬부라져서 발음이 뭉개졌다.

한수아는 그만 마시라는 말에도 에헤헿, 하고 헤픈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을 하는 지 알아듣긴 하는 건가? 지금까지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던 게 용할 지경이다.

“오빠랑 술 마시니까 죠타아.”

“그만 마시라니까? 술잔 이리 내!”

“아앙! 시러어! 조금만 더어!”

“쓰읍! 혼난다!”

“나 어린애 아니거든!”

“허허.”

강경한 거절에 서주환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딴에는 맞는 말이긴 하다. 한수아는 스무 살이었으니까 어린애가 아니다. 하지만 작달만한 여자애가 그리 말해봐야 반항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 볼에 넣은 빵빵한 바람이나 좀 뺐으면 좋겠다.

콕!

그는 생각과 동시에 한수아의 볼을 찔렀다. 그러자 푸쉬시 볼바람이 빠졌다.

한수아는 아미를 찡그리더니 입을 벌렸다.

“뇸.”

순간 새부리 같은 입술이 그의 손가락을 머금었다. 쪽, 하고 빠는 감촉에 서주환은 기겁하며 손가락을 빼냈다.

“얌마, 뭐 하는 짓이야?!”

“헤헤. 포상 준 건데에.”

“…뭔 상?”

“포오상! 환이 오빠도 트수잖아. 그럼 포상 맞지?”

“얘가 대체 어쩌다가…….”

도대체 그간 무슨 방송을 해온 거냐…….

그는 요 몇 달 방송을 보지 않는 새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심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한수아는 그가 황당해하는 중에도 히죽히죽 웃으며 다시 술잔을 채웠다. 이어서 서주환의 잔에도 술을 채운 뒤 짠을 외친다.

“짠! 빨리 짠 해줘, 오빠!”

“어휴.”

“아앙. 빨리이!”

“그래, 그래. 대신 그게 마지막 잔이다?”

“으잉. 그러면 평범하게 끝낼 수 없지! 러브샷 해줘, 러브샷!”

“…수아 너 러브샷 해본 적 있어?”

“주희랑 해봤지롱!”

“서주희 고년이랑 술을 마셨다고? 미성년잔데?”

“헉! 맞다! 비밀인데!”

한수아가 급히 입을 막았다. 하지만 다 들은 뒤에 그래봐야 어쩌겠는가.

서주환이 무시무시한 눈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옆에 달라붙어서 애교를 피우며 변명했다.

“우, 우리 엄마한테 허락 받았어어. 술도 주희가 산 거 아니야. 화내지 마, 환이 오빠아~!”

“후우. 아주머니한테 허락 받았으면 뭐.”

“에헤헤. 그럼 러브샷 해줄 거양?”

“요 녀석이.”

콩! 하고 정수리에 꿀밤을 날렸다. 조금 세게 때렸더니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울먹인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팔을 들고 술잔을 내밀었다.

“자. 할 거면 빨리 해. 마지막 잔이야.”

“아싸아!”

뭐가 그리 좋은지 울먹이던 것도 잊고 신나서 잔을 잡는 한수아.

서주환의 팔에 팔을 걸친 그녀는 자세가 불편한지 무릎으로 일어섰다. 워낙 키가 작아서 그리 해야 높이가 맞았다.

“크으. 자, 다 마셨지? 이제 정리하고 자자, 수아야.”

“…….”

“수아야?”

한수아는 술잔을 다 비운 뒤에도 떨어지지 않았다. 의아한 마음에 그녀를 부르자 팔이 스르륵 내려갔다. 대신 그녀의 머리가 품안으로 들어왔다.

한수아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슴팍에 부비며 말한다.

“좋아해, 환이 오빠. 진짜, 정말 좋아해.”

서주환은 픽 웃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고마워. 오빠도 수아 좋아해.”

“…아니야. 오빠는 아니야. 그거 아니란 말이야.”

“응? 뭐가 아니야? 나도 수아 좋아한다니까?”

“환이 오빠는 바보야…….”

한수아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뺨을 부볐다.

*

먼저 샤워를 마치고 나온 한수아는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다.

‘오빠는 멍청이. 그 좋아해가 아닌데.’

그녀가 말한 ‘좋아해’와 서주환이 말한 ‘좋아해’는 명백한 차이가 있었다. 그녀는 이성으로써 좋아한다 말한 것이지만 서주환의 ‘좋아해’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친동생에게나 하는 의미였다.

‘고백은 어떻게 하는 걸까?’

나름대로 술기운을 빌려서 용기를 낸 말이었다. 헌데 돌아온 답은 전혀 의미가 달랐으니. 고백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어떻게 해야 진심을 전할 수 있을까?’

술기운에 고백한 게 문제였을까? 서주환은 여전히 자신을 동생으로만 여겼다.

그럼 좀 더 진지한 분위기에서 말했더라면 달라졌을까? 아니, 그랬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으응…….”

한수아는 메슥거리는 속을 달래며 열심히 생각했다.

좋아한다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그가 자신을 동생이 아닌 여자로 봐줄까.

“어지럽당.”

술을 먹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탓일까. 몸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었다.

“더워…….”

*

관계의 변화는 갑작스럽게 찾아오곤 한다.

오랫동안 남매처럼 지내온 친구를 이성으로 느끼는 순간 또한 대개 갑작스럽기 마련이다.

“헉!”

샤워를 하고 나온 서주환은 문 앞에 있는 한수아를 보고 급히 허리춤을 수건으로 가렸다. 하지만 그만 가린다고 해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니었다.

“수, 수아야? 너 그게 무슨 꼴…….”

서주환은 고개를 돌렸다. 눈앞에 있는 한수아가 속옷만 입은 차림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집에서 가져온 잠옷을 입었던 것 같은데 어디에 벗어던졌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수아야, 너 그러고 뭐해? 빨리 옷 입어.”

“화니 오빠. 나 할 말 이써…….”

“어, 어. 무슨 말인지 몰라도 일단 둘 다 옷 좀 입고 말하자.”

“시러!”

한수아가 빽 소리쳤다.

서주환은 황당한 얼굴로 그녀를 돌아봤다. 속옷만 입은 한수아가 불퉁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화니 오빠는 바보야! 내가 좋아한다고 한 거는 그런 좋아해가 아닌데!”

그럼 무슨 좋아해란 말인가? 설마 한수아가 자신을…….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였다. 돌연 한수아가 등 뒤로 손을 돌렸다.

“안 되게써. 이것도 벗을래.”

“아니, 아니! 왜 얘기가 그렇게 돼?!”

“오빠가 나를 어린애로 보니카!”

한수아는 그가 말릴 새도 없이 속옷을 벗어던졌다. 분홍색 브래지어와 팬티가 사라지고 나체가 훤히 드러났다.

서주환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니, 돌리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한수아가 바짝 다가와 손을 붙잡고 말했다.

“보란 마리야. 나, 나 어린애 아니라구…….”

“…수아야.”

“나도 성인이란 말이야. 어린애 아닌데…….”

울먹거리는 음성이 시선을 붙잡는다.

서주환은 그제야 물기어린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한수아를 똑바로 마주했다.

“…….”

의외로 굴곡진 여체가 그곳에 있었다. 한수아 본인이 말했듯 그녀는 어린애가 아니었다. 아직 젖살이 남아 있는 얼굴과 달리 몸은 한참 전부터 성인이었다. 조금 작지만 봉긋이 솟아오른 가슴과 그 아래로 곡선을 그리고 있는 골반은 분명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환이 오빠.”

한수아는 그의 손을 놓고 대신 몸을 끌어안았다. 천 한 오라기 없는 맨살이 맞닿는다. 부드러운 여체가 그를 감샀다.

“좋아하는 거 아니야. 사랑해, 환이 오빠…….”

서주환은 딱딱하게 굳은 채로 생각했다.

‘제발 반응하지 마라.’

하지만 그의 하반신은 생각과 달리 움직였다.

불끈! 의지를 배반한 물건이 어림도 없다는 듯 몸집을 키웠다. 이내 우뚝 솟아오른 물건이 수건을 떨쳐내고 한수아의 몸에 닿았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수아를 여자로 느꼈다.

*

“하아.”

서주환은 침대에 누운 한수아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복잡한 심경이 숨결에 묻어나왔다.

“사람 심란하게 만들어 놓고 잠들기냐…….”

한수아는 사랑한다고 고백하더니 그대로 품 안에서 잠들었다. 말려 죽이는 것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거란 말인가.

“아니다. 잠들어서 다행이다.”

그대로 있었으면 끝까지 갔을지도 모른다. 그랬으면 이후 무슨 면목으로 한수아에게 사정을 설명했을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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