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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221화 (22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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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2시... 어림도 없었...ㅠㅠ

방송에서 게임 내용을 깊게 다룰 생각은 없습니다.

내용상 방송 비중을 크게 키울 생각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나왔던 일상 내용처럼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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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2124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smone 님, 규민아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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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나랑 놀아달란 말이야!

인터넷 방송 갤러리에 하나의 게시 글이 올라왔다.

<한고미 버스 아니냐>

- 한고미 쟤 버스 타서 1위한 거잖아. 반칙 아님?

고작 한 줄의 간단한 게시 글에는 댓글이 무수히도 달렸다.

- 반칙이지. 내기하는데 지인 버스가 말이 되냐.

- 싸이킥워치 랭크 열린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혜지가 생기는지ㅋㅋㅋㅋㅋㅋ

- 하여간 여자들 자기 실력으로 안 하고 남자 버스 타는 건 진짜 개역겹넼ㅋㅋㅋ

- 뭔 개소리야. 한고미 ㅈㄴ잘 하는데 여자 타령하네. 혼자 했을 때도 멱살 잡고 캐리한 판 ㅈㄴ많아.

- 다른 애들도 듀오하더만 한고미한테만 버스 ㅇㅈㄹ

- 다른 애들은 지들끼리 랭 돌린 거고 외부 인력 안 끌어왔잖아. 가끔 방송용으로 듀오 돌린 게 작정하고 버스 탄 거랑 같냐.

- 버스 이전에 애초에 룰이 있기나 했음? 지인들끼리 장난으로 시작한 내긴데 버스라고 지랄할 거면 처음부터 듀오 금지하고 솔랭만 돌렸어야지.

- 로리콘 새끼들 무지성 쉴드 치는 거 개역겹네.

- ㅁㅊ새낀가. 로리콘? 선 넘네.

- 한고미 20살인데 뭔 로리콘이야 10새들이. 논점 흐리지 마셈.

- 149cm에 그 얼굴이면 로리콘이지 ㅅㅂㅋㅋㅋㅋ

- 별로 애처럼 생기지도 않았던데? 동안도 맞고 키 작은 것도 맞는데 비율 좋아서 생각보다 애처럼 안 보임.

- 아니 ㅂㅅ들아, 한고미가 어리게 생긴 게 아니라 버스냐 아니냐가 중요한 거라고ㅋㅋㅋㅋㅋ

- 버스 타고 구독권 받아 처먹으면 양심 뒤진 거지. 방송인들 내기에 방송인도 아닌 지인을 왜 끌고 와.

댓글 뿐 아니라 게시 글도 우후죽순 늘어갔다. 버스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부터 한고미의 게임 실력에 대한 다툼과 로리가 어쩌고 하는 논점 흐리기까지.

다음 날 커뮤니티 반응을 본 서주환과 두 여동생은 크게 당황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불이 번질 줄은 몰랐다.

“어, 어떡해야 하지?”

한수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짧은 방송 경력 중 논란이 생긴 건 처음이었기에 어찌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서주환은 유지경에게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그녀는 위튜브 편집자가 되기를 원하는 만큼 인터넷 방송에도 관심이 많았다. 곧 전화를 유지경이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이미 사정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오빠, 침착해! 지금 절대 나쁜 거 아니야! 지금 고미 님 있어? 고미 님 바꿔줘! 아니, 안 바꿔줘도 되니까 내 말 전해줘! 침착해야 돼! 침착하면 괜찮아!

숨도 쉬지 않고 쏟아내는 말에 없던 당황도 생길 지경이었다.

“알았으니까 일단 너부터 침착해봐, 너굴아. 지금 주희랑 수아 둘 다 같이 있어. 스피커 모드로 바꿀게.”

- 그, 그래? 아, 안녕하세요! 저는 주환 오빠 대학 동기… 는 아니고 같은 학년 동생인 유지경이라고 해요. 엊그제 전화 했었죠? 이틀 후에 편집자 면접 보기로 한…….

유지경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와 달리 침착하지 못한 모습이다. 워낙 한고미의 팬이어서 그런 걸까.

걱정과 달리 유지경은 금세 진정하고 차분히 말했다.

- 제가 보기엔 나쁘기만 한 상황은 아니에요. 논란이 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이슈가 되고 있다는 소리거든요. 바로 지금이 방송이랑 위튜브를 키울 시점이에요.

유지경은 이 상황을 기회로 봤다. 그녀가 한수아에게 물었다.

- 제가 알바 때문에 못 본 방송이 있어서 그런데 확인 좀 할게요. 수아 님, 그 내기 애초에 그냥 지인들끼리 한 거고 이렇다 할 룰 같은 거 없었죠?

“네, 네에. 그냥 친한 사람들끼리 한 거예요. 룰이라는 것도 7월 안에 누가 제일 높은 랭크 찍는지가 끝이었고요.”

- 다행이다. 그럼 괜찮을 것 같아요. 제 말 좀 들어보실래요?

“아, 네네.”

유지경이 말했다.

- 방송 켜고 그냥 내기 졌다고 말해버리세요.

예상치 못한 말에 한수아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

방송을 켜자마자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 평소의 두 배에 이르는 시청자 수.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 수는 더욱 늘어났다. 유명한 인터넷 방송 갤러리에서 논란이 됐기에 시청자 수가 일시적으로 폭증한 것이다.

시청자가 많아진 만큼 채팅창도 빠르게 올라갔다.

- 버스 해명 좀.

- 내기 중인데 지인 듀오로 1등을 하는 여스가 있다?

- 고미 님 실망입니다.

- 뭘 실망이야, 이 ㅅㄲ들 원래 보지도 않던 놈들이 몰려와서 행패네.

- 누가 들으면 어디 공식적인 대회라도 연 줄 알겠네. 애초에 지인들끼리 한 내기에 무슨.

- 다른 스트리머들도 자기들끼리 듀오 돌렸는데 억까 하지 마라. 애초에 룰도 없었다.

- 룰 없으면 다 해도 됨? 1등하겠다고 일반인 끌어들이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 개 멍청한 짓이지. 실드 칠 걸 쳐.

- 1등 우승 상품으로 한 몇 백 걸린 줄 아나. 그냥 구독권 몇 장 받는 게 끝이야 xx들아.

- 구독권이 우스워?

한수아는 생각 이상으로 불타오르는 채팅창에 당황했다. 하지만 유지경의 말을 떠올리고 이내 차분하게 방송을 시작했다.

“여러분, 제가 잘 생각해봤는데요.”

그녀는 자진해서 내기에 졌음을 선언했다.

“내기 중에 지인이랑 듀오로 점수 올린 건 잘못된 게 맞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합니다.”

변명 하나 없는 깔끔한 사과. 사실 큰 잘못은 아닐지 몰라도 내기 중 방송인 외의 지인과 듀오로 랭크를 올렸다는 것은 논란이 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사과를 마친 한수아는 또 다른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덧붙였다.

“함께 했던 스트리머 분들에게는 미리 연락드렸어요. 다들 괜찮다고 해주시긴 했는데, 이대로 1등 하고 구독권 받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저는 이전 순위에 상관없이 탈락한 걸로 하고 현재 1등인 설녀 언니한테 구독권 드릴 거예요.”

채팅창에 아주 잠시 정적이 일었다. 너무나 쉽게 인정을 해버리니 오히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무언가 대단한 사건이었으면 모를까 지인들끼리 한 내기라서 사건을 더 키울 거리가 없었다.

거기에 함께 내기를 했던 지인들이 음성채팅에 등장했다.

= 고미야, 구독권 안 줘도 된다니까~. 어차피 너 방송 시간 길었으면 듀오 아니었어도 1등이었을 걸?

= 님들, 애초에 이거 룰도 제대로 안 정했었어요. 시작도 내가 하자고 한 거고 룰 허술하게 짠 것도 나니까 까일 거면 내가 까여야지.

= 맞아. 푸딩 오빠가 잘못했어!

= 푸딩이 잘못했네!

= 나쁜 자식들, 아니라고 해주면 좀 안 되냐? 아니, 그보다 고미야, 나 환 님 소개 좀! 진짜 잘하시더라!

= 나도! 나도 환 님이랑 듀오 할래!

스트리머들은 논란을 키우고 싶지 않아 했다. 한수아가 생각이 짧았던 것은 맞지만 애초에 친한 지인끼리 장난처럼 한 내기였다. 굳이 논란이라 부를만한 게 아니란 소리다.

당사자인 스트리머들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자 채팅창의 반응도 한층 온순해졌다. 원래 한수아의 방송을 보던 사람들은 다행이라는 분위기였고, 커뮤니티를 보고 온 시청자 대부분도 불을 더 지피지 않았다. 애초에 더 이상 타오를 여지가 없었다.

물론 그럼에도 재미를 위해 악의적인 채팅을 치는 시청자들은 있었다.

- 버스 해명은 안 함? 실력도 안 되면서 남친 버스로 챌린저는 ㅆ에반데.

- 환이라는 분 개잘하던데 그 정도면 거의 대리 받은 수준 아님?

한수아에게 실력을 가지고 트집 잡는 시청자는 본래 그녀의 방송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평소 한수아의 플레이를 봤더라면 버스나 대리 따위의 말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럼 솔랭 돌릴게요.”

한수아는 실력으로 증명하겠다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사실 여기까지가 유지경의 계획이었다.

현재 한수아는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됐다. 내기도 내기지만 여성 유저가 단시간 내에 가장 높은 랭크를 찍었다는 게 더 큰 주목을 이끌었다. 평소 그녀의 방송을 보지 않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가 챌린저에 도달한 것이 모두 서주환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대게 여성 플레이어는 남성 플레이어보다 못한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수아가 누구던가.

다른 건 몰라도 게임 재능 하나만큼은 프로의 뺨을 후려칠 수준이다. 심지어 지난 이틀 간 서주환과 밤을 새다시피 듀오를 돌리며 ‘성교사(性敎師)’의 버프를 한껏 받은 상태였으니.

잠재등급 S의 게임 재능이 성장할 계기로는 충분했다.

“모두 봐줘서 고마워요. 지금까지 고미 티비였습니다! 그럼 다음에 봐요~!”

그날 한수아는 7승 3패, 승률 7할을 달성하고 챌린저에 완전히 정착했다. 또한 트릭키TV의 여성 유저 중 명실상부 최고 딜러임을 확정지었다.

*

유지경은 면접을 따로 볼 필요도 없이 편집자로 채택됐다. 편집한 영상물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한수아에게 도움을 준 것이 컸다. 사실 서주환의 지인이라는 점에서 이미 면접은 형식에 불과했다.

그래도 일단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자고 약속을 잡았다. 며칠 후 단기 알바 기간이 끝난 유지경이 광명으로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수아 님. 저 진짜 너무 팬이에요.”

“헤헤. 고마워요. 만나서 반가워요. 그런데 저랑 같은 나이라고 하던데 맞죠?”

“네! 저도 스물이에요.”

“그럼 저희 말 놓고 친구해요. 설마 금방 그만두실 건 아니죠?”

“그럼요! 열심히 할게요! 아니, 열심히 할게!”

유지경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넷으로만 챙겨 보던 방송인을 실제로 보니까 마치 연예인이라도 만난 기분이었다.

그녀는 한 살 어린 서주희와도 인사를 나누고 친구가 되기로 했다. 한수아가 서주희와 친구이다 보니 족보가 꼬인 것이다.

유지경은 서주희와 친구가 되는 것에 개의치 않았다. 서주희가 한수아와 친구인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서주환의 동생이라는 이유가 컸다.

서주환의 동생이면 나중에 아가씨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미리 호감도를 쌓아놓을 생각이었다.

“저기, 수아야.”

“응?”

“그으… 한 번만 안아봐도 될까?”

유지경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팬심이 잔뜩 섞인 눈빛이었다.

한수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유지경은 환호하며 그녀를 끌어안고 볼을 부비적댔다.

서주환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봤다.

‘보기 좋네.’

귀여운 애가 귀여운 애를 귀여워하고 있다.

너구리와 포메라니안이 친구가 됐다.

한편 너구리의 품에 안긴 강아지는 어딘가 익숙한 냄새에 코를 움찔했다.

‘왜 환이 오빠 냄새가 나는 것 같지?’

한수아는 어쩐지 마음이 불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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