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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220화 (2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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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생각과 달리 분량이 계속 한글 기준 2000자 정도 늘어나네요...

분량이 생각대로 안 되니까 계속 시간이 지체됩니다ㅠㅠ

내일은 2시까지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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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2124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이불속은위험해 님, 포뮬러 님, wadize 님, spt제이란 님, arahant 님, AllError 님, 세티아카이엘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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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D

나랑 놀아달란 말이야!

한수아는 집으로 돌아온 서주환과 여기저기로 놀러 다녔다. 홍대도 가고, 강남도 가고, 맛집도 찾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삼일 간 얼마나 열심히 놀았는지 지쳐서 다리에 알이 배길 정도였다.

그래도 덕분에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환이 오빠와 이렇게 놀러 다니는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헤헤. 계속 요즘 같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서주환이 자신을 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설마 다시 피하는 건 아닌가 했는데.’

한수아는 어렸을 적부터 항상 그의 손을 잡고 따라 다녔다.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봤고 언제나 기억 속에 그가 있었다. 아주 어렸을 적에는 당연하게 친오빠라고 여겨서 나중에 결혼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울어버린 적도 있었다. 덕분에 서주환이 그녀를 달래기 위해 결혼할 테니까 울지 말라는 약속을 하기도 했었다.

헌데 그랬던 오빠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신을 피하기 시작했다. 함께 하는 게 당연했던 그가 피하는 게 얼마나 서운했던지. 그가 자신을 피하는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의 그녀는 심통이 나서 마주 모르는 체를 했었다.

‘으아앙! 환이 오빠, 내가 미안해! 모르는 척 안 할 테니까 무시하지 마아!’

물론 며칠 가지도 못하고 매달렸지만 말이다.

울면서 매달린 게 통한 건지 그가 한수아를 무시하는 일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이전과 다른 거리감은 존재했다.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벽을 쳐둔 느낌. 억지로 들어가려고 하면 이전처럼 무시당할 것만 같아서 주변을 조금씩 맴도는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오빠가 군대를 전역할 때쯤 달라졌다. 이전처럼 다시 허물없이 지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귀여워해주는 환이 오빠가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그렇게 기뻐했던 것도 잠시 뿐이었다.

전역한 그는 곧 대학에 갔다. 아니, 대학교에 가는 건 문제가 안 되는데 자취를 시작해버렸다! 덕분에 거리가 멀어져서 떨어져 지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한수아는 먼저 연락해오지 않는 그를 보고 불안감에 약속을 받아냈다.

‘앞으로는 꼭 먼저 연락해야 돼!’

‘하하, 알았어. 그렇게 할게.’

먼저 연락 안 왔다.

나쁜 거짓말쟁이.

또 다시 자신을 피하는 건 아닐까.

“수아야, 다음은 이거 해보자.”

하지만 다시 돌아온 그를 보자 불안감은 싹 날아갔다. 지금만 해도 이렇듯 옆에 있지 않은가.

다만 한 가지 문제라면…….

“환이 오빠… 조금만 쉬었다 하면 안 돼?”

“쓰읍. 몇 문제 풀지도 않았어. 삼십 분 뒤에 쉬자.”

“사, 삼십 분이나?”

한수아는 울상을 지었다.

옆에 있던 서주희가 대신 발작했다.

“오빠! 좀만 쉬자!”

“그럼 매주 넌 가도 돼. 수아 공부만 봐줄 테니까.”

“아, 치사하게! 그리고 누가 메주야!”

“메주가 아니라 매주라고. 매니저 주희.”

“어쨌든 메주라는 뜻으로 말하는 거잖아!”

“이걸 들켰네.”

서주환은 두 여동생의 입시를 위해 엄격한 과외 선생님이 되었다.

*

서주환은 샤워를 하고 나오며 픽 웃었다. 힘들다고 찡찡대는 서주희와 한수아가 떠올라서였다.

“녀석들이, 복 받은 줄도 모르고.”

무려 교육(B+/A+) 재능을 가진 그가 과외를 봐주고 있었다. 더불어 성교사(性敎師)라는 사기적인 특수능력까지 있지 않던가. 성교사는 세 번째 효과인 성관계 버프를 제외해도 엄청난 교육 효과를 발휘한다. 그의 능력을 자세히 안다면 전국의 부모님들이 서울대생을 제치고 과외를 부탁해오지 않을까. 투덜거림이 아니라 감사를 받아야 마땅했다.

단란한 가족 식사자리에서 서애라가 문득 말했다.

“아들, 주희 얘 대학 갈 수 있겠니? 너랑 같은 학과 갈 거라고 하던데.”

“글쎄요.”

서주희와 한수아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애초에 공부 머리가 좋은 애들도 아니었고 딱히 내신 관리를 해왔던 것도 아니어서 수시로 대학에 가긴 힘들 듯했다.

“수시는 무리고 정시로 가야죠.”

“에휴. 얘 모의고사 성적 엉망이던데.”

“어, 엄마가 내 모의고사 성적을 어떻게 알아?”

“책상에 있던 시험지 봤지. 무슨 비가 새빨갛게 내리더라?”

“아, 엄마! 왜 맘대로 봐!”

“어머? 얘 봐라. 엄마가 딸 시험지 좀 본 게 잘못된 거니? 싫으면 네가 제때 보여주던가! 대학 갈 거라면서? 등록금 네가 낼 거야?”

“으윽.”

서주희는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집 안의 그 누구도 대학을 가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가겠다는 건 자신이었기에 대꾸할 말이 없었다.

서재필이 밥숟갈을 내려놓고 말했다.

“주환아, 네가 잘 좀 봐주거라. 요즘 수아도 같이 과외 하고 있지? 좀 어떠냐.”

“으음. 생각 이상으로 처참하긴 한데…….”

“처참이라니! 오빠, 사랑스런 여동생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

“사랑스럽긴 개뿔이. 네 성적표에 사랑이 말이냐? 밥이나 먹어.”

“…네에.”

서주희가 시무룩이 닥쳤다.

서재필은 그런 딸을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다가 목을 가다듬었다.

“크흠. 그럼 대학은 못 가는 건가?”

“아, 그건 아니에요. 애들이 그래도 의욕은 있어서 열심히 하거든요. 방학동안 제가 좀 가르쳐주면 가능성은 있겠죠. 대안대가 뭐 인서울도 아니고.”

“치. 오빠 때는 몰라도 지금은 어지간한 인서울보다 높거든? 특히 출콘과는 경쟁이 세다고.”

“계속 까불면 과외 그만둔다?”

“…잘못했어요.”

억울한 표정으로 사과하는 서주희.

결국 본전도 못 찾을 거면서 왜 계속 까부는지 모르겠다. 그는 픽 웃으며 서주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열심히만 해. 방학동안은 도와줄 테니까. 개학해도 모르는 건 물어보고. 붙으면 등록금은 내가 내줄게.”

“…….”

워낙 다정하게 대한 게 오랜만이라 그런지 서주희는 어색하게 눈치를 봤다.

서주환은 낄낄거리며 말했다.

“왜. 감동 받았냐?”

“그게 아니라…….”

“그럼 뭔데?”

서주희가 힐끗 눈치 보던 눈가를 찌푸리며 말한다.

“기분 나쁘니까 머리 만지지 말아줬으면 좋겠… 아악! 왜 때려!”

하여간 밉살맞은 동생 년 같으니.

*

서주환의 방학동안 일과는 운동과 약간의 휴식을 제외하면 대부분 글쓰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두 가지 일과가 추가됐다.

하나는 낮 동안 두 여동생의 공부를 봐주는 것이다.

“오빠, 슬슬 시작할 거야!”

“어어. 알았어.”

두 번째는 지금 게임을 켜는 이유와 연관이 있었다. 게임에 접속한 다음 음성채팅에 들어가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환이 오빠, 들려?

“어어. 들려, 고미야.”

그는 한수아를 이름 대신 고미라고 불렀다. 한고미는 한수아의 방송용 닉네임이었다.

화면에 한수아의 방송창을 띄우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이 보였다.

- 솔저 형 드디어 온 거냐고ㅋㅋㅋㅋ

- 환 님 방주 좀 말려줘요. 계속 이상한 리액션 할라 그럼ㅠㅠ

└ 22제발. 어디서 이상한 거 배워옴. 저 삐거덕거리는 춤 좀 멈춰줘요!

한수아가 리액션으로 섹시댄스를 추고 있었다. 헌데 춤이 얼굴과 안 어울리는 건 둘째 치고 온몸의 관절이 삐거덕거리는 듯해서 마치 목각인형처럼 보였다. 이래서야 섹시가 아니라 개그밖에 되지 않는다.

- 현실합방 언제 함? 환 님 갠방 언제 만듦? 둘이 우결 언제 함?

└ ㄹㅇ언제 함. 빨리 해줘. 둘이 어서 사귀어.

└ 빨리 드라마 방영하라고. 시청률이 예상 안 돼?

└ 아ㅋㅋㅋ 우결하다가 찐결 될 것 같아서 못하는 거라고ㅋㅋㅋㅋ

└ 뭔 찐결임. 그리고 여캠이 방송 얼마나 했다고 미쳐서 우결을 함ㅅㅂ

└ 고미는 아가야. 아가는 지켜줘야 해. 우결 그런 거 필요 없어.

└ 어휴. 육수 새끼들 방방봐 해라.

└ ㅋㅋㅋ역겹긴 한데 찐결은 맞는 것 같음. 솔저 형은 몰라도 방주는 암만 봐도 찐텐이잖아.

└ 찐텐이면 어쩔 건데. 애초에 방송 초기부터 그러고 다녀서 딱히 놀랍지도 않음. 심심하면 환이 오빠 거리면서 얘기했는데 뭘ㅋㅋㅋ

└ 누가 뭐래냐. 나도 이 드라마 찬성임. 소꿉친구 러브라인 개꿀잼각.

오랜만에 한수아의 방송을 보고 가장 놀란 게 바로 이것이었다.

보통 여성 스트리머, 그것도 캠을 켜고 얼굴을 공개한 여성 방송인은 연애 문제에 무척 민감하다.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과몰입을 해서 남성 관계를 경계하기도 한다. 그도 방송 초기에야 규모도 작고 친오빠나 마찬가지라며 나왔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한수아의 방 시청자들은 그를 환대했다. 심지어 우결을 하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한다. 도대체 그간 어떤 방송을 해왔기에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건지 신기할 노릇이었다.

- 매주! 방방봐 못하는 놈들 쳐내!

- ♣주맴: 한 번 더 매주라고 하면 강퇴할게요. 그리고 이 정돈 괜찮아요. 모두 욕설은 자제해주세요.

└ 아ㅋㅋ 잘못 말함ㅋㅋ 주맴 스트리머 데뷔 언제 하냐고ㅋㅋㅋㅋ

└ ♣주맴: 안 해요!

└ 하라고! 돈 준다니까?!

└ ♣주맴: 안 해요!

└ ㅈㄴ단호하네ㅋㅋㅋㅋㅋ

└ 주맴 카메라 보면 울렁거린 댔음ㅋㅋ

└ 그럼 얼굴 가리고 해!

└ ♣주맴: 안 해요!

서주희는 방송 초창기부터 한수아와 함께 채널을 키워오며 특이한 포지션을 잡고 있었다. 매니저이자 편집자이면서 제2의 방장 같은 느낌. 그 때문에 친한 스트리머도 여럿 있었고 그녀에게 개인 방송을 해달라는 시청자도 꽤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개인 방송을 켜지 않았다.

서주환도 궁금해서 왜 방송을 따로 안 하는 건지 물어본 적이 있다. 카메라 울렁증이 있으면 카메라 없이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서주희는 질색하며 답했다. 채팅 치는 건 할 수 있지만 말로 대화하는 건 무리라나. 그리고 그녀는 기계를 한 번 이상 거친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특이한 경우는 아니었다. 생각보다 스스로의 목소리가 낯선 사람들은 많으니까.

한수아가 음성채팅으로 깜짝 놀란 목소리를 냈다.

= 환이 오빠!

“응, 말해.”

= 회장님이 미션 주셨어! 오늘 다이아 찍으면 30만 원!

“그래? 그럼 찍어야지. 나도 승격 얼마 안 남았는데 같이 다이아 가면 되겠다.”

한수아는 옛날과 달리 자신의 아이디로 싸이킥워치를 플레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싸이킥워치에 한해서라면 트릭키TV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유명한 스트리머였다.

“지금 다른 스트리머들이랑 승격 경쟁중이라고 했었지? 기간은 7월 끝날 때까지라고.”

= 응. 그런데 포기하려고. 공부 하느라 바빠서. 어차피 시간도 이틀 밖에 안 남았으니까.

현재 한수아의 재능은 게임(B/S)다. 반면 그의 재능은 게임(B+/B+). 여기에 특수능력까지 쓴다면 A에도 조금 비벼볼만 하다. 무엇보다 현 시점의 그는 어쩌면 개발자보다 더 이 게임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일단 이틀 동안 최대한 올려보자.

그렇게 지나간 이틀.

두 사람은 연승가도를 달려서 챌린저 끄트머리에 진입을 성공했고, 한수아는 같이 내기를 한 스트리머 중 1위를 차지했다.

- 한고미 쟤 버스 타서 1위한 거잖아. 반칙 아님?

그리고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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