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219화 (21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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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생존을 신고합니다!

오싹오싹하더니만 주말 간 괜찮아졌습니다! 이제 멀쩡해요!

그나저나 이제 슬슬 한수아가 등장할 차례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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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龍 님, 천백설화 님, wnsdlcjstk2 님, 다정하우수현 님, Pd카루소 님, 광궁 님, 천국구경 님, kiryou 님, ㅇㅣ아 님, lhlhll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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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나랑 놀아달란 말이야!

유지경은 한수아와 직접 연락을 하고 흥분에 차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구독자라더니 이정도로 팬이었을 줄이야. 마치 연예인을 만난 여고생 같은 반응이었다.

유지경의 팬심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아침밥을 먹던 유지경이 문득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

“헉! 그러고 보니 방송 초기에 나온 환이 오빠가 주환 오빠야?!”

“어, 그거 나 맞아.”

“우와. 오빠 살 엄청 뺐구나?”

“하하. 옛날엔 좀 많이 뚱뚱했었지.”

“그러니까 못 알아보지! 아니, 어쩐지 닮았다고 생각한 적은 있는데 그냥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키 차이도 너무 나니까.”

“키가 좀 늦게 자랐어.”

한수아의 방송에 출연했을 때가 언제였던가. 전역한 지 얼마 안 됐을 적이다. 그때면 키도 작고 뚱뚱했을 때이니 못 알아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게다가 ‘얼굴 개연성(B)’ 아이템을 통해 미세한 부분들이 달라지기 까지 했으니.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보면 살 빼고 입학 전에 한 번 더 출연했었는데?

“나 한 편 더 나왔었는데 못 봤어?”

“진짜? 어떤 거? 나 거의 모든 영상 다 봤는데.”

“옷 가게에서 촬영한 거.”

“그런 게 있었나? 아, 거의 초기 영상이구나. 못 봤을만하네.”

유지경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편집 방식을 참고하기 위해 영상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 하였다. 그래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영상편집 퀄리티가 낮으면 안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긴, 그때는 주희 녀석 편집 실력이 어설플 때니까.”

“주희? 주맴 말하는 거지? 그러고 보니 방송에서 남매라고…….”

“어, 친동생이야. 수아랑 절친이고 방송 매니저겸 편집자이기도 해.”

“그, 그렇구나. 우와.”

어지간히 신기한 듯 우와를 연발한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유지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쨌든 잘됐네. 원하던 채널 편집자 할 수 있게 돼서.”

“에이, 아직 아니지. 일단 보낸 작업물 검사도 맡아야 하고 이후에 한 번 만나봐야 되니까.”

한수아와 연락했을 때 편집자 모집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마침 안 그래도 위튜브 채널을 키우기 위해 생각 중이었다던가. 운 좋게 타이밍이 맞물렸다.

‘마냥 운은 아니지.’

유지경이 워낙 한수아의 채널에 대해 잘 알고 있기도 했고, 곧 채널을 확장할 거라는 기대감으로 진득하게 기다린 게 주효했다. 혹시 다른 곳에 먼저 지원을 했더라면 기회가 왔어도 잡지 못했겠지.

그때 유지경이 문득 물었다.

“오빠, 고미 님 있잖아. 아니, 수아 님.”

“님이라니. 그냥 수아라고 불러. 너희 동갑이야.”

“으음. 하지만 아직 얼굴도 안 봤으니까. 그리고 내가 너무 팬이거든. 그보다 있지, 오빠.”

“왜?”

“이런 질문 하긴 좀 그런데, 그, 수아 님이랑도 혹시… 했어?”

유지경은 조심스럽게, 그리고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물어봤다. 평생 함께 한 소꿉친구가 경쟁자라니 너무 세지 않은가. 어쩌면 진짜 강력한 연적은 정하연이 아니라 한수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주환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되물을 뿐이었다.

“응? 뭘 해?”

“아니, 그거 있잖아. 그거.”

“그게 뭔데?”

“윽. 이 오빠 갑자기 왜 답답하게 굴지?”

유지경은 혹시 일부러 약 올리는 건가 싶어 그의 눈을 봤지만 순수하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눈빛만 보였다.

서주환으로서는 당연했다. 한수아를 그런 대상으로 생각해본 적 자체가 없었으니까. 그에게 한수아는 서주희와 마찬가지로 친동생이나 마찬가지였다. 갓 태어나고 몸이 약했던 한수아가 인큐베이터에 있던 것도 봤고 기저귀를 갈아준 적도 있다. 나이를 좀 더 먹은 후엔 옆에 데리고 다니며 키우다시피 했으니 동생 내지는 딸에 가까웠다.

“섹스 했냐고, 섹스!”

“…뭐?”

서주환은 결국 유지경으로부터 직접 그 단어를 듣고서야 말뜻을 이해했다.

그는 이내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지경아, 그런 거 아니야. 수아는 내 친동생 같은 애라고.”

“그, 그래? 하지만 수아 님은 예쁘고 귀여우니까. 사람이 좀 인형 같잖아. 그래서 혹시 했지.”

“푸하핳. 수아는 인형 같은 게 아니라 인형을 좋아해. 그리고 난 애초에 수아를 여자로 본 적이 없어. 너도 남동생 있다면서. 너 동생한테 이성적인 감정 가져본 적 있어?”

“그야 없지만…….”

“거 봐. 아무튼 그거 수아한테도 실례야. 수아 앞에서는 그런 말 하지 마.”

“으응.”

유지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렇게까지 말하면 믿을 수밖에 없었다.

“치. 아무튼 다 오빠 잘못이야. 오빠가 바람둥이니까.”

“하하…….”

“웃지 마. 얄미우니까. 난 얼마 전만 해도 오빠가 하연 언니랑 다시 사귀는 줄 알고 맘 졸였다고.”

서주환은 할 말이 없어서 입맛만 다셨다. 지난 밤 그는 유지경과의 관계를 새로 정립한 참이었다. 옆에 누운 유지경이 여상한 어조로 속삭였더랬다.

‘오빠, 내가 오빠 좋아하는 거 알지?’

이렇게 뜬금없이 고백하는 건가 싶어 깜짝 놀랐었다. 하지만 유지경은 웃으며 그를 안심시켰다.

‘고백하는 거 아니니까 그런 표정 하지 마. 애초에 받아줄 거라고 생각도 안 했어.’

‘그냥, 그냥 답답해서. 난 어차피 오빠가 다른 여자 있는 거 알면서 좋아하는 거거든. 하연 언니는 당연하고 아마 그 외에도 몇 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정하연과의 관계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다만 그는 물론 유지경도 굳이 그에 대해서 언급한 적은 없었따. 암묵적인 룰처럼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온 것이다.

왜냐하면 그게 편하니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사실을 수면 위로 들춰서 불편해질 필요가 없었으니까.

‘내가 오빠 여친도 아닌데 뭐라고 할 수는 없잖아. 지금까진 섹파 같은 거였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아픈 사람을 그렇게 다정하게 돌봐주면 혼자 얌전히 기다리기만 하기가 힘들어진다. 유지경은 당장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는 없어도 마음은 전해두자고 생각했다.

‘난 오빠한테 그냥 섹파라고 생각되기 싫어. 그건 알아두라고. 아, 당장 사귀자는 건 아니고. 그냥 뭐…….’

유지경은 조금 아픈 표정으로 말했었다.

‘혹시 누구랑 사귀게 되면 숨기지 말고 말해줘. 난 그냥 대놓고 말하는 게 낫지 혼자 찌질거리는 거 못하겠거든.’

서주환은 작게 훌쩍이는 유지경을 달래주었다.

회귀 전의 불행이 모두 복으로 바뀐 걸까.

유지경은 물론 정하연과 민가희, 그리고 은연 중 그에게 마음을 전하고 있는 최미화까지.

업을 정상화시켰다더니 이번 생은 과분한 여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오빠? 얘기하다 말고 무슨 생각해?”

어느새 밥을 다 먹은 유지경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주환은 멋쩍게 웃었다.

“글쎄. 나중에 중동으로 가버릴까 생각했어.”

“중동은 왜?”

“하렘 차리고 살게?”

“…미친놈. 오빤 진짜 미친놈이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당연히 농담이지. 뭘 정색하고 그래.”

“웃기셔. 방금 그 눈은 농담하는 눈이 아니었거든!”

생각만 해본 거다, 생각만.

아무려면 중동으로 간다고 해도 여성들이 그를 따라오겠는가. 혹시 따라온다고 해도 문제가 남는다. 부모님들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평생 비밀로 하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또 세간의 인식은? 세세히 따지고 들면 어림도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유지경이 돌연 웃으며 말했다.

“킥. 만약 중동 가면 내가 첫 번째 부인이야.”

하여간 보통이 아닌 너구리가 아니고 무언가.

서주환은 픽 웃었다.

“넌 부인이 아니라 너구리지. 애완 너구리.”

“야! 콱 물어버린다?!”

“노, 농담이야.”

서주환은 흠칫 일어나 그릇을 주방으로 옮겼다.

유지경은 진짜 문다.

“아무튼 오빠, 나 일주일 뒤에 수아 님이랑 면접 보기로 했어. 아, 주맴이랑도 같이.”

“응? 아깐 검수 맡아야 한다면서?”

“좀 전에 까톡 받았어. 벌써 포폴 다 보셨나봐. 일단 영상은 마음에 든다는데 면접 잘 볼 수 있을까?”

“면접은 무슨. 애들도 너 좋아할 거야. 오히려 내가 문제지.”

“응? 오빠가 왜?”

“알 거 없다, 너굴아.”

“치. 뭐야.”

서주환은 삐진 너구리의 턱을 간질여줬다. 그러자 너굴너굴 좋아하다가 뭐 하는 짓이냐며 손을 깨물었다.

*

서주환은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봤다.

이 메시지가 바로 문제였다.

『나랑 놀아달란 말이야!』

▶ 한수아는 언제나 당신의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다 못해 항상 먼저 연락했지만 가끔은 당신이 연락해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리고 오늘 당신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연락을 한 이유는 한수아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유지경을 편집자로 추천하기 위함이었으니.

결국 실망할 대로 실망한 한수아의 삐짐도가 극에 달하고 말았습니다.

“환이 오빠, 바보! 방학했으면서 집에 오지도 않고!”

그간 한수아에게 소홀했던 당신.

삐져버린 한수아를 달래주십시오.

▶ 달성 조건: 한수아가 만족할 때까지 놀아주기.

▶ 보상: 30,000LP

어젯밤 연락 후 떠오른 퀘스트 창.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눈꼬리를 긁적였다.

“많이 서운했나 보네.”

얼마나 같이 놀고 싶었으면 전화 너머로 여덟 번째 욕망 퀘스트가 발현됐을까. 조만간 집에 들르긴 해야겠다.

*

집을 나와 자취를 시작한지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 서주환이 집에 들른 횟수는 손에 꼽았다.

‘글을 쓰느라 바빠… 서는 아니지. 솔직히.’

재능 등급이 오르기도 했고, 특수능력이나 축복 등의 도움 덕분에 글을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학업과 병행해도 그러한데 방학을 한 지금은 당연히 여유가 충분했다.

그가 집에 자주 가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히 현재의 생활이 너무 즐겁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랑 아버지에게도 죄송하네.’

전생과 다른 현재의 생활이 너무 즐겁고 재밌어서 생각 없이 즐겨버리고 말았다. 가끔은 집에 들러서 시간을 보냈어야 하는데 말이다.

서주환은 사흘 후 집으로 찾아갔다.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줄 선물을 사들고서였다.

“아, 아들. 이거 비싼 거 아니야?”

“크흠. 뭐 이런 걸 다 사오고 그러냐. 소주나 한 잔 하면 되지.”

어머니, 서애라는 놀란 얼굴로 가방 요모조모를 살펴봤다. 아무리 봐도 티비에서나 보던 명품 백이었기 때문이다. 서재필도 입으로는 툴툴대면서도 와인병에서 눈을 떼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당장 술을 한 잔 하고 싶은 모습이다.

반면 아무것도 받지 못한 서주희는 뚱한 얼굴로 그를 보며 말했다.

“오빠, 나는?”

“요 년이 하늘 같은 오라비를 봤으면 인사부터 해야지. 나는 이러고 있네.”

“나느으으은?!”

“엿이나 먹어라, 이 년아.”

짜식이 지난번에 노트북 사줬으면 됐지 바라긴 뭘 바래? 하며 꾸지람을 하니 입술을 댓 발 내밀면서도 반항을 멈췄다. 본인도 받아먹은 노트북이 비싸다는 걸 알기에 그런 것이다.

서주환은 그 모습을 보고 낄낄거리다가 옜다하며 한정판 블루레이를 내밀었다. 그러자 서주희는 오빠가 최고라면서 꺅꺅 소리를 질러댔다.

“으이그. 저게 어쩌다 씹덕이 돼서.”

서주희는 지난 몇 달 사이에 오타쿠가 되었다. 생전 그런 거에 관심 없던 여자애가 어쩌다 걸그룹 빠순이에 이어서 씹덕이 되어버렸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중얼거림을 들은 서주희가 홱 돌아보며 소리쳤다.

“내가 씹덕이 된 건 오빠 방에 있는 라노벨 봐서 그런 거거든!”

“누가 보래냐?”

“봐도 된다면서!”

“쓰읍. 이게 소리를 질러? 야, 선물 도로 내놔.”

“줘, 줬다 빼앗는 게 어디 있어. 흐히, 오라버니,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우웩. 그냥 방구석으로 들어가라.”

“넵!”

무슨 애니를 본 건지 착 경례를 올려붙이고선 후다닥 들어가는 서주희. 손바닥이 다 보이는 경례가 불편해서 한 소리 해주고 싶은 걸 꾹 참아야 했다.

한편 먼저 들어간 서주희와 달리 한수아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서주환이 집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뛰어 온 참이었다. 그녀는 이내 그의 허리춤을 끌어안으며 인사했다.

“헤헤. 환이 오빠 어서와.”

평소보다 애교가 많은 걸 보면 많이 보고 싶긴 했나 보다. 중학생 무렵부터는 이렇게 안기지 않았던 것 같은데.

서주환은 흐뭇하게 웃으며 자세를 낮추고 한수아를 마주봤다.

“오랜만이다, 수아야.”

“응응! 진짜 오랜만이야! 이제야 오다니 너무해!”

품에 폭 매달린 채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올려다보는 게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크으, 이게 정말 오빠들이 바라는 여동생이지. 선물을 받자마자 잽싸게 들어간 년과는 무척이나 비교됐다. 물론 그가 들어가라고 한 거긴 했지만.

서주환은 그녀의 조막만한 머리통을 슥슥 쓰다듬었다.

“하하, 나한테 화난 거 아니었어?”

어제만 해도 바보라면서 빽 소리치던 한수아였다. 그녀는 떠오르는 게 있어 빨개진 얼굴로 변명했다.

“그, 그야 오빠가 연락을 잘 안 하니까 그렇지. 집에 잘 오지도 않고! 갑자기 연락해서 좋아했는데 편집자 소개 때문이었고.”

“미안, 미안. 서운했어?”

“엄청 서운했어! 대학 가더니 여자친구도 생기고…….”

“응?”

“아, 아니야. 아무것도. 지금은 없으니까 괜찮아.”

한수아는 다시 헤프게 미소 지었다. 혹시 얼마 전에 연락한 여자가 새로운 여자친구는 아닐까 마음을 졸였었는데 지금은 서주환에게 아니라고 확답을 받은 상태였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건, 여자친구는 없어도 여자 사람 친구가 많아진 듯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한수아는 지금까지와 태도를 조금 바꾸기로 했다.

‘이제 안 숨길 거야! 방학 동안 꼭 붙어있어야지!’

방학이 끝나면 또 만나기 힘들어질 터. 이후에 여사친들과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 더 이상 부끄럽다고 뺄 때가 아니었다. 옛날에 하던 것처럼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오빠, 엄청 보고 싶었…”

“자, 이건 수아 선물.”

서주환이 포장된 선물을 내밀었다.

“어? 내 선물? 뭔데?”

“한 번 열어봐.”

“응!”

리본을 풀고 포장지를 벗겨내니 품에 쏙 들어오는 인형이 하나 나왔다. 한 눈에 봐도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진 하얀 곰 인형이었다.

곰 인형을 품에 안은 한수아의 눈이 반짝였다.

“우와아! 환이 오빠, 이거 그거지? 내가 얼마 전에 방송에서 얘기했던…!”

“마음에 들어?”

“응! 헤헤. 방송 챙겨봤었구나?”

“그럼. 누구 방송인데.”

서주환은 티 나지 않게 입술에 침을 발랐다. 사실 곰 인형은 생방송을 본 유지경이 알려준 것이었다. 곧 면접 볼 건데 사장님 기분이 좋아야 된다나.

*

한수아는 곰 인형을 품에 안고 침대에 누웠다.

“헤헤. 환이 오빠가 사준 곰 인형.”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고 품에 쏙 안기 좋은 하얀 곰형이다. 내가 곰 인형 좋아하는 걸 잊지 않았구나. 방송 본다더니 생방송을 꾸준히 챙겨 봤을 줄이야.

그렇게 실실 웃던 그녀는 한 가지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흐악. 그럼 내가 방송에서 한 말도 들었나?”

근래 방송에서 시청자들한테 오빠 얘기 엄청 많이 했는데 어쩌지. 직접 좋아한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티가 나진 않았을까 뒤늦은 걱정이 들었다.

“아, 아니지. 이제 안 숨기기로 했잖아.”

한수아는 다시 곰 인형을 폭 끌어안았다. 환이 오빠가 사준 곰 인형이라서 그런 걸까. 오빠 냄새가 나는 것도 같았다. 이러고 있으니까 어쩐지 오빠랑 같이 있는 기분도 들고…….

새액, 새액.

그날 밤, 한수아는 꿈에서 대형 곰 탈을 쓴 서주환과 함께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서주환이 지금 그녀의 상태창을 봤다면 하급의 Ursusagalmatophilia(울스사갈마토필리아) 페티시가 중급으로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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