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너의 페티시가 보여-217화 (217/501)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분량 빵빵!

내일은 오전에 백신 맞으러 갑니다.

그런데 백신 맞고 할아버지 생신 자리에 가야 합니다.

이것이 장남으로 태어난 숙명.......

아무튼 이번 주말은 연재가 없을 가능성이 크니 혹시 안 올라와도 죽은 게 아닙니다:D

*

붹수 님, qkql365 님, 루이니 님, 트윈피크 님, ghffhh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D

병든 너구리

“지경아!”

서주환은 다급히 쓰러져 있는 유지경의 상태를 살폈다. 작게 오르내리는 가슴을 보아하니 숨은 붙어 있었다.

‘인공호흡을 해야 하나?’

심폐소생술이 떠올랐다. 그런데 숨 잘 쉬고 있는 상태에서 그게 맞나? 일단 119에 연락부터 해야겠는 생각으로 막 스마트폰을 꺼내들었을 때였다.

“으응… 주환 오빠?”

“지, 지경아, 너 괜찮아?”

“으웅?”

바닥에서 일어난 유지경이 무슨 일이냐는 듯 눈을 깜빡였다. 고개를 갸웃하며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이다.

유지경은 이내 아, 하고 탄성을 토하더니 다시 바닥에 철푸덕 쓰러지며 말했다.

“으으… 나 아파, 오빠.”

“…….”

“누가 다정하게 키스해주면 나을 것 같은… 데부부붑?!”

유지경의 얼굴이 허공에 들렸다.

서주환은 집게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쭈욱 잡아당기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너구리 년이!”

“자, 자모해써어!”

너구리가 살려달라며 두 팔을 파닥거렸다.

*

서주환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그냥 바닥이 시원해서 그런 거라고?”

“응. 여름이잖아. 에어컨 틀어 놓으려니까 돈 아깝기도 하고, 그냥 바닥에서 잤지.”

“야 이, 난 너 쓰러진 줄 알았잖아. 자는 모습이 무슨…….”

“헤헤. 걱정했어?”

“걱정 안 하게 생겼냐!”

인상을 팍 찌푸리며 소리쳐보지만 유지경은 여전히 실실 웃음을 흘릴 뿐이다. 해맑게 웃는 얼굴에 더 화도 내지 못하고 괜히 그녀의 머리를 거칠게 헝클었다.

“뭘 잘했다고 웃어? 사람 걱정시켜놓고.”

“미안해. 화 풀어, 오빠.”

“그럼 그만 웃기나 해. 얄미우니까.”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해?”

“좋긴 뭐가?”

“오빠가 걱정해주니까 좋아. 흐흫.”

그리 말하며 품안으로 파고들어 등을 기대는 유지경.

서주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으이그, 혀를 차며 헝클었던 머리를 정리해주었다.

“별 게 다 좋단다. 너 조금만 늦게 일어났으면 119신고했어. 알아?”

“그럼 계속 기절한 척 했을 거야. 옆에 있어줬을 거지?”

“요게 까분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히죽대는 너구리. 얄미운 마음이 들어서 머리에 꿀밤을 놔줬다.

“아야! 왜 때려!”

“몰라서 물어? 이놈의 너구리를 그냥 확 삶아 먹을까 보다.”

“흐흫. 삶는 것보다 그냥 먹는 게 맛있을 텐데.”

“어쭈. 계속 까분다.”

“너굴너굴. 얍.”

기합을 발한 너구리가 주인님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부드러운 살덩이가 손에 쥐어진다.

“어때? 더 까불어도 돼?”

“이게 가슴 만지게 해주면 화 풀릴 줄 알아?”

“어… 안 되나?”

“애초에 화가 안 났습니다, 너굴님.”

“흐흫. 변태 집사새끼!”

의기양양해진 너구리가 깔깔 웃었다. 그 모습이 얄미워서 다시 꿀밤을 날려주고 싶었지만 참는다.

‘노브라는 어쩔 수 없지.’

서주환은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너구리의 가슴을 조물조물 만지작댔다. 키는 160도 안 되는 게 어디서 이런 볼륨감이 나오는지. 꽉 찬 B컵 가슴이 작은 몸집과 대비되어 더욱 커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으응. 가슴만 만지지 말고오…….”

“할까?”

“음, 싫어. 오늘 그런 기분 아니야.”

“그, 그래?”

단번에 나온 거절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한동안 못했으니 좋아할 줄 알았는데.

유지경은 대신 고개를 살짝 돌려서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이내 눈을 살며시 감는다. 키스를 해달라는 뜻이었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가슴 대신 그녀의 볼을 살며시 감쌌다. 그리고 입을 맞추려는데…….

“…너굴아.”

“응? 헉, 나 입 냄새 나? 맞다, 자다 일어났었지. 아으.”

유지경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가 키스하지 않은 건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서주환은 자신의 이마에 손을 올리고 유지경의 이마에 반대 손을 올렸다.

“너 왜 이렇게 이마가 불덩이 같아?”

“으응? 그러고 보니 조금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자각하고 나니 그제야 아픈 걸까. 유지경이 콜록 기침을 토했다. 이내 그녀가 눈을 깜빡이며 말한다.

“나 진짜 아픈 거였네?”

“이 너구리가 진짜…….”

“화, 화났어?”

“그래, 화났다!”

서주환은 버럭 소리친 후 그녀를 안아 올려서 침대에 뉘였다. 이제 보니 얼굴만 뜨거운 게 아니라 피부 자체가 발갛게 달아올라있다. 미련한 게 밤낮없이 일하더니 몸살을 앓는 모양이었다.

유지경이 당황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한다. 맥아리라곤 하나도 없는 목소리였다.

“콜록. 오, 오빠 나 진짜 아픈데? 갑자기 왜 이렇게 아파?”

“하아. 너 진짜 아픈 거 맞아, 이 년아.”

“아니, 그냥 아픈 게 아니라 너무 아프다니까? 막 목도 아프고, 콜록, 몸도 힘이 없고, 머리도…….”

“알면 말 좀 그만해. 너 밥도 안 먹었지? 누워 있어. 죽 끓여올 테니까.”

“엑. 재료 없을 텐데.”

“…어휴.”

일단 냉장고를 뒤져보기로 했다.

그는 생각보다 여러 재료가 있는 냉장고를 살폈다.

“으음. 그래도 이 정도면…….”

양이 적을 뿐이지 재료는 은근히 다양했다. 다이어트하면서 먹으려고 사둔 걸까? 솥을 열어보니까 힘없이 눌러 붙은 밥도 보였다.

“누룽지탕이나 할까.”

간장이랑 고춧가루 등의 조미료가 있으니 적당히 짜투리 야채를 섞어 넣으면 될 듯했다.

치이익~.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다 밥을 바싹 튀겨냈다.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겼다. 이후 조금 남아 있는 파를 알뜰하게 짜내서 기름을 내고 야채를 볶아준다.

야채와 밥의 양이 적은 만큼 국물은 적게 잡았다. 거기에 몇 가지 조미료를 조합한 소스를 휘휘 저어주니 얼큰한 향이 올라왔다.

“쩝. 양념이 너무 세네.”

듣자하니 유지경은 하루 종일 굶었다고 한다. 빈속에 매운 걸 먹으면 탈이 나기 마련. 구석탱이에 처박혀 있는 두부를 꺼냈다. 먹다 남긴 건지 이미 칼질이 되어 있었다.

“음. 상하진 않았네.”

두부를 넣으니 다소 매웠던 간이 딱 맞았다.

그는 팔팔 끓여서 맛을 낸 후 접시에 담아 가져갔다.

유지경은 어느새 완성된 누룽지탕을 보고 입을 벌렸다. 분명 재료가 얼마 없었는데 어떻게 만든 거지?

“자, 먹어.”

“…….”

“뭐 해? 안 먹고. 잘 먹어야 빨리 낫지.”

“…주면 안 돼?”

“응?”

말이 흐릿해서 제대로 못 들었다. 고개를 모로 기울이며 되물으니 유지경이 조금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며 다시 말한다.

“먹여주면… 안 돼?”

서주환은 잠시 눈을 끔뻑이다가 몸을 들썩였다. 큭큭 거리는 웃음소리가 잇새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그녀가 이렇듯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는 밥숟갈을 뜨고 후후 불어내며 말했다.

“자, 입 벌려. 누룽지 들어간다.”

“…으. 멘트 개구려.”

“싫으면 내가 먹고.”

“아니, 싫다고 안 했잖아. 아, 아아~.”

“어허. 이미 기차 떠났다. 으음. 맛있네.”

“야!”

서주환은 낄낄거리며 입을 우물거렸다. 조금 싱겁긴 하지만 환자가 먹기에 딱 좋은 맛이었다.

“크으. 역시 나야. 잘 만들었네.”

“나 주려고 만든 거잖아!”

“그러게 줄 때 먹지 그랬냐.”

“이씨…….”

“먹고 싶으면 애교라도 부려봐.”

유지경은 얄밉다는 듯 찌릿 그를 노려봤다. 하지만 한 번 장난기가 발동하면 쉽게 넘어가지 않는 그의 성격을 잘 알기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애교, 그게 뭐 어려운 거라고. 허구헌날 너굴거리는 것도 일종의 애교 아니던가.

그녀는 입가를 늘어트리고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주인니임~ 너구리 배고파요. 밥 주세요오.”

“어우, 나이가 몇 살인데…….”

서주환이 질색하는 표정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 못 볼 걸 봤다는 듯한 태도. 결국 유지경도 폭발하고 말았다.

“야! 이 나쁜 놈… 냠?”

화를 내려는데 입 안으로 수저가 들어왔다. 반사적으로 입을 우물거린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맛있네.”

“그치?”

그리 말하며 실실 웃는 얼굴이 아니꼽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맛없기라도 했으면 확 손가락을 물어버리는 건데!

“자, 삼켰으면 입 벌려.”

그가 누룽지를 뜬 수저를 내밀었다.

유지경은 어째 낯이 뜨거워져서 입가를 오물거렸다. 먼저 해달라고 했는데 왜 창피하지? 평소라면 넙죽 받아먹었을 텐데 오늘따라 기분이 이상했다.

‘열이 올라서 그런가?’

그래도 이런 기회가 쉽게 오는 건 아니기에 다시 입을 벌리기는 했다. 그렇게 아기 새처럼 받아먹기를 몇 번. 순식간에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유지경은 양치를 하고 자리에 누웠다. 그가 찬물 적신 수건을 가져와 이마에 올려준다. 이불을 가슴께까지 올려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주인님은 이만 가볼 테니까 병든 너구리는 쉬어라.”

“…….”

“어쭈. 주인님 가는데 인사도 안 하냐?”

다 나으면 벌을 줘야겠다며 장난스럽게 웃는 서주환.

유지경은 그를 올려다보다가 소매를 붙잡았다.

“오빠… 아니, 주인아.”

“오, 건방진 너구리. 말해봐.”

“그, 안 가면 안 돼?”

“응?”

“자고 가. 나 갑자기 하고 싶어.

얼굴이 빨개진 이유는 열이 올라서일까. 아니면 부끄러워서일까.

스스로 던진 질문에 유지경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섹스를 얼마나 했는데 새삼 창피하긴 무슨.’

역시 열이 올라서인 게 분명했다.

유지경은 후끈후끈 달아오른 손으로 그의 옷소매를 더욱 꼭 잡았다. 곤란한 그의 얼굴에 조바심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역시 하연 언니랑 다시 사귀는 건가?’

삼 주 전쯤이었나. 한 달이 조금 안 된 것 같다. 리더십 캠프를 다녀온 서주환은 어느 순간 정하연과의 분위기가 또 달라졌다. 연애하던 때와 같진 않지만 미묘하게 흡사한 기류가 있음을 유지경은 알아챘다.

그래서 서주환과 잘 만나지 않은 것이다. 이제까진 그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알바라는 핑계를 댔지만 지금 확실히 깨달았다. 자신은 혹시나 두 사람이 다시 사귀는 건 아닐까,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게 두려워서 피한 것이었다.

‘피하기만 할 수는 없어.’

그러니까 이건 확인 작업이다. 성욕이 왕성한 그는 하자고 한다면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하연과 사귀고 있다면 거절하겠지. 그는 이 여자, 저 여자 건드리고 다니는 나쁜 놈이었지만 적어도 연애 중 바람을 피우지는 않았다.

유지경은 기나긴 찰나에 침을 꼴깍 삼켰다.

그 순간 서주환이 고개를 젓는다.

유지경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역시 언니랑…….”

따악.

꿀밤이 날아왔다.

“…아야?”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보니 장난스러운 어조의 핀잔이 돌아왔다.

“인마, 아픈 사람이 뭘 하자고 그래. 나한테 옮기려고?”

“…으응?”

“아니면 왜, 아픈데 혼자 있으니까 무서워?”

“어, 어. 응.”

유지경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서주환이 픽 웃더니 뒤돌아섰다. 가는 건가 하고 내다보니 화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쿵, 하고 닫히는 문.

“뭐, 뭐지?”

벌컥!

“힉?!”

중얼거린 순간 문이 다시 열렸다.

깜짝 놀라서 화들짝 몸을 떠는데 그가 소리쳤다.

“지경아, 여기 일회용 칫솔 다 버렸어?”

“어? 아, 아니. 부엌 선반에 있어.”

“땡큐!”

그는 순식간에 이를 닦더니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옷을 훌훌 벗어버린다.

유지경은 거의 나체가 된 그를 보고 물었다.

“어, 오빠? 그. 하려고?”

“참 나. 아픈 애가 하긴 뭘 해?”

“아니, 옷 벗고 있길래…….”

“원래 여름엔 팬티만 입고 자.”

그리 말한 서주환은 침대 위로 올라왔다. 싱글 사이즈 침대에 그가 올라오니 몸이 바짝 붙었다.

유지경은 눈을 깜빡이다가 말했다.

“나도 벗어…?”

“푸흐. 아까부터 이 음란 너구리가 뭐라는 거야. 무섭다면서. 같이 자 줄 테니까 눈 감아. 지금 하면 탈난다.”

그의 물건이 어디 보통 물건이던가. 길이는 물론 두께도 스트롱급이다. 그리고 일단 시작하면 한 번으로 안 끝날 터. 괜히 여러 번 했다간 안 그래도 아픈 사람 탈나기 딱 좋았다.

‘아니지. 스킬로 체력 버프 주면 좋아지려나?’

잠시 묘수를 떠올렸던 서주환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지금 유지경의 몸 상태면 체력증진보다 소모가 더 클 것 같았다.

“너굴아, 에어컨 켠다?”

“전기세…….”

“이번 달은 내가 낼게.”

“으엑. 그건 아니지.”

“쓰읍. 주인 말 들어라, 노예. 원래 여름엔 이불 뒤집어쓰고 에어컨 켜는 게 국룰이야.”

서주환은 결국 에어컨을 켰다. 음. 역시 여름엔 에어컨을 켜야지.

유지경은 묘한 얼굴로 옆에 누운 그를 바라보다가 웃음을 흘렸다.

“흐흫.”

“왜 웃어? 주인님이 같이 자주니까 그렇게 좋아?”

“응. 너무 좋아.”

“…얘가 왜 이래?”

“좋아서 그래.”

유지경은 옆으로 돌아누워서 서주환을 끌어안았다. 그가 피식 웃으며 머리 아래로 팔을 넣어줬다.

‘언니랑 사귀는 건 아닌 모양이네.’

연애 중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해주진 않았겠지. 아무래도 연애를 안 하겠다던 소리가 그냥 한 말은 아닌 듯했다. 다시 말해 기회가 남아 있다는 뜻.

‘옆에 계속 붙어 있어야지.’

다른 여자들이 지쳐서 다 나가떨어질 때까지 붙어 있으면 된다. 마지막에 남는 사람이 승자였다.

‘나도 참 미쳤지…….’

이 바람둥이의 어디가 좋다고 이렇게 마음을 빼앗긴 건지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처음에는 분명 단순히 섹스를 해보고 싶어서 관계를 맺은 사람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마음이 깊어졌다.

‘놓치면 후회할 거야.’

티는 내지 않았지만 솔직히 마음을 접으려던 때도 몇 번인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후회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곤 해서 포기할 수가 없었다. 어떤 근거도 없는 생각이었지만 그것은 확신에 가까웠다.

유지경은 문득 재밌는 생각이 나서 그를 불렀다.

“주인아.”

“응?”

“오늘은 나랑 안 할 거라고 했지?”

“그래. 다음에 다 낫고 하자. 하고 싶어도 좀 참아봐.”

“흐흫. 참는 게 누굴까?”

“무슨 소리야?”

그가 마주 돌아누우며 물었다.

유지경은 말로 대답하는 대신 이불 안에서 몸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였다. 이내 이불 밖으로 내밀어진 손이 천쪼가리 몇 장을 내던졌다.

“에잇!”

“…너구리 너?”

서주환은 오묘한 얼굴로 유지경을 바라봤다. 몸에 닿은 그녀가 따뜻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한 꺼풀도 가리지 않은 여체가 고스란히 와닿았다.

유지경은 탄탄하게 근육 잡힌 팔을 자신의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그리고 짓궂게 웃으며 말한다.

“절대로 건드리면 안 돼. 약속했어?”

“이 요망한 너구리가…….”

서주환은 그날 밤, 불끈 솟아오른 분신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써야만 했다.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