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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아, 아앗! 싸우지 마! 그거 다 오해야!
이래서 말하기보다 경청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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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자체 미션 성공!
휴우. 생각 없이 공약 걸었는데 다시 생각 해보니까 내일 친척 동생(8살 여자애기) 생일이더라고요?
얼마 전에 놀러왔을 때 생일선물 사주기로 했는데 글 쓰느라 못 갈뻔ㄷㄷ
주문한 슬라임이 도착했니 그거 들고 가야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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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이니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Jahel 님, 엘라이니 님, 루이니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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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매듭짓기
서주환은 자신을 사납게 노려보는 시선에 헛웃음을 흘렸다.
‘이 녀석 제대로 안 들었네.’
그가 격투기 ‘따위’라고 말한 건 격투기를 비하한 게 아니었다. 단지 그녀에게 약간의 충격을 주려했을 뿐이다. 정확히는, 장덕훈이 화가 난 이유를 좀 더 명확하게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방법이 잘못됐던 걸까. 아니면 그녀의 끓는점이 생각보다 훨씬 낮았던 걸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그도 화가 나서 말을 거칠게 하긴 했으니.
‘화해하고 싶은 이유가 그딴 거였다고?’
확인 받은 순간 짜증이 났다. 도와준 게 바보 같지 않은가. 처음에는 S급 재능 조각을 얻기 위해 그녀의 호감을 사려는 의도였지만, 남매의 화해를 바란 것 또한 진심이었다.
헌데 화해하고자 했던 이유가 장덕훈에게 격투기를 시키기 위해서였을 뿐이라니. 아무리 재능 조각이 탐나도 친한 동생을 팔아가면서까지 취할 생각은 없었다.
한편 장덕자는 화가 난 얼굴로 그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다시 말해보라고. 격투기 따위?”
“…쯧. 말이나 똑바로 들을 것이지. 좀 전에 내가 한 말 제대로 들은 거 맞아?”
“뭐? 너 혀 찼어?”
굳은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는 장덕자.
그 섣부른 태도에 서주환은 짜증이 올라왔다.
도무지 차분하게 대화하기가 힘든 사람. 듣고 싶은 대로 듣고, 혼자 생각해서 결론을 내리면 그게 당연히 옳다고 믿는 사람. 그녀 같은 유형의 사람은 옛날부터 잘 맞지가 않았다.
그는 장덕자의 꽉 쥔 주먹을 보고 빈정거렸다.
“그러다 한 대 치겠다? 스파링이라도 하려고?”
“…….”
“왜 말이 없어?”
“…안 해.”
장덕자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녀는 주먹을 풀고 시선을 피했다. 조금은 시무룩한 기색이다.
“일반인이랑은 스파링 안 해. 더욱이 감정이 담긴 상태에서는 절대로.”
예상외의 반응. 솔직히 좋다고 할 줄 알았다. 그리고 정말로 스파링을 하려 한다면 그도 완전히 신경을 끌 생각이었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도 않고 프로가 일반인에게 손을 쓰려는 건 인간 실격이었으니까.
하지만 장덕자는 격양된 상태에서도 감정을 추슬렀다. 그리고 이내 분한 듯 입술을 꾹 깨물다가도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미안해. 내가 흥분했어.”
“…….”
“조금 전에 못 들었다고 한 말, 다시 해줄래?”
서주환은 조금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적어도 잘못을 인정할 줄은 안다는 건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건 제법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그게 한 살이라도 어린 동생 앞에서라면 더더욱.
이렇게 해서라도 장덕훈을 격투계로 끌어들이고 싶은 걸까.
그게 아니면…….
서주환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하자.”
“어?”
“스파링 하자고. 그렇게 흥분해서 이야기나 듣겠어?”
“무슨…….”
“일단 입술부터 닦아.”
꽉 깨물었던 입술에서 피가 철철 새고 있었다.
하여간 짐승 같은 년.
격투기가 무시당했다는 게 어지간히 분했던 모양이다.
*
두 사람은 MMA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본래는 킥복싱 도장이었지만 몇 년 전 MMA체육관으로 방향을 바꾼 곳. 장덕자가 선수 시절 소속됐던 체육관이다.
“일반인이랑은 안 한 다니까. 여자라고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나는…….”
“그런 거 아니니까 내 말부터 들어.”
우습게 보기는 개뿔이 우습나. 아무리 프로 생활을 오래 쉬었다고 해도 장덕자의 실력은 진짜였다. 남녀의 신체적 차이만 믿고 까불다간 골로 가기 딱 좋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스파링을 제안한 건 지닌바 재능과 특수능력이 있으니 죽지는 않겠지 싶어서였고, 이 짐승 같은 년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다.
“나는 네가 지금 내 말을 제대로 들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들어. 조금 아니꼬우면 또 흥분해서 눈깔 돌아가겠지. 그래서 하자는 거야.”
A급 성욕을 운동으로 풀어내는 짐승이니 스파링 한 판 해주면 좀 차분해질 테지.
장덕자가 울컥한 목소리로 외쳤다.
“내가 무슨 짐승인 줄 알아?!”
“아니었냐? 사람 모양 짐승인 줄 알았는데.”
“…너 아까부터 묘하게 말이 짧다? 내가 누난데 너라고 하고.”
“하. 누나 같아야 누나 취급을 해주지. 그리고 언제는 친구 하자면서?”
“야, 너…”
“아무튼, 나랑 약속해.”
서주환은 스파링을 하기 전에 약속을 하나 받아냈다.
“결과가 어떻게 되건 스파링 끝나면 입 다물고 내 말 듣기로.”
“…….”
“내 말 끝날 때까지 한 마디도 끼어들지 마. 뭔가 할 말 있으면 다 끝나고 해.”
이 정도 하지 않으면 못 믿겠다는 듯 서주환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 기세에 장덕자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
MMA체육관, 팀 레피드.
오전 시간임에도 체육관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체육관 곳곳에서 미트와 샌드백을 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녕하세요, 관장님.”
“오, 덕자 아니냐? 옆에는 엊그제 왔던… 서주환이라고 했지? 금세 다시 오는 걸 보니 선수 할 생각이 들었나?”
인심 좋게 생긴 대머리 관장이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안녕하세요. 이름을 기억하시네요?”
“그럼. 눈앞에 다이아 원석이 있는데 당연히 기억해야지. 이제 내가 세공만 하면 되겠구먼?”
대머리 관장의 눈이 번쩍 빛나는 듯했다. 그는 이틀 전 서주환이 체험견학을 왔을 때 재능을 알아보고 곧바로 선수를 권했었다.
서주환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전 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요.”
“어허. 원래 처음엔 다 겸업으로 시작해. 거 더 x이팅 못 봤나? 거기는 의사 선생도 프로 선수로 뛰잖아.”
“그거 만화책이잖습니까…….”
“아무튼!”
“죄송합니다. 오늘은 다른 이유로 왔어요.”
단호한 거절에 대머리 관장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한 가닥 남은 머리카락마저 기운을 잃고 축 쳐지는 듯했다.
서주환은 본론을 꺼냈다.
“관장님, 지금 링 빈 것 같은데 잠깐 써도 될까요?”
“오, 그렇군! 역시 한 번 싸워봐야 흥미가 생기지! 내가 직접 상대해주겠네!”
“아, 아뇨. 여기 얘랑 스파링 한 번 하려고요.”
“으잉? 덕자랑?”
대머리 관장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장덕자를 홱 돌아봤다. 그에 찔리는 바가 있다는 듯 시선을 피하는 장덕자. 그녀를 본 관장의 눈이 능청스럽던 기색을 벗고 사납게 빛났다.
“덕자 네 이 년, 일반인이랑 스파링을 하겠다고 끌고 와?! 또 눈 돌아갔구먼!”
“아, 아니에요! 저 프로 되고 한 번도 일반인이랑 한 적 없어요!”
“맞아요, 관장님. 제가 하자고 했습니다.”
그 말에 관장이 눈을 끔뻑였다.
“…자네 자살 희망자인가? 덕자가 여자라서 얕보는 거라면 그만 두게. 저 년이 얼굴은 예쁘장해도 뇌까지 근육인 년일세. 싸울 때는 짐승이고.”
진지한 표정으로 조언하는 대머리 관장. 장덕자를 잘 파악하고 있는 걸 보아하니 조명을 받은 머리처럼 빛나는 혜안을 지닌 게 분명했다.
서주환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스파링도 그래서 하려는 거고요. 저 근육녀는 제대로 대화하려면 일단 한 판 해야 할 것 같아서요.”
“흐음. 그런 이유라면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네만…….”
“둘 다 지금 뭐라는 거야! 누가 근육녀고 짐승이야!”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너.””
“…….”
장덕자의 얼굴이 폭발할 듯 시뻘게졌다.
그를 본 대머리 관장이 혀를 찼다.
“보게. 이거 감당 되겠나? 관장으로서 일반인을 사지로 던질 수는 없네.”
“덕훈이랑 관련된 일입니다.”
관장이 멈칫했다. 그가 놀란 눈으로 되묻는다.
“…누구?”
“장덕훈이요.”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이름.
번쩍이던 대머리 관장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
링 아래에서는 관원들이 저마다 얘기를 나눴다.
비교적 체육관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관원이 말했다.
“쟤는 뭔데 여자랑 스파링을 해요? 딱 보니까 체급도 다르구만. 쪽팔리지도 않나?”
“여자도 피지컬은 좋네. 체급은 대충 우리랑 같은 페더급이려나? 지금 평체는 라이트고.”
“그럼 뭐해요. 저쪽 남자는 딱 봐도 미들급 정도 돼 보이는데. 성별도 다른데 체급까지 차이 나면 끝났죠. 둘이 뭘 한다고.”
“너희 뭔 소리 하냐? 장덕자 몰라?”
그때 체육관에 오래 소속되어 있던 관원이 말했다. 그는 장덕자와 비슷한 시기에 프로 데뷔를 한 동기였다. 그가 후배들에게 말했다.
“내가 장담하는데 너희 둘은 지금 쟤랑 싸우면 질 걸?”
“예? 아, 저기 남자가 그렇게 잘해요? 선수하던 사람인가?”
“남자 말고 여자 말하는 거다.”
“여자요? 아니, 선배. 아무리 저희를 무시해도 그렇지 여자한테…….”
“쯧. 너희 무시한 게 아니라… 하. 덕자 쟤 프로였어. 나도 옛날에 한 번 털린 적 있다.”
“…선배가요?”
“물론 리벤지했지만.”
리벤지 했다는 말은 중요하지 않았다. 현재 잘 나가는 프로 선수인 그가 여자에게 털린 적 있다는 표현을 쓰다니?
링 위를 바라보는 관원들의 눈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
장덕훈은 관장에게도 아픈 손가락이었다. 누구보다 빛나는 재능을 가진 동량이 격투기를 포기했다. 순수한 자의로 그만둔 것이라면 괜찮지만 혹여 미련이 있는데 그날의 스파링이 트라우마가 되어 그만둔 건 아닐까 못내 걱정이 됐다.
관장은 당시 제때 말리지 못한 스스로에게 책임을 느꼈다. 그래서 장덕훈의 이름을 앞세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것이다.
대신 그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직접 링 위로 올라갔다.
“스파링은 입식타격으로만 한다. 그리고 보호구를 쓰고 하게. 또한 내가 링 위에서 대기하다가 속행 불가라고 판단하면 바로 끼어들걸세. 아, 한 가지 더. 승부는 3분 1라운드고 두 번 다운 당하면 끝이야.”
입식타격, 1라운드 승부, 2다운제.
규칙이 정해졌다.
서주환은 헤드기어와 마우스피스를 끼우고 배운 대로 자세를 잡았다. 맞은편에는 장덕자가 아직도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듯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장덕자의 잠재등급이 분명 B+였지. 현재등급이 B고.’
재능등급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통합 표기된다. 그래서 격투기 같은 스포츠는 여성 풀이 적은 만큼 재능의 평균치가 낮다. 그렇기에 장덕자의 재능은 여자로 따지면 상급이다. 남녀를 통틀어도 중상이라고 볼 수 있겠지. 동체급의 남성과도 충분히 겨룰 수 있다는 뜻이다.
서주환은 이 순간 장덕자를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서주환을 보며 장덕자도 마주 자세를 잡았다. 이유야 어찌됐건 링 위에 올랐다는 사실이 감회가 새로웠다. 프로를 그만둔 후로는 운동을 했을지언정 스파링을 한 적이 없었는데.
‘미련이 남아 있었나?’
다 털어내고 은퇴했다고 생각했다. 격투기가 아닌 운동 자체를 좋아하니까 괜찮다고 여겼다. 헌데 막상 링 위에 오르니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지는 듯해서 당혹스러웠다. 익숙한 고양감이 몸을 달궜다.
“자, 그럼. 준비하고!”
관장의 말 뒤로 때앵! 하고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동시에 두 사람이 툭, 주먹을 맞대어 인사를 나눈다.
스윽. 타탁.
발을 끌며 링을 돌고 스텝을 밟는다. 장덕자는 조금씩 몸을 흔들 뿐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도 망설임이 남아 있는 눈이었다.
반면 서주환은 여러 생각들을 뒤로 털어버리고 발가락에 힘을 줬다. 상정했던 일도 아니고 급작스럽게 만들어진 자리지만 어쨌든 일은 시작됐다. 이야기를 나누는 건 나중. 일단은 여자고 뭐고 저 얼굴에 한 대라도 날려줘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불끈! 터질 듯 팽창한 허벅지가 발끝으로 힘을 전달한다. 발이 땅을 밀어내고 몸이 앞으로 폭발하듯 뛰쳐나갔다.
쐐액!
‘남녀평등 펀치!’
뻐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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