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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페티시가 보여-208화 (20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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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변명이지만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이상하게 잠도 잘 못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가끔 가슴이 아프네요..ㅠ

거기다 과민성장염은 또 추워지니까 반응하는 건지... 덕자의 재능이 무척 부럽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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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이니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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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은 모두 건강한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D

동물적인 그녀

서주환의 말에 장덕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핳! 마사지라니, 내가 트레이넌데? 아, 혹시 주환이 너 자격증 같은 거 있어?”

“자격증은 없지만요.”

“그래? 난 생체 1급 있는데. 어때, 내가 마사지 좀 해줄까?”

장덕자는 그의 말을 농담이라고 받아들인 건지 깔깔 웃음을 터뜨리며 농담으로 응수했다.

서주환은 머쓱한 마음에 눈꼬리를 긁적였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이해 못할 반응도 아니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그는 자격증도 없는 일반인. 반면에 그녀는 자격증은 물론 대회 입상 경력도 보유한 전문 트레이너였으니 그의 말이 우스울 만도 했다.

‘헬스장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네.’

하마터면 제대로 쪽을 팔 뻔했지 무언가. 다시 생각해 보면 일반인이 트레이너에게 마사지를 권유하는 상황이라니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다만 이대로는 장덕자의 부상을 그대로 방치해야 된다는 것이 문제였는데…….

그때 의외의 지원군이 나타났다.

한 쪽에서 상체를 조지고 있던 백강호가 다가와 말했다.

“덕자 트레이너님.”

“누가 덕자…! 아, 강호 오빠.”

인상을 찌푸리던 장덕자가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불렀다. 백강호는 헬스장에 살다시피 해서 대부분의 트레이너와 호형호제하고 있었다. 심지어 일반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피지컬의 보유자였기에 트레이너 중 누구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장덕자는 화내려던 것도 잊고 으히히 웃었다.

“강호 오빠, 딱딱하게 트레이너님이 뭐에요. 첼시라고 부르라니까요?”

“첼시는 무슨. 덕자 트레이너님이지.”

“아, 오빠아! 그럼 저도 아저씨라고 부를 거예요?”

“으하하. 그러시던가. 너랑 나랑 열 살 차이도 넘는데 아저씨 맞지.”

“우쒸! 저 개명할 거라고요!”

“그럼 개명한 뒤에 바꿔 부를게.”

“하, 진짜. 오빠니까 봐준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가만 안 뒀어요!”

분하다는 듯 허공에 주먹을 붕붕 휘두르는 장덕자. 격투기를 배웠다더니 갈라지는 바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백강호는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말했다.

“아무튼 이름은 중요한 게 아니고.”

“중요하거든요?!”

“부상당했으면 주환이한테 마사지 받아봐. 고집 부리지 말고.”

“으, 엥? 얘한테요?”

장덕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지로 서주환을 가리켰다. 자기가 제대로 들은 게 맞냐는 듯 검지로 서주환의 가슴팍을 콕 찔러보기까지.

서주환은 살며시 그녀의 손가락을 치워냈다.

‘얘가 점점 말도 짧아지고 막 대하네.’

이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장덕훈과 친하다는 걸 알더니 말이 짧아졌다. 그나마 어제는 주환 씨라고 부르더니만 오늘은 ‘너’ 또는 ‘얘’가 되었다.

물론 친근함을 표하는 건 좋은 징조다. 하지만 자연스레 아랫사람처럼 대하는 건 관계형성에서 별로 좋지 않았다.

백강호가 가까이 다가와 서주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주환이 녀석 마사지 잘해. 나도 받은 적 있거든.”

“엑? 진짜? 정말로요?”

“그렇다니까.”

장덕자는 혹 하는 표정이 됐다. 명실상부 리본 피트니스 최고의 몸을 가진 백강호가 말하니 신뢰도가 올라간 것이다.

반면 서주환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백강호를 올려다봤다. 그는 백강호에게 마사지를 해준 적이 없었다.

그때 눈이 마주친 백강호가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남모르게 한 쪽 눈을 찡긋 감았다.

서주환은 그 뜻을 알아듣고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이 형도 젊었을 때 엄청 놀아봤다더니.’

이석찬까지 셋이 함께 한 술자리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죽어라 부어라 마시며 무용담처럼 늘어놓기에 흔한 아저씨의 자기자랑인 줄 알았건만, 이렇게 챙겨줄 줄이야.

서주환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백강호의 말을 받았다.

“제가 자격증은 없지만 마사지는 잘 해요. 여러 사람 해봤는데, 독학한 게 효과가 좋은 모양이더라고요.”

“그, 그래?”

조금 전에만 해도 우스갯소리로 넘겼지만 백강호의 보증을 받은 지금은 사뭇 반응이 달랐다.

“그러엄… 받아볼까? 마사지.”

그녀는 결국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

서주환은 사람이 전혀 없는 곳으로 장소를 옮겼다. 리본 피트니스의 필라테스 레슨은 오후부터다. 매트를 깔아놓고 마사지를 하기에 제격이었다.

장덕자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굳이 여기로 옮겨야 돼? 어차피 손목 마사지인데.”

“아까 어깨도 주물렀잖아요. 거기도 아픈 거 아니에요?”

“어… 조금 뻐근하긴 하네.”

새삼 어깨를 돌려본 장덕자는 살짝 표정을 찌푸렸다. 손목보다는 약하지만 통증이 조금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신기한 눈으로 서주환을 보며 말했다.

“너 관찰력이 좋네.”

“일단 앉아보세요. 팔 일로 주고요. 손목부터 하게.”

“응.”

자리에 앉아 팔을 쭉 내미는 장덕자.

서주환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새삼 뼈대가 타고났음을 느꼈다. 몸 좋은 남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여성에게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골격이었다.

‘일단 통증부터 덜어낼까.’

그는 스킬을 활성화시키고 장덕자의 손목을 살살 주물렀다. 부상을 입게 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에 흥분 효과를 배제하고 치유 효과에 집중한 마사지였다. 중급의 마사지 효과와 함께 은은한 하급 치유의 빛무리가 그녀의 손목으로 점점 스며들었다.

반신반의하던 장덕자의 표정이 달라지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너 스포츠 마사지 배웠어?”

“예. 독학했다고 말했잖아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설마요.”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마사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얼추 요령 정도는 익혀두었다. 반쯤은 마사지를 좋아하는 정하연 때문에 익힌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아우으. 안 받았으면 후회할 뻔했다. 너 진짜 잘한다.”

장덕자의 목소리가 나른한 음색으로 바뀌었다. 손길의 빛이 진하게 스며들었을 즘이었다.

“통증은 좀 어때요?”

“많이 나아졌어. 끝난 거야?”

“아뇨. 좀 더 해야죠. 그리고 나중에 한두 번은 더 받으세요.”

“오, 해주게?”

“그야 제 잘못도 있으니까요.”

“킥킥. 너 때문 아니라니까. 뭘 그런 걸로 그래? 너 은근 소심하구나? 엄청 대담할 줄 알았는데.”

“대체 뭘 보고요?”

“흐응. 글쎄? 킥킥킥.”

장덕자는 뭐가 웃긴지 잇사이로 연신 웃음을 흘려댔다.

“아, 맞다. 우리 막둥이랑은 대학에서 알게 됐지?”

“네. 학번은 다른데 같은 학년이에요.”

“그래? 특이하네.”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입학하자마자 휴학했었거든요. 그 다음엔 군대 갔다 왔고.”

“그렇구나. 군대… 현역이지?”

“그렇죠?”

“어떤 병과였어?”

“포반이요. 전 기관총 사수라서 포는 안 쐈지만요.”

“오, 기관총! 멋있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하는 게 진짜 감탄한 얼굴이다. 먼저 군대에 관심을 갖고 물어보는 여자라니 역시 특이한 사람이었다.

서주환이 손을 매만지는 동안 장덕자는 재잘재잘 말을 걸었다. 먼저 떠들어주니 대답하기만 해도 이야기가 이어졌다.

“헬스 말고 운동 배운 적 있어?”

“어렸을 때 태권도 조금?”

“태권도? 무슨 띠? 나는 4단까지 땄는데.”

“전 3품이요. 어렸을 때 한 거라 승단 시험은 안 봤어요.”

“지금은 따로 운동 안 하는 거야? 아깝다. 너도 딱 보니까 타고 났는데. 뭐 우리 막둥이만큼은 아닌 것 같지만?”

은근히 동생 자랑을 하는 장덕자다. 어지간히 자랑스러운지 장덕훈에 대해 쉬지도 않고 떠들었다.

“걔가 진짜 타고났거든. 제대로 배웠으면 벌써 국내 챔피언은 먹었을 걸? 내가 보기엔 세계도 가능해. 내 동생이지만 진짜 대단한 놈이야.”

“덕훈이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그럼! 히히, 솔직히 동생만 아니었으면 내 이상형이거든. 확 잡아다 키워서 덮쳤을 걸?”

그리 말하는 장덕자의 눈이 어딘가 맹수처럼 번득였다. 농담처럼 말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진심이 담긴 눈빛이었다.

서주환은 침을 삼켰다. 이거 친구 누나라고 찝찝해할 게 아니라 장덕훈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꼬셔야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진짜 동생이라서 참고 있는 건가?’

장덕자가 지닌 페티시에는 근친 관련 성애가 없었다. 동생, 가족, 같은 핏줄이라는 울타리가 그녀를 자제시키고 있는 듯 보였다.

그녀는 이내 손목을 털면서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와아. 이거 당장 운동해도 되는 거 아니야? 통증이 없는데?”

“일시적인 겁니다. 좀 나아지긴 했지만 하루 이틀 정도는 쉬세요. 괜히 무리하다가 대회에 지장주지 말고. 이제 반대 쪽 손 주세요.”

“아하하. 야, 너 엄청 트레이너처럼 말한다. 진짜 해보지 않을래? 얼굴도 잘생겼으니까 인기 좋을 것 같은데. 자격증 따고 바로 활동해. 개인차가 심하긴 한데 피티로 버는 돈 장난 아니다?”

장덕자는 말씨에 거침이 없었다. 생각한 걸 필터링 없이 바로 내뱉는 타입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조금은 무례하게도 느껴졌지만 기본적으로 성격 자체가 소탈한 면이 있었다.

단적인 예로 서주환이 마사지 중 호칭을 지적하자 황당한 답이 돌아왔다.

“야 말고 이름으로 부르는 게 어때요? 야는 좀 그런데.”

“아, 미안. 기분 나빴어? 주환이 넌 친구끼리 야라고 잘 안 하나?”

“친구끼리는 하죠. 그런데 전 친구 아니면 존대가 기본이라서요.”

“아하. 그런 거면 그냥 너도 내 이름 불러. 친구하지 뭐.”

“…덕자야?”

장덕자가 빽 소리 질렀다.

“야! 첼시라고 불러, 첼시!”

“첼시는 무슨. 난 리버풀 팬이라 첼시 별론데.”

“아까는 어울려서 좋다며!? 그리고 그거 개그야? 진짜 개구려.”

“윽. 첼시가 더 구리거든? 덕자가 진짜 정감 가는데.”

“쓰읍. 안 돼. 우리 헬스장에서 내 이름 부르는 건 수희 언니랑 강호 오빠만 가능해.”

“…그게 무슨 기준인데?”

“나보다 운동 잘 하는 사람!”

그럼 두 사람을 제외하면 자신이 운동을 제일 잘 한단 말인가? 굉장한 자신감이었다.

서주환은 픽 웃으며 물어봤다.

“내가 너보다 운동 잘하면?”

“오. 뭐야, 그 자신감? 나 태권도 말고 주짓수랑 킥복싱도 배웠다? 열아홉 살부터 재작년까지는 프로 파이터로도 뛰었어.”

킥복싱까진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프로 파이터라니.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경력이었다.

‘재능만 가지고는 안 되겠는데?’

장덕자의 격투기 재능은 잠재등급 B+, 현재등급 B에 해당한다. 재능만 따지면 그가 한 등급 높았다.

하지만 모든 게 재능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 법. 경험과 기술을 생각했을 때 실전에서는 장덕자가 앞설 가능성이 높았다.

‘특수능력까지 사용하면 비빌 수 있으려나. 일단 신체적인 차이도 있으니까.’

해봐야 알 것 같았다. 물론 그녀와 싸울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서주환은 그녀의 반응이 궁금해서 물어봤다.

“만약에 내가 이기면?”

“응? 운동이 아니라 격투기? 에이, 일반인이랑은 얘기가 안 돼.”

“그러니까 만약에 말이야.”

“킥킥. 그럼 당근 이름 불러도 인정이지. 더해서 내가 너 오빠라고 부른다. 아니다. 아예 소원 들어줄게, 소원.”

“참 나. 얼마나 무시하는 거야? 소원이란 말 함부로 하다가 큰 코 다친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팩트야, 팩트. 내가 이래봬도 프로 출신인데 지면 안 되지. 아무리 남녀 차이가 있어도 일반인한테는 쪼옴~.”

자신만만하게 웃은 장덕자는 이것 보라며 주먹 쥔 손을 들어보였다.

“봐봐. 선수랑 일반인은 주먹부터 다르다고.”

“…확실히 그렇긴 하네.”

서주환은 작게 감탄하며 인정했다. 장덕자의 주먹은 여자가 아니라 싸움꾼의 주먹이었다. 단련되었다는 느낌이 한 눈에 체감됐다.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았다. 장덕자의 말대로 그는 일반인이었고 그녀는 프로 출신이었으니까.

그는 대신 장덕자의 등을 팡 치며 말했다.

“이제 매트에 엎드려봐. 어깨도 봐줄게.”

“아, 땡큐! 사실 어깨는 근육이 좀 놀란 게 끝인 것 같긴 한데, 요즘 좀 뻐근하긴 했거든. 근육이 뭉쳤나봐.”

“안 다쳤으면 뭉친 거라도 풀어줄게. 제대로 엎드려.”

“응!”

손목을 주무르며 확실하게 효과를 보여주니 태도가 달라졌다. 그녀는 반신반의하던 아까와 달리 서주환의 말을 따라 엎드렸다.

‘와우…….’

엎드린 뒤태를 보고 속으로 감탄을 토했다.

장덕자는 지금 탱크탑 나시와 딱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은 차림이다. 복장이 복장인지라 몸의 라인이 고스란히 강조됐다. 특히 탱탱한 엉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서주환은 괜히 조심스러운 말씨로 말했다.

“잠깐 올라갈게? 올라가는 게 자세 잡기가 편해서.”

“응. 잘 부탁해.”

저야말로요, 누님.

그는 혹시라도 자지가 닿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녀의 등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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