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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동물적인 여자...
장덕자의 페티시는 다음화에서 설명하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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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이니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엘라이니 님, 나잡아 님, O징어 님, 청중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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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모두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D
+ 창천을 님, 지적해주신 188화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191화에 들어가야 할 내용을 188화에 잘못 수정했었습니다. 보시는 데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ㅠㅠ
동물적인 그녀
잘 먹고, 잘 싸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충동대로 행동한다. 다시 떠올려 봐도 장덕자의 재능은 굉장히 동물적이었다.
‘변비 걱정은 없겠네.’
단순히 생각하면 그 뿐이었지만 의외로 대단한 재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을 잘 싸고 소화를 잘 시킨다는 말은 달리 말해 장이 튼튼하다는 뜻이다. 영양분을 잘 흡수하여 남들보다 효율이 좋다고 볼 수도 있겠지. 거기에 운동 재능도 있으니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다. 운동을 함에 있어 잘 먹고 잘 싸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니까.
잠시 생각하던 서주환은 고개를 내저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다시금 고민에 빠진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장덕자가 지닌 재능의 종류가 아니라 등급이었다. 쾌변이라는 황당한 재능이지만 어쨌든 S급 재능이 아니던가. 시스템을 가진 그가 S급 재능으로 승급하기 위해서는 재능 조각 10개를 모아야 한다.
지금까지 모은 조각은 2개.
언제 또 S급 재능의 소유자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 최대한 기회를 살려야 한다.
“하지만 덕훈이 누난데…….”
친한 동생의 누나!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본래 친구의 가족은 건드리는 게 아니라고 하지 않던가. 괜히 잘못 얽히면 골치가 이만저만 아파지는 게 아니었다. 차라리 생판 남이었다면 좋으련만.
하지만 서주환은 곧 마음가짐을 달리 먹었다.
“쓰읍. 다 큰 성인남녀가 서로 마음 맞으면 떡 좀 칠 수도 있는 거지.”
솔직한 말로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그리고 막상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었다.
“일단 시도는 해보자.”
내일부터 장덕자를 공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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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자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페티시를 되새길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랬듯 페티시를 알면 상대방의 호감을 사기가 쉬워진다. 지난 6월 리더십 캠프에서 주경은 강사의 Metrophilia(메트로필리아), 즉 시(詩) 기호증을 공략한 것이 그 예다.
장덕자의 페티시는 Kinesophilia(키네소필리아)와 Tripsophilia(트립소필리아).
키네소필리아는 운동할 때 흘리는 땀이나 높아지는 심박수, 거칠어지는 호흡 등에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증후군이다. 특히 운동 시 분비되는 엔도르핀이 운동 중독을 불러온다.
트립소필리아는 바로 얼마 전에 본 기호증이다. 바로 정하연에게서 발현된 마사지 성애였다. 이 기호증은 마사지를 하거나 받는 타입으로 나뉘며 전자보다 후자의 성향이 많다고 한다. 물론 양쪽에서 모두 흥분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가능성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운동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마사지는 그의 특기였다. 단순히 스킬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스포츠마사지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다. 게다가 장덕자의 페티시 등급은 상(上). 기회만 온다면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마사지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긴 한데.’
뜬금없이 마사지를 해주겠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자 몸에 손을 댄다는 것 자체가 난이도 높은 일이다.
그럼에도 서주환은 적지 않은 가능성을 느꼈다.
‘분명 호감도가 C였지?’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호감도가 무척 높은 수치를 보였다. 페로몬의 효과를 고려해도 그렇다.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것은 어제가 처음인데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튼 좋은 현상이다.
다음날, 서주환은 아침 일찍 리본 피트니스로 향했다. 본래라면 가볍게 안양천에서 조깅을 하고 밤에 헬스장을 갔겠지만, 그가 알기로 장덕자는 오전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헬스장에 온다.
‘저녁보단 사람 없는 아침이 낫겠지.’
헬스장은 그녀를 만나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장소다. 이왕이면 사람이 없는 편이 대화하기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헬스장에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의 남자가 그를 발견하고 인사해왔다.
“이게 누구야. 웬일로 아침에 왔어?”
“아, 강호 형님.”
“인마, 그냥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형님이라 그러면 내가 무슨 조폭 같잖냐.”
서주환은 그냥 하하 웃어버렸다. 차마 ‘인상은 조폭 그 자체인데요’ 라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
백강호는 여전히 수염이 덥수룩한 얼굴에 우락부락한 근육을 유지하고 있었다. 언제 봐도 괴물 같은 몸이다. 장덕훈의 아버지도 백강호와 비교하면 몇 수 쳐지지 않을까.
백강호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석찬이는 안 데리고 오냐? 그 녀석도 운동 좀 시켜야 되는데.”
“걔는 지금이 좋대요. 여자들이 딱 좋아하는 몸이라고.”
“쯧. 뭘 모르는 소리지. 남자는 자고로 이 정도는 돼야 사랑을 받는 건데.”
그리 말하며 거대한 이두를 쥐어짜 보이는 백강호. 한 눈에 봐도 쇳덩이처럼 단단한 근육이 터질 듯 꿈틀거렸다.
“하하…….”
어떻게 내추럴로 이 정도 근육을 만들 수 있는 건지. 솔직히 이 정도면 징그럽다. 머슬맨들이야 꿈에 그리는 근육일지 몰라도 일반인이 보기에는 과했다.
“아무튼 기회 되면 우리 도련님 좀 꼬드겨봐라. 아무튼 짜식이 도련님으로 자라서 너무 연약하단 말이지.”
서슴없이 이석찬을 도련님이라 부르는 백강호.
서주환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형. 그럼 득근하세요.”
“오냐. 너도 득근해라.”
“감사합니다.”
그는 다시 프리 웨이트 존으로 가는 백강호를 보며 새삼 떠오르는 생각에 헛웃음을 흘렸다.
‘강호 형이 석찬이 놈 가드일 줄이야.’
사실 명목상 가드고 장기휴가를 받은 개념이라고 했다. 이전에는 이석찬의 아버지인 운성전자 사장님의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였다고 했던가. 아무튼 대단한 사람이다.
서주환이 그 사실을 알게 된 이유는 이석찬에게 백강호를 정식으로 다시 소개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석찬의 입장에서는 그가 자신의 집안사정은 물론 백강호와도 헬스장에서 다진 친분이 있었기에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서주환은 다시 헬스장을 둘러봤다. 분명 이 시간대면 장덕자가 있어야 했다.
‘아, 저기 있네.’
한창 스쿼트를 하고 있는 장덕자가 보였다.
서주환은 그녀가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접근해서 인사했다.
“덕자 누나, 안녕하세요.”
간단한 인사는 굉장한 반응으로 되돌아왔다.
“더, 덕? 흐이익?!”
인사를 들은 장덕자가 깜짝 놀라서 눈을 부릅 뜨더니 중심을 잃은 것이다.
“위험!”
서주환은 재빨리 손을 뻗어서 봉을 받쳐 들었다. 그에 간신히 중심을 잡은 장덕자가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봉을 들어올렸다.
철커덩!
봉을 지지대에 놓은 그녀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후우, 흐아, 헥. 주, 죽을 뻔했다.”
“덕자 누나, 괜찮아요?”
“흐익! 쉿! 조용히 해!”
손을 뻗어서 서주환의 입을 틀어막는 장덕자. 그녀는 부릅 뜬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그 이름 부르지 마. 첼시라고 불러, 첼시. 알았어?”
“…….”
“알았으면 고개 끄덕여.”
끄덕끄덕. 시키는 대로 하자 그제야 안심하고 입을 놓아주는 장덕자였다.
그녀는 손목을 주무르며 말했다.
“운동하는데 말 걸면 어떡해? 요단강 건너는 줄 알았네.”
“죄송해요. 그렇게까지 놀랄 줄은…….”
서주환은 머쓱한 마음에 눈꼬리를 긁적였다. 설마 본명을 불렀다고 기겁을 할 줄이야. 하지만 운동하는 중에 말을 건 것은 분명 그가 잘못한 부분이었다.
그의 사과에 장덕자는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 자신도 고작 인사에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한 게 사실이었으니까.
“나는 내 이름 별로 안 좋아하거든. 어차피 나중에 개명할 거고. 그래서 일부러 트레이너명도 첼시로 한 거야.”
“아아. 그러고 보니 어제 집에서도 그런 말 했었죠.”
본명을 부르지 말라며 빽 소리치던 그녀가 생각났다.
“첼시가 강하다라는 뜻 맞죠?”
“맞아. 나랑 잘 어울리지?”
“그렇긴 해요. 전 본명 쪽이 더 정감 있어서 좋지만.”
“난 싫어. 한 번만 더 그렇게 불러봐. 아무리 수희 언니 남친이라도 안 봐줘.”
이번에는 서주환이 기겁했다.
“저 수희 누나 남친 아니라니까요?”
“풋. 거짓말 안 해도 돼. 걱정 마. 비밀 지켜줄게.”
어째서인지 확신을 갖고 말하는 장덕자다.
서주환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부터 그녀를 꼬셔야 하는데 누군가의 애인이라 단정 짓고 있다니 곤란했다.
“저 솔로예요. 수희 누나한테도 실례니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진짜?”
장덕자는 못 믿겠다는 듯 눈을 끔뻑였다.
“진짜요. 전 연애 안 합니다. 독신주의… 아.”
서주환은 급히 말을 멈췄다. 떡각을 잡아야 할 사람 앞에서 뭐라 말하고 있는 건지. 그만 평소 습관대로 말해버리고 말았다.
장덕자는 그런 서주환을 보며 눈가를 좁혔다. 그러다 이내 무언가 납득했다는 듯 홀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하. 그런 거구나.”
“네? 뭐를요?”
서주환의 되물음에 장덕자는 묘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알았어. 그런데 난 왜 부른 거야?”
“그건 뭐, 그냥 인사 한 거죠. 덕훈이 누나기도 하고. 저한테 부탁한 것도 있고요.”
“아! 도와줄 거야?”
장덕자가 환해진 얼굴로 물었다. 어제는 확답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주환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덕훈이가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요.”
“진짜 고마워! 너라면 도와줄 줄 알았어!”
장덕자가 덥썩 손을 잡아왔다.
서주환은 순식간에 바뀐 그녀의 태도에 웃음을 흘렸다.
“푸흐. 도와줄 줄 알았다니. 뭘 보고요?”
“그야 운동 좋아하잖아? 엄청.”
“엄청은 아닌데…….”
좋아하긴 하지만 적당히 몸을 관리하는 정도로만 좋아한다. 진성 헬창들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아니, 그보다 운동을 좋아하는 게 왜 이유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운동 좋아하면 남의 부탁을 쉽게 들어주기라도 한단 말인가?
‘특이한 사람이네.’
재능부터 성격까지 개성 넘치는 여자였다. 지금만 해도 어느새 손을 놓고선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다시금 운동에 들어갔다. 어지간히 운동에 미쳐있는 듯했다.
서주환은 말없이 뒤에 서서 그녀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봉을 받친 승모와 어깨. 탱크탑 나시 아래 드러난 복부와 기립근. 레깅스 위로도 보이는 대퇴 사두근.
오랫동안 단련한 근육들이었다.
‘굉장하네.’
몸의 근육이 과하지 않고 균형미 있게 발달했다. 특히 탱크탑의 크로스라인 사이로 보이는 등 근육은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근육이 잘 붙지 않는 여자의 몸으로 이런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때 다섯 개째 스쿼트를 이어가던 장덕자가 고통 섞인 신음을 흘리며 멈칫했다. 이어서 들어올리기 힘든 듯 흔들리는 몸체.
서주환은 재빨리 손을 뻗어서 봉을 받쳤다.
“잡아줄 테니까 올라와요.”
“윽. 고마워.”
봉을 들어 올려서 거치대에 놓자 철컹! 하는 소리가 나며 맞물린다. 장덕자는 몸을 일으키며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선 어깨를 돌리며 주무르더니 이내 손목을 만지작댔다.
“아까 근육이 좀 놀랐나? 삔 것 같기도 하고. 곤란한데…….”
“한 번 봐요. 손목 줘보세요.”
서주환은 황급히 그녀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겼다.
“어어? 괜찮아. 파스 바르면 낫겠지.”
“곤란하다면서요. 가만히 있어 봐요.”
“어, 응.”
생각보다 단호한 말에 장덕자는 순순히 손을 내주었다.
서주환은 진지한 기색으로 손목을 살폈다. 조금 전 운동 중에 말을 걸어서 다친 거라면 그의 책임도 있었다.
“조금 부은 것 같은데요? 아까 손목 꺾였어요?”
“…어.”
이름을 불렀을 때 놀라서 힘이 빠졌다. 그때 순간적으로 손목이 꺾였었다. 금방 바로 잡았는데 그 사이 삔 모양이었다.
장덕자는 망설이다가 말했다.
“…파스 바르면 되지 않을까?”
“크게 다친 것 같진 않지만… 안 하는 게 좋겠죠. 저보다 누나가 잘 알잖아요. 손목 안 쓰는 운동이 어디 있다고.”
“으으. 그렇겠지? 아, 망했네. 대회 한 달 남았는데.”
장덕자는 울상을 지으면서도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본인도 나름 실력 있는 헬스 트레이너였기에 지금 무리하면 부상이 더 오래갈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통증이 점점 더 올라왔다. 스트랩을 차고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단순히 근육이 놀란 게 아니었다.
서주환은 착잡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가 운동 중에 말을 걸어서 다친 것이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장덕자는 그를 탓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고작 인사를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손목 부상을 과민반응한 자신의 잘못이라고 여겼다.
“어쩔 수 없지. 며칠 쉬면 낫겠지, 뭐.”
“저 때문에 미안해요.”
“에이, 이게 왜 너 때문이야. 신경 쓰지 마. 으히히.”
털털하게 웃는 얼굴을 보니까 괜히 더 미안해졌다.
서주환은 그녀의 손목을 떨떠름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쓰읍. 기회이긴 한데.’
사실 ‘성스러운 손길’의 치유 효과를 사용하면 된다.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회복 기간을 훨씬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절묘해서 마치 일부러 다치게 만들고 그 기회를 틈타려는 것 같아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는 그런 게 아닌데도 말이다.
서주환은 결국 그녀를 다시 불러 세웠다. 찝찝하다고 내버려두는 게 오히려 더 피해를 주는 것이었다.
“덕… 아니, 첼시 누나. 손목 줘 봐요.”
“응? 왜?”
“내가 마사지 해줄게요. 저 엄청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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