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일요일 연재!
소제목 아직 못 정했어요.......
*
엘라이니 님, 방랑회원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엘라이니 님, 新소설장르 님, sa9950 님, 오오스카 님, 말달리자 님, TheSains 님, 오오어 님, NetFighTer 님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
독자님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D
동물적인 그녀
중성적인 목소리의 여자는 꽤 파격적인 복장이었다. 배가 훤히 드러나는 흰색 탱크탑 나시에 허벅지 위로 바짝 올라온 핫팬츠. 뭇 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옷차림이다.
“우리 막둥이 오랜만~!”
여자가 인사하며 다가서는 순간 장덕훈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섰다.
“누, 누나가 왜 여기에?”
그 반응에 막 집으로 들어온 여자, 장덕자가 어깨를 으쓱인다.
“얘 봐라? 내가 온 게 뭐 어때서? 가끔 집에 들를 수도 있지. 그보다 나한테 뭐라고? 미친 근육 신봉자? 싸이코?”
“그, 그건…….”
장덕훈은 말끝을 흐리며 덜덜 떨었다. 초점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 시선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장덕자는 히죽 웃으며 장덕훈에게 다가가더니 와락, 품 안에 끌어안았다.
“으이그! 왜 쫄아! 우리 귀여운 막둥이한테 누나가 그런 걸로 화낼까봐?”
“우우웁?! 웁웁!”
풍만한 가슴에 끌어안긴 채 숨 막힌 소리를 내며 허공에 팔을 휘젓는 장덕훈.
“그래도 조금 서운하긴 하다. 옛날에는 누나가 잘못했다니까? 이제 그만 용서해주라, 응?”
장덕자는 그런 동생이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담쓰담 어루만졌다.
그 모습을 보고 이석찬이 작게 말한다.
“누님 쪽은 어머님을 닮은 것 같지? 예쁘신데?”
“체격은 아저씨 닮은 듯?”
확실히 예쁘긴 하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 머리를 하나로 묶어 드러난 목선이 인상적이다. 운동용 탱크탑 사이로 강조된 풍만한 가슴 역시 눈길을 끌었다.
다만 장덕자는 척 보기에도 키가 175cm는 돼보였는데, 그간 살면서 본 여자 중 제일 큰 키의 소유자였다. 단순히 키만 큰 게 아니다. 아버지 쪽 유전자 덕분인지 아니면 운동을 열심히 했기 때문인지 프레임이 대단했다. 솔직히 몸매보다 단련된 어깨와 복근, 하체가 먼저 보일 정도다.
“어쨌든 덕훈이 녀석은 저런 누나 있으면 땡큐지 뭔 엄살이라냐. 저렇게 포옹도 해주고. 부럽구만.”
정작 끌어안긴 장덕훈은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건만 태평한 소리였다.
서주환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너도 하연이 있잖아.”
“걔가 누나? 지랄. 내가 오빠면 오빠지 그 찐따가 어떻게 누나?”
내로남불이 대단한 이석찬이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장덕훈은 누나의 품을 탈출했다. 그는 곧장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장덕자가 숙련된 스텝을 선보이며 방문 앞을 막아섰다.
“누나랑 얘기 좀 더 하자, 막둥아.”
“시, 싫습니다!”
“아우, 얘 말투 봐라. 누나한테까지 그렇게 딱딱한 말투 쓸 거야? 이리 오라니까.”
“주, 주환 형님! 살려주십쇼!”
그리 말하며 서주환의 뒤로 숨는 장덕훈.
졸지에 앞으로 떠밀린 서주환은 당황했다.
“어, 엉? 나? 얌마, 누님 분이 너 찾으시는데 날 왜?”
“형님은 스승님이잖습니까!”
“아니, 인마. 내가 뭔 스승이야?”
백 번 양보해도 글 스승이지 무슨 격투기 스승 같은 게 아니었건만 마치 대신 싸워달라는 듯한 태도였다.
그때 장덕자가 못마땅하다는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흠. 누구신데 저랑 막둥이 사이를 가로 막으시는 건지?”
“아니, 그, 딱히 제가 막아선 건 아닌데요. 하하…….”
그렇게 정면에서 시선을 마주한 서주환과 장덕자.
두 사람은 곧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처음 만나는 사인데 어째선지 낯설지 않은 느낌. 분명 어디선가 본 얼굴이었다.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서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 리본 피트니스!””
리본 피트니스 안양점.
안양에서 제일 큰 헬스장이자 임수희가 운영하고 있는 리본 피트니스 2호점.
서주환은 그곳에서 장덕자를 본 적이 있었다. 대화를 해본 적은 없지만 얼굴만은 똑똑히 기억했다. 그녀가 무척 특이한 이름으로 트레이너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첼시 트레이너님, 본명이 장덕자였어요?”
반면 장덕자는 서주환을 다른 의미로 기억했다.
“수희 언니 애인! 맞죠?”
서로에게 오간 질문, 그리고 부정이 이어졌다.
“애, 애인? 오해입니다!”
“본명 부르지 마세요!”
빽 소리를 지르는 두 사람.
이석찬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중얼거렸다.
“개판이네.”
구경하는 맛이 쏠쏠했다.
*
한바탕 소란 후, 세 사람은 장덕훈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이석찬은 침대에 누워서 장덕훈이 준 한정판 블루레이를 감상했고, 서주환은 장덕훈이 쓴 글을 봐주며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라노벨 색체가 너무 짙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보기 힘들 정도야.”
장덕훈이 괜히 서주환을 스승님이라 부른 게 아니다. 그는 종강 후 본격적으로 장덕훈의 글을 봐주고 있었다. 나름대로 가르치면서 얻는 바도 있었기에 일대일 과외에 가깝게 피드백을 주었다.
“형님, 라노벨은 일본에서나 통하는 걸까요? 아니면 역시 제가 글을 못 쓰는 게 문제 일지도…….”
“그렇지. 네가 글을 못 쓰는 게 문제야.”
“커헉!”
“사실 난 한국 웹소설이나 일본 라노벨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거든. 다만 감성의 차이가 문제지. 일본 라노벨은 우리나라 사람이 보기엔 너무 과장되고 오글거리는 부분이 많으니까. 그걸 한국식으로 바꾸면 훨씬 좋을 거라고 생각해.”
“으으윽. 심장이 아픕니다.”
“어. 그런 반응 같은 거.”
“크흑.”
필터링 없는 팩트에 장덕훈이 명치를 맞은 것처럼 반응했다. 하지만 장덕훈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였으니 별로 실망할만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못 쓰는 게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지.
서주환은 기운 내라며 장덕훈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이제 겨우 두 권 분량 썼으면서 뭘 그래? 이거 이전에 습작 써본 것도 하나 없다면서. 나는 이거보다 더 엉망이었어.”
“엉망… 형님은 얼마나 써보셨습니까?”
“나?”
서주환은 문득 옛날을 떠올렸다.
글을 처음 써본 건 19살이다. 스무 살 때는 유료 연재를 해보겠다며 기껏 합격한 대학을 휴학했었다. 군대를 다녀온 후에도 계속 글을 쓰긴 했지만 한수아가 죽고 나서는 한동안 손을 놨다.
이후 다시 쓰기 시작한 건 3학년 무렵. 그렇게 졸업할 때까지도 취미로 연재하다가 취직 1년 후 퇴사를 하고 죽을 때까지 글을 썼다. 그 기간이 대략 3년 정도. 고등학생 때부터 쓴 걸 포함하면 총 여섯 작품 이상을 완결 냈으니, 대충 편수로만 2천화 이상이었다.
‘이번 생까지 포함하면…….’
2천 5백화 정도이려나?
엄청난 분량에 장덕훈이 입을 떡 벌렸다.
“이, 이천 오백? 대체 언제부터 글을 쓰신 겁니까?”
오해가 있었나 보다. 당연히 회귀 전부터 쓴 글을 포함한 것인데 장덕훈의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으니. 덕분에 서주환을 바라보는 장덕훈의 눈에 더욱 진한 존경이 깃들었다.
“그, 그 정도는 써야 형님만큼 쓸 수 있군요. 까마득합니다.”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야. 같은 재능을 가졌더라도 얼마나 빨리 성장하는지는 개인차가 있으니까. 그리고 덕훈이 너 재능 있어.”
“정말입니까? 저도 형님처럼 쓸 수 있을까요?”
사실 개인차가 있다는 말은 똑같이 2천 편을 넘게 써도 같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굳이 기를 죽일 필요는 없겠지. 무엇보다 장덕훈은 회귀 전 졸업과제로 자신이 출판한 라노벨을 가져간 놈이다. 적어도 출판할 만큼은 쓰게 된다는 뜻이었다.
서주환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가능해.”
“흐, 으하하. 형님이 그리 말해주니까 자신감이 생깁니다. 빈말이라도 감사합니다.”
“빈말 아니니까 열심히 써봐.”
실제로도 장덕훈은 재능이 있었다. 어쩌면 시스템을 얻기 전의 그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그는 장덕훈의 상태창을 띄웠다.
<장덕훈>
성별: 남성
나이: 20
키: 187cm
몸무게: 92kg
호감도: C+
현재성욕: E+
페티시: Agalmatophilia(下)
보유 재능: 격투기(C+/A+), 상상(C+/A), 손재주(C/B+), 문장력(D+/B+)
[Agalmatophilia(아갈마토필리아)는 조각 기호증이라 하여 조각, 인형, 마네킹, 피규어 같이 움직이지 않는 사물에 흥분하는 증후군입니다.]
진성 오타쿠적인 페티시는 뒤로하고 장덕훈의 재능을 살펴봤다.
‘역시 재능이 있어.’
문장력의 현재 등급이 낮긴 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충분했다. B+면 노력 여하에 따라 상위권에 들 수 있는 수치였다.
‘그게 웹소설이라면 가치가 더 상승하지.’
웹소설은 전문 자격증 같은 게 필요 없기 때문에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분야다. 덕분에 아마추어가 많았고, 그만큼 다른 전문 직종에 비해 재능의 평균값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정하연처럼 문장력이 높아도 소설을 못 쓰는 경우가 있었지만, 장덕훈에게는 또 다른 재능인 ‘상상’이 있다. 이는 서주환조차도 부러운 재능이었다.
‘사실 소설보다는 격투기를 하는 게 맞는 녀석인데.
장덕훈의 재능은 현재등급은 물론 잠재등급까지 격투기가 가장 뛰어났다. 이걸 이대로 썩혀도 되는 걸까? A+면 세계에서도 정상을 노릴 수 있을만한 재능인데.
서주환은 슬쩍 장덕훈을 떠보기로 했다.
“덕훈아, 넌 작가로 살고 싶은 거지?”
“예! 원래는 만화가가 목표였는데 아무리 해도 늘지 않아서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형님이 글에는 재능이 있다고 해주셔서 다행입니다.”
무척이나 확고한 대답.
서주환은 그 말에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이런 녀석한테 굳이 권할 필요가 있나? 그래도 재능이 아까워서 결국 물어보기로 했다.
“혹시 격투기 같은 건 관심 없어?”
“…격투기요?”
“어. 아무래도 넌 체격도 크고 운동도 좋아하잖아. 진짜 타고난 것 같은데.”
“그, 격투기는 좀…….”
장덕훈은 드물게 인상을 구기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운동은 좋아하지만 격투기는 싫습니다. 별로 좋은 기억이 없어서요.”
“왜? 무슨 일 있었어?”
“…어렸을 때 누나랑 주짓수랑 킥복싱을 배웠습니다. 한 번은 주짓수에서 새로 배운 기술이라면서 상대해달라고 하더니 제 어깨 관절을 빼버렸었습니다.”
“…….”
“중학생 때는 킥복싱장에서 대련하다가 팔이 부러졌었죠. 그 후로 격투기는 관뒀습니다. 아픈 건 싫슴다…….”
다시 생각해도 두렵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떠는 장덕훈.
서주환은 그 다이나믹한 과거에 입을 다물었다.
‘미래의 챔피언을 싹도 트기 전에 밟아버렸구나.’
무시무시한 덕자 누나…….
서주환은 결국 장덕훈에게 격투기를 권유하지 않기로 마음을 바꿨다. 재능이 있다고 해도 싫어하는 걸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그나마 글에도 재능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래. 글이나 쓰자. 내가 도와줄게.”
“예, 감사합니다. 전 글 쓰는거나 뭔가 만드는 게 좋습니다.”
장덕훈이 한쪽에 전시해놓은 피규어를 들며 말했다.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제가 직접 제작한 겁니다.”
“그걸 네가 직접? 산 거 아니고?”
피규어는 유명 라이트 노벨의 히로인 중 한 명이었다. 연갈색 머리칼과 하얀 정복, 그리고 손에 쥔 세검이 인상적인 캐릭터. 도색까지 되어 있어서 당연히 구매한 물건인 줄 알았다.
장덕훈이 헤벌쭉 웃으며 말한다.
“으흐흐. 직접 제작한 것 맞습니다. 어렸을 때 만화가 되겠다고 배운 그림이 쓸모 있더군요. 그래도 어설픈 부분이 많긴 합니다. 여기 좀 보십시오.”
자세히 보니 관절부의 벌어진 틈과 미흡한 도색이 군데군데 엿보였다.
“아, 좀 어색하긴 하네. 그래도 대단한데?”
“흐흐. 감사합니다. 사실 비밀이었는데, 형님 소설에 나온 캐릭터도 제작 중입니다.”
“뭐? 진짜? 보여줘!”
자신의 소설 캐릭터를 제작중이라니 서주환도 흥분해서 말했다.
장덕훈은 아차 한 얼굴로 말을 정정했다.
“아직 실 제작에 들어간 건 아니고 구상만 하고 있습니다. 도안 단계라서 보여드리기가 좀 그렇슴다. 제작 기간도 오래 걸리고…….”
“아, 그렇구나. 좀 아쉽네.”
“사실 두 개 제작해서 하나는 선물로 드리려고 했습니다.”
“오오!”
“흐흐. 내년에 기대해도 좋습니다. 과외비입니다.”
친한 동생을 도와준다고 시작한 과외가 예상치도 못한 엄청난 대가로 되돌아오게 생겼다.
서주환은 의욕이 팍팍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장덕훈과 악수했다.
“제자야!”
“스승님!”
그 모습을 본 이석찬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내뱉는다.
“으. 씹덕 새끼들.”
그리 말하는 이석찬도 절찬리에 애니메이션을 시청 중이었다.
*
서주환은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지? 해도 되나? 역시 안 되겠지?’
그가 고민에 빠진 이유는 다름 아닌 장덕훈의 누나, 장덕자 때문이었다. 그는 저녁 시간 헬스장에 갔다가 장덕자와 마주쳤다. 그녀는 묘하게 눈치를 보는 듯하더니 그가 운동을 끝내고 돌아갈 쯤 따라 나왔다.
“주환 씨!”
“네?”
“나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우리 막둥이랑 친하지?”
“덕훈이요? 그야 친하긴 한데… 뭐를 도와달란 소리에요?”
난데없는 말에 되물으니 장덕자가 간절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막둥이가 날 무서워해.”
“네에. 그건 보면 알죠…….”
장덕훈은 장덕자의 목소리만 들어도 흠칫거렸다. 어깨가 빠지고 팔이 부러졌다더니 트라우마가 된 모양이었다.
장덕자는 침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옛날에는 우리 엄청 사이 좋았거든? 그런데 나 때문에… 아, 아무튼 내가 막둥이랑 다시 친해지게 도와줄 수 없을까?”
그리 말하며 서주환의 두 손을 꼭 붙잡는 장덕자.
동시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장덕자>
성별: 여성
나이: 24살
키: 177cm
몸무게: 68kg
호감도: C
현재성욕: B
페티시: Kinesophilia(上), Tripsophilia(上)
보유 재능: 쾌변(A/S), 소화(B/A+), 운동(B/B+), 충동(B/B+)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하게도 S급 재능이었다.
서주환은 그녀의 상태창을 보고 생각했다.
‘뭐지 이 짐승은…?’
쾌변, 소화, 운동, 충동이라니.
마치 동물이 사람의 탈을 쓴 듯한 재능이었다.
=============================